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11장

성경
사사기

하나님의 선택

사사기 11장

홍길동전에는 주옥같은 대사들이 많이 있는데, 그중에서 사람들의 심금을 가장 깊이 울린 홍길동의 말은 "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다"는 절규였습니다. 홍길동전이 나온 조선 시대에는 적자와 서자의 차별이 엄연히 존재했고, 서자들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으며 출세의 길 또한 막혀 있었습니다.

그런 사회 현실 속에서 홍길동전이 나오자 전국 팔도의 수많은 서자들이 감정이입을 하게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여러 이유로 차별받으며 성장한 사람들은 그 상처가 깊이 각인되어 치유받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설령 치유받는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 역시 험난하기 그지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동일한 인간을 차별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결단코 차별하지 않으십니다. 모든 이가 하나님의 소중한 피조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사람들에게는 차별받고 버림받은 한 사람을 하나님께서 친히 택하시고 세우셔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는 민족의 사사로 사용하셨습니다. 바로 입다의 이야기입니다.

버림받은 출생

"길라앗 사람 입다는 큰 용사였으니 기생이 길라앗에게서 낳은 아들이었고" (삿 11:1)

성경은 입다를 소개하며 "큰 용사"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출생 배경은 복잡했습니다. 어머니는 기생이었고, 아버지 길라앗의 이름은 그 지역명과 동일했습니다. 이는 아버지가 그 지역을 대표할 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음을 의미합니다.

지역의 대표적 인물을 아버지로 두었지만, 어머니가 기생이었기에 입다는 적자가 아닌 서자의 신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출생의 한계로 인해 그의 인생에는 처음부터 갈등과 시련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형제들의 추방

"길라앗의 아내도 그에게 아들들을 낳았더라 그 아내의 아들들이 자라매 입다를 쫓아내며 그에게 이르되 너는 다른 여인의 자식이니 우리 아버지의 집에서 기업을 잇지 못하리라 한지라 이에 입다가 그의 형제들을 피하여 돕 땅에 거주하매 건달들이 그에게로 모여 와서 그와 함께 출입하였더라" (삿 11:2-3)

예상했던 대로 입다는 심한 차별을 당하며 결국 가문에서 추방당했습니다. 아버지는 묵인했고, 어머니는 도울 힘이 없었습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는 고향을 떠나 돕 땅으로 가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때 암몬 자손이 이스라엘을 침입하는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암몬의 침략을 받은 길라앗 지역의 장로들이 선택한 지도자는 다름 아닌 입다였습니다. 그만큼 입다는 뛰어난 용맹과 전투력을 지닌 신뢰할 만한 인물이었습니다.

말씀의 지혜

입다는 장관으로 세움을 받자 먼저 무력 충돌보다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했습니다. 그는 암몬 자손과의 협상을 시도했습니다.

"입다가 암몬 자손의 왕에게 사자들을 보내 이르되 내가 너와 무슨 상관이 있기에 내 땅을 치러 내게 왔느냐 하니 암몬 자손의 왕이 입다의 사자들에게 대답하되 이스라엘이 이집트에서 올라올 때에 아르논에서부터 야복과 요단까지 내 땅을 점령하였음이니 이제 그것을 평화롭게 돌려달라 하니라" (삿 11:12-13)

암몬 자손들의 주장은 언뜻 보면 합리적으로 보였지만, 실상은 억지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이미 그 땅은 이스라엘의 영토가 된 지 300년이나 지났으며, 이스라엘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입다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신들을 다시 보내어 그 역사적 배경과 진실을 명확하게 제시했습니다.

"이스라엘이 헤스본 왕 곧 아모리 족속의 왕 시혼에게 사자들을 보내어 그에게 이르되 청하건대 우리를 당신의 땅으로 지나 우리의 곳에 이르게 하라 하였으나 시혼이 이스라엘을 믿지 아니하여 그의 지역으로 지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그의 모든 백성을 모아 야하스에 진 치고 이스라엘을 치므로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시혼과 그의 모든 백성을 이스라엘의 손에 넘겨 주심에 이스라엘이 그들을 쳐서 그 땅 주민 아모리 족속의 온 땅을 점령하되 아르논에서부터 야복까지와 광야에서부터 요단까지 아모리 족속의 온 지역을 점령하였느니라" (삿 11:19-22)

입다는 민수기와 신명기에 기록된 300년 전의 역사를 정확히 인용했습니다. 모세가 이끄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약속의 땅으로 가는 길에 단순히 통과만 허락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 그 지역의 왕들이 완강히 거부했다는 사실을 명시했습니다.

결국 불가피한 전쟁이 일어났고, 그 정당한 전투의 결과로 이스라엘이 그 땅을 차지하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30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그 땅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리고 입다는 이어서 하나님 앞에 확고한 신앙 고백을 드립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같이 아모리 족속을 자기 백성 이스라엘 앞에서 쫓아내셨거늘 네가 그 땅을 얻고자 하느냐" (삿 11:23)

그는 "우리가 그 땅을 차지했다"고 말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그 땅을 우리에게 주셨다"고 고백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너희를 쫓아내셨는데, 왜 너희가 다시 와서 이 땅을 요구하느냐"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이 모든 일 후에 하나님의 영이 입다에게 임했습니다.

"이에 여호와의 영이 입다에게 임하시니 입다가 길라앗과 므낫세를 지나서 길라앗의 미스베에 이르고 길라앗의 미스베에서부터 암몬 자손에게로 나아갔더라" (삿 11:29)

사사기에서는 하나님의 선택을 "여호와의 영이 임하셨다"는 표현으로 나타냅니다. 하나님의 영이 임한 입다는 마침내 암몬 자손과의 전투에서 그들을 완전히 패배시키고 이스라엘에게 승리를 안겨주었습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선택 기준이 세상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입다는 출생부터 서자였고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차별받아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를 택하시고 사용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입다가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살았던 철저한 말씀 중심의 사람이었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진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출신과 성장 배경은 하나님 앞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둘째는 원망하지 않는 삶의 중요성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탓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부모를 잘못 만났다고, 나라 때문이라고, 외모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다고 원망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만약 입다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원망했다면 그의 인생은 삐뚤어졌을 것이고, 하나님께서 부르셨을 때 그 소명에 응답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셋째는 말씀이 우리 인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택하시고 선택하시는 기준은 우리의 환경이나 처지나 형편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말씀 중심으로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 선택의 기준입니다. 입다는 300년 전 민수기와 신명기에 기록된 하나님의 역사를 정확히 기억하고 붙잡았기에 하나님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고 그 선택과 은혜 가운데 거룩하게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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