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87편

성경
시편3권

존재의 근원

시편 87편

큰 강이 흘러내리는 모습은 참으로 장대하고 광활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면 마치 바다처럼 느껴질 만큼 그 너비와 깊이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강줄기를 따라 끊임없이 상류로 올라가다 보면 반드시 그 근원을 만나게 됩니다. 장대한 강의 근원을 마주하면 의외로 작은 샘물처럼 연약해 보이는 물줄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강에 근원이 있듯이,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그 시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반드시 근원을 발견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만물의 근원과 우주의 본질을 탐구하는 이들을 우리는 과학자라고 부릅니다. 과학자들은 열심히 연구하고 눈에 보이는 세계의 근원을 탐구해 나갑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한계는 눈에 보이는 것 그 이상이 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영역을 규정짓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은 탐구하지 않겠다고 자기 한계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철학자들도 근원을 탐구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철학자들의 탐구 대상은 세계의 존재와 인간입니다. 그들 가운데에는 인간을 탐구하면서 정신세계까지 인정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영역으로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 이상은 경험하지 못했고, 그것이 자신들의 탐구 영역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의 탐구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일종의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들의 연구가 속 시원한 해답을 제시해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여 그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밝혀 달라고 부탁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들의 연구가 충분하거나 만족스럽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참된 근원을 찾아가려면 우리는 결국 하나님을 만나야만 합니다. 모든 존재의 근원은 하나님께 있으며, 하나님께서 우리 존재의 근원이심을 성경은 명확하게 밝혀주고 있습니다. 오늘 묵상하는 시편의 시인 역시 모든 존재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음을 우리에게 선포하고 있습니다.

"노래하는 자와 뛰어 노는 자들이 말하기를 나의 모든 근원이 네게 있다 하리로다" (시 87:7)

'나의 모든 근원이 네게 있다'고 고백하지 않습니까? '모든 근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만큼, 이 시인은 존재의 근원에 대하여 깊이 궁금해했고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너'라는 존재가 누구인지, 그 근원이 어디에 있다고 말하는 것인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시온에 대한 사랑

"여호와께서 야곱의 모든 거처보다 시온의 문들을 사랑하시는도다" (시 87:2)

'야곱의 모든 거처'라는 표현과 '시온의 문들'이라는 표현이 나란히 등장합니다. 야곱의 모든 거처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야곱의 열두 아들, 곧 그들이 살아가는 모든 거처를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야곱의 열두 아들은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스라엘 열두 지파가 살아가는 모든 곳을 야곱의 모든 거처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이스라엘 나라는 남유다와 북이스라엘로 분열된 후, 북이스라엘은 기원전 721년에, 남유다는 기원전 586년에 멸망했습니다. 멸망한 이후 그들은 모두 흩어진 백성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를 가리켜 '디아스포라 유대인'이라고 부릅니다. 흩어진 유대인들은 고대 근동 지방에서 살기도 했지만, 그 주변을 떠나 온 세계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가 자신들의 삶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므로 야곱의 모든 거처란 흩어진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자녀들이 살아가고 있는 모든 장소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흩어져 살아가는 야곱 자손들, 열두 지파의 삶의 거처들보다 시온의 문들을 더 사랑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시온은 예루살렘을 가리키는 관용적인 표현입니다. 예루살렘에는 성전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시온의 문들은 예루살렘 성전으로 출입하는 문들을 의미합니다. 흩어져 있는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보다 하나님께서는 예루살렘 성전의 문들을 더 사랑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열방의 근원

"나는 라합과 바벨론이 나를 아는 자 중에 있다 말하리라 보라 블레셋과 두로와 구스여 이것들도 거기서 났다 하리로다" (시 87:4)

라합이라는 이름은 애굽의 옛 이름입니다. 애굽과 바벨론, 블레셋, 두로, 구스 등 당대의 열강들이 '거기에서 났다'고 표현합니다. '거기'가 어디이겠습니까? 바로 시온의 문들, 곧 예루살렘 성전으로 출입하는 문들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전 세계 모든 열강이 다 하나님께로부터 말미암았다는 뜻입니다. 시인이 바로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 세계 모든 열강의 근원을 찾아보니, 그 근원과 뿌리가 바로 우리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말미암았다고 선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성경을 읽어온 자로서 이 사실을 분명히 고백하며 당연하게 여깁니다. 이스라엘 백성들, 특히 남유다 백성들이 멸망한 후 70년간의 포로 생활이 끝났을 때, 그들을 돌려보낸 이가 누구입니까? 바로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입니다. 고레스 왕은 불신자였습니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고레스 왕을 통하여 유다 백성들의 70년 포로 생활을 종결시키셨습니다. 하나님의 통치 안에 있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그의 마음을 주장하지 않으셨다면, 이러한 일은 결코 일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로마가 득세하던 시절,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들, 예수를 믿는 사람들은 극심한 핍박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야만인이라고 손가락질당하기도 했고, 예수를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콜로세움에 끌려가 맹수의 밥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마음을 움직이셨습니다. 그 황제가 밀라노 칙령을 반포함으로써 단 한순간에 로마 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는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를 만지지 않으셨다면, 하나님의 역사가 아니었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살펴보면, 전 세계 열방과 모든 군왕은 하나님의 손 안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벨론이나 애굽이나 구스나 블레셋이나, 모두 시온의 문들에서 났다, 다 하나님께로부터 났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시온에 대하여 말하기를 이 사람, 저 사람이 거기서 났다고 말하리니 지존자가 친히 시온을 세우리라 하는도다 여호와께서 민족들을 등록하실 때에는 그 수를 세시며 이 사람이 거기서 났다 하시리로다" (시 87:5-6)

이 사람 저 사람이 다 시온에서 났다고 고백하며, 여호와께서 민족을 등록하신다고까지 말씀합니다. 곧 하나님께서 모든 세상의 근원이시라는 선언입니다.

이것은 오늘 이 시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온 세상에서 저마다 자국의 국력을 자랑하고 강대함을 과시하는 모든 나라와 통치자들도 따져보면 다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그들을 다스리고 통치하고 계십니다.

믿음의 응답

우리가 이 말씀을 통해 기억해야 할 중요한 진리가 있습니다.

첫째로, 하나님께서 온 세상의 근원이 되시고 뿌리가 되시며, 신들 중의 신이 되시고 온 세상의 창조주가 되심을 고백하면 우상숭배를 그치게 됩니다. 과거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하던 당시, 그들과 주변 국가들은 여호와 하나님을 '산의 신'이라고 불렀습니다. 하나님께서 시내 산에서 율법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반면 바알과 아세라는 들판의 신, 풍요의 신이라고 여겼습니다. 하나님은 산을 다스리시고, 바알과 아세라는 들판과 풍요를 관장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온 후 산의 신인 하나님을 떠나 들판과 풍요의 신인 바알을 섬기며 우상 숭배에 빠졌습니다. 그들은 신들이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존재의 근원이 하나님이시라고 믿지 않으면 우상 숭배에 빠지기 쉽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도 이와 다르지 않게 살아갑니다. 돈을 관장하는 신이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 자체가 신이라고 믿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온전히 엎드리지 못합니다. 건강을 관장하는 신이 따로 있고, 직장에서 가장 높은 존재가 또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문제의 근원을 하나님께 가지고 나오지 않습니다. 하나님 앞에 가지고 나와야 인생의 물질 문제, 건강 문제, 직업 문제, 모든 것이 해결될 터인데, 분리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우상숭배가 횡행하는 것입니다. 존재의 근원이 하나님이심을 굳게 붙잡고 믿으면, 우리는 우상숭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둘째로, 이 진리를 기억한다면 전 세계 열방을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다스리시기 때문에, 이 세상 모든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나님뿐입니다. 세상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지금도 나라와 나라가 싸우고 민족들이 분쟁하며 그 가운데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하나님 앞에 기도해야 합니다. 민족들을 다스리시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시온에 속했으며, 민족을 등록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기에 우리가 세계 열방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셋째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선교입니다. 하나님께서 온 세상을 다스리고 계시기에, 아직 믿지 않는 자들,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백성 될 자들입니다. 우리에게는 그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할 거룩한 사명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존재의 근원이시라면, 이러한 생각까지 품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믿음의 백성,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야 합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모든 존재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음을 고백하면 우상숭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돈이나 명예나 건강을 관장하는 신이 따로 있다고 여기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오직 하나님만이 만물의 주인이심을 인정할 때 참된 자유를 누리게 됩니다.

둘째는 하나님께서 열방을 다스리시기에 세계를 위한 기도가 필수적입니다. 세상의 모든 분쟁과 갈등의 해결자는 오직 하나님이시므로, 우리는 열방의 평화와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야 합니다.

셋째는 복음을 전하는 선교의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한 모든 영혼이 하나님의 백성 될 자들이기에,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거룩한 사명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며 존재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온전히 따르고, 온 세상 열방을 가슴에 품고 기도하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icon
핵심 주제
icon
제목

날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