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의 역사
사무엘상 11장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오병이어 기적입니다.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남자만 오천 명을 먹이신 놀라운 역사였습니다. 그러나 이 기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적 이전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나눈 대화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끼니를 거르고 말씀을 듣고 있었고, 저녁이 다가오자 제자들이 걱정되어 예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주님, 이들을 보내서 마을로 들어가 먹을 것을 사먹고 다시 오게 하십시오. 때는 이미 저물었고 이곳은 빈 들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갈 것 없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은 돈도 없고 양식도 없고 먹일 만한 능력도 없는 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왜 이렇게 말씀하셨을까요? 장차 제자들이 교회공동체를 이끌어갈 지도자가 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숫자만 보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을 못마땅히 여기셨습니다. 비록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없어도, 능력도 없고 이곳은 빈 들이고 해가 저물어도, '어떻게 하면 이들을 먹일 수 있을까' 하는 간절한 목자의 심정을 가지기를 원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손에 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진심과 마음을 살펴보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인정받지 못한 왕
오늘 본문에는 백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하나님께 기름부음을 받아 왕으로 세워졌지만 아직 지켜보고 있는 사울이 간절한 마음을 품었을 때, 하나님께서 그를 진정한 왕으로 세우시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사울은 사무엘에게 기름부음을 받고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그를 조롱하며 "우리는 그를 섬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울은 한마디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암몬 사람 나하스가 이스라엘 영토인 길르앗 야베스로 쳐들어왔습니다.
"암몬 사람 나하스가 올라와서 길르앗 야베스에 맞서 진 치매 야베스 모든 사람들이 나하스에게 이르되 우리와 언약하자 그리하면 우리가 너를 섬기리라 하니" (삼상 11:1)
이런 일은 그 시대에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이 직접 암몬 사람 나하스와 조약을 맺으려고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미 이스라엘에는 왕이 세워져 있지 않았습니까?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백성들이 왕을 달라고 사무엘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셔서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 사울이 세워졌습니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적이 침입하면 왕에게 알려서 왕으로 하여금 군대를 조직하고 적을 물리쳐 달라고 요청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은 그런 일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들이 직접 적과 소통하고 조약을 맺어 조공을 바치려고 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그 당시 사울을 백성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왕을 세웠으나 왕을 찾지 않고, 왕으로 인정받았으나 백성들은 심정적으로 왕을 인정하지 않는 묘한 상황이 바로 이스라엘의 현실이었습니다.
더욱 큰 모욕
암몬 사람 나하스는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더 큰 조공을 뜯어내려는 의도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암몬 사람 나하스가 그들에게 이르되 내가 너희 오른 눈을 다 빼야 너희와 언약하리라 내가 온 이스라엘을 이같이 모욕하리라" (삼상 11:2)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탐욕으로 이런 식으로 이스라엘을 모욕했습니다.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은 도저히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온 이스라엘에 전령을 보내어 자기들의 절박한 처지를 하소연했습니다.
전령을 보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기대하지 않지만 혹시나 이스라엘 백성들이 군대를 보내줄까 하는 희망이었고, 둘째는 더욱 현실적인 것으로서 자신들의 힘으로는 적이 원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으니 이스라엘 백성들이 함께 십시일반하여 곡물을 내어주고 조약을 맺어 위기에서 건져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전령들이 사울이 살고 있는 기브아에까지 도달했습니다.
"이에 전령들이 사울이 사는 기브아에 이르러 이 말을 백성에게 전하매 모든 백성이 소리를 높여 울더니" (삼상 11:4)
이 구절이 참으로 이상합니다. 사울이 사는 기브아에 전령들이 도착했는데도, 사울이 그곳에 있는 것을 알면서도 사울에게는 알리지 않고 백성들에게만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기브아 백성들은 자신들도 힘이 없고 돈이 없고 내어줄 곡물이 없어서 그저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소리 높여 울 뿐이었습니다.
이것을 봐도 사울이 지금 얼마나 백성들에게 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알 수 있습니다. 왕을 세웠으나 아무도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진심이 통하다
마침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사울이 이런 상황을 보고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마침 사울이 밭에서 소를 몰고 오다가 이르되 백성이 무슨 일로 우느냐 하니 그들이 야베스 사람의 말을 전하니라" (삼상 11:5)
그는 왕이 되었는데도 왕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왕궁은커녕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소를 몰고 오다가 백성들이 모여서 통곡하고 있는 것을 보고 무슨 일인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울이 이 말을 들을 때에 하나님의 영에게 크게 감동되매 그의 노가 크게 일어나" (삼상 11:6)
사울이 이 말을 들을 때 하나님의 영이 그에게 강력하게 임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사울은 비록 백성들에게 왕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의 마음 깊은 곳에는 '내가 이 백성을 책임져야 한다'는 왕으로서의 의식과 자각이 살아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을 일을 백성들이 모여서 울고 있으니까 찾아가서 물었습니다. 남들은 자신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백성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무슨 일로 우는지 알고 싶어서 궁금해서 질문했습니다.
그리고 전령들이 길르앗 야베스 사람들이 당한 일을 전할 때, 그의 마음에 커다란 분노가 일어났습니다. '내가 무엇인가를 해야 되겠다'는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용솟음쳤습니다. 하나님은 바로 이 마음에 축복하신 것입니다.
비록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는 백성들을 사랑하고 간절히 여기고 있었고, '내가 여기서 무엇인가를 해야 되겠다'는 그 강렬한 마음을 하나님께서 감찰하신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지 못해도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의 영이 크게 역사하시자 사울은 군대를 모았습니다. 33만 명의 군인들이 모였고, 그 후에 길르앗 야베스로 가서 암몬 사람들을 완전히 소탕했습니다.
"이튿날 사울이 백성을 삼 대로 나누고 새벽에 적진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날이 더울 때까지 암몬 사람들을 치매 남은 자가 다 흩어져서 둘도 함께 한 자가 없었더라. 백성이 사무엘에게 이르되 사울이 어찌 우리를 다스리겠느냐 한 자가 누구이니이까 그들을 끌어내소서 우리가 죽이겠나이다. 사울이 이르되 이 날에는 사람을 죽이지 못하리니 여호와께서 오늘 이스라엘 중에 구원을 베푸셨음이니라" (삼상 11:11-13)
하나님의 영이 임한 사울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암몬 사람들을 완전히 소탕하고 쫓아낸 후, 이제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이 그에게 향하여 돌아섰습니다. "이 사람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 자가 누구냐? 끌어내라. 우리가 죽이겠다."
그런데 사울이 다시 만류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구원을 베푸신 이 날 우리가 어떻게 사람을 죽이겠느냐." 이 말에도 사울의 마음에 깃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미 사무엘에게 기름부음을 받았고, 이스라엘 공동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제비 뽑아 왕이 되었는데, 이제야 진정으로 백성들이 그를 왕으로 세워주었습니다.
"모든 백성이 길갈로 가서 거기서 여호와 앞에서 사울을 왕으로 삼고 길갈에서 여호와 앞에 화목제를 드리고 사울과 이스라엘 모든 사람이 거기서 크게 기뻐하니라" (삼상 11:15)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마음 중심을 보신다는 것입니다. 사울은 왕으로 기름부음을 받았지만 백성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왕궁이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가서 소를 몰고 농사짓는 자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여전히 백성들을 사랑했고, 어떻게 하면 이 나라와 이 백성들을 건져낼 수 있을까 하는 사랑의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그 마음에 기름부어 역사하셨습니다.
둘째는 진심이 통하면 하나님의 영이 역사하신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만나도 정말 그 영혼을 간절히 여기는 마음으로 대하면 하나님께서 그 순간 우리에게 하나님의 영으로 역사하실 것입니다. 작은 일을 하더라도 우리 마음을 다해서 일하면 하나님께서 일에 지혜를 주십니다. 하나님의 영이 함께하면 지혜가 충만해서 그 일을 능히 우리가 행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마음을 다해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응답하신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일이 닥치고 위기가 닥칠 때 마음을 다해서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지혜를 주시고 하나님의 영을 부어주셔서 언제나 넉넉하게 그 위기를 극복하게 하십니다.
오늘 온종일 우리 마음 다해서 사람을 만나고 일하며 이 삶을 성실하게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