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쓰지 아니하나이다
시편 131편
씨름은 우리나라 민족 고유의 민속놀이입니다.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도구 없이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놀이입니다. 명절에는 소를 걸고 씨름하기도 했습니다. 1980년대부터는 씨름이 공식적인 스포츠가 되고 프로스포츠단이 창단되기도 했습니다. 씨름을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고정관념에 의하면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사람이 씨름을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체급이 비슷할 경우에는 무작정 힘이 세다고 씨름을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씨름을 잘하는 사람은 힘을 잘 쓰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힘을 잘 쓴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요? 힘을 뺄 때 빼고, 쓸 때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상대방이 온 힘을 다해서 공격할 때 나도 온 힘을 다해서 함께 공격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힘을 빼고 상대의 힘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습니다. 반면, 큰 기술을 걸 때는 힘을 한꺼번에 모아서 함께 힘을 써줘야 합니다. 그래야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역시 그렇지 않습니까?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매번 똑같이 큰 힘을 쓰고 살 수는 없는 일입니다. 힘을 뺄 때는 빼고 쓸 때는 써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을 거꾸로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의 인생은 엉망진창이 되고 뒤죽박죽이 됩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힘을 뺄 때가 있고, 하나님께서 부탁하신 일을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다윗의 시편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성전에 올라갈 때 이 시를 불렀습니다. 성전에 올라가는 자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하나님 앞에 올라가는 자, 하나님을 만나는 자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를 다윗이 이렇게 노래합니다.
교만과 오만을 버리라
"여호와여 내 마음이 교만하지 아니하고 내 눈이 오만하지 아니하오며 내가 큰 일과 감당하지 못할 놀라운 일을 하려고 힘쓰지 아니하나이다" (시 131:1)
성전에 올라가는 사람은 마음의 교만을 버리고 눈의 오만함을 버려야 합니다. 마음이 교만하고 눈이 오만해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은 우리가 사실 왜 이렇게 살까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도 세상살이를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의 교만과 눈의 오만함이 자리 잡게 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관성이라는 것이 있는데, 세상의 악한 자들과 함께 어울려 살면서 그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눈에 힘이 들어갑니다. 마음은 잔뜩 긴장되어 있고 교만해 있습니다. 내가 저 사람보다 한 걸음 더 나가야 하고, 저 사람이 열 가지 일을 하면 나는 열한 가지 일을 해야 세상에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세상살이하다가 하나님 앞에 올라와서도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살지 말라는 뜻입니다. 하나님 앞에 올라올 때는 그런 마음도 버리고, 눈에 들어갔던 힘도 풀고, 하나님 앞에서는 큰 일을 하려고 애쓰지 않고 힘쓰지 않고, 그저 하나님 앞에 힘을 빼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 앞에 힘을 빼라는 말은 하나님께서 성전에서 말씀을 주시는데 그 말씀을 받을 준비를 하라는 뜻입니다. 마음이 교만하고 눈에 힘이 들어가 있고, 내가 다른 성도들보다 조금 더 인정받아야 하고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주께서 우리에게 말씀해 주시는데, 내가 힘을 빼야 그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고 수용할 수 있습니다. 교만한 마음과 오만한 눈을 가지고서는 하나님의 뜻을 알래야 알 수가 없습니다.
베드로의 교훈
예수님을 3년 동안 따라다녔던 베드로를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베드로가 예수님을 열심히 쫓아다녔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시기 전에 베드로에게 주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자기를 돌아보라고, 오늘 밤 닭이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예수님께서 구체적으로 하신 이유는 자신을 돌아보라는 뜻입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힘을 빼고, 자신의 목이 곧음을 버리고, 오만함을 꺾고, "주여, 제가 정말 그럴 사람입니까?"라고 간절히 여쭤봤어야 합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오히려 더 담대하고 더 강하게 말합니다. "우리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버리지 않겠습니다." 목소리를 더 높였습니다. 눈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고, 마음은 잔뜩 교만했습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 구체적으로 말씀하셔도 그 말씀이 들어오지를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습니까?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정말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하지 않았습니까? 주님 앞에 설 때는 말씀을 받기 위해서 자신의 오만함을 꺾고 버리고 비워내야 합니다. 어떤 큰 일을 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성전에 와서는 우선 말씀을 들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자기를 비우지 않으면 주께서 우리에게 주시려고 하는 꼭 필요한 말씀, 우리의 영혼을 살게 하고 우리 인생을 고치고 새롭게 해주시는 능력과 은혜의 말씀을 수용할 수가 없습니다. 다윗이 얼마나 큰 일을 행한 사람입니까? 많은 일을 한 사람이 성전에 올라오면서 힘을 빼라고 말하는 것, 이것은 오늘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주는 말씀입니다.
젖 뗀 아이의 평안
"실로 내가 내 영혼으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하기를 젖 뗀 아이가 그의 어머니 품에 있음 같게 하였나니 내 영혼이 젖 뗀 아이와 같도다" (시 131:2)
아직 젖을 떼지 않은 아이는 어머니 젖가슴으로 파고 들어갑니다. 그러나 젖을 뗀 아이는 그저 어머니 품속에 있는 것 그것이 행복하고 평안한 일입니다. 이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성전에 와서는 평안하라는 뜻입니다. 다윗의 일생을 보십시오. 그간 많은 일을 했습니다. 다윗 하면 떠오르는 것은 칼을 들고 창을 들고 말을 달리며 전쟁터를 누비는 이미지입니다. 다윗의 첫 이미지도 물멧돌을 들고 골리앗을 때려잡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그는 항상 전쟁터에 있는 다윗이 어울립니다. 그는 왕궁에 들어가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습니다. 언약궤를 메어오고 다른 나라들과 전쟁을 하고, 그런 이미지의 왕이었습니다.
영토를 확장하던 어느 날, 그는 나단 선지자에게 말합니다. 성전을 짓고 싶다고. 하나님의 언약궤가 아직까지도 휘장 가운데 있는데, 나는 백향목 궁에 살고 있도다. 하나님께 성전을 지어 올리고 싶다고 말합니다. 선지자도 다윗의 고백이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하나님께 다윗의 의도를 알립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런 일 하지 말라고.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네가 나를 위해서 내 집을 짓겠느냐? 내가 너를 위하여 너의 집을 짓겠다." 그 마음을 귀하게 보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다윗에게 오히려 원하시는 것이 있었는데, 다윗과 하나님이 마주 앉아 독대하는 일이었습니다. 다윗은 나단의 말을 듣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앉았습니다. 여호와 앞에 앉은 다윗. "하나님, 내가 무엇이기에 나에게 이런 은혜를 주십니까?" 그리고 하나님과 다윗은 함께 마주 앉아 기도하고 대화합니다. 정말 하나님께서 바라셨던 것이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큰 일을 하려고 애쓰지 않고, 젖 뗀 아이처럼 하나님 앞에서 마주 앉아서 대화하고 기도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아뢰는 일. 평생 동안 전쟁터에서 먼지 날리며 일했던 다윗이 다시 일터에서 먼지 날리며 성전 건축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제는 큰 일을 하려고 애쓰지 말고, 젖 뗀 아이처럼 나와 함께 평온하게 지내자고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큰 일을 하려고 도모하는 것보다 우선 중요한 것,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님 안에서 누리는 평강입니다. 주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평강을 받아서 온전히 누리기 바랍니다. 우리의 눈은 항상 내가 할 일을 먼저 찾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우리 눈이 항상 하나님을 향해 있기를,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더 바라고 계십니다.
여호와를 바라라
"이스라엘아 지금부터 영원까지 여호와를 바랄지어다" (시 131:3)
성전에 올라오는 성도들을 향해서 하나님께서 진정 바라시는 것은 하나님만 바라는 것입니다. 성전에 올라와서도 자기 이름을 내고, 성전에 올라와서도 자기 힘자랑을 하고, 여전히 힘 빼지 않고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눈에 오만함이 가득 차 있는 채로 살지 말기를 원하십니다. 그저 하나님 앞에 와서는 하나님만 바라기를 우리 하나님께서 바라고 계십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하나님을 향하여 큰 일을 하기보다 힘 빼고 마음을 열고 말씀 듣고 기도하고 깨닫고 오늘 하루를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 앞에서는 힘을 빼야 합니다. 세상에서는 교만한 마음과 오만한 눈으로 살아남아야 하지만, 하나님 앞에 올라올 때는 그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마음의 교만을 버리고 눈의 오만함을 풀어야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베드로처럼 힘이 들어간 상태에서는 주님의 말씀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둘째는 젖 뗀 아이처럼 평온해야 합니다. 젖 뗀 아이가 어머니 품에서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그저 평안을 누리듯이, 우리도 하나님 앞에서 큰 일을 하려고 애쓰기보다 하나님과 마주 앉아 대화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원하셨던 것은 성전 건축이 아니라 함께 마주 앉아 독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셋째는 오직 여호와만 바라야 합니다. 성전에 올라와서도 자기 이름을 내고 자기 힘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 바라는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진정 원하시는 것입니다. 지금부터 영원까지 여호와만을 바라며, 하나님 안에서 참된 평강을 누리는 복된 삶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