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성
열왕기하 25장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해서는 안 될 일이나 별다른 의미가 없는 일에만 열중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지기 마련입니다. 어떤 일의 본질과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겉돌기만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이나 공동체 안에 있으면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보며 때로는 비판적 시선을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시선으로 우리 자신을 돌아본다면 어떨까요? 혹시 우리 각자도 그런 모습은 아닐까 하는 성찰이 필요합니다. 하나님께서 보실 때 분명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간절히 원하시고 요구하시는 일이 있는데, 정작 우리는 그런 일에는 무관심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시는 일이나 별다른 가치가 없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면 하나님께서 얼마나 답답해하실까요?
정작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외면한 채 무기력하게 지내다가 결국 멸망의 길을 걸어간 남유다 백성들이 오늘 본문에 등장합니다. 시드기야 왕과 그의 백성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다 멸망의 참상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민족을 선택하셨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을 세우시고 그를 통하여 믿음의 계보가 면면히 이어지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가나안 땅을 그들의 기업으로 주셨습니다. 애굽에서 430년 동안 종살이하던 백성들을 위해 위대한 지도자 모세를 세우시고 그들을 해방시키셨습니다. 사사시대를 거쳐 왕정시대로 접어들면서 사울과 다윗, 솔로몬의 영광스러운 시대를 거쳐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로 분열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북이스라엘은 기원전 721년에 앗시리아에 의해 멸망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멸망한 근본 이유도 하나님을 올바로 섬기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기원전 586년, 남유다 역시 같은 운명의 길을 걷게 됩니다.
유다가 맞이한 비극적인 종말을 5절에서 7절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갈대아 군대가 그 왕을 뒤쫓아가서 여리고 평지에서 그를 따라 잡으매 왕의 모든 군대가 그를 떠나 흩어진지라 그들이 왕을 사로잡아 그를 리블라에 있는 바벨론 왕에게로 끌고 가매 그들이 그를 심문하니라 그들이 시드기야의 아들들을 그의 눈앞에서 죽이고 시드기야의 두 눈을 빼고 놋사슬로 그를 결박하여 바벨론으로 끌고 갔더라" (왕하 25:5-7)
바벨론 군대와 느부갓네살 왕이 침입했습니다. 시드기야 왕이 보는 앞에서 그의 아들들, 곧 왕자들을 처형했습니다. 그리고 시드기야 왕의 두 눈을 뽑아 버린 후 사슬로 결박하여 바벨론으로 끌고 갔습니다. 한 나라가 완전히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참혹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전율하게 할 만큼 처참하게 유다의 마지막 장이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성전 파괴의 충격
그런데 이렇게 나라가 멸망 당하고 왕이 참혹한 수모를 당한 것보다도 유다 백성들에게 더욱 큰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 발생합니다. 9절을 살펴보십시오:
"여호와의 성전과 왕궁을 불사르고 예루살렘의 모든 집을 귀인의 집까지 불살랐으며" (왕하 25:9)
하나님의 성전이 화염에 휩싸여 사라진 것입니다. 유다 백성들에게 있어서 하나님의 성전이 불타는 광경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성전은 곧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상징하는 거룩한 공간이 아니었습니까?
솔로몬이 정성을 다해 건축한 성전이요, 하나님께서 친히 설계해 주신 성전이며, 그곳에서 크고 작은 수많은 하나님의 영적 역사들이 펼쳐졌던 거룩한 장소가 아니었습니까?
그 성전의 기원은 모세 시대에 하나님께서 광야에서 건설하게 하신 성막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나님께서 이 성막에 대하여 "내가 너희를 만나겠다"고 친히 약속하신 만남의 장소, 그것이 성전으로 발전된 것인데 이 성전이 완전히 소실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왕궁이 불타는 것보다도, 귀족들의 저택이 화염에 휩싸이는 것보다도, 왕이 쇠사슬에 묶여 포로로 끌려가는 것보다도 훨씬 더 절망적인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성경은 성전이 어떻게 철저하게 유린당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13절에서 16절을 살펴보십시오:
"갈대아 사람이 또 여호와의 성전의 두 놋 기둥과 받침들과 여호와의 성전의 놋 바다를 깨뜨려 그 놋을 바벨론으로 가져가고 또 가마들과 부삽들과 부집게들과 숟가락들과 섬길 때에 쓰는 모든 놋그릇을 다 가져갔으며 시위대장이 또 불 옮기는 그릇들과 주발들 곧 금으로 만든 것이나 은으로 만든 것이나 모두 가져갔으며 또 솔로몬이 여호와의 성전을 위하여 만든 두 기둥과 한 바다와 받침들을 가져갔는데 이 모든 기구의 놋 무게를 헤아릴 수 없었으니" (왕하 25:13-16)
성전에 있던 모든 기물들, 가치 있는 것들, 쓸모 있는 것들이 남김없이 약탈당했습니다. 불태워지고 빼앗기고, 그 결과 성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성전 파괴의 이유
이처럼 남유다가 완전히 멸망당합니다. 하나님께서 성전을 이토록 철저하게 유린당하도록 허용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들의 믿음이 하나님 보시기에 온전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하나님께서 참으로 원하신 것은 화려한 건물로서의 성전이 아니라 그 성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진실한 믿음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성막 시절에도 함께하셨고 성전 시절에도 함께하셨지만, 결코 건물 자체의 웅장함이나 화려함 때문에 더 애착을 보이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갈망하셨던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실한 예배였습니다. 그곳에서 하나님과 당신의 백성들이 참된 교제를 나누기를 원하셨는데, 실상 그곳에는 껍데기만 남은 형식적인 제사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 성전에서 봉사하는 제사장들과 레위인들, 그곳을 출입하는 왕과 귀족들 모두가 하나님을 떠나 탐욕에 사로잡힌 존재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백성들을 착취하고 수탈하여 성전 곳간을 채웠지만, 그 곳간에 있는 곡식과 금은보화는 모두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유용되는 부패한 구조가 되어 있었습니다. 더 이상 성전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백성들이 진정한 신앙의 길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그 성전을 파괴하는 것이 오히려 하나님 나라와 백성들의 영적 회복을 위해 더 유익한 일이라고 판단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건물로서의 성전에만 국한되어 계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진정한 성전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경외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바로 그 개별적인 영혼들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신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깊은 진리입니다. 한 사람이 곧 성전이요, 한 사람이 곧 하나님께서 거하시기를 원하시는 전체 세상이라는 말씀입니다.
믿음의 성
믿지 않는 바벨론 사람들은 유다를 점령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들이 유다 정복을 위해 느부갓네살 왕과 바벨론 군대가 펼친 전략을 살펴보십시오. 1절을 보십시오:
"시드기야 제구년 열째 달 십일에 바벨론의 왕 느부갓네살이 그의 모든 군대를 거느리고 예루살렘을 치러 올라와서 그 성에 대하여 진을 치고 주위에 토성을 쌓으매" (왕하 25:1)
바벨론은 당대 최강의 제국이었습니다.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왕이 직접 출정했습니다. 온 군대를 총동원하여 진군한 것입니다. 그리고 유다를 완전히 제압하기 위해 예루살렘 성 주위에 견고한 토성을 구축했습니다. 마치 작은 토끼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사자가 온 힘을 다하는 것과 같은, 압도적인 집중력과 완벽함을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믿음 없는 사람들도 하나의 성을 정복하기 위해 이처럼 치밀하고 견고한 토성을 쌓아 올립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은 정작 자신의 믿음의 토성조차 제대로 쌓아 올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유다가 멸망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이 믿음의 성을 건설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물리적 힘이 부족해서 멸망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능력이 없어서 패배한 것도 아닙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을 섬기는 자들이 아니었습니까? 하나님께서 그들의 방패가 되시고, 그들의 요새가 되시며, 그들을 지키고 보호하시는 분이 아니셨습니까?
그런데 믿음 없는 자들이 물리적인 토성을 쌓고 있을 때 이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우리가 애굽과 동맹을 맺을까? 아니면 바벨론에 굴복할까? 어떻게 하면 백성들로부터 더 많은 것을 수탈하여 내 개인의 부를 축적할까?" 오직 이런 현실적이고 탐욕적인 계산만을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결국 그런 잘못된 우선순위와 가치관 때문에 멸망의 길을 걷게 된 것입니다.
믿음의 견고한 성을 쌓아 올리지 않으면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에 사탄이 침입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역시 우리 인생에서 반드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명인 믿음의 성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일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귀중한 교훈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하나님께서 참으로 원하시는 것은 진정한 믿음입니다. 웅장한 건축물이나 화려한 종교적 의례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진실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나아가는 순수한 믿음의 예배를 갈망하십니다. 참된 성전은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경외하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그 자체임을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둘째는 믿음의 성을 견고히 쌓아 올리는 것이 인생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바벨론 사람들이 물리적 토성을 구축하여 유다를 정복했던 것처럼, 믿음의 백성들은 자신의 영적 토성인 믿음의 성을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여 영적 패배를 당했습니다. 물질적 성취를 추구하는 것보다, 인맥을 쌓는 것보다, 명예와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것보다 믿음의 견고한 성을 건설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셋째는 날마다 기도와 말씀을 통해 믿음의 성을 더욱 견고히 세워나가야 합니다. 인생의 결정적인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떤 풍파와 시련이 몰아쳐도 사탄의 세력이 우리를 무너뜨리지 못하도록, 매일매일 차근차근 믿음의 성을 쌓아 올려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 정직하고 진실한 자세로 나아가서 우리 영혼을 보호하고 지켜낼 수 있는 믿음의 견고한 요새를 완성해 나가야 합니다.
부디 오늘 하루도 한 돌 한 돌 정성스럽게 믿음의 성을 쌓아 올리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어, 인생의 어떤 시련과 위기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하나님의 견고한 성을 이루는 진정한 믿음의 사람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