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 3장

성경
룻기

품격의 사람

룻기 3장

자녀를 키우다 보면 따끔하게 지적하고 나무라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모른 척 덮어주고 넘어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부모는 이 상황을 정확히 분별해야 합니다. 만약 반대로 대응한다면 자녀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반복되는 잘못을 저지르고 알면서도 악한 행동을 할 때는 단호하게 불러서 엄중히 책망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부모가 철저하게 관리하고 책임져야 합니다. 반면에 선한 의도로 노력했지만 실수로, 혹은 미숙함으로 인해 일을 그르쳤을 때는 부모가 가능한 한 수습해주고 따뜻하게 품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부모의 사랑을 깨닫고 다시 용기를 내어 세상을 향해 전진하고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분별력을 완벽하게 갖추신 분입니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죄를 짓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시는 행동을 할 때, 하나님은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으십니다. 책망하시고 징계하시며 엄히 나무라십니다. 공의의 하나님이시며 정의의 하나님이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선한 마음으로 노력하다가 실수하고 넘어지며 잘못될 때에는, 하나님께서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위로해주시고 인간의 연약함을 깊이 아시며, 덮어주시고 모른 척해주시며 부끄럽게 하지 않으십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보아스는 바로 하나님의 이런 성품을 깊이 닮은 사람이었습니다. 따뜻하고 품격이 있으며 인격이 매우 훌륭한 분이었습니다.

생존의 절박함

룻은 시어머니를 봉양하고 생계를 위해 밭에 나가 이삭을 줍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성실히 일하는 룻에게 "우연"과 "마침"이라는 섭리를 통해 선한 사람을 만나게 하셨습니다. 바로 보아스였습니다. 집에 돌아와 룻이 어느 집에서 일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시어머니 나오미에게 상세히 보고합니다. 나오미는 그가 보아스라는 것을 알았고, 더욱이 보아스가 자신들의 가까운 친족으로서 기업을 무를 자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오미가 룻에게 다음 단계의 길을 제시합니다.

"그런즉 너는 목욕하고 기름을 바르고 의복을 입고 타작 마당에 내려가서 그 사람이 먹고 마시기를 다 하기까지는 그에게 보이지 말고 그가 누울 때에 너는 그가 눕는 곳을 알았다가 들어가서 그의 발치 이불을 들고 거기 누우라 그가 네 할 일을 네게 알게 하리라" (룻 3:3-4)

당시 사회 관습상 여인이 한밤중에 타작 마당에 들어가는 것은 극도로 금기시되는 행동이었습니다. 만약 이 일이 발각되어 사람들 눈에 띈다면 치욕적인 수치와 모욕을 당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나오미는 룻에게 이 위험한 일을 행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룻은 시어머니의 말씀대로 그대로 순종합니다.

"보아스가 먹고 마시고 마음이 즐거워 가서 곡식 단 더미의 끝에 눕는지라 룻이 가만히 가서 그의 발치 이불을 들고 거기 누웠더라" (룻 3:7)

보아스는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보리타작을 마치고 기쁜 마음으로 그곳에서 잠을 청하는데, 발치에 한 여인이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깜짝 놀라 그 여인이 누구인지 확인합니다.

"밤중에 그가 놀라 몸을 돌이켜 본즉 한 여인이 자기 발치에 누워 있는지라 이르되 네가 누구냐 하니 대답하되 나는 당신의 여종 룻이오니 당신의 옷자락을 펴 당신의 여종을 덮으소서 이는 당신이 기업을 무를 자가 됨이니이다" (룻 3:8-9)

룻이 이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온 것은 바로 이 한 마디를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기업을 무를 자입니다." 이 절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부끄러움과 수치를 무릅쓰고 이 자리에 온 것입니다.

"당신의 옷자락을 펴서 당신의 여종을 덮으소서"라는 말은 "나에게 자비와 은혜를 베풀어달라"는 간절한 호소였습니다. 지금 당장 소리를 질러 사람들을 불러 자신을 끌어내어도, 이방 여인으로서 이 땅의 법도를 몰라 이런 행동을 한 자로 낙인찍혀 쫓겨나도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당신의 무한한 자비로 여종을 덮어달라고 간구하는 것입니다.

룻과 나오미에게는 생존 자체가 절박한 문제였습니다. 기업을 무를 책임이 있는 보아스에게 은혜를 구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은 보아스의 반응에 달려 있었습니다. 보아스가 소리를 지르고 사람들을 불러 이 여인을 끌어내라고 한다면 모든 것이 끝나는 상황이었습니다.

은혜와 품격

보아스는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그가 이르되 내 딸아 여호와께서 네게 복 주시기를 원하노라 네가 가난하건 부하건 젊은 자를 따르지 아니하였으니 네가 베푼 인애가 처음보다 나중이 더하도다 그리고 이제 내 딸아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네 말대로 네게 다 행하리라 네가 현숙한 여자인 줄을 나의 성읍 백성이 다 아느니라" (룻 3:10-11)

보아스는 룻을 안심시키고 따뜻하게 대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보아스가 룻의 모든 행적을 상세히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라 이곳까지 온 일, 이 여인이 현숙한 여인임을,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며 시어머니를 봉양하고 있는 일, 그리고 최선을 다해 지금 이 일을 전하러 온 것까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습니다. 우리가 행하는 선한 일들을 다른 사람들이 모를까 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선한 일을 하고 있는데, 교회에서 열심히 섬기고 봉사하며 남모르는 곳에서 수고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알아줄까?" 하는 염려는 불필요합니다. 하나님께서 다 알고 계실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다 알고 있습니다. 보아스도 일개 이방 여인인 룻의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 여인이 현숙한 여자라는 것을 자신뿐 아니라 지역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고 말하며 룻을 위로합니다.

보아스의 모습에서 우리는 참된 품격이 무엇인지 볼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의 사소한 잘못과 허물까지도 들추어내어 이야깃거리로 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행동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보아스는 다른 사람의 부끄러움과 수치를 덮어주고 가려주며 모른 척해주는 품위를 보여줍니다. 이런 모습은 우리 예수님의 따뜻한 사랑을 닮은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주변 사람들, 가까운 사람들이 드러내기 싫어하는 것, 부끄러워하는 것을 덮어주고 모른 척해주며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는 품격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성숙한 지혜와 태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보아스는 룻의 간절한 요청에 진심으로 응답합니다.

"참으로 나는 기업을 무를 자이나 기업 무를 자로서 나보다 더 가까운 사람이 있으니 이 밤에 여기서 머물러라 아침에 그가 기업 무를 자의 책임을 네게 이행하려 하면 좋으니 그가 그 기업 무를 자의 책임을 행할 것이니라 만일 그가 기업 무를 자의 책임을 네게 이행하기를 기뻐하지 아니하면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내가 기업 무를 자의 책임을 네게 이행하리라 아침까지 누워 있을지니라" (룻 3:12-13)

보아스는 기업을 무를 자 중에서 자신보다 더 가까운 친족이 있다는 것을 솔직히 밝힙니다. 아침에 그 사람을 찾아가 기업을 무를 자의 책임을 다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겠다고 약속합니다. 만일 그 사람이 거절한다면 자신이 반드시 그 책임을 다하겠다고 여호와의 이름으로 맹세까지 합니다.

이스라엘의 기업을 무를 자 제도는 일종의 사회보장제도였습니다. 남편이 자녀 없이 죽으면 가장 가까운 친족이 그 과부를 아내로 맞이하여 후손을 이어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자녀는 죽은 남편의 이름으로 기록되며, 장성한 후에는 재산까지 물려받게 됩니다. 결국 기업을 무르는 사람에게는 경제적으로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 오히려 손해만 보는 제도였습니다. 이름도 없고 빛도 없이 죽은 자의 가문을 이어주기 위한 순전히 이타적인 사회보장제도였던 것입니다.

더욱이 이때는 사사시대였습니다. "왕이 없으므로 사람마다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던" 시대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율법의 권위가 실종된 시대에 자기에게 손해가 되는 일을 기꺼이 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보아스는 그런 시대 상황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무를 자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너는 염려하지 말라"고 안심시켜 줍니다. 세상이 아무리 악하게 돌아가도,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시대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율법과 말씀에 따라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보아스의 모습이 하나님을 깊이 감동시켰습니다.

결국 보아스는 예수님 족보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성실한 자들에게 주시는 영광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다른 사람의 약점을 덮어주는 품격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보아스처럼 다른 사람의 사소한 잘못과 허물을 들추어내어 이야깃거리로 삼지 말고, 오히려 그들의 부끄러움과 수치를 덮어주고 가려주며 모른 척해주는 품위가 필요합니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우리 예수님의 따뜻한 사랑을 닮은 것입니다.

둘째는 세상이 악할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성실함이 필요합니다. 사사시대와 같이 하나님의 말씀과 율법의 권위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는 시대라 할지라도,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일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그 말씀대로 살아가야 합니다. 보아스처럼 율법의 책임을 다하려는 성실한 모습이 하나님을 감동케 합니다.

셋째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룻과 나오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그들의 약점을 덮어주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은혜를 베풀어주는 자로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살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할지 보아스를 통해서 분명한 답을 얻기를 바랍니다. 그런 은혜를 베풀어주는 자로 오늘 하루도 기쁘고 복된 하루를 보내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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