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60편

성경
시편2권

위기의 순간

시편 60편

자동차를 구입하면 매뉴얼이 함께 제공됩니다. 하지만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어보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매뉴얼을 통해 새로운 기능을 익힐 수는 있지만, 실제 도로 위에서의 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도로 위에서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펼쳐집니다. 예기치 않은 돌발 변수가 생기기도 하고, 아무리 안전하게 운전하더라도 무리한 끼어들기를 시도하는 차량을 만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순간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는 지혜는 그 어떤 매뉴얼에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공무원 사회에는 수많은 업무 매뉴얼이 존재합니다. 대민 업무 처리 방식, 서류 작성 절차 등 세세한 지침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오직 매뉴얼에만 의지하여 일하는 공무원을 만나면 일이 답답하게 흘러갑니다. 현장의 상황에 따라, 민원이 복잡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때는 융통성 있게 신속히 처리해주는 것 또한 중요한 지혜입니다. 매뉴얼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손을 놓고 있다면, 그 앞에 선 민원인들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우리의 삶에도 나름의 방정식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이렇게 대응해야 하고, 지금껏 쌓아온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정도 어려움은 이렇게 견디면 된다는 식의 삶의 매뉴얼 말입니다. 하지만 인생은 우리가 세워놓은 계획대로, 익숙한 매뉴얼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돌발 상황이 일어나고 예측하지 못한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겠습니까?

전쟁의 위기

오늘 우리가 살펴보는 시편은 다윗의 고백입니다. 다윗은 전장에서 패배를 알지 못했던, 거의 전설적인 전쟁 영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찬란한 결과 이면에,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 또한 깊은 어려움을 겪었고 위기의 순간들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자신의 경륜으로 판단하건대 충분히 승리할 수 있으리라 여겼던 전투들에서조차,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들을 마주했습니다. 오늘 본문은 바로 그러한 위기의 순간에 다윗이 어떻게 난관을 극복하고 승리에 이르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주께서 땅을 진동시키사 갈라지게 하셨사오니 그 틈을 기우소서 땅이 흔들림이니이다" (시 60:2)

땅이 진동하고 흔들린다는 표현은 존재의 근간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장에 나가 땅이 흔들린다는 고백은, 치밀하게 계획했던 모든 것이 무너지고 감당할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절박한 상황을 가리킵니다. 그들이 이끌고 간 정예 병력도 있었고, 오랜 경험으로 다듬어진 전략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무엇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휘관이 느끼는 감정은 형언할 수 없는 혼돈입니다. 마치 발 �딜 땅조차 흔들리는 듯한 무력감입니다. 그 어떤 것도 통하지 않고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때, 그때는 참으로 깊은 당혹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주께서 주의 백성에게 어려움을 보이시고 비틀거리게 하는 포도주를 우리에게 마시게 하셨나이다" (시 60:3)

포도주에 취해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모습처럼, 지금 전장에 나선 다윗의 군대가 바로 이러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다윗의 군대는 백전불패의 전설을 써 내려가던 정예부대였습니다. 어느 전장으로 향하든, 어떠한 적군과 맞닥뜨리든 번번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승전보 이면의 과정은 이러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늘 승리했으나, 그 여정 속에서는 실로 많은 시련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대지가 갈라지며 흔들리는 듯한 위기도 겪었고, 진노의 포도주를 마시고 비틀거리는 것 같은 절망의 순간도 통과해야 했습니다.

근본으로 돌아감

이러한 위기의 순간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겠습니까? 우리 삶에 이와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이 찾아올 때, 우리는 무엇을 붙들어야 하겠습니까? 다윗에게는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많은 자산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모압과의 전투를 앞두고 있다면, 그들의 약점과 전술을 다윗은 이미 꿰뚫고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거느린 병력의 규모도 파악하고 있었고, 그들이 보유한 무기의 성능과 위력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을 종합해 볼 때 충분히 승리할 수 있으리라 계산했을 터인데, 현실은 전혀 다르게 전개됩니다. 바로 이 순간, 그토록 신뢰했던 매뉴얼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립니다.

"주를 경외하는 자에게 깃발을 주시고 진리를 위하여 달게 하셨나이다" (시 60:4)

주를 경외하는 자에게 깃발을 주셨다는 고백, 진리를 위하여 깃발을 높이 들게 하셨다는 이 선언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이는 지금 치르고 있는 이 전투가 과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전쟁인지를, 다윗이 근본부터 다시 묵상하고 성찰했음을 보여줍니다. 주의 깃발을 높이 들 수 있다면, 만약 이 전쟁이 참으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거룩한 싸움이라면, 그 깃발을 앞세우고 담대히 나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주의 진리를 위하여 이 깃발을 들고 전진할 것이라고, 그는 전쟁의 본질적 의미를 다시금 깊이 묵상합니다.

그러나 만약 이 전쟁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왕의 고집으로, 개인의 욕심으로, 사사로운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어떻겠습니까? 그렇다면 패배하더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다윗은 전운이 감도는 격전 속에서, 전세가 불리하게 돌아가고 대지가 진동하며 진노의 포도주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이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 그는 본질적인 물음으로 돌아갔습니다.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는 의미입니다.

오늘 우리 역시 이러한 영적 민감성을 가져야 합니다. 사실 삶의 여정에서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시련을 마주할 때, 바로 그때가 근본으로 돌아가 자신을 깊이 성찰해야 할 시간입니다. 혹시 나의 욕심이 이 일의 출발점은 아니었는가? 하나님 앞에 기도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기도 없이 내 욕망을 좇아 시작한 일은 아니었는가? 만약 그렇다면 즉각 회개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용서를 구하고, 그분의 은혜와 자비 안에서 다시 겸손히 엎드려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참으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임이 분명하다면, 담대한 확신을 가져도 좋습니다. 지금 겪는 어려움은 일시적인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잠깐 동안의 시련일 뿐이며, 이 고난을 잘 견디고 이겨내면 하나님께서 마침내는 승리하게 하시고 이기게 하실 것입니다. 다윗은 이 진리를 명확하게 붙들고 전진했습니다.

확신과 용기

"주께서 사랑하시는 자를 건지시기 위하여 주의 오른손으로 구원하시고 응답하소서" (시 60:5)

그가 내면 깊숙이 돌아보며 이 전쟁의 근본 동기를 살펴보았을 때, 자신의 욕심이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윗은 흔들림 없는 확신에 이르렀습니다. 주께서 사랑하시는 자를 반드시 건져주실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비록 지금 우리 군대가 이처럼 극심한 위기와 곤경을 헤쳐 나가고 있지만, 이 일이 사사로운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에, 주께서 당신이 사랑하시는 자를 분명히 도우시고 승리하게 하시며 끝까지 책임지실 것이라는 확고한 신뢰에 도달했습니다. 이러한 확신만 있다면 감당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믿음의 사람들에게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더욱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늘 혼란스러워합니다. 이 일이 나로부터 시작된 것인지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된 것인지, 이 분별이 명확하지 않기에 확신을 갖지 못합니다. 바로 이 때문에 기도가 그토록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기도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깊이 성찰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기도를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 없이, 단지 하나님께 자신의 욕구와 소원을 아뢰는 것으로만 여깁니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기도가 아닙니다. 참으로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기도는 하나님 앞에서 나의 내면을 살피는 것입니다. 내 마음 깊은 곳을 살피고, 지금 우리가 행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과연 하나님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과도한 욕심에서 출발한 것인지를 거듭거듭 성찰해야 합니다.

이러한 성찰은 매일 반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이 새벽 시간에 우리는 늘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단순히 살피는 것에 그치지 말고 주신 말씀을 굳게 붙들고 살펴야 합니다. 그 말씀이라는 거울에 나의 내면을 비추어 보아, 조금의 흠도 없고 하나님께서 함께하심이 분명하다면, 바로 그때 우리는 영적인 담대함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 담대함을 가지고 다시금 전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다윗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 영적 전쟁터로 나가 악한 세력과 맞서 싸워 이겨야 합니다. 다시 한번 믿음의 길로 힘차게 전진하고, 삶의 현장으로 담대히 나아갈 때, 우리는 얼마든지 마주한 어려움과 위기를 이겨내고 승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용감하게 행하리니 그는 우리의 대적을 밟으실 자이심이로다" (시 60:12)

하나님을 의지하여 용감하게 행할 수 있는 그 비결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었습니까? 근본으로 돌아가 자신을 살피고, 이 어려움이 내 죄 때문이 아님을 확인한 후에, 그는 하나님을 더욱 굳건히 의지하며 담대하게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론

오늘 말씀은 우리에게 세 가지 중요한 교훈을 남겨줍니다.

첫째는 위기의 순간에 근본으로 돌아가 자신을 성찰해야 합니다. 다윗은 전투에서 위기를 맞았을 때, 대지가 흔들리고 진노의 포도주에 취해 비틀거리는 듯한 절박한 순간에, 주를 경외하는 자에게 하나님께서 깃발을 주실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는 이 전쟁이 참으로 하나님으로부터 말미암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인지 근본을 돌아보았습니다. 우리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 하나님 앞에서 우리 자신을 다시금 깊이 돌아보아야 합니다. 이 일이 나의 욕심과 욕망, 내 죄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즉시 하나님 앞에 엎드려 회개해야 합니다.

둘째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담대히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참으로 기뻐하시고 주께서 원하시는 일임이 분명하다면, 그 어떤 위기와 고난이 앞을 가로막더라도 다시금 용기를 내어 그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엎드려 기도하고 다시 한번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다윗이 하나님을 의지하여 용감하게 행하겠다고 고백했던 것처럼, 우리도 이 고백을 입술로 담아내고 삶의 현장에서 실천해야 합니다.

셋째는 매일의 기도 가운데 내면을 살피며 하나님과 동행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 새벽 시간에 간절한 기도 제목을 가슴에 품고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우리 입술로 고백하는 그 기도 제목이 진정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온 것이 되게 해야 합니다. 내 내면을 말씀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깊이 성찰하며, 하나님 앞에서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주께서 우리의 내면을 친히 살피시고, 우리와 함께 동행하시는 복된 하루를 허락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icon
핵심 주제
icon
제목

날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