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일
사무엘상 23장
사람들은 대체로 상대적인 경향이 아주 강합니다. 어떤 일을 만날 때 그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마음을 열고 열심히 합니다. 열심히 하다 보니 결과가 좋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그 일을 더 열심히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일을 만날 때 내가 싫어하는 일이라면 일단은 피하고 봅니다. 피하다 보니 늘지도 않고 마음이 열리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영영 그 일을 더 못 하게 됩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역시 똑같은 원리가 적용됩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와 성향이 맞고 기질이 맞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면 자주 만나게 되고 자주 만나다 보니 더 정이 들고 그러다 보니 더 깊어집니다. 그런데 반대로 나와 성향이 잘 맞지 않는 사람, 기질이 맞지 않고 함께 있으면 불편한 사람은 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피하다 보니 더 자주 만나지 않고 그러다 보니 모든 관계가 다 끊어지게 됩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이렇게 살아도 전혀 문제 되지 않고 오히려 편안합니다.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공동체를 책임지는 지도자라면, 나라를 이끌고 있는 대통령이라면 문제는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 어떻게 그를 지도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인사는 엉망이 될 것이고 국정도 엉망이 될 것입니다.
지도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하고 마땅히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야 하며, 자기 코드와 자기 생각과 별 상관이 없는 사람도 불편해도 가까이 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진 존재입니다. 오늘 하나님께서는 다윗에게 이런 부분을 훈련시켜 주십니다.
그일라 사람들의 구원 요청
현재 다윗은 사울에게 쫓기고 있고 그와 함께한 400명과 함께 광야를 전전하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지금 다윗과 그와 함께한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급선무는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입니다. 잘 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숨 쉬고 사는 것이 문제인 지경인 이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다니다 보니 한 지방 사람들이 큰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사람들이 다윗에게 전하여 이르되 보소서 블레셋 사람이 그일라를 쳐서 그 타작 마당을 탈취하더이다 하니" (삼상 23:1)
그일라를 쳐서 블레셋 사람들이 타작 마당을 탈취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실 이 일은 현재는 다윗의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 일은 사울의 일입니다. 블레셋 사람들을 쫓아내고 자기 나라 백성들을 보호하는 일은 현재 왕인 사울이 해야 할 일입니다. 마땅히 사울의 일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다윗은 자꾸만 마음이 쓰입니다. 사울이 이 일을 하지 않을 것을 뻔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쓰여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묻습니다.
"이에 다윗이 여호와께 묻자와 이르되 내가 가서 이 블레셋 사람들을 치리이까 여호와께서 다윗에게 이르시되 가서 블레셋 사람들을 치고 그일라를 구원하라 하시니" (삼상 23:2)
과거 사울의 군대 장관으로 살았던 시절에는 당연히 다윗이 가서 그일라를 구원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도망자 신분 아닙니까? 사울에게는 반역자로 낙인 찍혀서 쫓겨 다니고 있는 신분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쓰여서 "내가 가서 그 일라를 구원할까요? 블레셋을 치고 그 땅 백성들을 구원할까요?" 하고 하나님께 묻습니다.
다윗과 함께한 사람들은 다윗의 이런 마음의 변화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윗에게 안 된다고 말합니다.
"다윗의 사람들이 그에게 이르되 보소서 우리가 유다에 있기도 두렵거든 하물며 그일라에 가서 블레셋 사람들의 군대를 치는 일이리이까 한지라" (삼상 23:3)
당연히 이들은 반대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조용히 쥐 죽은 듯이 숨어 다녀도 언제 들킬지 모르는 상황인데, 군사들을 이끌고 가서 그일라를 시끄럽게 하고 블레셋 사람들을 치는 일이 벌어진다면 당연히 사울이 그들을 다시 치러 올 것입니다. 이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다윗에게 간언합니다.
하지만 다윗은 그래도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하나님께 다시 묻습니다. 그리고 가서 그일라를 구원합니다.
"다윗이 여호와께 다시 묻자온대 여호와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일어나 그일라로 내려가라 내가 블레셋 사람들을 네 손에 넘기리라 하신지라 다윗과 그의 사람들이 그일라로 가서 블레셋 사람들과 싸워 그들을 크게 쳐서 죽이고 그들의 가축을 끌어 오니라 다윗이 이와 같이 그일라 주민을 구원하니라" (삼상 23:4-5)
순종과 배신
다윗은 자기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을 한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을 한 것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다윗은 한 것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은 자기가 지금 맡고 있는 직책, 직분이 아니라 하나님의 명령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신 일이기 때문에 비록 그가 도망자 신분이었지만 이 일을 한 것입니다. 사울의 군대 장관이 아니어서 이 일을 안 한 것이 아니라, 그는 사울의 군대 장관이건 도망자 신분이건 그런 것 따지지 않고 상관없이 하나님께서 하라고 하시니까 한 것입니다. 사람들 눈에 볼 때는 어리석어 보이고 바보 같아 보이지만, 하나님은 이런 다윗을 사랑하시고 이런 다윗을 잘 훈련시켜서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삼으신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이것으로 해피엔딩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그일라 사람들이 다윗이 여기 있다고 사울에게 고발합니다.
"다윗이 그일라에 온 것을 어떤 사람이 사울에게 알리매 사울이 이르되 하나님이 그를 내 손에 넘기셨도다 그가 문과 문 빗장이 있는 성읍에 들어갔으니 갇혔도다 사울이 모든 백성을 군사로 불러모으고 그일라로 내려가서 다윗과 그의 사람들을 에워싸려 하더니" (삼상 23:7-8)
이런 일이 벌어지자 다윗과 그와 함께한 사람들이 충격을 받습니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습니까? 선을 행하면 선으로 돌아오고 악을 행하면 당연히 악으로 돌아오는데, 지금 다윗과 함께한 사람들이 한 일은 목숨을 건 선행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배신입니다.
다윗은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묻습니다.
"그일라 사람들이 나를 그의 손에 넘기겠나이까 주의 종이 들은 대로 사울이 내려오겠나이까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원하건대 주의 종에게 일러 주옵소서 하니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그가 내려오리라 하신지라 다윗이 이르되 그일라 사람들이 나와 내 사람들을 사울의 손에 넘기겠나이까 하니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그들이 너를 넘기리라 하신지라" (삼상 23:11-12)
다윗의 마음이 아마 무너져 내렸을 것입니다. "그들이 너를 넘길 것이니라." 결국 다윗은 그곳에 있지 못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하나님께서는 다윗과 그의 일행을 사울의 손에 넘기지 않습니다.
"다윗이 광야의 요새에도 있었고 또 십 광야 산골에도 머물렀으므로 사울이 매일 찾되 하나님이 그를 그의 손에 넘기지 아니하시니라" (삼상 23:14)
사람들은 그를 사울의 손에 넘겨도 하나님은 다윗을 사람들의 손, 사울의 손에 넘기지 않고 돌봐주셨습니다.
하나님의 교훈
하나님께서 여기서 다윗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겠습니까?
첫째는 사람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사랑해야 할 존재이지 믿고 의지해야 할 존재가 결코 아닙니다. 믿어야 하는 존재는 하나님 한 분이시지, 그일라 사람들을 구원하고 건져 주었다 하더라도 그들은 언제든지 다윗을 배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훗날 왕이 되면 사람들을 마음에 두고 그 사람들을 의지해서 다윗은 매번 상처받을 것 아닙니까? 사람들을 의지하면 너에게 돌아오는 것은 상처밖에 없으니 사람 의지하지 말고 하나님만 의지하고 살아가라 하는 하나님의 위대한 경고의 말씀이고 훈련입니다.
두 번째, 하나님께서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마땅히 하나님께서 시키신 일을 하라고 하신 것입니다. 왕이 될 사람은 상황을 핑계해서는 곤란합니다. 자기 몸을 사려서는 곤란합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 내가 하기 싫은 일이라 하더라도 상황이 모든 것이 악하고 안 좋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왕이기 때문에 백성들을 살피고 돌보는 일은 마땅히 해야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하나님은 이것을 다윗에게 가르치고 훈련하신 것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성도들입니다. 믿음의 백성들이고 하나님을 따르고 의지하는 자들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부탁하신 일이라면 하나님이 시키신 일이라면 우리는 마땅히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시키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성도들이 되어야 합니다.
둘째는 사람이 아닌 하나님만 의지해야 합니다. 사람을 의지하는 일은 세상 일 가운데 가장 어리석은 일입니다. 사람은 사랑해야 할 존재이지 믿고 의지해야 할 존재가 아닙니다. 마음에 맞는 사람, 내 눈에 보이는 사람 그 사람 따라가고 의지했다가 실망하고 배반당하고 낙심하고 절망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언제나 믿고 의지해야 할 분은 하나님 한 분이심을 깨달아야 합니다.
셋째는 하나님과 함께 승리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하나님을 의지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오늘도 나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을 꼭 붙들고 기억하며, 그 하나님과 함께 승리의 발걸음을 걸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성도로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직분자로서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내가 좋아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의 삶을 살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에게 부탁하시고 시키시는 일 그 일을 위해서 전심전력하며 달려가야 합니다.
오늘도 하나님만 붙들고 진리의 길, 승리의 길을 걷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