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하 1장

성경
열왕기하

전체를 보는 눈

열왕기하 1장

특정한 사람이나 사물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이들은 전체를 조망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냅니다.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우리로 하여금 넓고 깊이 있게, 그리고 입체적으로 사고하게 하여 어느 한 단면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합니다. 이 사람이 없으면 모든 것이 끝날 것 같고, 이 물건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있고, 이 물건이 아니어도 다른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에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을 가진 사람은 특정한 한두 가지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삶을 살아가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전체를 조망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입시를 앞둔 학생들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입시와 취업이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가치로 여겨집니다. 한 단면만을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반면 사랑하는 자녀를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다릅니다. 이번 시험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더라도, 혹시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인생에는 얼마든지 다른 길과 새로운 기회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마음을 편히 가지고 집착하지 말며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하지 않습니까? 어른들이 전체를 조망하는 지혜로운 시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생활에서 생과 사의 기로에 서게 될 때, 믿음이 없는 이들은 이 땅의 삶에 과도하게 매달리게 됩니다. 전체적인 관점을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죽음 너머의 세계와 영원한 삶에 대해 알지도 보지도 못하는 그들에게는 이 세상에서의 삶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래서 현세의 삶에 집착하며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이 땅에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소유하고 누리며 살아가려고 애쓰게 됩니다. 믿음의 부재로 인해 죽음 이후의 세계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믿음을 품게 되면 죽음 너머에도 생명이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며,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귀한 선물임을 알게 됩니다. 그럴 때 집착의 강박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물론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하는 아픔과 슬픔, 소중한 이를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눈물의 고통은 여전히 우리 마음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마음 깊은 곳에서는 천국에 대한 소망이 꿈틀거리며 새로운 위로가 찾아옵니다.

생명에 집착하다

오늘 우리가 살펴볼 본문에는 북이스라엘의 왕 아하시야가 등장합니다. 그는 자신의 생명에 병적으로 집착했던 인물입니다. 그의 아버지 아합이 세상을 떠났는데, 그 죽음은 결코 우연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철저히 개입하시고 섭리하신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변장을 하고 전장에 나선 아합은 겉옷으로 신분을 감추었지만 그 안에는 왕의 갑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심코 날아온 화살이 갑옷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솔기를 정확히 꿰뚫었고, 결국 그는 그 상처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됩니다.

아합이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아들 아하시야가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닥쳤습니다. 다락 난간에서 추락하여 거동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는 그에게 치명적인 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아버지 아합처럼 모든 부귀영화와 권세를 마음껏 누리며 살아가고 싶어했던 왕이었습니다. 아버지와 같거나 혹은 그보다 더 강력한 권력으로 백성들을 다스리며 자신의 야망을 실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왕위에 오르자마자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그의 생명에 대한 집착은 더욱 깊어져만 갔습니다.

"아하시야가 사마리아에 있는 그의 다락 난간에서 떨어져 병들매 사자를 보내며 그들에게 이르되 가서 에그론의 신 바알세붑에게 이 병이 낫겠나 물어 보라 하니라" (왕하 1:2)

그는 간절히 살고 싶어했습니다. 하루빨리 병상에서 일어나 위대한 통치자로 우뚝 서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에그론의 바알세붑에게 자신이 이 병에서 회복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명령했습니다. 에그론은 블레셋의 다섯 방백 중 한 방백이 통치하는 도시였고, 그곳 사람들이 섬기는 신 바알세붑은 질병과 생명, 죽음을 관장한다고 여겨지는 우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질병의 치유와 죽음을 다스린다고 하는 신에게까지 의지하여 자신의 회복 가능성을 확인하려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주변 여러 나라들, 특히 이스라엘과 남유다에서는 바알세붑을 '파리의 대왕'이라고 조롱섞인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그는 치유에 대한 간절한 열망으로 이런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창조주를 무시하다

여기서 아하시야는 두 가지 중대한 잘못을 범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를 지으시고 지금도 그를 붙드시며 동행하고 계신다는 근본적인 사실을 깨닫고 기억해야 마땅한데, 그는 창조주 하나님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존재하게 하신 분이 누구신지도 모른 채 에그론의 바알세붑에게 가서 자신의 회복 여부를 확인하려는 어리석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소식이 엘리야에게 전해졌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엘리야를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도록 하셨습니다.

"여호와의 사자가 디셉 사람 엘리야에게 이르되 너는 일어나 올라가서 사마리아 왕의 사자를 만나 그에게 이르기를 이스라엘에 하나님이 없어서 너희가 에그론의 신 바알세붑에게 물으러 가느냐 그러므로 여호와의 말씀이 네가 올라간 침상에서 내려오지 못할지라 네가 반드시 죽으리라 하셨다 하라 엘리야가 이에 가니라" (왕하 1:3-4)

유사한 상황에서 남유다의 왕 히스기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하나님 앞에 겸손히 엎드렸습니다. 벽을 향해 눈물로 기도하며 자신의 생명을 온전히 하나님께 맡겼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히스기야 왕의 간절한 눈물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의 생명을 15년 더 연장해 주셨습니다.

생명을 거두시기도 하고 살리시기도 하며, 단축시키기도 하고 연장시키기도 하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십니다. 삶과 죽음의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 속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시고 이 땅에 보내셨기에 우리는 마땅히 창조주 하나님께 모든 문제를 가지고 나아가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나와 기도하는 것 역시 창조주 하나님을 인정하는 행위입니다. 기도는 우리의 문제를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것이며, 하나님께 깨달음을 구하는 것인데,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께 간구하는 이 모든 과정을 하나님께서는 가장 기뻐하십니다. 우리 생명의 주인이시며 인생을 인도하시는 하나님 외에 그 누구에게, 어떤 이 땅의 신에게, 어떤 존재에게 우리 인생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하나님 앞에 모든 문제를 가지고 나아가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사람을 의지하지 말고 헛되고 무가치한 세상의 우상들을 의지하지 말며, 오직 하나님 한 분만을 신뢰하고 하나님께 우리의 모든 문제를 아뢰시기 바랍니다.

집착의 위험

두 번째로, 아하시야의 문제는 자신의 생명에 지나치게 집착했다는 점입니다. 그는 간절히 살고 싶어했고, 왕으로서 위대한 통치자가 되고 싶어했기에 한 가지라도 더 붙잡으려 하며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자 하는 심정으로 에그론의 바알세붑에게까지 사람을 보낸 것입니다. 집착은 우리로 하여금 믿음마저 잃어버리게 만듭니다.

생과 사의 기로에서 참된 믿음의 사람은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죽음조차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발걸음이 후세대와 자녀들에게 귀감이 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실패의 자리에서도, 넘어진 자리에서도 우리가 붙들고 있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면 믿음 있는 사람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를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 특별히 자녀들에게 믿음의 참된 본을 보여줄 수 없게 됩니다.

우리가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는 단순히 나만의 걸음이 아니라 뒤따르는 이들에게 아름다운 족적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추하고 믿음 없는 모습을 드러낸 아하시야의 행태를 보며 북이스라엘의 모든 백성들이 왕의 믿음 없음을 목격했을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를 더 크고 길게 바라보며, 하나님 안에서 우리 인생을 조망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큰 믿음이 우리에게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는 창조주 하나님을 인정하고 의지해야 합니다. 아하시야를 통해 우리는 자신의 삶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믿음의 길을 걸어가며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우리를 지으시고 이 땅에 보내신 하나님께 모든 문제를 가져와야 마땅한데, 그렇지 못하고 세상의 길을 따라 헛되고 무가치한 것들을 의지하며 살아왔던 우리의 완악하고 연약한 모습을 진심으로 회개해야 합니다.

둘째는 전체를 조망하는 믿음의 눈을 키워야 합니다. 지나친 집착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물질과 생명까지도 하나님의 주권적 영역에 온전히 맡기고, 우리는 순종하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를 더 크고 길게 바라보며, 하나님 안에서 우리 인생을 조망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큰 믿음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창조주 하나님께 기도로 나아갑시다. 오늘 기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창조주를 인정하는 우리의 기도를 하나님께서 받으시고 들어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우리를 지으시고 이 땅에 보내시며 생명과 호흡까지도 주관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앞으로 매 순간을 맡기고 의탁하는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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