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실천
룻기 2장
때로는 중학교나 고등학교 학생들을 서울의 명문 대학에 견학시키곤 합니다. 학교 차원의 수학여행이기도 하고, 열의 있는 부모들이 자녀를 직접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 큰 꿈을 품게 하려면 미국의 저명한 대학들까지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좋은 학교를 보고 자극을 받아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그 순간만큼은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대학 생활의 낭만과 우수한 시설, 그곳에서 자유롭게 학문에 정진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그런 곳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품게 됩니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오면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무엇보다 공부를 해야 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서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데, 막상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처음 자리로 돌아가고, 멋진 대학을 본 것도 한낱 꿈에 그치며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은혜를 받은 후에 그 은혜를 진정한 은혜로 만들어가는 삶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은혜를 사모하고 좋아하지만, 그 은혜를 삶의 현실로 구현해가는 실천에는 현저히 부족합니다.
룻의 선택
이스라엘 백성들의 출애굽 여정에서 하나님께서는 열 가지 재앙을 행하셨습니다. 애굽에 내리시는 열 가지 재앙을 목격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크나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홍해가 갈라지는 놀라운 역사를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더욱 중요했습니다. 그들은 광야 40년의 긴 여정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광활한 사막을 건너는 것은 극히 고단한 일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정을 반드시 건너야만 약속의 가나안 땅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신앙의 불변하는 법칙이요 철칙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타난 룻은 하나님을 깊이 감동케 한 여인입니다. 사사들이 통치하던 혼란의 시대, 하나님 말씀의 기준이 완전히 사라진 그 어둠의 시대에 룻은 변방의 시골에서 하나님을 감동시키는 고백을 합니다. 시어머니 나오미에게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고, 어머니가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가 죽어 묻히는 곳에 나도 거기 묻힐 것입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베들레헴에 돌아왔는데, 하나님께서 아름다운 집과 넓은 땅을 주셨다면 얼마나 극적이었겠습니까? 누구나 그런 기대를 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룻이 직면한 현실은 차갑기 그지없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고, 더욱 견디기 어려운 것은 극심한 가난입니다. 두 과부가 처한 현실은 누구 하나 도와주는 이 없는 절망적 상황입니다.
결국 그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이 추수하고 남겨놓은 이삭을 주우러 나가야 합니다.
"모압 여인 룻이 나오미에게 이르되 원하건대 내가 밭으로 가서 내가 누구에게 은혜를 입으면 그를 따라서 이삭을 줍겠나이다 하니 나오미가 그에게 이르되 내 딸아 갈지어다 하매" (룻 2:2)
룻이 시어머니에게 말합니다. "제가 나가서 이삭을 주워 오겠습니다." 연로한 시어머니가 생계를 꾸려갈 수 없는 상황에서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들판으로 향합니다.
성실한 실천
은혜를 받은 여인이라 할지라도 그 은혜를 진정한 은혜로 승화시키는 실천을 보여주는 사람이 바로 룻과 같은 여인입니다. 우리는 이런 실천을 어려워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은혜를 받고, 기도하며 은혜를 받고, 성경을 읽으며 은혜를 받지만,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은 그 은혜를 삶 속에서 구현해가는 것에는 심각하게 부족합니다.
왜 그럴까요? 몸이 고단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과 부딪쳐야 하고, 사람들과 함께 교제하며 나누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들을 싫어하고 피하고 싶어합니다. 그저 은혜만 받고 그것으로 만족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은혜가 진정한 은혜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그 은혜를 가지고 실제로 살아가는 삶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나님은 그런 자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특별한 선물을 예비해 두셨습니다.
"룻이 가서 베는 자를 따라 밭에서 이삭을 줍는데 우연히 엘리멜렉의 친족 보아스에게 속한 밭에 이르렀더라 마침 보아스가 베들레헴에서부터 와서 베는 자들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너희와 함께 하시기를 원하노라 하니 그들이 대답하되 여호와께서 당신에게 복 주시기를 원하나이다 하니라" (룻 2:3-4)
"우연히"와 "마침"이라는 표현이 연속으로 나타납니다. 과연 이것이 단순한 우연이었을까요? 이것은 명백히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일입니다. 룻은 최선을 다하여 시어머니를 봉양하려 했고, 자신이 한 말을 온전히 지키려 했습니다.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자신의 온 몸을 바쳐서 성실히 일하기 위해 들판으로 나왔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보아스를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섭리로 만나게 해주신 것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 인생이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보물찾기와 같습니다. 곳곳에 보물이 널려 있고, 곳곳에 보물이 숨겨져 있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성실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숨겨두신 보물을 발견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보물을 찾으라고 인생 곳곳에 귀한 것들을 숨겨놓으셨습니다. 그 보물을 온 힘을 다해 찾아가야 합니다.
둘째는 은혜를 은혜 되게 만드는 성실한 실천이 필요합니다. 하나님께서 바울에게 "이 사람 바울은 이방을 위하여 택한 나의 그릇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별개로 그가 이방을 위하여 복음을 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나님이 숨겨두신 위대한 보물들을 그토록 많이 발견할 수 있었겠습니까? 은혜 받은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은혜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는 하나님이 우리 인생에 반드시 보물을 숨겨두셨다는 확신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생에 말씀하시고, 그 말씀대로 은혜 받아 살아가게 하시고, 살아가며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 안에 숨겨진 위대한 보물이 우리 것이 됩니다. 불평과 원망은 성실하지 않은 자들이 내뱉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하나님이 우리 인생에 숨겨두신 보물을 찾아서 내 것으로 만들고 그 은혜를 누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