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기 14장

성경
사사기

영적 안주

사사기 14장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입니다. 문제는 좋은 방향으로 변하느냐 나쁜 방향으로 변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밝고 순수하여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던 사람이 세월이 흐른 후 만나보니 그 청순함은 사라지고 오히려 냉소적이고 어두운 모습만 남은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재능이 뛰어난 제자를 정성껏 가르쳐 명문대학에 진학시켰던 선생이 몇 년 후 그 제자를 다시 만났을 때, 그가 가진 재능은 사라지고 빛이 바래어 이제는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면 그 선생의 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 자신의 재능과 과거의 성취에만 안주하며 더 이상 노력하지 않으면 인간은 성장을 멈추고 결국 퇴보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적인 영역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영적으로 투명하고 깨끗했던 사람일지라도 하나님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소홀히 하고 영적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사탄이 그 틈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영적 성장의 법칙

말씀과 기도라는 신앙의 두 축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할 때, 하나님과의 관계가 깊어지고 영적 성장이 일어납니다. 그러나 자신의 영적 기질이나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그 영적 생명력은 시들어가고 어둠이 찾아올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삼손이 바로 이러한 영적 안주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삼손은 당시의 다른 사사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독특한 인물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모태에서부터 사사로 선택하신 유일한 인물이 바로 삼손이었습니다. 그만큼 하나님께서는 삼손에 대하여 특별한 기대를 품고 계셨던 것입니다.

당시의 타락한 시대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신뢰하며 의지하여 살아가던 신실한 부모 마노아와 그의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삼손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영적 회복과 발전을 기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탁월한 영적 환경에서 성장한 삼손의 실제 모습은 기대와는 정반대로 실망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삼손이 딤나에 내려가서 거기서 블레셋 사람의 딸들 중에서 한 여자를 보고 올라와서 자기 부모에게 말하여 이르되 내가 딤나에서 블레셋 사람의 딸들 중에서 한 여자를 보았사오니 이제 그를 맞이하여 내 아내로 삼게 하소서 하매" (삿 14:1-2)

사명의 망각

삼손은 이스라엘의 사사라는 중대한 사명을 받은 자였습니다. 사사로서 그가 집중해야 할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백성들을 말씀으로 가르치고 하나님의 법에 따라 재판하며 신앙 교육과 훈련을 담당해야 했던 것이 그의 본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시선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여자에게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블레셋 여인, 즉 이방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사사로서 그의 눈은 마땅히 백성들을 향해야 했습니다. 백성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들이 당면한 고난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들의 고통에서 구해내기 위한 사사의 본분을 다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관심과 시선은 자기 백성이 아닌 이방 여인에게 쏠려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그는 부모에게 이방여인과의 결혼을 요구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는 사사로서의 정체성을 완전히 상실한 행동이었습니다. 사사는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우신 영적 지도자입니다. 영적 지도자의 결혼은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서는 공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삼손은 이러한 책임감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부모들이 이를 극력 만류했습니다. 마노아 부부로서는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삼손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결국 삼손은 부모를 설득하여 함께 블레셋의 딤나로 향하게 됩니다. 바로 그때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삼손이 그의 부모와 함께 딤나에 내려가 딤나의 포도원에 이른즉 젊은 사자가 그를 보고 소리 지르는지라 여호와의 영이 삼손에게 강하게 임하니 그가 손에 아무것도 없이 그 사자를 염소 새끼를 찢는 것 같이 찢었으나 그는 자기가 행한 일을 부모에게 알리지 아니하였더라" (삿 14:5-6)

하나님의 경고

여호와의 영이 강하게 임하여 맨손으로 사자를 찢어 죽이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이 매우 역설적이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며 살아가는 자에게, 사사로서의 본분은 외면한 채 이방 여인에게만 마음을 빼앗긴 자에게, 하나님의 백성이 아닌 이방 땅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자에게 어찌하여 하나님의 영이 임하신 것일까요?

이는 하나님께서 그에게 베푸신 은혜라기보다는 오히려 엄중한 경고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너는 하나님의 사람임을 깨닫고 기억하라"는 하나님의 분명한 메시지였던 것입니다. "너는 본래 하나님의 사람으로 부름받았으니 너의 정체성을 망각하지 말라. 너의 시선을 이방 여인에게서 돌려 너의 백성과 하나님의 말씀을 바라보라"는 뜻이었습니다.

아무리 삼손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영이 함께하지 않으면 사자와 맞서 싸울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영이 동행해야만 하나님의 일을 감당할 수 있고, 하나님의 영이 함께해야만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사건은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계속해서 너의 마음과 시선이 이방을 향하고 있다면, 하나님은 더 이상 너와 함께 할 수 없다"는 하나님의 1차적 경고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삼손은 하나님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계획을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블레셋 여인과 결혼하여 7일간의 혼인 잔치를 벌였습니다. 잔치에 초대된 블레셋 사람들에게 수수께끼를 제시했지만, 그들은 정당한 방법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블레셋 사람들은 삼손의 아내를 협박하여 답을 알아내려 했습니다. 삼손의 아내는 울며 불며 남편에게 매달려 답을 알아냈고, 블레셋 사람들이 수수께끼를 푸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에 삼손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분노 가운데서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영이 임했습니다.

"여호와의 영이 삼손에게 갑자기 임하시매 삼손이 아스글론에 내려가서 그 곳 사람 30명을 쳐 죽이고 노략하여 수수께끼 푼 자들에게 옷을 주고 심히 노하여 그의 아버지의 집으로 올라갔고 삼손의 아내는 삼손의 친구였던 그의 친구에게 준 바 되었더라" (삿 14:19-20)

반복되는 경고

혼인 잔치는 완전히 망가지고 그의 결혼도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동일하게 여호와의 영이 갑자기 강하게 임했습니다. 하나님의 영이 두 번째로 임한 이유 역시 첫 번째와 같았습니다. 삼손에게 "너는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주시려는 것이었습니다.

"너는 이런 곳에 머물러 있을 자가 아니다. 너는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있어야 한다. 지금 이스라엘 백성들이 블레셋의 압제 아래 신음하고 있는데, 너는 사사로서 블레셋을 물리쳐야 할 사명을 받았다. 그런데 어찌하여 네 개인적인 욕망에만 몰두하고 있느냐?"라는 하나님의 재차 경고였습니다.

그러나 삼손은 여전히 깨닫지 못했습니다. 14장에서 깨닫지 못했듯이 15장에서도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했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에게 임한 하나님의 영을 과신하다가 하나님의 영이 떠난 후 블레셋 사람들에게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두 눈이 뽑히고 맷돌을 돌리는 비참한 운명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지속적 영적 교제

오늘 삼손의 교훈이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하나님과 긴밀한 영적 교제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한 번 하나님의 영을 체험하고 한 번 하나님과 깊은 인격적 교제를 나누었다고 해서 그 후에 신앙생활을 게을리한다면, 우리는 하나님과의 그 깊고 은밀한 인격적 교제를 영원히 지속할 수 없습니다.

세상 속에 발을 담그고 세상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하나님의 영이 맑고 밝게 인도의 역사를 베풀어주시겠습니까? 세상적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언제나 하나님의 영과 동행하려는 의도적인 노력과 수고가 필요합니다.

사도바울의 고백을 살펴보십시오. 빌립보서 3장에서 "오직 한 일 앞에 있는 것을 쫓아 푯대를 향하여 달려간다"고 선언하지 않습니까? 바울은 자신이 이룬 업적은 잊어버리고 매일매일 영적으로 정진하며 달려갔습니다. 과거의 모든 성취와 경험은 뒤로하고 오직 십자가를 향해, 푯대를 향해 믿음으로 전진해 나갔던 것입니다.

오늘 하나님의 영이 우리와 함께하시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영적 안주의 위험성을 깨달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와 탁월한 환경 속에서 성장한 삼손도 자신의 재능과 기질에만 의존하며 영적 노력을 게을리했을 때 결국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말았습니다. 우리 역시 지속적인 말씀과 기도의 삶 없이는 영적으로 퇴보할 수밖에 없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둘째는 하나님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삼손에게 두 차례나 영을 강하게 임하게 하셔서 그가 하나님의 사람임을 일깨워주셨습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음성과 경고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바른 길로 돌이키는 지혜를 가져야 합니다.

셋째는 지속적인 영적 성장을 추구해야 합니다. 사도바울처럼 앞에 있는 것을 쫓아 푯대를 향하여 달려가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과거의 영적 경험에만 안주하지 말고 매일 하나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삼손과 같은 영적 안주에 빠지지 않고 항상 깨끗한 영으로 주님과 함께 동행하는 복된 하루를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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