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원수들
시편 83편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이 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본래 이 말은 아이들이란 다투고 갈등하며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성장해 가는 존재이므로, 어른들은 아이들의 싸움에 괘념치 말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괜히 어른들이 아이들 싸움에 개입하여 사이좋던 이웃들끼리 서로 갈등하고 얼굴 붉히는 일이 없도록, 아이들의 싸움은 그들끼리 해결하도록 두라는 지혜로운 권면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 말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조금 무시당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일은 얼마든지 참고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자녀가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어디 가서 맞고 다니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그저 그대로 견디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바라보고만 있을 부모가 과연 어디에 있겠습니까. 부모의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자녀를 보호하고 돌보고 싶은 것이 당연한 일이요, 본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하나님 아버지는 어떠하시겠습니까. 하나님은 우리를 창조하시고 지으셨으며, 지금도 우리 각 사람을 다스리시고 통치하시는 아버지이십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자녀들이 원수들에게 핍박받고 억압당하는 것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시는 분이십니다. 물론 하나님의 자녀들이 하나님을 떠나 살아갈 때, 그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며 책망하시기 위해 때로 그들을 내버려 두시기도 하십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들을 돌보시고 지키시는 분이십니다.
주의 원수의 정체
오늘 본문에는 '주의 원수들'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과연 누가 하나님의 원수들입니까. 하나님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을 괴롭히고, 그들을 아무 이유 없이 힘겹게 하는 자들을 성경은 '주의 원수들'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여 침묵하지 마소서 하나님이여 잠잠하지 마시고 조용하지 마소서" (시 83:1)
시인은 하나님께서 이제 일어나셔서 무언가 행동해 주시기를 간절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침묵하지 마소서, 잠잠하지 마소서라는 호소는 곧 하나님께서 이제 일어나셔서 당신의 백성을 위해 역사하실 때가 되었으니, 부디 일해 달라는 간절한 부탁입니다.
"무릇 주의 원수들이 떠들며 주를 미워하는 자들이 머리를 들었나이다" (시 83:2)
시인의 탄원은 바로 주의 원수들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의 원수들이란 과연 누구입니까.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시고 만군의 주가 되시는 분이신데, 감히 하나님을 대적하는 원수가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누가 감히 하나님을 원수로 삼겠습니까.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시인이 말하는 주의 원수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자들인지 본문은 상세히 밝히고 있습니다.
"곧 에돔의 장막과 이스마엘인과 모압과 하갈인이며 그발과 암몬과 아말렉이며 블레셋과 두로 사람이요 앗수르도 그들과 연합하여 롯 자손의 도움이 되었나이다" (시 83:6-8)
다양한 이방 족속들과 민족들이 주의 원수들이라고 구체적으로 열거되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성경에 자주 등장하여 우리의 눈과 귀에 익숙한 주의 원수들이 여럿 나옵니다.
먼저 에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에서는 쌍둥이 형제 야곱의 형입니다. 그는 장자권을 잃어버리고 그것이 동생 야곱에게로 넘어간 이후로 야곱의 장막에 머무르기를 거부하였습니다. 그는 길을 떠나 세일 산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민족을 이루고 살았습니다. 하나님을 떠난 것도 떠난 것이지만, 그 이후로 에돔 족속의 행보는 항상 야곱의 후손들인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괴롭히는 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가시 같은 이웃이 되었습니다. 특히 남유다가 바벨론에 의해 멸망할 때, 그들은 이스라엘을 조롱하였고 돕지 않았습니다. 또한 결정적으로 에돔 사람들은 로마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였으니, 훗날 헤롯 왕가가 바로 에돔 사람들에게서 나왔습니다. 헤롯이 얼마나 많은 유대인들을 죽이고 학대하였습니까. 돌이켜 보면 에돔 사람들은 항상 질투 가운데 살고 있었습니다. 장자권을 잃어버린 자기 조상 에서의 질투, 그 질투로 인해 그들은 항상 이스라엘 백성들과 유대인들을 괴롭히는 가시 같은 존재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에돔 사람들을 하나님의 원수라고 표현하십니다.
또 다른 사람들이 나옵니다. 모압과 암몬 족속들입니다. 그들의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브라함의 조카 롯에게까지 이릅니다. 롯은 하나님의 약속의 땅인 가나안 땅을 떠나 소돔 땅에 정착하였습니다. 소돔 땅은 부유한 땅이었고, 농사짓기 좋은 땅이었으며, 애굽처럼 비옥한 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땅에는 하나님을 섬기는 여호와 신앙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점점 타락해 갔고, 특히 롯의 두 딸들은 세상 문화에 깊이 물든 자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멸하실 때, 아브라함의 기도를 들으시고 롯의 가족을 건져내셨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롯과 그의 두 딸들의 행보는 차마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일들이었습니다. 아버지를 통해 자녀를 낳은 것입니다. 아버지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아버지와 동침하여, 거기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곧 모압과 암몬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모압과 암몬, 이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 여정을 방해한 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길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 동편으로 올라가려면 암몬을 지나고 모압을 지나야 했으나, 그들은 조직적으로 방해하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큰 올무가 되고 문제가 되었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모압과 암몬도 주의 원수들이라고 선언하셨습니다.
아말렉은 또 어떠합니까. 출애굽기 17장에 아말렉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출애굽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괴롭혔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을 뒤에서 쳐서 어린아이들과 노인들, 무장이 되어 있지 않은 자들을 사막에서 죽이고 약탈하는 비열한 자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말렉을 이 땅에서 진멸하라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훗날 아말렉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완전히 진멸시키려고까지 하였으니, 하만이 바로 아말렉의 후손이 아니었습니까. 이들 역시 하나님께서 주의 원수들이라고 표현하신 자들입니다.
블레셋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스라엘을 항상 곁에서 괴롭혔던 족속이 바로 블레셋 사람들입니다. 다윗에게, 솔로몬에게, 그 이후의 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블레셋은 항상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이들 모두가 주의 원수들이었습니다.
원수들의 음모
이 주의 원수들의 행동을 시인은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그들이 주의 백성을 치려 하여 간계를 꾀하며 주께서 숨기신 자를 치려고 서로 의논하여 말하기를 가서 그들을 멸하여 다시 나라가 되지 못하게 하여 이스라엘의 이름으로 다시는 기억되지 못하게 하자 하나이다" (시 83:3-4)
이들은 서로 합종연횡하였습니다. 서로 연합하여 이스라엘의 이름으로 다시는 그들이 나라가 되지 못하게 하자고 결의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며 공격하였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이들이 이러한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그들을 원수로 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시인의 고백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진리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들을 악하게 하는 자들, 당신의 백성들을 괴롭히는 자들을 하나님의 원수로 삼으신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 편에 서기
하나님께서는 교회를 사랑하십니다. 그러므로 교회를 핍박하는 자들은 모두 하나님의 원수가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을 이 땅에 보내시고, 이 땅에서 죽어가는 많은 백성들을 건져내시고 구원하셨습니다. 그래서 교회가 생겼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생명과 바꾸신 공동체입니다. 하나님의 교회를 훼방하고 핍박하는 자들, 그들은 곧 주의 원수들이 됩니다.
하나님께서 사울을 다메섹 도상에서 처음 만나 주셨을 때, 그때 예수님의 입을 통해 하셨던 말씀이 무엇입니까.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사울이 언제 예수님을 박해하였습니까. 예수님을 만난 적도 없으며,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공생애 삶을 사실 때 사울과 예수님은 단 한 번도 조우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라"라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그것은 사울이 교회를 핍박했기 때문입니다. 교회를 핍박하면 그것은 곧 예수님을 핍박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하나님의 원수가 되는 것입니다.
반대로 하나님의 교회를 사랑하고, 교회를 위해 헌신하며, 하나님의 교회 곧 주의 몸 된 교회에서 주께서 기뻐하시는 거룩한 사명자로 살아가면, 그것은 하나님의 편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든 주의 백성들은 하나님의 원수 되는 일을 결단코 해서는 안 됩니다.
주께서 사랑하시는 자, 우리 주님께서 피로 값 주고 사신 하나님의 성도들을 핍박하고 그들에게 악하게 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과 원수 맺는 것을 넘어서 하나님과 원수 되는 일입니다. 하나님과 원수가 되면 우리의 인생이 과연 온전할 수 있겠습니까. 전능하신 하나님과 원수가 되면 우리의 인생은 결단코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하나님께서 사랑하시고 피로 값 주고 사신 교회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사랑하며 기뻐하면, 우리는 하나님과 한 배를 탄 하나님의 편이 되는 것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백성을 괴롭히는 자는 하나님의 원수가 됩니다. 에돔과 모압과 암몬과 아말렉과 블레셋 사람들처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공동체를 괴롭히는 자들은 그 자체로 하나님의 원수가 됩니다. 하나님의 원수가 된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지극히 사랑하시는 당신의 백성들을 미워하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는 교회를 핍박하는 것은 곧 예수님을 핍박하는 것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피로 값 주고 사신 교회 공동체를 우리도 섬기고 사랑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공동체를 우리도 기뻐하고,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과 우리도 함께 거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셋째는 하나님의 편에 서는 삶이 참된 행복의 비결입니다. 하나님과 원수가 되면 그 무서운 결과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교회를 사랑하고 헌신하며 거룩한 사명자로 살아가면, 우리는 하나님의 편이 되어 평안하고 행복한 복된 인생을 누리게 됩니다.
오늘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원수 되는 삶을 그치고, 하나님과 같은 선상에서 같은 편이 되어 평안하고 행복하며 복된 인생을 누리며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