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55편

성경
시편2권

짐을 맡기는 삶

시편 55편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신뢰했던 이에게 배신당하는 고통을 이처럼 생생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실제로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겠습니까? 그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발을 영영 못 쓸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믿었던 이에게 배신당하고 배반당하는 아픔이 크고 깊다는 의미입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관계 가운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길고 긴 인생 여정을 걸으며 우리는 다양한 관계를 맺게 되고, 수많은 인연이 얽히고 설키는 관계망 속에 존재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진심으로 믿었던 이에게 예기치 못한 상처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진정한 문제는 그러한 배신을 경험한 후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더 이상 사람을 신뢰할 수 없다며 대인 기피의 늪에 빠지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당한 만큼 반드시 갚아주겠다며 복수의 길을 모색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반응 모두 건강한 해결책이 아니며, 결국 자신의 영혼을 파괴하는 파멸의 길일 뿐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살펴볼 시편을 기록한 다윗 역시 이와 동일한 아픔을 경험했습니다. 그가 선택한 길이 무엇이었는지, 오늘 시편 말씀 속에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친구의 배신

"내게 굽히사 응답하소서 내가 근심으로 편하지 못하여 탄식하오니 이는 원수의 소리와 악인의 압제 때문이라 그들이 죄악을 내게 더하며 노하여 나를 핍박하나이다" (시 55:2-3)

다윗의 영혼이 평안을 잃은 상황임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원수의 소리와 악인의 압제로 인해 그는 지금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으며,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 고통이 얼마나 깊고 견디기 힘들었던지, 그는 자신의 가장 솔직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합니다.

"나는 말하기를 만일 내게 비둘기 같이 날개가 있다면 날아가서 편히 쉬리로다 내가 멀리 날아가서 광야에 머무르리로다" (시 55:6-7)

도피하고 싶다는 절규입니다. 비둘기처럼 날개가 있다면 아득히 먼 광야로 날아가 머물며 쉬고 싶다고 고백합니다. 즉, 사람의 그림자조차 없는 곳에서,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는 이가 없는 곳에서, 더 이상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고 그 신뢰로 인해 배신당하는 참담한 고통이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깊이 신뢰했던 이에게 배반당하면 누구나 이러한 마음이 들지 않겠습니까?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진절머리 날 만큼, 사람이라는 말소리조차 듣기 싫을 만큼, 다윗은 멀리 떠나 홀로 지내고 싶다고 절규했습니다.

이처럼 도피를 갈망하다가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 깊은 곳에서 그들을 향한 분노가 거세게 일어납니다.

"내가 성내에서 강포와 분쟁을 보았사오니 주여 그들을 멸하소서 그들의 혀를 잘라 버리소서" (시 55:9)

상당히 과격한 표현입니다. "그들의 혀를 잘라 버리소서"라는 이 절규를 통해, 다윗이 겪은 고통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바로 그들의 혀, 즉 말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는 것 아닙니까? 무책임하게 놀아난 혀로 인해, 거짓과 중상모략으로 점철된 말들로 인해 다윗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극심한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다윗은 하나님 앞에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토로합니다.

"나를 책망하는 자가 원수가 아니라 원수일진대 내가 참았으리라 나를 대하여 자기를 높이는 자가 나를 미워하는 자가 아니라 미워하는 자일진대 내가 그를 피하여 숨었으리라" (시 55:12)

도대체 누구에게 이토록 참혹한 고통을 당한 것입니까? 다윗이 말하는 이 원수는 과연 누구입니까? 다윗은 의미심장한 표현을 사용합니다. "원수가 아니라 원수일진대", "미워하는 자가 아니라 미워하는 자일진대"라고 말합니다. 이는 원래는 원수가 아니었으나 이제는 원수가 되어버렸고, 원래는 나를 미워하지 않던 이였으나 이제는 미워하는 자가 되어버렸다는 뜻입니다.

더욱 구체적으로 그는 이들의 정체를 분명하게 밝힙니다.

"그는 곧 너로다 나의 동료, 나의 친구요 나의 가까운 친우로다 우리가 같이 재미있게 의논하며 무리와 함께 하여 하나님의 집 안에서 다녔도다" (시 55:13-14)

친구였습니다. 그것도 지극히 가까운 친구, 함께 깊은 우정을 나누며 모든 삶의 문제를 의논하던 벗, 근심과 걱정도 함께 나누고 기쁨과 즐거움도 함께했던 동반자였습니다. 특별히 "하나님의 집 안에서 다녔도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님을 함께 예배하며 신앙을 나누던 믿음의 동역자였습니다. 바로 그가 그 혀로 다윗을 나락으로 몰아넣고 참담한 고통에 빠뜨린 것입니다.

환경과 관계

사실 다윗에게는 사울 한 사람만이 원수였던 것이 아닙니다. 사울은 이스라엘의 절대 권력을 쥐고 있던 왕이었습니다. 다윗은 사울의 사위이자 동시에 그의 군대를 이끄는 장관이었습니다. 왕궁에 머물던 시절, 사울과의 관계가 원만했을 때, 다윗 주변에는 함께 교제하며 지내던 수많은 친구들과 동료들, 선배들과 후배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울과 다윗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사울이 다윗의 생명을 노리기 시작하면서, 한때 다윗과 깊은 우정을 나누던 이들, 그와 함께 하나님을 예배하고 신앙의 교제를 나누던 이들이 일제히 등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들도 생존을 위해 나름의 이유와 변명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혀를 통해, 그들의 배신을 통해 다윗은 끊임없이 깊은 상처와 고통을 받아야 했습니다.

사울 한 사람만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사울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때 다윗과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동료들이 한꺼번에 등을 돌려 사울의 편에 서서 그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 이것이 다윗에게는 견디기 힘든 극심한 고통이었습니다.

인간사의 모든 일이 환경과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 아닙니까? 권력이 있거나 재물이 풍족하거나 내가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을 때는 주변에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나와 함께하기를 원하는 이들, 함께 거닐며 식사를 나누고 웃음과 즐거움을 함께하려는 이들로 가득합니다. 그러나 환경이 급변하고 상황이 역전되면, 내가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그때까지 곁을 지켜주는 이들은 극히 드뭅니다.

심지어 가족마저도 예외가 아닙니다. 욥의 고난을 통해 우리는 이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지 않습니까? 멀리서 찾아온 친구들조차 욥을 정죄했고, 평생을 함께한 아내마저 하나님을 저주하고 죽으라며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환경에 따라 관계가 변하는 것, 이것은 우리 모두가 인생의 여정에서 수없이 목도하는 씁쓸한 현실입니다.

그때의 슬픔과 고통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나라는 존재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는데, 나의 본질은 여전히 같은데, 단지 외적 환경만 달라졌을 뿐인데, 재물의 유무, 건강의 유무, 권력의 유무에 따라 사람들이 이토록 냉혹하게 등을 돌리고 떠나가는 모습을 대할 때, 이제는 그 아픔을 하소연할 곳조차 없어 보입니다. 다윗이 바로 이러한 배신의 아픔을 경험하며 하나님 앞에 간절히 부르짖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맡김

다윗의 마음속에는 온갖 생각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혼란과 고통을 하나님 앞에 가지고 나옵니다.

"나는 하나님께 부르짖으리니 여호와께서 나를 구원하시리로다" (시 55:16)

하나님께 이 모든 문제를 가지고 부르짖겠다고 결단합니다. 사람은 원래 그러한 연약한 존재이니 더 이상 헛된 기대를 품지 않겠습니다. 그들을 향한 분노로 나의 영혼과 인격을 파괴하지 않겠습니다. 혼자 아득한 사막 한구석으로 도피하여 대인 관계를 두려워하며 인생을 낭비하지 않겠습니다. 오직 하나님께 원수 갚는 문제와 이 모든 억울함을 가지고 나아가겠습니다. 이것이 다윗의 신앙 고백입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 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 (시 55:22)

이 시를 읽는 모든 이들에게 다윗은 동일한 권면을 전합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고 말입니다. 다윗의 짐이 무엇이었습니까? 원수를 갚고 싶은 마음의 무거운 짐이 아니었습니까? 사람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참담한 고통의 짐이 아니었습니까?

오늘 우리 가운데에도 혹시 갚고 싶은 원수가 있다면, 사람으로 인한 고통과 상처로 짓눌려 있다면, 자신의 힘과 방법과 분노로 해결하려 하지 마십시오. 오직 하나님께 맡기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정확하게 분별하시고 공의롭게 판단하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결코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전능하신 분이시며 모든 것을 아시고 모든 것을 살피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자녀들을 억울한 가운데 방치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모든 것을 의탁하는 하나님의 백성, 참된 믿음의 백성으로서 오늘 하루도 가볍고 평안한 마음으로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전하는 소중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인간관계의 본질적 한계를 겸손히 수용해야 합니다. 모든 인간관계 속에 영원불변한 관계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우리의 본질적 가치를 보기보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상황을 보고 가까이 모여듭니다. 재물이 풍족할 때, 건강이 충만할 때, 권력과 영향력이 있을 때는 주변에 사람들이 넘쳐나지만, 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면 사람들도 함께 떠나가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것이 연약한 인간의 한계이며, 우리가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할 삶의 진실입니다.

둘째는 고통의 짐을 온전히 하나님께 의탁해야 합니다. 다윗이 극심한 배신의 고통을 경험하며 하나님 앞에 절규합니다. "나는 하나님께 부르짖겠습니다. 내 짐을 여호와께 맡기겠습니다." 우리 역시 살아가면서 사람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습니다. 사람 때문에 낙심하고 절망에 빠집니다. 사람으로 인해 우리 영혼 깊은 곳에 번민과 고통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 아픔으로 인해 소중한 인생을 허비해서는 안 됩니다. 정확하고 공의로우시며 전능하신 하나님께 이 모든 문제를 온전히 맡겨야 합니다.

셋째는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들을 억울함 가운데 방치하지 않으시고, 낙심과 절망 속에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모든 것을 해결하시고 우리를 변호하여 주십니다. 사람으로 인한 상처와 고통이 있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지혜로운 길은 그 모든 것을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고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사는 것입니다.

다윗의 신앙 고백이 오늘 우리의 고백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며, 우리의 모든 짐을 하나님께 맡기고, 가볍고 평안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충만하게 살아가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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