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에 뿌리를
시편 52편
세상에는 선한 사람도 있고 악한 사람도 존재합니다. 악한 사람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도구로 삼고 다른 이들을 희생시키는 부류를 가리킵니다. 반면 자기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복되게 하고 유익하게 만드는 이들을 우리는 악하다 칭하지 않습니다.
오늘 시편 본문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생명을 희생시키고 죽음으로 내몬 악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 시편의 표제는 사무엘상 21장과 22장의 비극적 사건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에돔 사람 도엑이 사울에게 찾아가 다윗이 아히멜렉의 집에 들렀다고 고발하던 그 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에돔 사람 도엑의 악행
다윗은 사울 군대의 장군으로서 백성들의 환호를 받으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질투에 사로잡힌 사울이 다윗을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미자, 다윗은 더 이상 그와 함께할 수 없었습니다. 급박하게 몸을 피하느라 먹을 양식도 챙기지 못했고 무기 한 자루조차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갈 곳을 잃은 다윗은 소수의 군사들과 함께 놉의 제사장 아히멜렉을 찾아갔습니다. 먹을 것을 청하자 아히멜렉은 제사장들만 먹을 수 있는 진설병을 내어주었습니다. 허기를 면한 다윗 일행은 그곳에 보관되어 있던 골리앗의 칼까지 얻어 길을 떠났습니다.
문제는 그 자리에 에돔 사람 도엑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도엑은 사울의 양 떼를 돌보던 목자장으로, 사울의 재산을 관리하는 청지기였습니다. 그는 다윗이 그곳에서 칼을 얻고 양식을 공급받은 사실을 사울에게 낱낱이 고해 바쳤습니다.
격노한 사울은 즉시 아히멜렉과 제사장들을 소환했습니다. 분노가 극에 달한 사울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그들을 처형하라고 명령했습니다. 하지만 부하들마저 하나님의 제사장에게 손을 대는 것을 두려워하며 망설였습니다. 그러자 사울은 도엑에게 지시했습니다. 도엑은 사울의 명령을 받들어 아히멜렉 제사장을 비롯하여 그 자리에 있던 제사장 85명을 모두 학살했습니다.
한순간에 도엑의 칼 아래 아히멜렉과 제사장 85명이 비참하게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때 간신히 목숨을 건져 다윗에게 피신한 사람이 제사장 아히멜렉의 아들 아비아달이었습니다. 참혹한 살육의 소식을 전해 들은 다윗이 통곡하며 하나님께 올린 시가 바로 오늘의 이 시편입니다.
"네 혀가 심한 악을 꾀하여 날카로운 삭도 같이 간사를 행하는도다 네가 선보다 악을 사랑하며 의를 말함보다 거짓을 사랑하는도다 간사한 혀여 너는 남을 해치는 모든 말을 좋아하는도다" (시 52:2-4)
다윗은 혀의 문제를 예리하게 꿰뚫습니다. 에돔 사람 도엑을 향한 준엄한 심판의 언어입니다. 도엑은 어찌하여 이런 악행을 저질렀을까요? 그는 사울을 절대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왕인 사울의 재산을 관리하던 도엑은 왕에게 환심을 사서 더 많은 재산을 맡고 더 큰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혀를 함부로 놀렸습니다.
그가 악의 편에 선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85명의 제사장들이 한순간에 생명을 잃었습니다. 사울의 부하들마저 제사장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주저하고 거부했건만, 도엑은 스스로 나서서 칼을 휘둘렀습니다. 수많은 무고한 생명이 그의 탐욕 앞에 희생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심판 선포
"그런즉 하나님이 영원히 너를 멸하심이여 너를 붙잡아 네 장막에서 뽑아 내며 살아 있는 땅에서 네 뿌리를 빼시리로다" (시 52:5)
다윗은 하나님께서 도엑을 멸하실 것이라고 엄숙히 선언합니다. 하나님께서 그를 뽑아내시고 그의 뿌리를 빼시리라는 선포입니다. 이는 참으로 역설적이고 아이러니한 심판의 메시지입니다.
왜냐하면 에돔 사람 도엑이 그토록 끔찍한 악행을 저지른 이유가 바로 이 땅에 뿌리 깊이 박아 오래도록 번영을 누리기 위함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땅에 더욱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사울의 왕국에 더욱 오랫동안 자리 잡아 그곳에서 더 큰 부귀영화를 향유하고자 했습니다. 자손 대대로 풍요를 누리기를 염원했기에 이런 악행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보시는 관점은 전혀 달랐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오히려 그의 뿌리를 뽑아내시리라 말씀하십니다. 에돔 사람 도엑이 간과한 중대한 진리가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사울의 왕국과 비교할 수 없이 영원하고 견고하며 결코 흔들리지 않는 나라라는 사실입니다.
에돔 사람 도엑은 사울의 왕국에 뿌리내리려 했지만, 정작 하나님의 나라에는 뿌리 내리지 못하는 비극적 역설을 초래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 말씀을 통해 깊이 성찰해야 할 본질적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실존적 물음입니다.
"이 사람은 하나님을 자기 힘으로 삼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 재물의 풍부함을 의지하며 자기의 악으로 스스로 든든하게 하던 자라 하리로다" (시 52:7)
하나님의 백성들은 마땅히 하나님의 왕국에 뿌리 내리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세상의 왕국이 우리를 향해 뿌리를 내리라며 유혹합니다. 그러나 진실로 어리석은 사람들은 사울의 왕국과 같은 썩어 사라질 나라, 실체 없는 허상의 나라, 한순간의 잠 사이에 그 권력과 부귀영화가 흔적도 없이 소멸할 나라에 뿌리를 내립니다. 그런 자들이야말로 미련하고 통탄할 만큼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오늘 우리는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까? 썩어 없어질 것, 눈앞에 찬란하게 빛나다가 내일이면 사라질 것에 생명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영원한 하나님 나라, 우리가 이 땅을 살면서도 누리고 이 땅을 떠나서도 영원히 거할 그 천국, 하나님의 말씀에 우리가 뿌리를 두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마음의 평안과 기쁨과 감사가 샘물처럼 넘쳐흐를 것입니다.
도엑은 하나님을 자기 힘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자기 재물의 풍부함을 의지하던 자였습니다. 그는 이미 왕의 재산을 관리하는 청지기였습니다. 이미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악이라는 것은 본래 관성을 지닙니다. 물질을 소유하면 더 많은 물질을 갈망하게 됩니다. 권력을 쥐면 더 크고 강력한 권력을 추구하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악의 무서운 본질입니다.
사울의 왕국에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었으되 더욱 깊이 뿌리 박고 싶었고, 더 많은 권력과 부귀영화를 향유하고 싶었던 에돔 사람 도엑이 저지른 일은 참혹한 피의 살육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진실로 하나님 말씀에 뿌리 내리는 믿음의 백성들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 나라에 뿌리박은 삶
반면, 이 사건의 충격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다윗은 자신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를 깊이 묵상한 끝에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의 집에 있는 푸른 감람나무 같음이여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영원히 의지하리로다" (시 52:8)
다윗은 지금 사울에게 쫓겨다니는 처지가 아닙니까? 그야말로 뿌리 없이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으로 떠도는 도망자의 신세입니다. 어디에서 오늘 하루 평안히 두 다리를 뻗고 쉬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늘 밤 어느 곳에서 잠을 청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는 막막한 처지입니다. 이 도망자의 삶이 언제 끝날지도 기약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다윗은 고백합니다. 나는 하나님의 집에 있는 푸른 감람나무 같다고 담대히 선언합니다. 비록 지금은 이리저리 피하며 떠도는 도망자의 신분이지만, 그러나 자신의 영혼만큼은 하나님의 집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영혼이라고 확신에 찬 고백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이러한 고백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록 부귀영화와 권세에 뿌리 두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의 집에 뿌리박고 있는 푸른 감람나무 같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되어야 합니다.
감람나무는 올리브 나무를 가리킵니다. 감람나무 기름은 우리가 잘 아는 올리브 기름입니다. 왕이나 제사장이나 선지자를 세울 때 기름 부어 구별하는 그 거룩한 기름입니다. 다윗의 고백은 이러합니다. 나는 하나님의 집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푸른 감람나무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영화롭게 하고 유익하게 하며 행복하게 하는 그런 존재가 되겠다는 위대한 헌신의 결단입니다.
사람의 본질은 고난 받을 때 여실히 드러나는 법입니다. 우리가 어려움을 겪을 때, 억울하고 속상한 일을 당할 때, 누군가가 우리를 뿌리째 뒤흔드는 시련을 겪을 때, 바로 그때 진정한 우리의 정체성과 우리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됩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뿌리째 흔든다 해도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집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푸른 감람나무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도 그런 고귀한 나무로서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푸른 감람나무 같은 귀한 나무로 기쁘고 복되게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귀중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의 뿌리를 하나님 나라에 두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에돔 사람 도엑은 사울의 왕국에 뿌리 내리려 했지만 하나님께서 그의 뿌리를 뽑아버리셨습니다. 세상의 권력과 부귀영화는 썩어 소멸할 것들입니다. 눈앞에 찬란히 빛나다가 내일이면 사라질 것에 생명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영원한 하나님 나라, 하나님의 말씀에 뿌리를 두고 살아야 합니다.
둘째는 혀를 조심하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도엑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혀를 함부로 놀렸으며, 하나님을 자기 힘으로 삼지 않고 자기 재물의 풍부함을 의지했습니다. 그의 악한 혀는 날카로운 삭도와 같아서 85명의 제사장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우리는 재물이나 권력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며, 혀를 선하게 사용하여 다른 이들을 살리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셋째는 하나님의 집에 뿌리박은 푸른 감람나무 같은 삶을 살아야 합니다. 다윗은 도망자의 신세였지만 자신의 영혼이 하나님의 집에 뿌리박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비록 세상에서 시련을 겪는다 해도 우리의 영혼이 하나님의 집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면 흔들리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고 기쁘게 하는 푸른 감람나무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사울의 왕국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에 뿌리 두고, 다윗처럼 하나님의 집에 있는 푸른 감람나무 같은 인생을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부귀영화나 권세나 세상 권력이 없어도 하나님의 집에 뿌리 두고 있는 흔들리지 않는 푸른 감람나무 같은 인생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