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24장

성경
사무엘상

금기를 넘지 않기

사무엘상 24장

어느 사회든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금기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내려온 사회적으로 서로 합의된 금기는 그 사회를 안정감 있게 지켜주는 아름다운 질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무너지면 사회는 불안을 느끼고 구성원들도 불안해지며, 사회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는 오랫동안 내려오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금기라는 것이 존재했습니다. 스승은 제자를 사랑하고 생명처럼 여기며 최선을 다해서 교육했습니다. 그리고 제자는 스승을 임금과 부모를 대하듯이 군신의 관계로 스승을 섬기며 최선을 다해서 학업을 하고 따랐습니다. 그저 지식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배우고 또 책망을 달게 받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금기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교단에서 권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선생님들을 고발하고, 그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자기 스스로 방종을 일삼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이제는 선생님들도 학생들을 이전처럼 대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저 지식을 전달하고 자신의 생업을 위해서 일하는 교사는 존재하지만 과거 옛날 의미에서의 스승은 더 이상 존재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완전히 교권이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금기가 무너지면 교육 자체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비슷한 상황으로 우리 신앙의 자리에도 금기가 존재합니다. 하나님께서 아담과 하와를 에덴 동산에 두시고 선악과 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것은 하나님과 인간이 맺은 최초의 금기였습니다. 이 선을 잘 지키면 그 안에서 행복하고, 이 선을 넘고 어기면 행복은 떠나가고 그때부터 불행이 시작됩니다. 선악과 금지 명령을 어기고 아담과 하와는 에덴에서 쫓겨났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본문에서 다윗은 하나님이 정해 놓으신 눈에 보이지 않는 선, 금기를 잘 지켜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절호의 기회

사울은 다윗을 쫓고 다윗은 쫓겨 다닙니다. 다윗과 함께 한 사람들이 처음에는 아돌람 굴에 사백 명이 모였는데 이제는 그 숫자가 늘어서 육백 명가량이 되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과 다윗이 사울의 눈을 피해 다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지키시고 보호해 주셔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윗은 훈련 잘 받은 군사들과 함께 사울을 피해 다닙니다.

사울에게 한 가지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다윗과 그의 일행이 엔게디 광야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울이 군사들을 이끌고 다윗을 죽이려고 그곳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사울은 다윗을 쫓아다니고 다윗은 쫓겨 다녔는데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사울이 블레셋 사람을 쫓다가 돌아오매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말하여 이르되 보소서 다윗이 엔게디 광야에 있더이다 하니 사울이 온 이스라엘에서 택한 사람 삼천 명을 거느리고 다윗과 그의 사람들을 찾으러 들염소 바위로 갈새 길 가 양의 우리에 이른즉 굴이 있는지라 사울이 그 발을 가리우러 들어가니라 다윗과 그의 사람들이 그 굴 깊은 곳에 있더니" (삼상 24:1-3)

사울이 다윗을 쫓으러 엔게디 광야에 왔다가 급한 용변을 보기 위해서 굴 속에 들어갑니다. 사울과 함께 온 군대들은 그 굴 밖에서 왕을 지키려고 호위하고 서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그 굴 속에는 다윗과 그의 일행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굴은 크고 깊어서 그 깊숙한 곳에 다윗과 그의 일행들이 있습니다. 원래 어두운 곳에 처음 들어가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나 그곳에 오래 있으면 동공이 확장되어서 잘 보입니다. 오래 있었던 다윗과 그의 부하들은 이미 그곳에 누가 들어오는지 다 알고 있었습니다. 사울은 캄캄한 굴 속에서 용변을 보기 위해 들어갔기 때문에 누가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사람이 있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절호의 기회가 온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사울을 바로 죽이거나 포로로 잡아버리면 상황은 종료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주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우리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다윗과 함께한 사람들이 다윗에게 와서 속삭입니다. 하나님이 이 기회를 주셨으니 지금 사울을 죽입시다. 이것은 하나님이 주신 기회입니다.

넘지 않는 금기

"다윗의 사람들이 이르되 보소서 여호와께서 당신에게 이르시기를 내가 원수를 네 손에 넘기리니 네 생각에 좋은 대로 그에게 행하라 하시더니 이것이 그 날이니이다 하니 다윗이 일어나서 사울의 겉옷 자락을 가만히 베니라" (삼상 24:4)

다윗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일어나기는 했는데 사울을 포로로 잡거나 죽이지 않습니다. 가만히 뒤로 가서 겉옷 자락만 베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고 나서 다윗의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마음에 찔림을 받습니다.

"그리한 후에 사울의 옷자락을 벰으로 말미암아 다윗의 마음이 찔려" (삼상 24:5)

다윗의 마음이 왜 찔림을 받았을까요? 겉으로는 사울을 죽이지 않고 옷자락만 베었지만 그는 이미 살인 충동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칼을 들고 가만히 다가가서 옷자락을 벨 때 갈등했습니다. 옷자락을 베지 않고 등을 찔러버릴까? 그를 포로로 잡을까? 여기에서 이제는 끝을 낼까? 그런 마음으로 강한 살인 충동을 느꼈습니다. 자기가 이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살인 충동만으로도 이미 다윗은 마음에 심한 찔림을 받습니다.

그리고 돌아와서 그와 함께 한 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 사람들에게 이르되 내가 손을 들어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내 주를 치는 것은 여호와께서 금하시는 것이니 그는 여호와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가 됨이니라 하고" (삼상 24:6)

우리는 사울을 죽이지 않은 다윗을 아주 높게 평가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다윗이 사울을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울에게 기름을 부으라 하시고 그를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세우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것을 다윗이 폐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는 생각한 것입니다.

만약 다윗이 그를 왕으로 세웠다면 그는 당연히 사울을 죽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그에게 기름을 부어 하나님이 그를 세웠기 때문에 폐하시는 분도 하나님이 되셔야 마땅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것이 다윗이 넘지 않은 금기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워 놓으신 금기, 하나님이 정해 놓으신 보이지 않는 선을 다윗은 철저하게 지켜드렸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다윗을 사랑한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

오늘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선을 넘지 말라고 그어 놓은 보이지 않는 선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리는 그것들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그 선을 넘나듭니다.

예배에도 선이 있습니다. 예배의 중심은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배의 선, 넘지 말아야 될 선은 하나님을 섬기는 것인데 자기만족의 선을 함부로 넘어가 버립니다. 우리는 자기중심적으로 예배를 드릴 때가 많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야 되고 내가 즐거워야 되고 내가 기뻐야 되고 항상 자기중심으로 예배를 드립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정해두신 예배의 금기를 자기 마음대로 넘나드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두신 봉사와 섬김, 여기에도 선이 있습니다. 사람을 상대하고 사람을 대하는 일에도 하나님이 정해두신 금기가 있습니다. 성경에 이런 것들이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잘 살피고 잘 생각해 보고 기도해 보고 지금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지금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하나님이 정해 두신 금기를 넘어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봐야 됩니다.

우리가 이것을 넘어가고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해버리면 그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오늘 다윗이 정말 하나님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우리는 잘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도 오늘 다윗처럼 하나님이 정해두신 금기를 깨뜨리지 않고 하나님과 좋은 관계 가운데 살아가는 복된 하루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다윗은 사울이 아무리 자기를 죽이려 해도 하나님이 기름 부어 세우신 왕이라는 이유로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우리도 하나님이 세우신 권위와 질서를 존중하며 하나님의 뜻을 먼저 구하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둘째는 하나님이 정해두신 금기를 지키는 성실함이 필요합니다. 다윗은 절호의 기회가 와도 하나님의 금기를 넘지 않았습니다. 예배에서, 섬김에서, 인간관계에서 하나님이 정해두신 선을 분별하고 그것을 지키는 성실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마음의 동기까지 하나님 앞에서 점검하는 영성이 필요합니다. 다윗은 사울을 죽이지 않았음에도 살인 충동을 느꼈다는 이유로 마음에 찔림을 받았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뿐만 아니라 마음의 동기까지 하나님 앞에서 점검하는 깊은 영성을 가져야 합니다.

하나님이 정해두신 금기를 지키며 언제나 깊이 기도하고 깊이 생각하여 하나님의 뜻을 깊이 깨닫는 복된 하루가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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