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문제
열왕기하 10장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마음에 합한 일 그 한 가지를 잘한 사람을 오랫동안 기억하십니다. 아무리 많은 인간적인 결함과 약점이 있을지라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그 한 가지 일로 인하여 그 사람을 사랑하시고 복을 베푸시며 영원히 함께하십니다.
야곱의 네 번째 아들 유다가 바로 그러한 인물이었습니다. 유다에게는 인간적인 흠이 적지 않았지만, 그가 행한 한 가지 귀한 일이 있었으니, 곧 막내동생 벤야민을 끝까지 보호한 것이었습니다. 흉년으로 인해 곡식을 구하러 이집트로 가야 했을 때, 아버지 야곱은 벤야민을 보내기를 주저했습니다. 그러나 유다가 벤야민의 생명을 자신의 것으로 담보하겠다고 아버지께 간청하여 동생을 데리고 이집트로 향했습니다.
이집트 총리였던 요셉이 형들을 시험했을 때, 그들은 영문을 알 수 없이 벤야민의 자루에서 은잔이 발견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벤야민이 이집트에 머물러야 할 위기에 처했을 때, 유다는 자신의 생명을 걸고 동생을 보호하려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유다의 모습을 귀히 여기셨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서는 유다를 유다 지파의 조상으로 세우시고, 그의 후손 가운데 다윗왕을 일으키시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하게 하셨습니다. 단 한 가지 선한 행위를 하나님께서는 영원히 기억하십니다.
그러나 반대로 수십 가지, 수백 가지 일을 훌륭히 행한다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진정 기뻐하시는 일과 원하시는 바를 외면한다면, 하나님께서는 그 한 가지 결함으로 인하여 그를 오래도록 사랑하지 않으십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예후가 바로 그러한 인물이었습니다.
완벽한 사명 완수
하나님께서는 예후를 특별히 선택하시고 그에게 엄중한 사명을 부여하셨습니다. 곧 아합 왕가와 그 혈통에 연결된 모든 이들을 심판하는 것이었습니다. 예후는 먼저 아합의 후계자 요람과 악명 높은 이세벨을 심판하였고, 이어서 아합의 아들 칠십 명에게까지 그 심판의 손길을 미쳤습니다.
"편지가 그들에게 이르매 그들이 왕자 칠십 명을 붙잡아 죽이고 그들의 머리를 광주리에 담아 이스르엘 예후에게로 보내니라" (왕하 10:7)
아합의 왕자들이 사마리아에서 교육받고 있을 때, 예후는 그들의 교육 담당자들에게 편지를 보내어 칠십 명 가운데 왕위에 오를 만한 자를 세워 자신과 맞서 싸우라고 도전했습니다. 그러나 교육 담당자들은 예후의 위세에 압도되어 스스로 왕자 칠십 명의 목을 베어 예후에게 바쳤습니다.
예후의 심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아합의 혈통이 혼인으로 연결된 남유다 왕가까지도 그의 심판 대상이 되었습니다.
"예후가 유다 왕 아하시야의 형제들을 만나 묻되 너희는 누구냐 하니 대답하되 우리는 아하시야의 형제라 이제 왕자들과 태후의 아들들에게 문안하러 내려가노라 하는지라 이르되 사로잡으라 하매 곧 사로잡아 양털 깎는 집 웅덩이 곁에서 죽이니 사십이 명이 하나도 남지 아니하였더라" (왕하 10:13-14)
예후의 칼날은 우상 숭배의 중심지로도 향했습니다. 바알을 섬기던 선지자들을 완전히 소탕하기 위해 교묘한 계략을 펼쳤습니다. 바알의 선지자들이 예후를 두려워하여 곳곳에 은신하고 있을 때, 예후는 그들을 한곳으로 유인하기 위해 기지를 발휘했습니다. 바알을 위한 성대한 제사를 드리겠다며 전국에 포고령을 내려 모든 바알 숭배자들을 소집했습니다.
"예후가 온 이스라엘에 사람을 두루 보냈더니 바알을 섬기는 모든 사람이 하나도 빠진 자가 없이 다 이르렀고 무리가 바알의 신당에 들어가매 바알의 신당 이쪽부터 저쪽까지 가득하였더라" (왕하 10:21)
예후의 가짜 열성에 속아 넘어간 바알의 선지자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예후는 그들을 일망타진했습니다.
"번제 드리기를 마함에 예후가 호위병과 지휘관들에게 이르되 들어가서 한 사람도 나가지 못하게 하고 죽이라 하매 호위병과 지휘관들이 칼로 그들을 죽여 밖에 던지고" (왕하 10:25)
참으로 놀라운 실행력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하나도 빠뜨림 없이 완수했습니다. 아합 왕가와 연결된 모든 이들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심판했으며, 바알 숭배자들까지도 그의 지혜로운 계략을 통해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하나님의 인정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예후의 이러한 공적을 인정하고 칭찬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 예후에게 이르시되 네가 나 보기에 정직한 일을 행하되 잘 행하여 내 마음에 있는 대로 아합 집에 다 행하였은즉 네 자손이 이스라엘 왕위를 이어 사대를 지내리라 하시니라" (왕하 10:30)
하나님께서는 여기까지 예후를 온전히 인정하셨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예후가 전심으로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의 율법을 지켜 행하지 아니하며 여로보암이 이스라엘에게 범하게 한 그 죄에서 떠나지 아니하였더라" (왕하 10:31)
바로 이것이 치명적인 문제였습니다. 여로보암이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범하게 했던 그 근본적인 죄악에서 떠나지 못한 것, 이것이 예후의 결정적 실패였습니다.
북이스라엘의 초대 왕 여로보암이 왕위에 오른 후 범한 죄악은 심각했습니다. 그는 베델과 단에 금송아지 우상을 세우고, 레위족이 아닌 일반인들을 제사장으로 임명했으며, 하나님께서 정하신 절기들을 자의적으로 변경했습니다. 이러한 우상숭배의 죄악이 북이스라엘 역사 전반에 걸쳐 지속되었으며, 어떤 왕도 이 근본적인 죄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예후에게 깊이 기대하셨습니다. 그가 이 죄악의 뿌리에서 완전히 돌이키기를 간절히 바라셨습니다. 예후는 분명 탁월한 왕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아합 왕가를 완전히 소탕했으며, 뛰어난 능력과 결단력으로 우상 숭배자들을 일거에 제거했습니다. 그러나 북이스라엘 전체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한 죄악의 근원, 그 뿌리까지는 제거하지 못했습니다. 열심히 가지치기는 했지만, 정작 썩은 뿌리를 바꾸는 근본적인 개혁에는 실패한 것입니다.
만약 예후가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했더라면 어떠했을까요? 북이스라엘의 영적 체질을 완전히 변화시키고, 여로보암의 죄악에서 백성들을 돌이키게 하며, 베델과 단의 금송아지 우상을 완전히 철폐했더라면, 하나님께서는 예후를 다윗 왕가와 같이 영원히 견고하게 세우셨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열 가지, 백 가지를 완벽하게 행하지 못하더라도 당신의 마음에 합한 그 한 가지 일을 행하는 자를 사랑하십니다. 그러나 예후는 다른 모든 일은 훌륭히 완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가장 중요한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그의 왕조는 4대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더욱 심각한 일이 뒤따랐습니다.
"이 때에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서 땅을 잘라 내기 시작하시매 하사엘이 이스라엘의 모든 영토에서 공격하되" (왕하 10:32)
이는 두려운 선언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영토를 잘라내기 시작하신 것입니다. 예후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하나님께서는 그마저도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이제 북이스라엘에 대한 소망을 거두기 시작하셨습니다. 이때부터 북이스라엘은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고,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땅을 차례로 이방 민족들에게 내어주기 시작하셨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입니다. 죄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뿌리를 그대로 둔 채 겉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한다면, 하나님께서는 우리 삶의 영역을 하나씩 잘라내기 시작하신다는 무서운 진리를 보여줍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그 한 가지 일에 온 마음을 다해야 합니다.
예후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사명을 하나도 누락함 없이 완벽하게 수행한 걸출한 지도자였습니다. 아합 왕가를 완전히 심판하고 그와 연결된 모든 이들을 빠짐없이 제거했으며, 바알을 섬기는 선지자들까지도 지혜로운 계략으로 일거에 소탕한 위대한 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북이스라엘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둘째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뿌리의 근본 문제를 살피고 해결해야 합니다.
수많은 일들을 훌륭히 해내고 사람들의 눈에는 화려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라도,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님 앞에서 정리되지 않는다면 그 모든 것이 허무해집니다. 하나님 앞에서 바르지 못한 뿌리를 가진 채 겉으로만 바쁘게 움직이고 분주하게 살아간다면, 아무리 사람들에게는 인정받는 화려한 업적을 쌓는다 해도, 우리 인생의 근본과 뿌리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에 합당하지 않다면 하나님께서는 썩은 뿌리를 가진 우리 삶의 터전을 서서히 잘라내기 시작하실 것입니다.
셋째는 화려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일들에만 집착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품으신 기대와 소망을 저버리게 하고, 우리 인생의 소중한 영역들을 하나씩 잘라내는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항상 깨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진정 원하시는 그 한 가지 일에 온 마음과 온 뜻을 다하여 헌신하는 삶이어야 합니다.
이것이 예후를 통해 우리에게 주시는 엄중한 경고이며, 오늘 우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점검하고 해결해야 할 생명의 과제임을 깊이 새겨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