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하 18장

성경
열왕기하

본질을 보는 믿음

열왕기하 18장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는 과거가 축적되어 형성된 결과물입니다. 이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국가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역사가 과거에 깊은 관심을 갖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의 현실이 과거의 선택과 행동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한 개인이나 공동체, 혹은 국가가 과거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조직을 구성하고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개인은 과거 역사의 평가에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럴 여유도 없을 뿐더러, 미미한 개인을 역사가 특별히 주목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평가에 마음을 쏟며 살 만큼 한가하지도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시느냐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하나님의 평가에는 반드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 평가야말로 우리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며, 천국과 지옥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개인에 대해서나 한 나라와 공동체에 대해서나 그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간결하지만 정확하게 평가합니다. 오늘 하나님의 말씀에서도 남유다의 히스기야 왕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그가 하나님 앞에서 어떤 존재였는지를 명확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위기의 현실 앞에서

히스기야 왕은 즉위 당시부터 그리고 치세 전반에 걸쳐 극심한 고난을 겪어야 했던 인물입니다. 그가 왕위에 오른 당시의 정세를 살펴보겠습니다.

"이스라엘의 왕 엘라의 아들 호세아 제3년에 유다왕 아하스의 아들 히스기야가 왕이 되니 그가 왕이 될 때에 나이가 25세라 예루살렘에서 29년간 다스리니라 그의 어머니의 이름은 아비요 스가랴의 딸이더라" (왕하 18:1-2)

본문은 히스기야가 즉위할 당시 북이스라엘의 마지막 왕인 호세아가 재위 3년째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시점입니다. 호세아 9년에 북이스라엘이 멸망했으므로, 히스기야는 즉위 6년 만에 동족 국가의 완전한 소멸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히스기야에게 엄청난 충격과 두려움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비록 남북으로 분단되어 끊임없이 갈등하고 대립했지만,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는 근본적으로 같은 혈족이었습니다. 그런 동족 국가가 하루아침에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남유다에 미친 심리적 충격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을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북이스라엘이 단순히 멸망한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앗시리아 제국이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앗시리아는 사마리아를 완전히 장악하여 그곳을 전진기지로 삼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표적은 당연히 남유다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히스기야는 재위 6년 만에 앗시리아와 어떻게든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앗시리아의 환심을 사야 했고, "우리 남유다를 용서해 주십시오. 북이스라엘과 같은 운명을 겪지 않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우리는 미약한 소국입니다"라며 굴복의 자세를 보여야 했습니다. 이것이 히스기야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현실적 과제였습니다.

본질을 향한 개혁

그런데 히스기야는 이러한 현실적 위기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히스기야가 그의 조상 다윗의 모든 행위와 같이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정직하게 행하여 여러 산당들을 제거하며 주상을 깨뜨리며 아세라 목상을 찍으며 모세가 만들었던 놋뱀을 이스라엘 자손이 이때까지 향하여 분향함으로 그것을 부수고 느후스단이라 일컬었더라" (왕하 18:3-4)

히스기야가 착수한 것은 바로 종교 개혁이었습니다. 그의 개혁은 세 가지 핵심 영역에서 단행되었는데, 주상과 아세라 목상을 철저히 파괴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우상을 완전히 제거한 것입니다.

첫째, 우상 제거 - 기득권 세력과의 단절

우상을 철폐한다는 것은 기존 기득권 세력에 대한 정면 도전을 의미했습니다. 남유다는 오랫동안 우상 숭배가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나라였고, 우상 숭배는 사회 곳곳에 깊숙이 침투해 있었습니다. 우상을 파괴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제거에 그치지 않고, 우상을 섬기며 그로부터 이익을 얻었던 모든 세력과의 결별을 의미했습니다.

왕이 된 후 앗시리아와의 대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지지 세력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히스기야는 그런 정치적 계산보다는 우상을 제거하는 일에 매진하며, 기존 기득권 세력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었습니다.

둘째, 산당 제거 - 오래된 전통과의 결별

뿐만 아니라 히스기야는 산당을 완전히 철거했습니다. 산당을 없앤다는 것은 오래된 전통과의 결별을 의미했습니다. 산당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래로 계속 존재해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거하라고 명령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산당을 없애지 못했습니다.

성막이나 성전에서 드리는 제사는 백성들에게 번거롭고 불편한 것이었지만, 산당에서의 제사는 자신들의 방식대로 마음껏 드릴 수 있는 편리한 예배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성전보다는 산당을 선호했고, 그곳에서 자기 식대로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히스기야는 이러한 자의적 예배를 완전히 차단시켜 버렸습니다. 수백 년간 이어져온 전통을 없앤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과감하게 단행했습니다.

셋째, 놋뱀 제거 - 미신적 신앙과의 결별

세 번째로, 히스기야는 모세 시대에 만들어진 놋뱀을 제거했습니다. 출애굽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원망하자 하나님께서 불뱀을 보내셨고, 불뱀에 물린 자들이 죽어갈 때 모세의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께서 놋뱀을 만들어 장대에 높이 매달도록 명령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후로 놋뱀에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각 산당마다 놋뱀을 만들어 두고 그 앞에서 예배하며 절하고 분향하며 놋뱀을 숭배하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산당에서의 제사가 이방 신에게 드리는 예배와 다름없이 타락해버렸습니다.

바알과 아세라에게 절하는 것과 놋뱀을 만들어 놓고 그 앞에 엎드려 절하는 것 사이에 본질적 차이가 있겠습니까? 특히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놋뱀 앞에서 치유를 구하며 간절히 기도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놋뱀에 특별한 치유의 효험이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히스기야는 이런 놋뱀들을 모두 찾아내어 파괴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느후스단', 즉 단순한 놋조각에 불과하다고 명명했습니다.

사실 이런 조치를 취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모세는 누구입니까? 모세오경의 저자이며 출애굽의 위대한 지도자이자 영원한 민족의 영웅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은 히스기야가 단순히 놋뱀을 제거한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모세의 권위와 업적을 모독하는 행위로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히스기야는 그런 비난이나 반발에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우상을 파괴하고 산당을 제거하며 놋뱀을 없애버렸습니다. 코앞에 앗시리아라는 강적이 위협하고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그는 그런 현실적 고려보다는 철저한 종교개혁을 단행했습니다.

하나님의 인정 - 독보적 믿음

성경은 이런 히스기야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히스기야가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를 의지하였는데 그의 전후 유다 여러 왕 중에 그러한 자가 없었으니 곧 그가 여호와께 연합하여 그에게서 떠나지 아니하고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명령하신 계명을 지켰더라" (왕하 18:5-6)

히스기야가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의지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앗시리아를 의지한 것도 아니고, 이집트를 의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했습니다.

눈앞에 닥친 직접적 위기는 분명 앗시리아였습니다. 가시적으로 보이는 위협은 앗시리아 제국이었기에, 현실적으로는 앗시리아를 붙들고 의지하며 어떻게든 그들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히스기야는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주목했습니다.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 이 세상을 지배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본 것입니다.

그는 모세가 만든 놋뱀을 의지한 것이 아니라 모세가 기록한 하나님의 계명을 준수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히스기야의 신앙이었습니다.

믿음의 백성들은 이처럼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눈앞에 있는 것, 당장 보이는 것에 매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근본적 실체를 바라보는 히스기야와 같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히스기야를 평가하실 때 그를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하셨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의지하였는데 그의 전후 유다 여러 왕 중에 그러한 자가 없었다"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전하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보이는 현실보다 보이지 않는 본질을 바라보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눈앞의 위기에만 몰두하며 살아갑니다. 어떻게 하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려고 급급해합니다. 히스기야처럼 눈앞에 있는 앗시리아를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둘째는 미신적 신앙이 아닌 참된 신앙을 추구해야 합니다. 모세가 만든 놋뱀 앞에 엎드려 절하는 미신적 신앙이 아니라,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계명을 준수하는 참된 신앙인이 되어야 합니다. 형식과 전통보다는 하나님의 말씀 자체에 순종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셋째는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일관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히스기야가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를 의지하였는데 그의 전후 유다 여러 왕 중에 그러한 자가 없었다"는 최고의 평가를 받은 것처럼, 우리도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떠나지 않고 하나님을 가장 깊이 의지하고 신뢰하는 주의 자녀가 되어야 합니다.

히스기야의 믿음을 통해서 오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을 깊이 새기고 실천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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