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와 은혜
열왕기하 13장
자녀들에게는 부모가 물질적 양육과 영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소중한 시기가 있습니다. 부모가 생활을 뒷받침하고 학업을 도우며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해 주는 기간은 결코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 귀한 시간은 평생에 걸쳐 지속되지 못하며, 한정된 은혜의 계절입니다. 신앙의 부모들이 기도로 울타리가 되어주고 영적 후원자 역할을 감당하는 것 역시 무한정 계속되지 않습니다.
부모가 건재하여 물질적 후원과 영적 지지를 아끼지 않을 때, 바로 그 시기에 자녀는 스스로 성장하고 성숙해야 합니다. 그 소중한 기간 동안 경제적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자신의 역량을 충실히 갖추며, 영적으로도 독립하여 부모의 도움 없이도 당당히 설 수 있는 성숙한 사회인과 신앙인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러한 삶의 자세야말로 참된 지혜입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이들은 자립에 대한 의지를 품지 않습니다.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며, 오히려 부모의 재산을 탐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부모로부터 더 많은 것을 취하려는 욕심에 사로잡힌 이들은 결국 부모와 함께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모든 것을 차지한 후 부모가 노쇠하고 병들어 더 이상 지원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자신 역시 기댈 곳을 잃고 함께 어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그때 가서 후회한들, 그때 가서 통곡한들 이미 늦습니다. 그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낸 죄는 평생토록 가슴을 치며 후회할 수밖에 없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가 됩니다.
진정한 눈물
오늘 북이스라엘 백성들이 바로 그러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엘리사가 죽을 병이 들매 이스라엘의 왕 요아스가 그에게로 내려와 자기의 얼굴에 눈물을 흘리며 이르되 내 아버지여 내 아버지여 이스라엘의 병거와 마병이여 하매" (왕하 13:14)
엘리사가 죽음의 병상에 누웠습니다. 하나님의 종 엘리사가 이제 이 땅에서의 소명을 마치고 주님 곁으로 떠날 시간이 임박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북이스라엘 왕 요아스가 급히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애통해합니다. "내 아버지여, 내 아버지여, 이스라엘의 병거와 마병이여."
요아스가 흘린 이 눈물이 진정 애절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일까요? 왕의 눈물 속에 진실한 회개의 정이 담겨 있을까요? 사실 북이스라엘은 태생적으로 하나님 앞에 문제가 많은 나라였습니다. 남유다와 분열한 후 초대 왕 여로보암 때부터 심각한 영적 문제를 안고 출발한 국가입니다.
여로보암의 죄악상은 이미 잘 알려진 바입니다. 그는 베델과 단에 금송아지 우상을 세워놓고 백성들에게 "이것이 너희를 이집트에서 인도해낸 하나님이다"라고 가르쳤습니다. 또한 레위족이 아닌 일반인을 제사장으로 임명하고, 하나님이 정하신 절기를 임의로 변경하는 등 중대한 죄악을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이 근본적인 죄악에서 그 후계자들 중 어느 누구도 돌이키지 않았습니다. 엘리사가 죽음을 앞둔 이 시점까지도 여로보암의 죄는 청산되지 않은 채 그대로 이어져 왔습니다. 지금 이렇게 애절한 눈물을 흘리는 요아스 왕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유다의 왕 요아스의 제삼십칠년에 여호아하스의 아들 요아스가 사마리아에서 이스라엘 왕이 되어 십육 년간 다스리며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악을 행하여 이스라엘에게 범죄하게 한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의 모든 죄에서 떠나지 아니하고 그 가운데 행하였더라" (왕하 13:10-11)
성경은 요아스 역시 여로보암의 모든 죄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분명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라진 기회
하나님께서는 북이스라엘을 깊이 사랑하셨습니다. 왕들은 여로보암의 죄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백성들은 여전히 우상 숭배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특히 아합과 이세벨 치하에서 북이스라엘은 영적으로 가장 암울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하나님은 이러한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깊은 사랑으로 위대한 영적 지도자들을 보내주셨습니다.
먼저 엘리야를 허락하셨습니다. 엘리야의 사역이 얼마나 놀랍고 화려했습니까? 하나님의 종으로서 그가 남긴 업적이 얼마나 위대합니까? 엘리야는 아합과 이세벨의 악정에 맞서 생명을 걸고 투쟁했습니다. 갈멜산에서 아합과 이세벨이 후원하는 바알과 아세라의 선지자들과 홀로 대결을 벌였습니다.
그는 하늘에서 불이 내려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했습니다. 하나님의 응답을 확실히 보이기 위해 제단 위에 물을 열두 통이나 부었습니다. 마침내 하늘에서 불이 임했고, 바알의 거짓 선지자들을 모두 처단했습니다. 그러나 아합과 이세벨은 여전히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북이스라엘에는 계속해서 바알 신앙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엘리야가 그 땅에서 복음을 전하고 말씀을 선포하며, 목숨을 걸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동안에도 북이스라엘은 조금도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은 결국 엘리야를 불말과 불병거, 회오리바람으로 하늘로 데려가셨습니다.
그 뒤를 이어 엘리사가 나타났습니다. 엘리사는 어떤 인물이었습니까? 그는 죽은 자를 살리는 기적을 행했습니다. 나아만 장군의 나병을 완전히 치유했습니다. 아람 군대의 동향과 작전 계획을 미리 파악하여 이스라엘 왕들에게 알려주었습니다. 엘리사가 든든한 방파제가 되고 든든한 영적 울타리가 되어 주던 그 시기에 북이스라엘에게는 참으로 귀한 기회가 주어져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왕들이 회개하고 여로보암의 죄악을 청산했어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새로운 은혜의 기회를 베풀어주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엘리야가 활동하던 시절에도, 엘리사가 사역하던 기간에도 그 위대한 두 선지자가 북이스라엘의 영적 방벽과 울타리 역할을 감당하는 동안에도 북이스라엘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엘리사마저 죽음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왕이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이 눈물조차 진심이 아닙니다. "내 아버지여, 내 아버지여, 이스라엘의 병거와 마병이여."
이는 당신 한 분이 수만 대의 마병과 병거보다 훨씬 더 귀하고 든든한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당신이 계시지 않으면 우리가 어떻게 아람과 싸우고, 어떻게 외적들과 맞서 승리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오직 자신의 안위와 정치적 이익만을 걱정하는 이기적이고 가증스러운 고백에 불과했습니다.
떠나버린 축복
우리는 영적 부흥의 시대를 경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시대가 영적으로 메마른 시대라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때로 영적 부흥의 기운을 접하게 됩니다. 믿음이 깊고 선한 영향력을 지닌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분들이 우리의 부모일 수도 있고, 훌륭한 교회 공동체일 수도 있으며, 믿음의 선배들일 수도 있습니다.
바로 그러한 때를 귀하게 여기고 잘 활용해야 합니다. 그분들과 깊이 있는 영적 교제를 나누고, 함께 믿음을 배우며 되새기는 시간이야말로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사람은 영원히 이 땅에 머물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위대한 선지자 엘리사도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것처럼, 믿음의 사람도 훌륭한 하나님의 종도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엄연한 현실을 깊이 새겨야 합니다.
배울 수 있는 것을 충분히 배우고, 그분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영적 유산을 온전히 이어받아 우리의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다져가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요아스 왕이 흘린 것 같은 가증스럽고 이기적인 눈물을 흘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 삶에 좋은 믿음을 지닌 분들, 믿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시는 분들과 함께할 때 그 귀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로운 신앙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북이스라엘 백성들을 깊이 불쌍히 여기시고 그들에게 위대한 두 선지자를 보내주셨습니다. 엘리야와 엘리사 시대에 살았던 이들은 참으로 복된 자들이요 은혜를 받은 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여로보암 때부터 요아스 왕 시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여로보암의 죄악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베델과 단의 우상을 철거하지 않았으며, 바알 신앙에서 돌아서지 않는 죄를 계속 짊어지고 살았습니다.
둘째는 영적 부흥의 시대를 잘 경험하고 누릴 수 있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영적 부흥의 은혜를 베푸실 때 그 부흥의 물결을 온전히 경험하고 누릴 수 있는 자가 되어야 하며, 부흥의 파도에 우리의 몸과 영혼을 온전히 맡기는 지혜로운 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 계신 영적으로 앞서가는 분들, 믿음이 깊은 분들, 그분들이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지 않으실 것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깨달아야 합니다.
셋째는 좋은 믿음의 교제를 나누며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로운 백성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소중한 기회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로운 신앙인으로 오늘도 살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배울 수 있는 것을 충분히 배우고 그분들로부터 받을 수 있는 영적 유산을 온전히 이어받아 우리의 믿음을 더욱 새롭게 하는 은혜로운 시간으로 살아가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