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12장

성경
사사기

지도자의 영향

사사기 12장

"어린아이들이 보는 데서는 냉수도 한 그릇 마시지 말라"는 속담을 우리는 자주 인용합니다. 이 말의 의미를 음미해보면, 아이들이 모방을 즐기고 어른들의 행동거지를 세심하게 관찰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어린아이들 앞에서는 행동뿐만 아니라 말투와 몸짓, 그리고 모든 언행을 신중히 가다듬어야 합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어른들을 관찰하며 그대로 학습하고 모방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습관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며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러한 원리는 국가와 지도자, 그리고 국민들의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우리가 국가의 지도자를 선출할 때 능력만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의 도덕성이 어떠한지, 과거에 어떤 행실과 언행을 보여왔는지를 면밀히 살펴봅니다. 지도자들의 말과 행동이 국민들에게 직접적이고도 깊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 나라가 멸망할 때는 예외 없이 왕실부터 타락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왕실이 근검절약하며 백성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나라는 결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위로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부패하며 서로 다투기 시작하면, 그 나라의 멸망은 시간 문제에 불과했습니다.

사사 제도의 본래 의도

하나님께서 원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 땅을 주셨을 때, 하나님은 그들에게 왕을 허락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각 지파별로 땅을 분배하고 나누신 다음에 거기에 거점 성읍들을 세우시고 레위지파를 흩어 살게 하셨습니다.

레위지파에게 주셨던 사명은 예배와 신앙, 교육과 재판의 사명이었습니다. 왕을 세우지 않고 레위자손을 그들의 지도자로 세우신 이유는 하나님 말씀의 통치를 원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레위자손들은 하나님의 원래 의도대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섬기고 통치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타락했습니다. 레위자손들은 물질에 넘어갔고 성적인 부분에서 넘어지고 쓰러졌습니다.

결국 하나님은 레위자손들을 하나님의 뜻에서 거두시고 이제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한 또 다른 지도자를 세우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악을 행하고 우상 숭배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 그들이 심판받고 결국 부르짖으면 하나님은 평신도 지도자 사사를 세우셨습니다.

타락의 시작

이렇게 하여 사사시대가 오랜 세월 지속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사시대가 길어지면서 사사들 역시 서서히 타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마치 왕이 된 것처럼 거만하게 행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주변의 여러 민족과 나라들의 왕들이 누리는 삶을 관찰한 후, 사사가 된 이들도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차 타락의 늪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그 뒤를 이어 베들레헤므의 입산이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었더라 그가 아들 삼십 명과 딸 삼십 명을 두었더니 그가 딸들을 밖으로 시집 보냈고 아들들을 위하여는 밖에서 여자 삼십 명을 데려왔더라 그가 이스라엘의 사사가 된 지 칠 년이라" (삿 12:8-9)

입산이라는 사사는 자녀를 무려 60명이나 두었습니다. 아들 30명과 딸 30명입니다. 그런데 자녀를 60명이나 두었다는 것은 과연 아내가 몇 명이나 되었다는 의미입니까? 한두 명의 여인으로는 자녀 60명을 낳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이 기록은 사사들이 그때부터 성적으로, 도덕적으로 타락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것을 조금도 문제 삼지 않았으며, 오히려 다산의 축복이라고 백성들에게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녔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말씀인 성경은 사사기 후반부에서 이들의 악행을 이처럼 예리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사사들은 하나님께서 친히 세우신 영적 지도자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가정의 신성한 질서를 따라 한 남자와 한 여자를 가정의 중심으로 세우시고, 그렇게 해서 가정생활을 이루어가라고 하신 에덴동산의 결혼 원리를 제시하셨습니다. 그런데 사사들이 이 거룩한 원리를 저버리고 있음을 성경이 엄중히 고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뒤를 이어 비라돈 사람 힐렐의 아들 압돈이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었더라 그에게 아들 사십 명과 손자 삼십 명이 있어 어린 나귀 칠십 마리를 탔더라 압돈이 이스라엘의 사사가 된 지 팔 년이라" (삿 12:13-14)

압돈의 경우 아들이 여전히 40명입니다. 이 사람이 아들을 40명 낳으려면 부인이 몇 명이나 있어야 하겠습니까? 거기다가 손자 서른 명까지 있는데, 어린 나귀 70마리를 탔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그들이 얼마나 부유한 생활을 하고 살았는지를 보여줍니다.

성적으로도 타락했고 물질적으로도 타락한 사사들, 이들을 보고 백성들이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결국 백성들은 사사들의 영적 영향력 아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인데, 사사들이 아내를 많이 두고 자녀를 많이 낳고 부유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살아간다면 이들도 역시 알게 모르게 그렇게 보고 따라하고 배우지 않겠습니까?

타락의 근원

그런데 입산과 압돈이 그들에게서부터 이 문제가 시작되었습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기드온에게서부터 이 문제의 뿌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아스의 아들 여룹바알이 돌아가서 자기 집에 거주하였는데 기드온이 아내가 많으므로 그의 몸에서 낳은 아들이 칠십 명이었고 세겜에 있는 그의 첩도 아들을 낳았으므로 그 이름을 아비멜렉이라 하였더라" (삿 8:29-31)

바로 기드온에게서부터 발원한 문제였습니다. 기드온은 미디안을 물리친 위대한 사사였습니다. 그런데 기드온이 미디안과의 치열한 전투를 승리로 마감한 후에 아내를 이처럼 많이 맞아들였습니다. 여러 아내들에게서 낳은 아들들이 무려 70명이나 되었고, 첩까지 두고 있었습니다. 그 첩이 낳은 아들 중에 아비멜렉이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아비멜렉은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하는 야욕으로 자기 형제 70명을 한 바위 위에서 모두 잔혹하게 살해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왕의 자리에 오른 비극적인 인물입니다. 결국 한 여인이 던진 맷돌에 머리가 깨어져 비참하게 죽었지만, 이 일로 인해 이스라엘은 얼마나 극심한 혼란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까?

기드온은 참으로 훌륭하고 존경받을 만한 사사였지만, 그의 말년은 이처럼 안타깝게도 좋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의 타락으로부터 사사들에게 이런 타락의 독한 물줄기가 흘러 들어왔고, 이 타락은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에 입산과 압돈으로 이어지는 파괴적인 흐름을 형성하여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야기한 것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심오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지도자의 책임이 막중합니다. 우리는 가정에서도 교회 공동체에서도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자리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알게 모르게 지도자의 위치에 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라는 자리는 자녀들에게 살아있는 모범을 보이는 거룩한 자리가 아닙니까? 우리의 언행과 행실, 생활습관 등이 결국 자녀들에게 결정적이고도 지속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과연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자녀들에게 흘려보내는 부모인가를 명료하게 살피고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둘째, 영적 타락은 전염성이 강합니다. 기드온의 타락이 입산과 압돈으로 이어지고, 결국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를 깊숙이 병들게 했습니다. 한 사람의 그릇된 선택이 시대를 거쳐 전해져 내려오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목회자들과 교회 중직들, 그리고 신앙생활을 오래 해온 사람들은 이제 막 신앙의 첫걸음을 내딛는 자들에게 지대하고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지속적인 자기성찰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매일 자기반성을 게을리하면 그 반성 없는 무감각한 생활이 자녀들과 후배들에게 그대로 스며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수님을 올바르게 잘 믿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모범을 보이는 삶,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고 어떻게 인생을 살아가느냐 하는 것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나를 바라보며 따라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스라엘 사사들의 타락은 사사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그들의 가정과 또한 사사들을 신뢰하며 따라가던 공동체 모든 백성들의 영적 멸망으로 이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늘 이 엄중한 사실을 마음에 깊숙이 새기고,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님 앞에 겸손히 살펴보며 하나님께서 진심으로 기뻐하시는 모습으로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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