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15장

성경
여호수아

갈렙의 지혜로운 신앙 전승

여호수아 15장

진정한 전승의 가치

유럽의 오래된 거리를 걸어보면 수백 년간 명맥을 이어온 식당들과 소규모 수공업 가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곳들의 공통점은 대를 이어 전수되는 장인정신에 있습니다.

전통 있는 식당의 경우, 부모는 자녀를 수십 년간 곁에서 함께 일하게 하며 모든 과정을 몸으로 익히게 합니다. 식재료 선별부터 요리의 전 과정, 나아가 손님을 대하는 마음가짐까지 세심하게 가르칩니다. 그리고 "이제 되었다" 싶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가업을 물려주며 대를 잇게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럽의 전통 식당들은 수백 년 동안 그 명성을 유지할 뿐 아니라,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더욱 시대적 감각에 맞게 발전시켜가며 그 명성을 더욱 넓혀가고 있습니다.

세상의 생업에서도 이러할진대, 영적인 전승은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부모 세대의 믿음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정과 교회, 그리고 세대 간의 영적 전승을 우리가 원하는 만큼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핑계는 많습니다. 시간 부족, 바쁜 일상, 여건상 어려움 등 온갖 이유를 들어가며 우리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수하는 일을 사실상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갈렙의 탁월한 신앙 전승 모델

그런데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갈렙은 자신의 후손들, 특히 유다지파 전체에게 믿음의 유산을 물려주는 일에 있어서 실로 탁월한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정착을 완료하고 각 지파별 땅 분배를 마쳤지만, 여전히 각 지파에는 미완성의 과제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분배받은 땅 가운데 아직 정복하지 못한 성들이 상당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더 이상 전진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랜 전쟁으로 인한 피로감과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안일한 만족감에 사로잡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러한 영적 침체 상황을 목격한 갈렙이 먼저 모범을 보였습니다. 여호수아에게 나아가 유다지파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헤브론 땅을 기업으로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실 굳이 공식적 허가를 구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지만, 갈렙은 85세의 노구를 이끌고 이 일에 나선 이유가 있었습니다.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특히 안주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믿음의 본을 보이기 위함이었습니다.

여호수아는 갈렙을 축복하며 그의 뜻을 허락했고, 갈렙은 용기 있게 헤브론으로 향했습니다.

믿음으로 이룬 놀라운 승리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명령하신 대로 여호수아가 기럇아르바 곧 헤브론을 유다 자손 중에서 분깃으로 여분네의 아들 갈렙에게 주었으니 아르바는 아낙의 아버지였더라 갈렙이 거기서 아낙의 소생 그 세 아들 곧 세새와 아히만과 달매를 쫓아내었고" (수 15:13-14)

85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갈렙은 하나님 앞에서 성실함을 잃지 않았고, 하나님께 대한 충성심은 여전히 불타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처럼 젊을 때나 늙어서나 변함없는 믿음으로 나아가는 갈렙을 크게 축복하셨습니다. 그에게 충분한 힘을 주셔서 그 땅을 완전히 정복하고 승리하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갈렙은 단순히 용기만 있는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깊은 영적 통찰력을 가진 지혜로운 지도자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이룬 승리를 통해 유다 후손들에게 참된 신앙을 전수하는 놀라운 계획을 실행했습니다.

헤브론을 성공적으로 정복한 갈렙은 이제 기럇세벨로 진격하기 전에 획기적인 결단을 내렸습니다.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기로 한 것입니다.

"거기서 올라가서 드빌 주민을 쳤는데 드빌의 본 이름은 기럇세벨이라 갈렙이 말하기를 기럇세벨을 쳐서 그것을 점령하는 자에게는 내가 내 딸 악사를 아내로 주리라 하였더니" (수 15:15-16)

갈렙이 이런 제안을 한 것은 결코 자신의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헤브론보다 작은 성인 기럇세벨을 정복하는 것은 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8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건했고, 방금 전 헤브론에서 보여준 용맹함이 이를 증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렙이 이 일을 젊은이들에게 맡긴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차세대 믿음의 지도자들을 발굴하고 양성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성을 정복하는 자에게는 그 성을 기업으로 주고, 나아가 자신의 딸 악사까지 아내로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젊은이들 사이에 뜨거운 반응이 일어났습니다. 나이 많은 갈렙이 헤브론을 정복하는 모습을 목격한 그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확신이 생겨났습니다. 성을 얻을 뿐 아니라 갈렙의 사위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많은 젊은이들이 이 도전에 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한 사람이 그 결실을 맺었습니다.

"갈렙의 아우 그나스의 아들인 옷니엘이 그것을 점령함으로 갈렙이 자기 딸 악사를 그에게 아내로 주었더라" (수 15:17)

탁월한 지도자 발굴의 결실

만약 갈렙이 이런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옷니엘은 아마도 평생 유다지파의 평범한 일원으로 남아있었을 것입니다. 그의 잠재된 지도력과 용맹함이 발견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갈렙의 깊은 지혜와 통찰력이 바로 이런 숨은 보석 같은 인재를 찾아내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는 갈렙의 선견지명이 얼마나 탁월했는지를 증명합니다. 옷니엘은 훗날 이스라엘의 첫 번째 사사가 되어 온 민족을 이끄는 위대한 지도자로 성장하게 됩니다. 유다지파에서 갈렙이 발굴한 한 젊은이가 결국 이스라엘 전체의 영적 지도자가 된 것입니다.

이 사건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입니까? 가정에서나 교회에서나 우리는 입으로는 "젊은 세대"를 말하지만, 과연 그들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까? 영적 성장과 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장들을 마련해 주고 있습니까?

오늘날 교회를 살펴보면, 중요한 의사결정은 여전히 당회를 중심으로 한 기성세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에게는 "우리가 이미 결정했으니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현재 우리 사회를 보십시오. 30대 대기업 임원들이 있고, 30대 CEO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유독 교회 안에서만 30대는 여전히 "어린 세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교회는 젊은이들에게 실질적인 사역의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실패할 수 있는 자유까지도 허용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교회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책임입니다.

갈렙이 젊은이들에게 기럇세벨 정복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맡겼을 때, 그가 실패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습니다. 분명히 실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전진하다가 넘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바로 그런 실패와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아닙니까?

성경이 보여주는 지도자 양성 모델

이런 과정은 여호수아와 갈렙 자신도 거쳐온 길이었습니다. 출애굽기 17장을 보면, 아말렉과의 전투에서 나이 많은 모세는 전투에 직접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산꼭대기에 올라가 손을 들고 기도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대신 하나님께서는 젊은 여호수아를 지도자로 세우셨습니다.

한 번도 실전 경험이 없었던 여호수아를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아말렉과 싸우는 최전선에 내세우셨습니다. 가데스바네아에서는 각 지파별로 한 사람씩 대표를 선발하여 가나안 땅을 정탐하게 했는데, 그때 발탁된 인물 중 하나가 바로 갈렙이었습니다.

갈렙과 여호수아는 모두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를 통해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성장한 믿음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여호수아도 백성들의 지도자가 되었고, 갈렙도 동일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제 갈렙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나도 기회를 받아 이렇게 지도자가 되었고, 여호수아도 마찬가지였구나." 이런 기억과 감사함 속에서 그는 젊은이들을 모집했고, 유다지파의 수많은 청년들이 모인 가운데서 옷니엘이라는 탁월한 동역자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교회가 이런 차세대 양성에 성실하지 못하고, 젊은이들에게 실질적인 결정권과 자율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20년 후 30년 후 우리에게는 매우 암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들에게 영적 체험의 기회를 자주 제공해야 합니다. 부모와 함께하는 믿음 생활 속에서 그들이 하나님 앞에 직접 서볼 수 있는 기회들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기도할 수 있는 기회,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기회, 하나님의 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들을 충분히 제공해야 합니다. 그들이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설 수 있도록 도와야만 훗날 옷니엘과 같은 훌륭한 믿음의 지도자로 키워낼 수 있습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참된 지도자는 다음 세대를 세우는 일에 헌신합니다. 갈렙은 자신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성공을 발판 삼아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진정한 영적 지도력은 자신의 영광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온전히 세우는 데 있습니다.

둘째, 젊은이들에게는 도전할 기회와 실패할 자유가 필요합니다. 갈렙은 젊은이들에게 단순히 안전한 일만 맡기지 않았습니다. 기럇세벨 정복이라는 실질적이고 도전적인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젊은 세대는 도전을 통해 성장하고, 때로는 실패를 통해서도 귀한 교훈을 얻습니다.

셋째, 신앙 전승은 말이 아닌 실제적 경험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유럽의 전통 식당들이 수백 년간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실제적인 경험의 전수 때문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신앙도 이론이 아닌 실제적인 영적 체험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온전히 전달됩니다.

이 말씀을 깊이 새기시어, 갈렙과 같은 지혜로운 마음으로 다음 세대를 세우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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