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51편

성경
시편2권

회개와 회복

시편 51편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국가공동체와 사회공동체에는 법과 제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공동체를 유지하고 질서를 세우는 데 있어 법과 제도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법이 엄격하게 집행될수록 사회 질서는 더욱 명확하고 견고하게 확립됩니다. 우리는 법이라는 단어 앞에서 자연스럽게 무서움, 두려움, 엄격함, 정의와 같은 이미지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법 집행의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도 인간적 융통성이 분명히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정상참작의 여지가 법 집행 과정에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누군가가 죄를 범했을 때, 그것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범행이고 당사자가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인정하며 깊이 회개한다면, 법은 그에게 정상참작의 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법정에서 감형의 가능성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는 법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그 사람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준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소위 괘씸죄라는 것도 존재합니다. 명문화된 조항은 아니지만, 끝까지 책임을 회피하거나 명백한 증거를 의도적으로 인멸해 버리는 경우, 법은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지 않습니다. 오히려 괘씸죄를 받게 되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고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게 됩니다.

우리의 인간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인정의 진정성이 상대방에게 충분히 전달되어 받아들여진다면, 그 잘못은 용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됩니다.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고 결국 단절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우리의 모든 허물을 낱낱이 아시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의 용서를 받을 길이 없습니다. 용서에 이르는 가장 본질적이고 결정적인 첫걸음이 바로 인정과 회개입니다.

다윗의 회개시

"하나님이여 주의 인자를 따라 내게 은혜를 베푸시며 주의 많은 긍휼을 따라 내 죄악을 지워 주소서 나의 죄악을 말갛게 씻으시며 나의 죄를 깨끗이 제하소서" (시 51:1-2)

오늘 우리가 묵상하는 이 시편은 다윗의 회개시입니다. 시편의 표제어에는 "다윗이 밧세바와 동침한 후 선지자 나단이 그에게 왔을 때"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윗의 생애에서 밧세바 사건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은 결정적 분기점과도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군대가 전쟁터로 떠난 후 홀로 왕궁에 남아 있던 다윗은, 어느 날 왕궁 옥상을 거닐다가 목욕하고 있는 한 여인을 보게 됩니다. 그 여인에게는 남편이 있었고, 그 남편은 바로 그 순간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이 모든 것을 외면한 채 여인을 불러들여 자신의 욕망을 채웠습니다.

시간이 흘러 밧세바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다윗은, 자신의 죄를 은폐하기 위해 전쟁터에 있는 그녀의 남편 우리아를 급히 불러들입니다. 그러나 우리아는 충성스러운 군인이었습니다. "동료들이 전쟁터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데, 어찌 저만 편안히 집에 들어가 쉴 수 있겠습니까?" 그는 이렇게 말하며 집에 들어가기를 거부하고 밖에서 야영했습니다.

계획이 틀어진 것을 깨달은 다윗은, 이제 더욱 악한 음모를 꾸미기 시작합니다. 요압 장군에게 명령을 내려 우리아를 전쟁터에서 가장 치열한 곳, 가장 위험한 최전선에 배치하라고 지시합니다. 다윗의 계산대로 우리아는 그 자리에서 전사하고 맙니다. 그리고 다윗은 마치 인자하고 배려 깊은 왕인 양 행세하며 밧세바를 왕궁으로 거두어들입니다.

여기까지가 다윗이 설계한 완벽한 범죄의 시나리오였습니다. 왕이라는 권력을 총동원하여, 그가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악한 수단을 동원해 자신의 죄를 완벽하게 은폐해 버렸습니다.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백성들의 눈에는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불쌍한 여인을 품어주는 자비로운 왕으로 비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눈은 속일 수 있어도 하나님의 눈은 속일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선지자 나단을 보내어 다윗의 죄악을 낱낱이 고발하십니다. 나단이 찾아와 그의 은밀한 죄를 지적했을 때, 다윗은 얼마나 큰 충격에 휩싸였겠습니까?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리라 믿었던 은밀한 일들, 완벽하게 감추었다고 확신했던 비밀들을, 어떻게 나단 선지자가 정확히 알고 있단 말입니까? 다윗은 나단의 책망을 들으면서 비로소 깨달았을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그 무엇도 숨길 수 없다는 엄숙한 진리를 말입니다.

나단이 그에게 와서 철저하게 모든 잘못을 지적하고 난 이후, 다윗은 하나님 앞에 회개하며 이 시편을 지었습니다. 다윗이 하나님께 구한 것은 은혜였습니다. 죄악을 지워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사실 다윗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이것 외에 무엇이 더 있겠습니까? 은혜는 전적으로 위로부터 내려오는 선물입니다. 지금 다윗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뿐입니다.

다윗이 지은 죄가 하나님 앞에 완전히 드러났고 백일하에 폭로되었습니다. 이제 그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은혜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 죄가 하나님 보시기에 너무나 부끄러워 감히 고개조차 들 수 없으니, 오직 이 죄를 씻어달라고 간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정과 회개

우리는 이 상황을 깊이 묵상하면서, 다윗이 큰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위대한 왕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나단이 그에게 찾아와 이런 말을 했을 때 그를 살려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세상의 군왕들 앞에서 누가 감히 왕의 죄를 직접 지적할 수 있겠습니까? 비록 그가 선지자라 할지라도, 왕 앞에서 이토록 대담한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오직 목숨을 걸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설령 이런 말을 했다 하더라도, 왕이 그를 가만히 두고 살려두었겠습니까? 도리어 없는 죄를 뒤집어씌워 유배 보내거나 처형해 버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나단 앞에서 자신의 과오를 겸허히 인정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잘못을 깨닫고 고백하며 인정하는 순간부터 회복의 여정이 시작된다는 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찔림을 주십니다. 설교를 들을 때, 개인적으로 말씀을 묵상할 때, 성경을 읽을 때, 기도할 때, 과거에 지었던 죄에 대한 영적 각성을 하나님께서 성령을 통해 일으켜 주십니다.

그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올 때 인정하고 회개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부정하려 들거나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려 한다면 회복은 결코 일어날 수 없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아무것도 숨기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나와 인정해야 합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진정한 회개가 시작되고 회복의 길이 열리는데, 다윗은 그토록 큰 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첫 단추를 올바르게 꿰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인정하고 회개할 수 있는 영적 용기가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성령의 내주하심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며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시 51:11)

다윗의 고백,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말아 달라"는 이 간구가 실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다윗은 하나님 앞에 아뢰고 있습니다. 주의 임재 앞에서 자신을 쫓아내지 말아달라고 말입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왕위를 상실할까 봐 두려워했을 것입니다. "하나님, 이 왕좌에서 저를 쫓아내지 마십시오"라고 간청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러한 기도를 하지 않습니다. 다윗에게 있어 왕위에서 내려오는 것은 지금 문제의 본질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두려워한 것은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추방당하는 것이었고,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셨던 성령을 거두어 가시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것이 그를 전율케 했습니다.

사실 다윗이 이렇게 고백하게 된 배경에는 사울의 비극적 삶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울은 자신의 왕위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다윗이 자신의 왕권을 위협하는 잠재적 세력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그를 제거하기 위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추격전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사울은 죽는 순간까지 왕의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왕위에 오른 이후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는 한 번도 왕좌에서 쫓겨나지 않았습니다. 그 권력을 수호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죄를 짓고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면서까지 오직 다윗을 추적하는 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그에게서 성령을 거두어 가셨습니다. 왕위는 지켰으나 성령은 잃어버렸습니다. 왕권은 손에 쥐고 있었으나 성령은 지키지 못했습니다. 사울은 미치광이처럼 비참한 말로를 걸었습니다. 그가 왕위는 유지했지만 성령이 떠난 후의 처참한 모습을 다윗은 바로 눈앞에서 생생히 목격했습니다.

그렇기에 다윗 자신도 그와 같은 비극의 주인공이 될까 봐, 이 엄청난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추방당하고 성령이 떠날까 봐 그토록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 앞에 성령을 거두지 말아달라고 애절하게 간구합니다.

우리가 죄를 짓고도 회개하지 않으면, 하나님 앞에서 철저하게 자신을 성찰하지 않으면, 결국 화인 맞은 양심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성령이 떠나고 죄가 우리를 지배하게 되면, 우리 역시 사울처럼 비참한 인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회개가 이토록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정한 마음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시 51:10)

다윗은 하나님 앞에 정한 마음과 정직한 영을 간구합니다. 참된 회개가 이루어지면 우리 안에 머물던 어둠의 영이 물러가고, 정한 마음과 정직한 영이 새롭게 우리를 채우게 됩니다.

다윗이 어떠한 사람이었습니까? 시편 150편 가운데 73편이나 저술한 �탁월한 시인이 아니었습니까? 사울에게 쫓기며 광야를 헤매던 시절에도 그의 영은 언제나 정한 마음과 정직한 영으로 충만했습니다. 그렇기에 그토록 아름다운 찬양의 시편들을 하나님 앞에 올려드릴 수 있었던 믿음의 거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영적으로 탁월했던 그도 자기 영혼을 경계하며 지키지 않으니 죄가 틈을 타고 들어왔습니다. 매 순간 자신의 내면을 세밀히 살피지 않으니, 날마다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욕망의 파도들을 스스로 제어하지 않으니, 마침내 이처럼 무서운 죄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닙니다. 아무리 깨끗하게 산다 하더라도, 하나님 앞에 의인으로 살아간다 하더라도, 매 순간 우리의 영혼을 경성하며 살피지 않으면,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죄의 욕망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작은 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회개하지 않으면, 우리 역시 다윗처럼 큰 죄의 늪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정한 마음과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해달라고 하나님 앞에 매 순간 간구하는 것입니다. 작은 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온갖 영적 문제들을 결코 가볍게 흘려보내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들을 하나님 앞에 즉시 가지고 나와 회개하며, 정한 마음과 정직한 영으로 끊임없이 새롭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진실한 회개가 회복의 시작입니다. 다윗은 자신의 죄를 은폐하려 하지 않고 나단 선지자 앞에서 있는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그 무엇도 숨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갈구했습니다. 우리도 하나님께서 성령으로 우리 마음을 찌르실 때 즉각적으로 인정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부정하거나 합리화하려는 순간, 회복의 길은 막혀버립니다.

둘째는 성령의 내주를 간절히 사모해야 합니다. 다윗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왕위의 상실이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추방당하고 성령이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사울의 비극적 종말을 목도했기에, 다윗은 성령을 거두지 말아달라고 그토록 절박하게 간구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성령의 내주를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은 없어야 합니다. 매 순간 성령 충만을 사모하며 그분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셋째는 정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새롭게 되어야 합니다. 다윗처럼 위대한 믿음의 선배도 자기 영혼을 경계하지 않으면 큰 죄를 범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죄의 욕망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작은 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즉각 회개하고, 하나님께 정한 마음과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해달라고 끊임없이 구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다윗처럼 진실하게 회개하며, 성령의 내주하심을 사모하고, 정한 마음으로 날마다 새롭게 되는 은혜를 풍성히 누리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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