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와 지혜
열왕기상 7장
사람들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을 할 때 마음을 들이고 공을 들입니다. 반면 중요하지 않은 일은 빨리 해치워 버리려고 합니다. 중요한 일에 마음과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실수할 경우 큰 손실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시작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고민하고 숙고하며, 진행 과정에서도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며 세심하게 신경을 씁니다. 그 일이 자신에게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내 일과 타인의 일을 비교해보면, 내 일에는 온 마음을 다하는 반면 타인의 일을 맡게 되면 그만큼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일과 내 일을 놓고 볼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을까요? 내 필요를 위해서는 마음과 물질과 정성을 다 쏟아부으며 최선을 다하면서도, 하나님의 일은 내 일보다 못하게 처리한다면 이는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얼마나 서운한 일이겠습니까?
오늘 본문의 솔로몬이 바로 그런 모습으로 하나님을 서운하게 만든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13년과 7년
1절 말씀을 살펴보십시오.
"솔로몬이 자기의 왕궁을 십삼 년 동안 건축하여 그 전부를 준공하니라" (왕상 7:1)
이 말씀을 읽을 때 우리는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바로 13년이라는 기간 때문입니다. 솔로몬이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는 데는 7년이 걸렸습니다. 그의 아버지 다윗왕이 그토록 소원하고 바랐던 성전건축이었으나, 다윗 시대에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솔로몬이 즉위한 지 4년 만에 시작하여 7년 동안 마침내 성전건축을 완성해냅니다. 그런데 이어서 자기 왕궁을 건축하는데, 놀랍게도 성전 건축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13년이나 소요되었습니다.
건축 기간이 오래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물질과 정성이 투입되었음을 의미하며, 동원된 인력과 규모도 두 배 이상이었다는 뜻입니다. 이 기간을 통해 우리는 솔로몬이 하나님의 성전과 자신의 왕궁 중 과연 어디에 더 마음을 두고 있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솔로몬이 굳이 새로운 왕궁을 건설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아버지 다윗이 사용하던 궁이 멀쩡히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다윗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솔로몬은 새로운 왕궁을 지어야만 했을까요? 그 답은 열왕기상 3장 1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솔로몬이 애굽의 왕 바로와 더불어 혼인 관계를 맺어 그의 딸을 맞이하고 다윗 성에 데려다가 두고 자기의 왕궁과 여호와의 성전과 예루살렘 주위의 성의 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니라" (왕상 3:1)
바로 이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솔로몬은 바로의 딸과 혼인하여 이집트 왕의 사위가 되었습니다. 그때 이미 약속이 있었습니다. 우선 바로의 딸을 다윗성에 머물게 하되, 성전 건축이 끝나면 그녀를 위한 새로운 왕궁을 건설해 주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성전 건축 완료 후 자신의 왕궁을 건축하게 된 것입니다.
바로의 딸을 위한 공간
그렇다면 왜 바로의 딸을 위해 이토록 방대한 왕궁이 필요했을까요? 성전보다 두 배나 긴 기간과 막대한 물질이 투입되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과연 필요했던 것일까요? 8절 말씀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솔로몬이 거처할 왕궁은 그 주랑 뒤 다른 뜰에 있으니 그 양식이 동일하며 솔로몬이 또 그가 장가든 바로의 딸을 위하여 집을 지었는데 이 주랑과 같더라" (왕상 7:8)
바로의 딸만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녀를 위한 전용 거주 공간이 따로 요구되었던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바로의 딸은 혼자서 시집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이집트에서 섬기던 신들과 함께 왔으며, 그 신들에게 제사를 드릴 제사장들도 동반했습니다. 단순히 한 여인과 몇 명의 시녀가 아니라, 이집트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종교 집단이 함께 입국한 것이었습니다. 기존의 다윗성으로는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었습니다.
만약 다윗의 아들이 단순히 이스라엘 여인과 혼인했다면 아버지의 궁에서 충분히 거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의 딸을 위해서는 기존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달리 표현하면, 우상 숭배를 위한 전용 공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1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하나님의 성전보다 두 배나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했던 이유였으며, 바로의 딸을 위한 별도의 건물이 건설된 배경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고통을 당한 것은 백성들이었습니다. 7년간의 성전 건축을 마친 백성들은 이제 왕의 왕궁 건설을 위해 다시 13년간 동원되어야 했습니다. 솔로몬이 왕위에 오른 지 4년 후부터 무려 20년 동안 국가 차원의 대규모 건설 공사가 지속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백성들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었겠습니까? 물론 솔로몬이 부역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나라가 건설 사업에 매달리게 되었고, 특히 왕의 왕궁을 위한, 더 나아가 그 안에 바로의 딸을 위한 우상 숭배 공간을 조성하는 일에 국력이 집중되었다면, 이는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명백한 악이었으며 백성들에게는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할 일이었습니다.
목자의 역할
이스라엘의 왕은 다윗 시대부터 독특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첫 번째 왕 사울이 하나님과 백성 사이에서 목자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기에 하나님께서는 그를 폐하셨습니다. 다윗이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던 근본적인 이유는 단 한 가지였습니다. 그가 목자장이신 하나님과 양떼인 백성들 사이에서 참된 목자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자신의 사사로운 욕심으로 백성들을 착취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다윗에게도 밧세바 사건이라는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습니다. 이는 하나님 앞에서 중대한 죄악이 되었고, 그로 인해 다윗이 치른 대가는 실로 혹독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윗의 이 사건을 통해 솔로몬에게도 분명한 교훈을 주지 않으셨습니까? 백성들은 왕이 착취하고 유린할 대상이 아니며, 왕은 백성들 위에 군림하는 독재자가 아니라 그들을 섬기고 돌보며 행복하게 해주는 선한 목자가 되어야 한다는 교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로몬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는 주변 이방 나라들의 악한 왕들이 걷는 길을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였습니다.
우선순위의 문제
오늘 이 말씀을 통해 우리가 깊이 성찰해야 할 것들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나는 내 일과 하나님의 일 중 어디에 더 마음을 쏟고 있는가 하는 것을 하나님 앞에서 진지하게 점검해보는 일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일에는 온 정성을 다해 최선을 다하며 하나님께 간구합니다. "하나님, 이 일이 잘 되게 해주십시오. 이 일에서 성공하게 해주십시오." 마치 여기에 나와 내 가정, 그리고 일터의 운명이 달려 있는 것처럼 부르짖으며 애타게 기도합니다. 그런데 정작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 하나님 나라의 사역,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복음 확장의 일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처럼 대충 처리해 버린다면, 이것이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얼마나 서운한 일이겠습니까?
우리 주 예수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우리의 삶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이 되려면 반드시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해야 합니다.
마음으로도, 삶으로도, 행동으로도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할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하나님의 무한한 긍휼과 은혜와 자비로 모든 것을 선물로 주실 것입니다.
솔로몬은 참으로 미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세상에서는 지혜로웠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어리석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지혜로 충만한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지혜로 충만한 자로 오늘 하루도, 이번 한 주도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의 일을 최우선순위에 두어야 합니다. 솔로몬은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 데는 7년을 사용했지만 자신의 왕궁을 건축하는 데는 13년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바로의 딸과 우상을 위한 공간을 짓는 일에 온 마음과 열정을 쏟았습니다. 우리도 내가 하는 일과 하나님의 일 중 과연 어디에 더 마음을 쏟고 있는지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성찰해야 합니다.
둘째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약속하신 대로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면 하나님께서 이 모든 것을 더하여 주십니다. 나의 생업과 자녀와 건강을 위해 쏟는 시간과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 한 번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셋째는 하나님의 지혜로 충만한 자가 되어야 합니다. 솔로몬처럼 세상에서는 지혜롭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어리석은 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의 지혜로만 가득한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참된 지혜로 충만한 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원하시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하며,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은혜로운 하루가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