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담대하라
여호수아 1장
전임자의 그림자
모든 지도자는 공동체를 사랑하며 후세에 의미 있는 업적을 남기고자 하는 마음을 품고 있습니다. 이는 인지상정이며 자연스러운 열망입니다. 그러나 지도자는 필연적으로 전임자와 비교되는 운명에 놓여 있습니다.
전임자가 문제가 많아 공동체를 어려움에 빠뜨렸다면, 후임 지도자는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역할만 충실히 해도 좋은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임자가 탁월한 업적을 남기고 공동체를 한 단계 도약시킨 인물이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집니다. 후임자는 사사건건 전임자와 비교될 수밖에 없으며, 아무리 열심히 최선을 다해도 모든 일이 평범하게 보일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여호수아가 바로 그런 막중한 부담을 안고 이스라엘 공동체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불세출의 지도자 모세
모세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습니까? 그는 하나님께 특별히 선택받고 하나님의 사랑을 각별하게 받은 민족의 지도자였습니다.
"여호와의 종 모세가 죽은 후에 여호와께서 모세의 수종자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내 종 모세가 죽었으니 이제 너는 이 모든 백성과 더불어 일어나 이 요단을 건너 내가 그들 곧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는 그 땅으로 가라" (수 1:1-2)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에서 구원해 내셨습니다. 모세의 지팡이를 향하여 홍해를 가르셨고, 그의 지팡이로 인하여 반석에서 물이 솟아났으며, 그의 지팡이가 하늘을 향하자 하늘에서 만나와 메추라기가 내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를 통해 십계명을 주셨고 성막을 건설하게 하셨습니다.
광야에서 온갖 문제와 어려움이 닥쳐올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기도를 들어주셨고, 그의 기도를 응답하지 않으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각별히 아끼시고 사랑하셨습니다.
여호수아는 모세의 시종으로서 40년 동안 모세와 함께했습니다. 모세가 시내산에 올라갈 때도 동행했고, 성막을 건설하고 그 성막 안에 머물 때도 함께 여호와의 성막에서 여호와의 영광을 바라본 믿음의 후계자였습니다. 그는 하루아침에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된 것이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수업을 차근차근 밟아온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곁에서 모세를 지켜보며 이스라엘 공동체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과, 막상 모세가 세상을 떠난 후 자신이 직접 이스라엘을 이끌고 하나님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차이였습니다.
하나님의 격려
모세에게도 하나님께서 그를 부르실 때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것이 그의 사명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가나안 땅에 입성하지 못하고 모압 평지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이제 여호수아에게 그 숭고한 사명이 주어졌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고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 그 땅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여호수아도 분명히 자신이 이 일을 위해 부름받았다는 것과 이 일이 자신의 사명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려웠습니다. 모세가 살아있다면 그에게 이것저것 문의할 수 있었을 텐데, 이제 조언을 구할 모세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호수아의 마음속은 번잡하고 불편하며 염려와 걱정으로 가득했습니다.
이런 여호수아의 심중을 잘 알고 계신 하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십니다:
"강하고 담대하라 너는 내가 그들의 조상에게 맹세하여 그들에게 주리라 한 땅을 이 백성에게 차지하게 하리라 오직 강하고 극히 담대하여 나의 종 모세가 내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라" (수 1:6-7)
하나님께서는 "강하고 담대하라", "오직 강하고 극히 담대하라" 하시며 강하고 담대하라는 말씀을 거듭 강조하여 여호수아에게 들려주십니다. 이렇게 강하고 담대하라 말씀하신 이유는 역설적으로 그의 마음이 심히 불안하고 두렵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의 근원들
여호수아는 무엇 때문에 두려워하며 불안해했을까요?
첫째, 여호수아가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모세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했기 때문입니다. 곁에서 지켜본 모세는 실로 탁월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뛰어난 카리스마를 소유했고, 백성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으며, 결정을 시원시원하게 내리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를 통해서만 말씀하셨던 불세출의 지도자였습니다.
그런데 자신을 돌아보니 연약하고 부족하며, 모세와 비교해서 뛰어난 것 하나 없고 그와 비슷한 것조차 찾을 수 없는 연약하고 볼품없는 사람이라고 여겨졌습니다. 모세와 자신을 비교할수록 더욱 불안하고 걱정스러웠습니다. 이렇게 위대한 모세도 이루지 못한 가나안 땅 정복을 과연 자신 같은 인간이 해낼 수 있을까 끊임없이 불안하고 두려웠습니다.
둘째, 그를 불안하게 한 또 다른 이유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존재였습니다. 그렇게 탁월했던 모세조차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서 번번이 좌절을 겪었습니다. 백성들이 끊임없이 원망하고 불평했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그토록 탁월했음에도 백성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자신 같은 보잘것없는 자가 이렇게 강팍하고 완악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어떻게 이끌 수 있겠습니까? 출애굽 1세대부터 시작하여 2세대에 이르기까지, 입만 열면 하나님을 원망하고 심지어 모세에게 돌을 던지려 했던 이들을 과연 자신이 잘 이끌 수 있을까 깊은 불안에 빠졌습니다.
말씀에서 찾는 해답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이런 불안한 마음을 품고 있는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십니다. 모세도 보지 말고, 너 자신도 보지 말고, 백성들도 보지 말고, 오직 율법 곧 하나님의 말씀만 붙잡으라고 하십니다: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여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가운데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 (수 1:8)
사람을 바라보지 말고 말씀을 붙잡으라. 말씀을 붙잡고 그 길을 따라가며 그 말씀을 네 입에 두면 네 길이 평탄할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주시며 힘을 주셨습니다. 아무리 연약한 자라 할지라도 말씀을 붙잡는 것은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모세도, 너 자신도, 백성들도 바라보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 바라보라. 그리고 모세가 너에게 명령한 것이 아니고 백성들이 너에게 권위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너를 부르고 너를 세운 이는 바로 나 여호와 하나님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내가 네게 명령한 것이 아니냐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수 1:9)
하나님께서 친히 그에게 명령하신 것인데 왜 너는 백성들을 바라보고 너의 전임자 모세를 바라보며 너 자신을 바라보고 두려워하느냐고 일깨워 주셨습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우리가 두려워하는 근본 원인은 자신의 연약함에 시선을 고정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염려하며 두려워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의 연약함을 응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연약한 존재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나만의 약점과 불안한 점들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강하고 능력 있게 보이며 모든 것을 갖춘 자처럼 여겨진다 할지라도, 내 연약함과 한계는 내가 가장 생생하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매여 있을 때 우리는 더욱 두려워집니다. 다른 사람들의 존재 자체가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줍니다.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 하는 생각들이 우리를 두렵게 만듭니다. 이러한 염려는 우리의 마음을 깊은 불안으로 이끌어갑니다.
셋째, 하나님의 말씀에는 길과 능력이 충만합니다.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주신 교훈처럼, 우리도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굳게 붙잡고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를 강하게 하시고 세우시며 친히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의지하여 위로받고 힘을 얻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에는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 있고,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사사들을 세우신 역사를 살펴보십시오. 사사들은 정말 아무것도 갖지 못한 연약한 자들이었습니다. 오른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 에훗도 있었고, 여성 지도자도 있었으며, 평범한 농부도 있었고, 자신의 생업에만 전념하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호와의 영이 그들에게 임하자 그들은 이스라엘을 이끄는 탁월한 지도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굳게 붙잡고 나아간다면, 우리는 세상에서 염려하거나 두려워할 것 없이 얼마든지 이 악한 세상과 맞서 싸워 승리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불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와 하루를 시작하고 계신다면, 그 불안한 마음을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는 것으로 이겨내시고 우리를 능하게 하신 하나님을 통해 승리하는 복된 하루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