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69편

성경
시편2권

하나님의 인자하심

시편 69편

옛사람들은 천석꾼에게는 천 가지 걱정이 있고 만석꾼에게는 만 가지 걱정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도 전해집니다. 평범한 이들이 외부에서 바라볼 때, 천석꾼이나 만석꾼은 얼마나 대단한 부자로 보이겠습니까? 저처럼 큰 부자라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풍족하게 살 것이며, 어떠한 걱정거리도 없을 것이라 여기게 됩니다. 오늘 끼니를 걱정하고 내일의 생계를 염려하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그들이 아무런 근심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천석꾼과 만석꾼의 처지에서 본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 내면을 들여다보고 실제로 그러한 위치에 서 보면, 참으로 많은 걱정과 염려와 근심이 그들에게도 끊임없이 따라다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규모 농사를 짓는 이에게 어찌 걱정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큰 농사는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그 아래 수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관리하며 조화롭게 움직여야 하니, 걱정거리가 한둘일 리 없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는 가을이 되면 열매를 풍성하게 맺습니다. 큰 나무에는 가지가 많으므로 당연히 좋은 열매가 풍성하게 달릴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지가 많은 만큼 바람도 더욱 거세게 불어오고, 그에 따른 걱정과 염려 또한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그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습니다.

왕의 고백

오늘 우리가 읽은 시편은 다윗 왕의 깊은 고백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다윗 왕은 과연 어떠한 인물이었습니까? 역사를 잘 모르는 이들은 그를 입지전적인 영웅으로 여겼을 것입니다. 평범한 가정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의 양떼를 돌보는 목동으로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사무엘 선지자의 눈에 띄어 기름부음을 받았습니다.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을 단숨에 쓰러뜨리며 일약 온 민족이 알아보는 영웅이 되었습니다. 그 후 사울 왕의 군대 장관이 되었고, 탁월한 지략으로 전장마다 승리를 거두며 패배를 모르는 명장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왕의 질투로 인해 오랜 세월 쫓기는 신세가 되었으나, 신묘한 전략으로 생명을 보전하며 살아남았습니다. 마침내 백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왕위에 올랐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바라보며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소유한 완전한 왕이라 여겼을 것입니다. 지혜도, 힘도, 지략도, 능력도 갖추었으며, 이제는 권력과 부귀영화마저 손에 넣은 왕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다윗이 왕위에 오른 후의 삶은 겉보기처럼 화려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는 극심한 고통과 어려움 속에 놓인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토로합니다.

"하나님이여 나를 구원하소서 물들이 내 영혼에까지 흘러 들어왔나이다 나는 설 곳이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지며 깊은 물에 들어가니 큰 물이 내게 넘치나이다" (시 69:1-2)

그는 하나님께 절박하게 호소합니다. 그의 고백 속에는 큰 물이 자신의 영혼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들어왔다는 표현이 담겨 있습니다. 마치 깊은 물속에 빠져들어 익사 직전에 이른 것과 같은 극한 상황으로 자신의 영혼 상태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이 코와 입으로 밀려 들어와 폐를 가득 채우고,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고통, 바로 그러한 처지를 이처럼 절절하게 표현했습니다. 누군가 지금 즉시 자신을 구해 주지 않으면, 물 저 깊은 곳으로 계속 가라앉아 결국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답답한 상황, 그의 영혼이 바로 이러한 위급한 지경에 처해 있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왕의 신분이면서도, 통일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통치하는 군주가 어떠한 연유로 이토록 극심한 고통을 절규하듯 호소하는 것입니까?

"까닭 없이 나를 미워하는 자가 나의 머리털보다 많고 부당하게 나의 원수가 되어 나를 끊으려 하는 자가 강하였으니 내가 빼앗지 아니한 것도 물어 주게 되었나이다" (시 69:4)

다윗의 주변에는 그를 음해하고 시기하며, 그의 몰락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이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사실을 돌이켜 보면, 다윗이 왕위에 올랐다 하더라도 그는 왕자로서 정통적인 제왕학을 배운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사울 왕의 군대 장관이었다가 쫓겨나 오랜 세월 광야를 떠도는 방랑 생활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 후 자신의 혈통인 유다 지파의 왕으로 7년 6개월간 통치했고,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통일 이스라엘의 왕이 될 수 있었습니다.

왕의 고통

궁궐 안에서, 그의 내각과 관료 체계 안에서 다윗을 진심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밑바닥부터 높은 자리에 이르기까지 많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윗을 충성스럽게 따르는 이들이라고 해봐야 아둘람 굴에서 함께했던 400명,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늘어난 600명 정도였는데, 그 가운데서 핵심 측근들을 발탁한다 해도 과연 몇 명이나 되었겠습니까? 반면에 사울 왕가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던 인물들, 그들과 광범위한 연줄로 얽혀 있던 세력들은 다윗이 왕위에 오른 것을 결코 달갑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끌어내리려 획책하고, 다윗을 모함하고 중상하려는 세력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다윗은 엄연히 왕의 지위에 있지 않습니까? 왕의 위엄과 체통이 있으며, 왕으로서 마땅히 감당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는데, 주변에서 협력하지 않으면 어떻게 정사를 제대로 펼쳐 나갈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깊은 고통을 그는 절절히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 만군의 여호와여 주를 바라는 자들이 나를 인하여 수치를 당하게 하지 마옵소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여 주를 찾는 자가 나로 말미암아 욕을 당하게 하지 마옵소서" (시 69:6)

다윗이 염려하고 고민하는 것은 또 다른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가 왕위에 오른 사건, 그가 지금까지 온갖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살아남아 이 자리에 이르게 된 과정을 지켜본 신실한 믿음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살아 계시다는 것을 다윗의 삶을 통해 확신했을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그 무엇보다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진리 가운데 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다윗이 저렇게 왕이 되는 것을 목도하며, 자신들도 소망을 품고 희망을 가지겠노라 다짐했던 이들이 어찌 없었겠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만약 다윗이 실패하고 무너지며 넘어진다면, 그 사람들이 얼마나 깊은 실망과 좌절에 빠지게 되겠습니까? 그것은 그들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다윗은 바로 이것을 깊이 염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은 우리도 공감하지 않습니까? 내가 그래도 믿음의 사람인데, 혹시라도 내가 실족하면, 내가 넘어진다면, 나를 보고 믿음의 길을 걷고 있던 사람들이 실망하고 좌절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러한 염려를 품게 되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인자하심

지금 다윗이 처한 상황은 그 누구도 의지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고립된 처지입니다.

"내가 부르짖음으로 피곤하여 나의 목이 마르며 나의 하나님을 바라서 나의 눈이 쇠하였나이다" (시 69:3)

그는 부르짖어도 응답하지 않으시는 것처럼 보이는 하나님을 향하여 쉬지 않고 기도합니다. 끊임없이 하나님께 목이 쉬도록 부르짖으며, 눈물을 흘려 눈이 짓무르도록 하나님 앞에 엎드렸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다윗의 참으로 훌륭한 점입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하나님께서 자신을 사랑하신다는 그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그 사랑을 굳게 신뢰하며 하나님께 끝까지 기도하고 엎드리는 것, 바로 이것이 다윗의 탁월한 점입니다.

"여호와여 주의 인자하심이 선하시오니 내게 응답하시며 주의 많은 긍휼에 따라 내게로 돌이키소서 주의 얼굴을 주의 종에게서 숨기지 마소서 내가 환난 중에 있사오니 속히 내게 응답하소서" (시 69:16-17)

그는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주의 인자하심이 선하시다고 고백합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향하신 인자하심이 선하시다는 이 한 가지 진리만큼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굳건히 붙들고 있습니다. 그가 이것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울을 피해 광야를 헤매던 시절에 이미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깊이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는 이러한 고난의 상황도 극복하고 이겨 내며, 다윗이 왜 다윗인지, 하나님께서 그를 어떻게 사랑하시는지를 주변 사람들과 온 이스라엘 민족에게 확실하게 보여 주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통이 누구에게나 있음을 기억합니다. 남들이 볼 때는 아무 문제없어 보여도, 우리가 겪고 있는 내면의 고통이 어찌 없겠습니까? 천석꾼과 만석꾼에게도 그들만의 깊은 고민이 있었고, 왕의 자리에 오른 다윗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있었습니다. 우리도 날마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고난과 어려움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일지라도 우리의 내면은 항상 연약하고 힘겨운 가운데 있음을 겸손히 인정해야 합니다.

둘째는 그러한 고난 속에서 사람을 의지하지 말고 전능하신 하나님을 붙잡습니다. 다윗은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음해하고 대적할 때에도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직 하나님만을 우러러보며 하나님의 인자하심을 간절히 기대했습니다. 우리도 어려움을 만날 때 사람의 도움을 구하기보다 전능하신 하나님을 굳건히 붙잡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인자하심이 선하시다는 이 한 가지 진리만을 흔들림 없이 붙들어야 합니다.

셋째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신뢰하며 끝까지 기도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를 인자한 눈길로 품으시고 돌보아 주셨던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 인생을 세우시고 이끌어 가실 것입니다. 이러한 믿음이 없다면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살아내기가 참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 믿음 한 가지만 굳건히 가지고 있으면, 좌우로 흔들려도 결코 넘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믿음을 붙들고 오늘도 승리하며 살아가시는 복된 하루가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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