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만 의지하다
시편 56편
중고생들에게 어느 과목이 가장 어렵냐고 물으면 대부분 수학이라고 답합니다. 실제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이 과목이 난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수학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남들이 힘들어하는 수학을 왜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수학은 정답이 명확하게 나오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다른 과목은 정답이 모호하게 느껴지지만, 수학은 계산만 정확하게 하면 정답이 확실하게 도출됩니다. 생각해보면 매우 합리적인 이유입니다. 과정이 정확하고 계산이 바르면 정답이 분명하게 떨어지는 과목이 바로 수학입니다. 그런데 인생은 어떠합니까? 그토록 어려운 수학조차 과정만 바르면 정답이 나오는데, 인생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동기가 선하고 과정이 정직해도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바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바른 생각과 바른 마음과 바른 가치관을 지니고 살아가도 결론이 언제나 바른 것만은 아닙니다.
그래서 인생은 그 어떤 과목보다도 훨씬 더욱 어렵습니다. 우리가 계획한 대로, 생각한 대로, 바라는 대로 인생의 정답이 나온다면 얼마나 살 만하겠습니까? 얼마나 편안하겠습니까?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우리 인생이기에, 우리는 하나님 앞에 엎드립니다. 오늘 본문 이 시편을 기록한 다윗도 자신의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 문제를 하나님 앞에 가지고 나옵니다.
절박한 위기
이 시편의 표제어에는 다윗이 가드에서 블레셋인에게 사로잡혔을 때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윗이 가드 왕 아기스에게 망명 신청을 했다가 거의 죽을 뻔한 후에 겨우 도망쳐 나와서 지은 시가 바로 이 시편입니다. 다윗이 사울에게 쫓기던 초창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사울 왕으로 인해 언제 잡혀 죽을지 모르는 신세가 되어 매일같이 도피하던 다윗이 오늘도 내일도 간신히 생명을 부지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마음속에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언제까지 이러한 생활을 지속할 수 있을까? 언제까지 이러한 도피 생활이 가능하기나 할까? 언젠가는 사울에게 붙잡힐 것이고, 붙잡히면 곧바로 죽은 목숨인데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절박함이 그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던 중 그에게 묘안이 떠올랐습니다. 바로 블레셋 지방인 가드 왕 아기스에게로 도망가는 것이었습니다. 아기스에게 가서 망명 신청을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가 생각해낸 탁월한 계획이었습니다. 물론 위험 부담도 적지 않았습니다. 가드가 어떤 곳입니까? 다윗이 죽인 골리앗의 고향 아닙니까? 그래서 가드 사람들은 다윗에게 이를 갈고 있었습니다. 다윗을 만나기만 하면 어떻게든 해버리겠다는 원한과 복수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하면, 다윗도 가드 왕 아기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가 상당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미 다윗은 거물급 인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사울 왕의 사위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는 이스라엘의 군대 장관 출신입니다. 바로 엊그제까지 이스라엘의 전군을 통수하던 장관이었습니다. 그래서 고급 군사 정보를 다수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군사력에 관한 해박한 지식도 갖추고 있고, 이스라엘의 약점도 그는 누구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기스와 협상만 잘 이루어진다면 그가 지닌 고급 정보를 가드 왕 아기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이 점에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선 사울에게서 몸을 피하고, 가드 왕 아기스에게 호의를 얻고, 자신이 보유한 정보를 제공하며, 그 역시 숨통을 트이게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그를 움직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이러한 구상을 가지고 아기스에게로 망명 신청을 합니다. 하지만 상황은 그의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계획은 얼마나 치밀했습니까? 구상은 얼마나 완벽했습니까? 그런데 아기스의 신하들이 다윗을 의심했습니다. 아기스 역시 다윗의 진정성을 의심했습니다. 그래서 분위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습니다. 거기서 생명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했습니다.
그는 간신히 미친 척하면서 침을 흘리고 자기 수염을 끄적거리며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면서 겨우 그곳을 빠져나왔습니다. 그곳을 탈출한 후에 수치스럽고 민망하기도 하고, 또한 하나님 앞에 죄스럽기도 한 마음을 가다듬고 이 시편을 하나님께 지어 올립니다.
참된 의지처
"내가 두려워하는 날에는 내가 주를 의지하리이다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그 말씀을 찬송하올지라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은즉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니 혈육을 가진 사람이 내게 어찌하리이까" (시 56:3-4)
내가 두려워하는 날에는 하나님을 의지하겠다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이 고백은 다윗이 체험한 실존적인 고백입니다. 다윗이 두려워하는 날에 사실 무엇을 의지하고 누구를 의지했습니까? 그가 사울에게 쫓기다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마음속에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때 그는 우선 자신의 지위와 경험을 의지했습니다. 사울의 군대 장관이라는 지위, 이스라엘의 모든 군사력을 장악하고 있었다는 경험, 이것을 믿고 아기스에게로 향한 것 아닙니까?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경험을 의지하는 다윗을 철저하게 무너뜨리셨습니다. 그가 두려워하는 날에 그는 기대고 의지해서는 안 될 이방의 왕을 의지했습니다. 아기스가 나를 받아줄 것이라고, 내가 보유한 이 정보라면 나 정도의 가치라면 아기스가 나를 용납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것 역시 철저하게 무너뜨리셨습니다.
우리는 두려워하는 날에 누구를 의지하고 무엇을 의지합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오면서 쌓아온 지식과 경험과 능력을 의지한다면, 그것도 하나님 앞에서는 모래성과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형성해온 사람들과의 관계를 의지한다면, 그것 역시 하나님께서는 철저하게 무너뜨리실 것입니다.
참으로 두려움이 찾아오면 우리가 가장 먼저 기대하고 소망하고 의지해야 할 분은 하나님 한 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진리를 알면서도 쉽게 실천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눈에 보이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당장 내 눈앞에 하나님께서 계시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사람을 의지하고 나의 배경을 붙잡습니다.
그러나 다윗의 고백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다윗 역시 자신의 경험과 눈에 보이는 사람을 의지했다가 모두 실패하고 무너지고 간신히 살아남아 다시 하나님 앞에 나와서 이 시를 지어 올리지 않습니까?
"나의 유리함을 주께서 계수하셨사오니 나의 눈물을 주의 병에 담으소서 이것이 주의 책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나이까" (시 56:8)
나의 유리함을 주께서 계수하셨다는 것은 내가 떠돌아다니며 유리 방황하는 것을 주님께서 낱낱이 알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나의 눈물을 하나님의 병에 담아달라는 것은 내가 흘리는 이 눈물의 고통을 하나님께서 모두 기억해달라는 간절한 표현입니다. 다윗은 깊이 회개하며 하나님 앞에 이 시를 지어 올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유리 방황하고 사울을 피해 다니는 것도 모두 알고 계실 것이다, 내가 그로 인해 억울한 눈물을 흘리는 것도 하나님께서 당신의 눈물병에 모두 담아주실 것이다, 그러니 이제 나는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겠다는 표현입니다.
기도의 능력
"내가 아뢰는 날에 내 원수들이 물러가리니 이것으로 하나님이 내 편이심을 내가 아나이다" (시 56:9)
지금까지 다윗은 가드 왕 아기스에게로 갈 때까지 하나님께 아뢰지 않았습니다. 가드 왕 아기스에게로 향할 때 그는 깊은 사색에 잠겼습니다. 치밀한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아기스가 나를 받아줄까? 그가 나를 받아주지 않을 듯하면 나는 어떤 협상 카드를 제시할까? 자기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구상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계획과 구상은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이 설계한 대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내가 기도하는 것, 아뢰는 것을 하나님께서 받아주시는구나. 우리는 걱정이 엄습하면, 인생에 문제가 발생하면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고민이 깊어집니다. 하지만 수많은 생각과 깊은 고민이 이 문제에서 우리를 구원하지 못합니다. 우리를 건져내고 구원하는 힘은 오직 하나님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아뢰어야 합니다. 생각과 고민보다 기도가 앞서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 간절히 간구하고 기도하면 그 간구와 기도는 우리 인생 문제를 풀어주고 해결하는 열쇠가 됩니다.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여 그의 말씀을 찬송하며 여호와를 의지하여 그의 말씀을 찬송하리이다 내가 하나님을 의지하였은즉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니 사람이 내게 어찌하리이까" (시 56:10-11)
하나님을 의지하여, 여호와를 의지하여, 하나님을 의지하여라는 말씀이 반복됩니다. 이제 다윗의 단호한 결단입니다. 저는 경험을 의지하지 않겠습니다.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겠습니다. 사람을 붙잡지 않겠습니다.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겠습니다. 이것이 그의 고백이요 결단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두려움의 날에 하나님만 의지합니다. 우리 인생에 갖가지 위기들이 엄습합니다. 인생의 험산준령과 깊은 골짜기가 우리 앞에 가로놓여 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생각이 복잡해지고 고민이 깊어집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내 경험과 내 지혜를 의지하고 눈에 보이는 사람을 붙잡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얼마나 허무한 것임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으며 오늘 다윗의 고백을 통해서도 깨닫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오직 하나님 아버지께만 의지해야 합니다.
둘째는 생각보다 기도가 먼저입니다. 다윗의 고백처럼 내가 아뢰는 날에 원수들이 물러갈 것입니다. 수많은 생각과 깊은 고민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아뢰는 기도가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 우리가 당한 고통과 고난과 어려움들을 주의 말씀으로 결국은 극복하고 이겨내야 합니다.
셋째는 하나님의 말씀을 찬송합니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여호와를 신뢰하는 것은 그분의 말씀을 찬송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영원하고 변함이 없습니다. 모든 것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영원한 하나님의 말씀을 굳게 붙잡고 찬송하는 믿음의 백성이 되어야 합니다.
부디 우리의 기대와 소망과 의지가 하나님이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 이 자리에 주님을 의지하여 기도하기 위해 나온 주의 백성들이 있습니다. 눈물로 아뢰는 주의 자녀들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들어주시고 응답하여 주실 것을 믿습니다. 주님의 능력과 사랑과 자비로 우리의 기도에 함께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