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9장

성경
사무엘상

열린 마음

사무엘상 9장

현대 사회는 표면적으로 인권과 평등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보이지 않는 계급과 차별이 엄존합니다.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은밀하고 치밀한 차별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조선시대나 유럽 봉건사회의 노골적인 계급제보다 오히려 더욱 교묘하고 깊은 상처를 주는 차별이 횡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회 구조를 타파하고 누구에게나 진정으로 열린 마음으로 대하려는 인물들이 때로 등장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우리는 시대의 영웅이라 부르며, 그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 참된 지도자가 되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에 등장하는 사울이 바로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순종하는 아들

이스라엘 백성들이 사무엘에게 왕을 세워달라고 요구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왕정제도의 폐해를 미리 경고하셨지만 백성들은 이를 외면했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시며 이스라엘에게 왕을 세워주라고 명하셨습니다. 이제 사무엘에게는 백성들을 위해 가장 적합하고 훌륭한 인물을 왕으로 세우는 중대한 책임이 주어졌습니다.

"베냐민 지파에 기스라 이름하는 유력한 사람이 있으니 그는 아비엘의 아들이요 스롤의 손자요 베고랏의 증손이요 아비아의 현손이며 베냐민 사람이더라 기스에게 아들이 있으니 그의 이름은 사울이요 준수한 소년이라 이스라엘 자손 중에 그보다 더 준수한 자가 없고 키는 모든 백성보다 어깨 위만큼 더 컸더라" (삼상 9:1-2)

어느 날 아버지 기스가 집에서 기르던 암나귀들을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암나귀는 당시 각 가정에서 짐을 운반하고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는 귀중한 재산이었습니다. 기스는 아들 사울에게 한 사환을 데리고 가서 암나귀들을 찾아오라고 명령했습니다.

"사울의 아버지 기스가 암나귀들을 잃고 그의 아들 사울에게 이르되 너는 일어나 한 사환을 데리고 가서 암나귀들을 찾으라 하매 그가 에브라임 산지와 살리사 땅으로 두루 다녀 보았으나 찾지 못하고 사알림 땅으로 두루 다녀 보았으나 그 곳에는 없었고 베냐민 사람의 땅으로 두루 다녀 보았으나 찾지 못하니라" (삼상 9:3-4)

사울은 아버지의 명령에 즉시 순종했을 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지명들을 살펴보면 약 30킬로미터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샅샅이 뒤지며 열심히 수색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드러나는 사울의 품성은 아버지의 명령에 철저하게 순종하는 신실한 아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열린 귀

사울이 온 힘을 다해 수색했음에도 암나귀들을 찾지 못하자, 아버지가 암나귀보다 오히려 자신들을 걱정하실까 염려되어 돌아가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때 사환이 주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그가 대답하되 보소서 이 성읍에 하나님의 사람이 있는데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 그가 말하는 것은 반드시 다 응하나니 그리로 가사이다 그가 혹 우리가 갈 길을 가르쳐 줄까 하나이다 하는지라" (삼상 9:6)

당시의 사회적 위계질서를 고려할 때, 이 말은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이었습니다. 사울의 처지에서는 자칫 불쾌하게 들릴 수도 있는 발언이었습니다. 신분이 다른 종이 주인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는 것을 성격이 급한 주인이라면 용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울의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사울이 그의 사환에게 이르되 네 말이 옳다 가자 하고 그들이 하나님의 사람이 있는 성읍으로 가니라" (삼상 9:10)

이러한 태도는 오늘날 우리가 가장 친밀한 친구에게조차 보이기 어려운 겸손함입니다. 상대방이 옳은 말을 해도 자존심 때문에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이 일반적인 인간의 심리입니다. 상대의 제안이 합리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괜한 고집을 부리며 일단 반대해보고 싶은 것이 우리의 본성입니다.

그러나 사울은 진정으로 열린 마음을 소유한 인물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어떠했습니까?

"사무엘이 사울을 볼 때에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보라 이는 내가 네게 말한 사람이니 이가 내 백성을 다스리리라 하시니라" (삼상 9:17)

사울은 하나님의 선지자 사무엘을 만나게 되었고, 마침내 사무엘로부터 기름부음을 받아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 되었습니다. 만약 사울이 사환의 조언을 무시했다면 사무엘과의 만남은 불가능했을 것이며, 결국 왕이 되는 하나님의 부르심도 놓쳤을 것입니다.

변화의 아쉬움

적어도 청년 시절의 사울은 이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품성을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말씀에 철저히 순종하는 효자였으며, 신분의 높낮이를 가리지 않고 타인의 조언에 겸손히 귀 기울이는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사울이 세월이 흐르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모했습니다. 아버지의 명령에 철저히 순종했던 그가 영적 지도자 사무엘의 말씀에는 불순종했습니다. 사환의 겸손한 제안에 열린 마음으로 응답했던 그가 다윗을 죽이려는 자신을 만류하는 아들 요나단의 간곡한 호소에는 귀를 막았습니다. 한 인간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180도 달라져 완전히 변질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그가 청년이었을 때, 왕으로 부름받기 전, 하나님께서 그를 선택하신 바로 그 순간의 사울은 분명히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인물이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변하기 전의 사울, 그 아름다웠던 모습을 기억하고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누구에게나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어린아이라도 그가 하는 말이 옳다면 "네 말이 옳다"고 인정해 줄 수 있는 겸손하고 유연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신분이나 나이, 지위에 관계없이 진리 앞에서는 겸손히 고개 숙일 수 있는 아름다운 품성을 지녀야 합니다.

둘째는 철저한 순종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사울이 아버지의 명령에 순종하여 암나귀들을 찾아 헤맸던 것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게 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는 신실함을 보여야 합니다.

셋째는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시간이 흘러 사울처럼 변질되는 인물이 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처음 믿음을 가졌을 때의 그 순수한 마음과 열정을 끝까지 지켜가며,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실천하는 복된 인생을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울이 사환을 대했던 것과 같은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시기 바랍니다. 그들의 목소리에 겸손히 귀 기울여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는 은혜로운 하루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icon
핵심 주제
icon
제목

날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