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73편

성경
시편3권

영혼의 안식처

시편 73편

가정이라는 공간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소중한 곳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의 따뜻한 품과 넓은 울타리 안에서 형제자매들과 함께 웃음꽃을 피우며 성장합니다. 성인이 되어 가정을 꾸리고 나면, 가정은 우리를 회복시켜 주는 안식의 장소가 됩니다. 온종일 일터에서 수고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면, 그곳에서 쉼을 얻고 함께 식사하며, 잠자리에 들어 휴식을 취합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다시 새로운 힘을 얻어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이처럼 가정이 우리의 지친 육체와 마음을 쉬게 하는 곳이라면, 그렇다면 우리 영혼이 쉼을 얻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요?

오늘 본문에서 시편 기자는 우리 영혼을 회복하게 하는 곳, 영혼이 피폐해지고 갈 곳이 없어졌을 때 마음이 쉼을 얻는 곳을 '성소'라고 고백합니다. 시인은 자신이 거의 넘어질 뻔하였고, 걸음이 미끄러질 뻔하였다고 토로합니다. 실족하여 믿음의 자리에서 벗어날 뻔한 위기의 순간까지 갔다 왔다는 고백입니다.

실족의 원인

시인은 자신이 왜 실족할 뻔하였는지 그 이유를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이는 내가 악인의 형통함을 보고 오만한 자를 질투하였음이로다" (시 73:3)

그를 실족하게 한 가장 주된 요인은 바로 악인의 형통이었습니다. 시인이 보기에 악인처럼 여겨지는 사람들이 무척 잘되는 것을 보고, 그들이 형통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시험에 들었습니다. 실족할 것 같은 위기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시인은 악인의 형통을 구체적으로 묘사합니다.

"사람들이 당하는 고난이 그들에게는 없고 사람들이 당하는 재앙도 그들에게는 없나니" (시 73:5)

일반적으로 누구나 겪고 지나가는 고난과 재앙, 인생을 살다 보면 당연히 일어날 법한 어려움들이 이 악인에게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모든 일이 그들에게는 탄탄대로였습니다. 자식 문제로 고통받지도 않고, 물질 문제로 힘겨워하지도 않으며, 건강도 좋습니다.

"볼지어다 이들은 악인들이라도 항상 평안하고 재물은 더욱 불어나도다" (시 73:12)

이런 모습을 보니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악인들인데도 더욱 평안해 보이고 재물은 계속 불어납니다. 언젠가 이들이 심판받겠지, 언젠가 이들이 망하는 날이 오겠지 하고 지켜보며 벼르고 있는데, 시인이 기대하는 일이 악인에게는 결단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이 사람들에게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니 더욱 한심해 보였습니다.

정결함의 허무

"내가 내 마음을 깨끗하게 하며 내 손을 씻어 무죄하다 한 것이 실로 헛되도다" (시 73:13)

시인은 하나님 앞에 산다고 살았습니다.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손을 씻어서 죄가 없다고 할 정도로 깨끗하게 살았습니다. 그의 손으로 하는 모든 일이 정결하고 깨끗하였으며, 마음도 하나님 앞에서 항상 정결하였습니다. 조그마한 죄가 있어도 양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조그마한 문제가 있어도 그 문제를 가지고 하나님께 아뢰어 해결하고 털고 지나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악인의 형통은 자신의 정결함을 비껴 나갑니다. 이쯤 되면 시인이 느끼는 감정은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하나님이 정의로우신가? 하나님이 정의로우시다면 어떻게 이러실 수 있는가? 나는 깨끗하고 정결하며 손으로 지은 죄도 없고 마음도 깨끗한데, 나는 왜 이렇게 두시고 저 악인들은 하는 일이 다 엉망진창인데도 저렇게 잘 되게 두시는가?

이러한 문제가 시인을 괴롭게 하였고 힘겹게 하였으며, 동시에 그를 실족하게 만들어 갔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겨나면 하나님에 대해서 신뢰할 수 없게 됩니다. 그 다음 단계로 하나님과 멀어집니다.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의심이 생기고 하나님을 신뢰할 수 없으면 하나님과 멀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눈에 보이는 변화가 나타나는데, 성전을 가까이하지 않게 됩니다. 하나님께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가봐야 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악인을 저렇게 내버려 두시는 하나님, 선한 사람인 나를 이렇게 내버려 두시는 하나님이라고 생각하면서 점점 삐뚤어집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의 시인이 매우 훌륭한 점은 이런 상황에서 그가 문제를 해결받은 곳이 바로 성소였다는 것입니다.

성소를 통한 깨달음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갈 때에야 그들의 종말을 내가 깨달았나이다" (시 73:17)

참으로 놀라운 고백입니다.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갈 때에야 그들의 종말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들은 악인들입니다. 어떻게 하나님의 성소에서 악인들의 종말을 깨닫게 되었을까요? 하나님의 성소는 하나님의 임재가 계신 성전을 의미합니다. 성전에 들어오니 악인이 망할 수밖에 없겠구나, 그들의 종말이 반드시 일어나겠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성전, 곧 성소는 우리가 살아가는 유한한 공간을 우리가 앞으로 갈 무한한 하나님의 나라인 하늘나라와 연결시켜 주는 통로의 역할을 합니다. 성전에 들어와서 앉아 예배드리면,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느낍니다. 하나님의 영광은 이 땅으로 끝나는 영광이 아니라 영원한 하나님 나라로 우리를 이끌어 가는 영광입니다.

시인이 이런 실족하는 마음과 갈등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와서 예배드리고 기도하다 보니 하나님은 영원하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 악인의 형통이 과연 영원할까요? 언젠가는 이 땅을 떠나게 될 터인데, 언젠가는 우리가 입고 있는 육체를 벗고 영원히 하나님 앞에 심판받아야 할 터인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는 악인이 영원한 번성을 누리는 것 같지만 그 번성이 하늘나라까지 이어질까요? 하나님은 결단코 그런 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동시에 시인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과 어려움, 마음의 정결함과 손의 깨끗함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이 땅에서는 괴롭기 그지없고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았지만, 이 땅을 떠나서 영원한 천국에 가면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요? 그래서 그는 영원으로 이어지는 무한한 공간인 성전에서 하나님의 정의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결국 그가 내린 결론은 악인의 번성은 길어봐야 이 땅에서 끝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전에 나와서 인생의 문제를 해결받는 방향이 바로 이런 방향이어야 합니다. 우리 영혼이 세상에 살다 보면 찌들고 피곤하고 갈등하며 힘겨운 일을 많이 겪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 나와서 예배드리고 기도하다 보면 우리는 쉼을 얻고 다시 안식을 누립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고통은 현세에서 끝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우리는 현세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길어봐야 이 땅을 살아가는 기간은 백 년 남짓입니다. 그 다음에는 영원한 하늘 천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땅을 다스리고 계시고 저 천국에서도 주인 되시는 분입니다. 악인의 번성이 아무리 부러워도 그것은 백 년을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고통이 아무리 길다 해도 이 땅을 떠나고 나면 천국에서 우리는 하나님과 영생복락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시인이 그 사실을 깨닫고 실족에서 다시 일어서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힘찬 고백을 올려드립니다.

"주의 교훈으로 나를 인도하시고 후에는 영광으로 나를 영접하시리니" (시 73:24)

'후에는'이라고 말합니다. '후'가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요? 이 땅의 삶이 끝나고 난 후, 이 땅에서 내 호흡이 끝난 후에는 영광으로 나를 인도하시리니, 저 천국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나를 이끄시고 인도하실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오늘 시인의 고백입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소망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성도들이 살아가는 삶이 이 땅뿐이라면 가장 불쌍한 자가 바로 우리라고 사도 바울이 고백하였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땅의 삶으로 결단코 끝나지 않습니다. 영원한 삶으로 하나님이 우리를 반드시 인도하십니다.

"하나님께 가까이함이 내게 복이라 내가 주 여호와를 나의 피난처로 삼아 주의 모든 행사를 전파하리이다" (시 73:28)

주 여호와를 가까이함이 내게 복이라고 고백합니다. 왜 복이 될까요? 하나님을 가까이하면 이 하나님은 우리를 영원으로 인도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영생복락을 누리게 하시고 영원한 천국을 우리의 집으로 마련해 주시고 준비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실족할 뻔했던 시인이 이런 하나님을 성소에서 만나고 경험한 후에 나는 이런 하나님을 전파하겠다고 고백합니다. 성전은 바로 우리에게 이런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다주는 곳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악인의 형통에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악인의 형통은 이 땅에서의 일시적인 현상일 뿐입니다. 그들의 번성이 아무리 눈부셔 보여도 그것은 영원할 수 없습니다. 영원하신 하나님 앞에서 악인의 종말은 분명히 임합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에 흔들리지 말고 영원한 하나님의 공의를 신뢰해야 합니다.

둘째는 성소에서 영혼의 쉼을 얻습니다. 가정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곳이라면, 성소는 우리의 영혼을 쉬게 하는 곳입니다. 세상에서 찌들고 피곤하고 갈등할 때, 하나님의 전에 나와 예배드리고 기도하면 우리는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됩니다. 유한한 현세의 시각에서 영원한 하늘나라의 시각으로 전환됩니다.

셋째는 하나님께 가까이하는 것이 참된 복입니다. 하나님을 가까이하면 그분은 우리를 영원으로 인도해 주십니다. 이 땅의 삶이 끝난 후에도 영광으로 우리를 영접해 주십니다. 이것이야말로 악인의 일시적 형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참된 복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기도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가 인생의 고난과 고통과 어려운 점들을 이곳에서 다 털어버리고, 다시 새롭게 되어 영원한 삶을 준비하며, 오늘 하루도 힘차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선포하는 복된 하루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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