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력과 결단력
사사기 4장
의미로 충만한 성경
성경은 의미의 책입니다. 우리가 펼치는 성경은 단순히 과학적 지식이나 역사적 사실을 나열한 논문집이 아닙니다. 만약 성경이 과학적 검증이나 역사적 증명에 중점을 둔 학술서라면 현재의 분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입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양이 필요할 것입니다.
천지창조의 과정, 노아 홍수의 과학적 메커니즘, 예수님 부활의 의학적 증거 등을 일일이 논증하는 책이라면 얼마나 두꺼워야 하겠습니까? 그러나 성경은 그런 방식을 택하지도,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기록된 모든 것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오히려 그 놀라운 사건들을 담담하고 간결하게 기록하며, 나머지는 믿음의 영역으로 우리에게 맡겨두었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을 있는 그대로 믿는 자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영생을 선물로 주십니다. 이것이 성경이 우리에게 믿음을 요구하는 의미의 책인 이유입니다.
성경에 기록된 인물들의 이름 하나하나에도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세상적으로 아무리 성공하고 출세한 사람일지라도, 아무리 뛰어난 왕이나 영웅일지라도 하나님 보시기에 의미 없는 삶을 살았다면 성경에 기록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세상이 모르는 시골 구석의 평범한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의 인생이 하나님 보시기에 의미가 있다면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그의 이름을 영원히 기록해 두십니다.
오늘 본문에는 두 여인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하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이고, 다른 하나는 생소한 인물입니다. 이 두 여인의 이름이 성경에 기록된 것은 하나님 보시기에 기록할 만한 가치와 의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드보라와 야엘의 사명
사사 시대는 지속적으로 동일한 패턴이 반복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타락, 하나님의 심판, 백성의 회개, 그리고 하나님께서 보내시는 구원자 사사의 등장입니다.
"에훗이 죽으니 이스라엘 자손이 또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함에 여호와께서 하솔에서 통치하는 가나안 왕 야빈의 손에 그들을 파셨으니 그의 군대 장관은 하로셋 학고임에 거주하는 시스라요 야빈왕은 철 병거 구백 대가 있어 이십 년 동안 이스라엘 자손을 심히 학대하였으므로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라 그 때에 랍비돗의 아내인 여선지자 드보라가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었는데" (삿 4:1-4)
이번에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배반하고 우상을 숭배하며 악행을 저지르자, 하나님께서는 가나안 왕 야빈을 도구로 삼아 그들을 징계하셨습니다. 20년간의 고통 속에서 백성들이 하나님께 부르짖자, 하나님께서는 여선지자 드보라를 사사로 세우셨습니다.
그러나 드보라는 여성이므로 직접 전장에 나서기에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녀는 이스라엘을 가나안 왕 야빈의 손에서 해방시킬 군사 지휘관으로 바락을 세웠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드보라와 함께하시어 바락과 연합하여 가나안 왕 야빈과의 전면전에서 승리를 거두게 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 바락 앞에서 시스라와 그의 모든 병거와 그의 온 군대를 칼날로 혼란에 빠지게 하심에 시스라가 병거에서 내려 걸어서 도망한지라 바락이 그의 병거들과 군대를 추격하여 하로셋 학고임에 이르니 시스라의 온 군대가 다 칼에 엎드러졌고 한 사람도 남은 자가 없었더라" (삿 4:15-16)
야빈 왕의 군대를 지휘하던 장관 시스라와 바락의 군대가 정면 충돌했을 때, 하나님께서 드보라와 바락과 함께하시어 이스라엘에게 완전한 승리를 안겨주셨습니다.
가나안 군대가 철저히 궤멸되자, 군대 장관 시스라는 겨우 목숨만 부지한 채 도피처를 찾아 헤맸습니다.
"시스라가 걸어서 도망하여 겐 사람 헤벨의 아내 야엘의 장막에 이르렀으니 이는 하솔 왕 야빈과 겐 사람 헤벨의 집 사이에는 화평이 있음이라" (삿 4:17)
시스라가 피신한 곳은 가나안 왕 야빈과 오랜 우호 관계를 유지해온 겐 사람 헤벨의 집이었습니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숨길 만큼, 헤벨의 가문과 야빈 왕 사이에는 깊은 친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헤벨의 아내 야엘은 자기 집에 들어온 시스라를 그대로 두지 않았습니다.
"그가 깊이 잠드니 헤벨의 아내 야엘이 장막 말뚝을 가지고 손에 방망이를 들고 그에게로 가만히 가서 말뚝을 그의 관자놀이에 박음에 말뚝이 꿰뚫고 땅에 박히니 그가 기절하여 죽으니라" (삿 4:21)
드보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이지만, 겐 사람 헤벨의 아내 야엘은 생소한 이름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께서 야엘의 이름을 성경에 기록하신 데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야엘에게서 배우는 영적 교훈
하나님께서 야엘의 이름을 성경에 기록하신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정확한 분별력을 소유했습니다. 이 여인은 선과 악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분별할 줄 아는 지혜로운 인물이었습니다.
자신의 가문과 가나안 왕 야빈 사이에 오랜 우호 관계가 있었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악한 자를 보호하지 않았습니다. 누구 편에 서는 것이 옳은 일인지, 어디에 서는 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길인지에 대해 분명한 기준과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여리고성의 기생 라합과 같은 모습입니다. 라합 역시 어느 편에 서야 할지를 정확히 판단했기 때문에 정탐꾼 두 사람을 목숨을 걸고 보호했고, 그 결과 자신과 가족 모두가 새로운 구원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관성에 따라 살아갑니다.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니까", "이 집단에 오래 속해 있었으니까", "습관적으로 해온 일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까", "대세를 거스르기 어려우니까" 하면서 별다른 생각 없이 따라갑니다.
그러나 진정 중요한 것은 내가 서 있는 자리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자리인지, 내가 서 있는 곳이 하나님 편인지를 정확히 분별하고 서 있는 것입니다. 설령 나 혼자 서 있을지라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자리라면 그곳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반대로 수백만 명이 서 있는 자리일지라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시는 곳이라면 결코 승리할 수 없습니다.
헤벨의 아내 야엘의 이름이 성경에 영원히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정확한 선악 분별력 때문입니다.
둘째, 과감한 결단력을 발휘했습니다. 야엘은 "할까 말까" 망설이지 않고 정확하게 결단하여 신속하게 행동했습니다. 시스라가 그녀에게 찾아온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회는 우물쭈물하다 보면 놓치게 되고 흘려보내게 됩니다.
드보라의 군대 장관 바락이 바로 그런 인물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드보라를 통해 바락을 세우시며 "전쟁에 나가면 네가 영광을 얻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바락은 주저했습니다. "당신이 함께 가지 않으면 나는 이 전쟁에 나가지 않겠습니다."
그때 드보라가 예언했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나가겠지만 영광은 네가 얻지 못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시스라를 여인의 손에 넘기실 것이다." 결국 처음에 바락에게 주어졌던 영광과 기회가 그의 주저함으로 인해 여인 야엘에게로 넘어간 것입니다.
만약 야엘 역시 이 기회를 망설였다면, 그 영광은 또 다른 제삼자에게 넘어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야엘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결단력 있게 포착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인물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일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는 항상 우리 눈앞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기회는 순간 왔다가 한순간에 사라지기도 합니다. 내가 망설이는 동안에도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없어서 일하지 못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내가 망설이거나 주저하거나 거절하면, 하나님께서는 다른 사람을 들어 사용하시며 당신의 역사를 지속해 나가십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정확한 분별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선과 악, 옳고 그름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신앙인의 기본 자세입니다.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길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 편에 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분별의 지혜입니다.
둘째, 기회가 왔을 때 과감히 결단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기회는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망설이고 주저하다가 소중한 기회를 놓치면 그 영광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갑니다. 때를 분별하는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셋째, 하나님께서는 준비된 작은 자를 통해 위대한 일을 이루십니다. 야엘은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여인이었지만, 분별력과 결단력으로 무장했을 때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에 쓰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준비된 마음을 가진 자를 통해 당신의 뜻을 성취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몰라줄지라도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시고 생명책에 기록하시는 귀하고 놀라운 영광을 우리 인생에게 허락해 주십니다. 이 진리를 마음에 새기고 분별력과 결단력을 갖춘 믿음의 사람으로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