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있는 백성
시편 144편
복은 과연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인가? 이 오래된 물음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는 복이란 타고나는 것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이 노력하여 지어가는 것이라 주장합니다. 그러나 끝없는 논쟁 가운데 우리 믿음의 백성들은 복의 근원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복의 근원이 되시고, 하나님께서 복을 베풀어 주시며, 하나님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와 함께하심 그 자체가 복이 된다는 진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믿음의 백성들을 이 땅에 살게 하시는 것 자체가 복이며, 복 받을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분도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므로 믿음의 백성들은 하나님이야말로 복의 근원이시며 복의 중심이시요, 복을 주시기도 하고 때로는 거두어 가시기도 하는 분이심을 분명하게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창 1:28)
창세기 성경이 시작되자마자 하나님은 이미 복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시편 제1편 또한 "복 있는 사람은"이라는 선언으로 시작됩니다. 결국 성경 전체는 복에 관하여 우리를 가르치는 책이며, 참된 복은 오직 하나님으로부터 온다는 진리를 명확하게 선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노래하는 삶
오늘 우리가 묵상하는 시편 144편 역시 다윗의 시로서, 어떤 사람에게 복이 임하는지, 복 받을 만한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인지를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백성은 복이 있나니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는 백성은 복이 있도다" (시 144:15)
시인은 이러한 백성이 복이 있다고 노래하였으며,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는 백성이 복이 있다고 선언합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백성이 하나님을 자기 하나님으로 삼는 백성인가? 시인은 그 답을 보다 구체적으로 앞부분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나의 반석이신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그가 내 손을 가르쳐 싸우게 하시며 손가락을 가르쳐 전쟁하게 하시는도다 여호와는 나의 사랑이시요 나의 요새이시요 나의 산성이시요 나를 건지시는 이시요 나의 방패이시니 내가 그에게 피하였고 그가 내 백성을 내게 복종하게 하셨나이다" (시 144:1-2)
다윗은 하나님을 반석이라 노래합니다. 또한 하나님을 요새라 부르고, 산성이라 칭하며, 방패라 고백합니다. 이것은 다윗의 전형적인 신앙 표현입니다. 그에게는 자기 주변에 있는 사물들을 바라보며 하나님을 떠올리는 매우 아름다운 습관이 있었습니다.
반석은 단단한 바위입니다. 어제도 그 자리에 있었고, 오늘도 그 자리에 있으며, 내일도 그 자리에 있을 것입니다. 견고하고 변함없는 것이 바로 반석입니다. 다윗은 반석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성품을 묵상하였습니다. 하나님은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 항상 계시는 분이시며, 변함없으신 분이시요, 언제나 우리를 지켜주시는 분이심을 그는 반석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반석이라 부릅니다.
다윗은 요새에 숨어 있으면서도 하나님을 체험하였습니다. 요새는 안전한 피난처입니다. 적들이 쳐들어왔을 때 그 견고한 요새 안에 머물면서 하나님의 품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요새라 노래합니다. 산성은 높은 곳에 위치합니다. 적들이 쉽게 침노하기 어려운 곳이며, 높고 위대한 장소입니다. 고대인들이 높은 산 위에 축성한 산성을 바라보면 어떻게 저토록 높은 곳에 성을 쌓았을까 경탄하게 됩니다. 다윗은 높은 산성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높으심과 위대하심을 찬양하였습니다. 방패는 적의 화살을 막아주는 것입니다. 악한 세력들이 위협할지라도 방패 뒤에 숨어 하나님의 안전하심을 경험합니다.
다윗은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통해 하나님을 생각하고 기억하는 탁월한 신앙적 습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복이 있다고 성경은 증언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산상수훈 말씀을 통해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는 자들에게 공중의 새를 보라 하셨고, 들의 백합화를 보라 하셨습니다. 새들은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으며 길쌈도 하지 않건만 하나님께서 먹이시고 돌보시며 입히시는데, 하물며 너희야 더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습니다.
믿음의 백성들은 항상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합니다. 자연 만물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존재와 살아 계심을 깨닫고 느껴야 합니다. 바람을 느낄 때 하나님의 호흡을 느끼고, 해와 달과 별들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창조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격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주변에 허락하신 모든 것을 통해 하나님의 손길을 느낀다면, 그야말로 참으로 복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주변 사람들과 사물들을 통해 하나님을 느끼려면, 우리 마음속에 하나님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 생각으로 항상 충만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모든 주변을 바라보며 하나님을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내 생각이 걱정과 염려, 번민, 원망과 불평으로 가득 차 있다면, 무엇을 보더라도 하나님을 기억하고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먼저 하나님으로 가득 채우는 사람, 그런 사람을 하나님은 복되다고 말씀하십니다.
겸손의 고백
"여호와여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알아주시며 인생이 무엇이기에 그를 생각하시나이까 사람은 헛것 같고 그의 날은 지나가는 그림자 같으니이다" (시 144:3-4)
다윗은 자기 스스로를 가리켜 헛것이라 말하였고, 지나가는 그림자 같다고 고백하였습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평가하면, 어찌 다윗을 헛것 같고 지나가는 그림자라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다윗이야말로 역사상 가장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정말 시골 출신이었습니다. 아버지 이새의 집에서 들판의 양을 치던 목자에 불과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가 한 나라의 왕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허약한 왕이 아니라 강력한 제왕이었습니다.
다윗은 위대한 장군이었습니다. 전쟁에서 거의 패한 적이 없습니다. 그가 하나님의 이름으로 나아간 모든 전쟁에서 하나님은 그에게 승리를 허락하셨습니다. 그의 이름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 그에게는 무서운 숙적들이 있었습니다. 주변의 대적하는 왕들도 그러하였고, 무엇보다 가장 악한 왕, 광기에 사로잡힌 사울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사울도 이겨내고 극복하였습니다. 다윗은 또한 위대한 시인이었습니다. 시편 150편 가운데 73편이 다윗의 시편입니다. 어찌 다윗을 두고 헛것 같다거나 지나가는 그림자 같다고 누가 감히 평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다윗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나라는 존재는 정말 헛것과 같습니다. 불면 날아가는 헛것이요, 죄 앞에 무력한 죄인이며, 하나님 앞에서는 지나가는 그림자 같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것입니다. 다윗은 하나님께 이처럼 겸손의 고백을 올려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하나님 앞에 복 있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겸손의 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인생을 살다 보면 사실 업적들이 쌓이게 됩니다.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것들,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들이 조금씩 생겨납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쌓아 올린 공든 탑들도 모두 헛것이요, 지나가는 그림자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고백이 있어야 하나님 앞에 복 있는 사람이 됩니다.
하나님은 교만한 자들을 미워하십니다. 교만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무조건 버려야 할 죄악 중 가장 큰 죄악입니다. 그러므로 믿음의 백성들은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분명히 느끼고 기억하고 깨달아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하나님 앞에서의 겸손입니다. 겸손한 자가 되어 하나님 앞에 진정 복된 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새 노래의 예배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새 노래로 노래하며 열 줄 비파로 주를 찬양하리이다" (시 144:9)
새 노래로 노래하는 자가 복되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새 노래라 함은 매일 하나님 앞에 새로운 찬양을 배워서 올려드려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 예배드릴 때 항상 새로운 마음으로, 마치 처음 예배드리는 것처럼, 하나님 앞에서 설레고 두렵고 경건한 마음으로 예배하라는 뜻입니다. 하나님 앞에 설 때 항상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서는 자, 그가 바로 복된 자입니다.
예배는 드리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이 익숙해지면 그 익숙함이 내 마음의 감격과 감동, 그리고 나의 존재의 연약함을 잊어버리게 만듭니다. 하나님 앞에 설 때는 항상 새 노래를 올려드리는 마음으로 설렘을 가지고, 두려움과 긴장을 가지고 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예배 자체가 은혜가 될 수 없습니다. 늘 그 자리에서 드리는 예배, 늘 그 자리에서 드리는 찬송, 늘 그 자리에서 감격 없이 드리는 예배를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겠습니까?
진실로 복된 자들은 하나님 앞에 항상 새 마음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러려면 기도를 통해 내 마음의 단단한 부분을 기경하고 갈아엎어 옥토가 되게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말씀을 받고 찬양을 올려드리는 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만물을 통해 하나님을 발견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다윗처럼 반석을 보며 하나님의 변함없으심을, 요새를 보며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산성을 보며 하나님의 높으심을, 방패를 보며 하나님의 안전하심을 깨닫는 영적 시야를 가져야 합니다. 자연 만물과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을 통해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복된 자입니다.
둘째는 하나님 앞에서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아무리 많은 업적을 쌓아 올린다 하더라도 그것을 자랑하는 어리석고 교만한 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윗처럼 자신을 헛것 같고 지나가는 그림자 같다고 고백하는 겸손함이 있어야 합니다. 교만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반드시 버려야 할 가장 큰 죄악입니다.
셋째는 항상 새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야 합니다. 자주 드리는 예배, 평생 드려온 예배라고 해서 마음이 굳어지고 두려움과 떨림이 사라지는 미련한 인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도로 마음을 기경하고 늘 처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서는 자가 참으로 복된 자입니다.
하나님이 복되다고 선언하신 사람, 이 복이 오늘 우리에게 항상 가득하고 충만하기를 소망합니다. 매 순간이 주님과 함께 동행하는 진실로 복 있는 삶이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