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할 만한 기억
여호수아 4장
좋은 기억이 주는 힘
부부가 한 평생을 함께하다 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어려운 일도 있고, 힘든 일도 있으며 서로 다툴 일도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런데 평생을 살아온 후에 나쁜 일이나 어려운 일은 기억되지 않고 오직 좋은 일만 기억에 남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주신 은혜를 따라 함께 좋은 일들을 통해 그 어려운 일들을 극복해 나갔기 때문입니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 가운데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분들과 대화를 나누어보면, 먼저 가신 분들의 좋은 일들만, 그분과 함께 나누었던 아름다운 추억들만 많이 이야기하십니다.
"힘든 일은 없었습니까?"라고 물어보면, "힘든 일이야 있었지만, 이렇게 좋은 기억들로 그 어려운 일들과 힘든 일들을 다 극복했고, 지금도 힘들 때나 외로울 때는 그때 그 시절의 좋았던 일들을 꺼내보고 기억하며 살아간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우리의 신앙생활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어려운 일도 있고 인생의 고난도 닥치며, 언제나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든 일과 고통스러운 일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이유는 과거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친히 역사하신 일들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그 강렬한 기억 때문에, 과거에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이 무너지려 할 때 붙잡아주시고 함께하시며 기적같이 역사해주셨던 그 기억을 오늘에 되새길 수 있기에, 그때 역사하셨던 하나님께서 지금도 우리 인생을 붙잡고 역사하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겨내고 있는 것입니다.
영원한 기념을 위한 명령
오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는 그 훗날의 기억을 위해 한 가지 특별한 명령을 내리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창일한 요단강을 건드는 위대한 역사를 완성한 것입니다. 사실 홍해를 건드는 것보다 어떤 면에서는 요단강을 건드는 것이 훨씬 더 큰 믿음을 필요로 했습니다.
급하게 흘러내리는 창일한 요단강 앞에서 하나님께서는 기도하는 여호수아에게 명령하셨습니다. 언약궤가 앞서게 하고 너희는 그 뒤를 따르라, 성결하게 하라, 그리고 언약궤를 멘 제사장들이 먼저 발을 강물에 담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직접적인 요단강 도하를 위한 작전명령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주실 수 있는 가장 영적이면서도 실질적인 명령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 명령에 철저하게 순종하자 요단강이 멈춰 섰습니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모든 백성들이 요단강을 마른 땅처럼 건널 수 있었습니다.
그 놀라운 역사가 완성된 후에 하나님께서 다시 명령하시는 장면입니다:
"그 모든 백성이 요단을 건너가기를 마치매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백성의 각 지파에 한 사람씩 열두 사람을 택하고 그들에게 명령하여 이르기를 요단 가운데 제사장들의 발이 굳게 선 그곳에서 돌 열둘을 택하여 그것을 가져다가 오늘 밤 너희가 유숙할 그곳에 두게 하라 하시니라" (수 4:1-3)
돌 열두 개를 마른 요단강 강바닥에서 각 지파별로 하나씩 택하여 그 돌들로 이스라엘 백성의 영원한 기념을 삼으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왜 이런 명령을 내리셨을까요?
"이것이 너희 중에 표징이 되리라 후일에 너희의 자손들이 물어 이르되 이 돌들은 무슨 뜻이냐 하거든 그들에게 이르기를 요단 물이 여호와의 언약궤 앞에서 끊어졌나니 곧 언약궤가 요단을 건널 때에 요단 물이 끊어졌으므로 이 돌들이 이스라엘 자손에게 영원히 기념이 되리라 하라 하니라" (수 4:6-7)
지금 요단강을 건넌 이스라엘 백성들 가운데는 어린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 아이들은 지금 이런 의미를 전혀 모른 채 그저 부모의 손을 잡고 놀이하듯이 요단강을 건너왔습니다.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이스라엘 후손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훗날 "이 돌들이 무슨 뜻입니까? 왜 여기에 지파별로 열두 돌이 서 있습니까?"라고 묻거든, 그때 오늘의 이 놀라운 역사를 기억하여 들려주라는 말씀입니다. 즉 후세대를 위한 신앙 교육을 위해서 지파별로 하나씩 기념비를 세우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신앙 교육의 중요성
앞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너가서 가나안 땅을 정복하고 차지한 이후에 그 땅에서 농사짓고 목축하며 살다 보면 요단강과 같은 인생의 어려운 일들을 자주 만날 것입니다. 힘든 일을 왜 만나지 않겠습니까?
창일하게 흐르는 인생의 요단강 같은 문제를 만나면 그때마다 언약궤를 앞세우고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뒤따라가면 반드시 우리는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앙 교육을 하라는 것입니다.
문제 앞에서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능력을 갖추기보다 먼저 자신을 깨끗하게 비워 성결하게 하라, 이것을 가르치라는 말씀입니다. 지도자들은 뒤로 물러서지 말고 먼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서 어려움을 돌파하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분명히 그렇게 하면 앞으로 너희들이 당할 어려움과 고난, 이 고통은 분명히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것을 기억하고 직접 눈으로 본 자들은 후세대들에게 이 놀라운 역사를 알려주라 하는 말씀입니다.
공동체 기억의 전승
우리는 이것을 공동체 기억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 백성들에게 가장 강렬한 공동체 기억 중 하나는 8.15 광복입니다. 해마다 8월 15일이 되면 광복절 기념행사를 갖지 않습니까? 일제강점기 36년의 치욕스러운 역사를 우리가 매년 기념식을 통해 되돌아보고 다시 기억하지 않습니까?
이제 우리 시대, 우리 세대에는 일제강점기의 고통을 기억하고 직접 몸으로 체험한 분들이 얼마 남아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그런데 그 기억이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이유는 이렇게 기억이 전승되고 또 전승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기억도 공동체의 기억으로 남기고, 6.25 전쟁과 같은 고통의 기억도 공동체 기억으로 남겨서 좋은 것은 전승하고 아픈 것은 반성하여 돌이킴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오늘 우리 세대의 책임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처럼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요단강을 건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임을 돌을 세워 기념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런 위대한 사건을 정말 위대하고 놀라운 사건으로 보고 계시는데, 이스라엘 백성들도 하나님의 마음과 동일하게 가장 귀한 사건으로 함께 경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성찬의 기념 의미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제자들과 함께 성찬을 나누셨습니다. 떡을 떼시고 잔을 나누시면서 "앞으로 떡을 먹을 때마다, 잔을 마실 때마다 이 떡은 내 몸이요 이 잔은 내 피니 이것을 먹고 마시면서 나를 기념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기념하라"는 말씀은 "기억하라"는 의미입니다. 항상 우리 주님을 기억하라, 언제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이 떡과 이 잔을 나누면서 기억하고 기념하여 현실을 돌파해 가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 말씀을 기억한 초대교회의 성도들은 로마가 기독교를 공인하기 전 지하 카타콤에서도 모일 때마다 성찬을 거행하며 우리 주 예수님을 기억했습니다. 떡을 먹고 잔을 마시면서 예수님의 살과 피가 내 몸이 되고 내 혈관을 타고 흐른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오늘의 이 고통과 고난을 견디고 또 견뎌냈습니다.
우리가 가진 기억들
오늘 우리는 어떤 기억을 품고 살아가고 계십니까? 돌아보면 신앙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과거에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에 기억할 만한 놀라운 사건들을 많이 보여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희미해집니다. 잊어버리게 됩니다. 우리 자녀들에게도 그 놀랍고 위대했던 사건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끝나버립니다.
다시 끄집어내시고 다시 기억하셔서, 특히 우리 자녀들과 함께하는 신앙공동체에 전승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직까지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하신 기억할 만한 사건이 없다면, "하나님, 나에게 기억할 만한 사건을, 요단강을 건널 만한 위대한 사건을 허락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하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한다면 하나님께서 우리와 우리 자녀들에게 놀라운 기억으로 하나님을 경외하게 하시는 은혜를 허락해 주실 것입니다.
"이는 땅의 모든 백성에게 여호와의 손이 강하신 것을 알게 하며 너희가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를 항상 경외하게 하려 하심이라" (수 4:24)
"항상 경외하게 하려 하심이라" - 이스라엘 백성, 요단강을 건넌 그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후손들도 항상 하나님을 경외하고 예배하기 위하여 하나님께서는 이 기억의 공동체 전승을 허락하신 것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의 은혜로운 역사를 기억하고 간직해야 합니다. 과거에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에 친히 역사하신 일들을 기억하는 것이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그 강렬한 기억 때문에 그때 역사하셨던 하나님께서 지금도 우리 인생을 붙잡고 역사하실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둘째, 신앙의 유산을 후세대에게 전수해야 합니다. 우리가 경험한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를 우리 자녀들과 신앙공동체에 전승해야 합니다. 그들이 인생의 어려움을 만날 때 이 기억이 그들에게 든든한 신앙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소중한 유산입니다.
셋째, 기념할 만한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하고 간구해야 합니다. 아직까지 하나님과 함께한 기억할 만한 사건이 없다면, 하나님께 요단강을 건널 만한 위대한 사건을 허락해 달라고 간구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놀라운 기억을 허락하시어 우리와 우리 자녀들이 하나님을 경외하게 하는 은혜를 베풀어주실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이런 소중한 기억들이 현재를 살아내는 힘이 되고, 우리 자녀들이 다시 한번 하나님을 경외하며 살아가는 능력의 근원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