시편 30편

성경
시편1권

교만과 은혜

시편 30편

사람을 가리켜 망각의 동물이라 말합니다. 잘 잊어버린다는 뜻입니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실로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손쉽게 잊어버리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리에게는 기억하는 능력 또한 분명히 존재합니다. 어떤 것들은 세월이 흘러도 선명하게 마음에 새겨져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선택적 망각이라 부릅니다. 기억하고 싶은 것은 오래도록 간직하는 반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이나 불필요한 것들은 신속하게 망각의 저편으로 보내버리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우리는 타인에게 베푼 은혜는 오랫동안 기억하지만, 우리가 누군가로부터 받은 큰 은혜는 순식간에 잊어버립니다. 사람들로부터 받은 사랑과 은총은 마땅히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임에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반면 타인에게 몇 푼 빌려준 것은 오래오래 기억하며, 그 사람이 우리를 서운하게 할 때마다 그 기억을 되살려 마음에 담아둡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안에 자리한 죄악된 본성의 실체입니다.

사람들은 본질적으로 자기중심적이며 죄악된 본성을 지니고 있어서, 이러한 왜곡된 기억의 습관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한 채 살아갑니다. 거듭난 이후에도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면서 이러한 습관들을 온전히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것을 교만이라 부르십니다. 교만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자기중심성입니다. 하나님을 중심으로 살아가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설계하고 계획해야 함에도, 그것을 망각한 채 오직 자기 좋은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교만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으로 봅니다.

구원의 찬양

오늘 우리가 살펴본 본문의 다윗 역시 그러했습니다. 그는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는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나아갔으나, 형통할 때는 교만해졌습니다. 그리고 교만했을 때 어떠한 영적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생생하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여호와여 내가 주를 높일 것은 주께서 나를 끌어내사 내 원수로 하여금 나로 말미암아 기뻐하지 못하게 하심이니이다" (시 30:1)

다윗은 진심으로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 찬양의 이유는 명확합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끌어올리셨기 때문입니다. 원수들이 자신의 곤경을 보며 기뻐하지 못하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으며,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손으로는 그 깊은 구덩이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 그를 끌어내셨습니다. 그리하여 원수들이 그의 처지를 보며 조롱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이것이 그가 하나님을 찬양하는 이유였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습니까? 살다 보면 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사방이 막혀 있고 구덩이에 갇힌 것 같은 막막한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 그를 끌어올리시고 도우셨다면, 하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를 건져주셨다면, 그 감사와 은혜가 얼마나 깊고 오래가겠습니까? 다윗은 바로 이것을 시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호와 내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부르짖으매 나를 고치셨나이다 여호와여 주께서 내 영혼을 스올에서 끌어내어 나를 살리사 무덤으로 내려가지 아니하게 하셨나이다" (시 30:2-3)

다윗은 하나님께 간절히 부르짖었습니다. 살려 달라고, 건져 달라고, 손을 내밀어 달라고, 이 구덩이에 갇힌 채로 내버려 두지 말아 달라고 애절하게 부르짖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그를 고쳐주셨습니다. 그를 스올에서 끌어올리시고 무덤으로 내려가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베푸신 놀랍고도 큰 은혜였습니다.

다윗은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냈습니다. 그가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골리앗과의 대결 이후였습니다. 골리앗을 쓰러뜨린 후 그는 백성들 앞에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생애 내내 전쟁터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전쟁도 있고 기록되지 않은 전쟁도 있습니다. 전쟁터에서는 생명과 죽음이 끊임없이 교차하지 않습니까? 자칫 잘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순간들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위급한 상황,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들을 그는 끊임없이 경험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그를 스올에서 끌어올리시고 구덩이에서 건져내시며 무덤으로 내려가지 않게 하셨습니다. 그가 위기를 맞이할 때마다, 큰 어려움과 고난 가운데 있을 때마다 하나님께서 그를 도우셨던 것입니다. 다윗은 이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가 전쟁터에서 살 때, 사울의 군대 장관으로 있을 때, 혹은 왕이 된 후에도 전쟁할 때마다 하나님을 찬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전쟁터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 장군으로서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용맹함을 드러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신하들에게, 그리고 군사들과 부하들에게 자신이 이렇게 뛰어난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있어서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말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그러한 욕심을 다 비우고 버렸습니다. 모든 것을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찬양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다윗을 다윗 되게 한 탁월한 점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언제나 이러한 일들을 겪지 않습니까? 지금도 우리 가운데 어떤 분들은 인생의 위기 한가운데서, 구덩이에 갇혀 사방이 막혀 있고,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머물러야 하는지 궁금하고 답답하게 여기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바로 그때마다 하나님께 부르짖고 기도한다면, 하나님께서 손을 내밀어 우리를 건져주실 줄로 믿습니다. 우리가 위기 상황에 있을 때 이렇게 하나님께 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창조주가 되시고 우리는 하나님의 피조물이기 때문입니다.

형통과 교만

그런데 다윗 역시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도 실로 큰 인생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내가 형통할 때에 말하기를 영원히 흔들리지 아니하리라 하였도다" (시 30:6)

형통할 때였습니다. 지금까지는 구덩이에 빠진 것 같고, 스올로 내려가 있는 것 같고, 무덤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서 하나님께 간절히 부르짖고 또 구했습니다. 그때 겸손하게 나아갔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를 건져주셨습니다. 그런데 이제 모든 일이 정리되었습니다. 형통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대적들도 사라지고 그를 위협하던 모든 세력들이 완전히 제거되었습니다. 바로 그때 그는 무엇이라 말합니까?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말하지 않습니까?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의 왕위가 견고해서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입니다. 둘째는 자신의 믿음이 워낙 견고해서, 누가 자신의 믿음을 흔들어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입니다. 아마도 그는 이 두 가지를 함께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제는 형통하니 어려움이 없으니, 여기까지 오게 된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믿음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왕위도 누구도 흔들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바로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잘될 때, 주변의 모든 원수들이 사라지고 형통할 때, 바로 그때를 가장 조심해야 합니다. 그가 형통할 때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순간, 심각한 영적 문제가 시작됩니다.

"여호와여 주의 은혜로 나를 산 같이 굳게 세우셨더니 주의 얼굴을 가리시매 내가 근심하였나이다" (시 30:7)

하나님께서 얼굴을 가리셨습니다. 주께서 얼굴을 가리시자 다윗은 그때부터 근심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주께서 얼굴을 가리셨다는 표현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은혜가 사라졌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얼굴은 은혜 그 자체입니다. 하나님의 손은 우리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시지만, 하나님의 얼굴은 은혜 바로 그것입니다.

다윗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가 형통하기 전에, 주변 사방에 대적들과 원수들이 가득했을 때,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한량없는 은혜를 쏟아부어 주셨습니다. 그때는 환경이 어려울지라도 은혜만큼은 충만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환경이 평안해졌습니다. 문제는 모두 사라지고 원수들도 제거되었으며, 그는 형통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의 마음에 불쑥 교만이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의 은혜가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습니다. 오직 나만이 아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나만이 아는 고통입니다. 사람들이 볼 때는 저 사람이 믿음생활 참 잘해서 이제 성공했구나, 형통해졌구나,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구나 하고 말하지만, 사실 영적으로는 교만해져서 그때부터 답답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놓치지 않으려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서 떠나지 않게 하고 그 은혜를 붙들어 두며 은혜 아래 거하려면, 우리는 절대로 교만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가장 미워하시고 가장 싫어하시는 죄가 바로 교만의 죄입니다. 에덴동산에서 뱀이 하와를 유혹할 때, "이 선악과를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서 하나님과 같이 될 것이다"라는 말에 속아서 하와가 선악과를 먹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에덴에서 하나님을 배반하고 죄를 지은 것도 역시 교만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죄는, 이제는 홀로 설 수 있다고, 이제는 스스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는 교만입니다. 이러한 자기중심성을 하나님께서는 극도로 혐오하십니다. 다윗은 어려움을 겪을 때는 진심으로 하나님께 손을 내밀고 부르짖었으나, 형통할 때는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말하며 착각과 교만 가운데 살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러한 불성실함, 그러한 신실하지 못함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회복의 은혜

그런데 다윗이 훌륭한 점은 하나님께서 얼굴을 가리실 때 포기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여호와여 내가 주께 부르짖고 여호와께 간구하기를" (시 30:8)

부르짖고 간구했습니다. 무엇을 부르짖고 무엇을 간구했겠습니까? 얼굴을 가리지 말아 달라고, 하나님의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자신이 잘못했으니 이제는 다시는 그러한 죄를 범하지 않겠다고, 하나님께서 다시는 주의 얼굴을 숨기지 말아 달라고,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을 계속해서 부어 달라고, 그렇게 간절히 간구했을 것입니다.

여기서 '부르짖다', '간구하다'라는 히브리어 동사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행위를 의미합니다. 한두 번 시도해보고 안 된다고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하나님께 기도하고 부르짖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처럼 기도하고 부르짖고 회개하는 자의 기도를 반드시 들어주시는 분이십니다.

"이는 잠잠하지 아니하고 내 영광으로 주를 찬송하게 하심이니 여호와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영원히 감사하리이다" (시 30:12)

이렇게 부르짖고 간구하니 감사가 다시 회복되었습니다. 다윗은 오늘 이 시편 30편을 통해서 자신의 일생을 요약해 놓았습니다. 형통하기 전과 형통한 후에 그의 믿음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고백했고, 하나님께서 얼굴을 가리실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도 우리에게 분명히 알려주었습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어려움 가운데서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찬양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다윗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그가 전쟁터에서 백척간두에 서 있을 때, 바로 그때 하나님께 부르짖고 기도했고, 하나님께서는 부르짖고 기도하는 자의 간구를 들으시고 응답해 주셨습니다. 우리의 삶 가운데서도 내 힘으로 안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사방이 막혀 있고 구덩이에 갇힌 것 같은 그런 막막한 순간들 말입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께 부르짖고 기도한다면, 하나님께서 손을 내밀어 우리를 건져주실 줄로 믿습니다.

둘째는 형통할 때 더욱 겸손하게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다윗은 형통할 때 영원히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교만하게 말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얼굴을 그에게서 가리셨습니다. 주변의 모든 어려움이 사라지고 평안이 찾아올 때, 바로 그때 우리가 더욱 겸손하게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교만한 자를 하나님께서 가장 미워하시고 싫어하신다 말씀하셨습니다. 교만의 죄가 우리에게서 떠나게 하시고, 언제나 성실하고 신실하게 하나님께 부르짖고 간구해야 합니다.

셋째는 회개를 통해 주께 대한 감사가 회복되어야 합니다. 다윗은 하나님께서 얼굴을 가리실 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부르짖고 간구했습니다. 그 결과 주께 대한 영원한 감사가 회복되었습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은혜에서 멀어진 것 같을 때, 포기하지 말고 계속해서 부르짖고 회개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감사가 회복되게 하실 것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의 삶이 어떤 자리에 있든지 교만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항상 하나님께 간구하고 구하며 은혜를 기대하고 소망하는 믿음의 백성들이 되신다면,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얼굴을 우리에게 나타내 보이실 것이고 은혜를 숨기지 않으실 줄로 믿습니다.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 겸손한 인생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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