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람의 정체
열왕기하 3장
조세형이라는 인물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한때 '대도'라는 별명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는, 모두가 어려웠던 그 시절 부잣집과 고위 공직자들의 집만을 표적으로 삼아 절도를 일삼았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도난으로 얻은 금액의 약 30퍼센트를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런 까닭에 사람들은 그를 '의적'이라 부르기까지 했습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그는 결국 15년형으로 감형되어 만기 출소했습니다. 감옥에서 그는 신앙을 영접하며 새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출소 후에는 교회를 다니며 진실한 간증을 하고 보안업체 고문으로 일했습니다. 언론과 각종 방송에서도 그의 변화된 모습에 주목하며 조명했습니다. 사람들은 그의 회심을 믿었고, 그가 정말로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본에서 남의 집 담을 넘다가 체포되면서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것입니다. 그의 절도 행각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73세가 되어서도 남의 집 담을 넘는 일을 계속했고, 최근에는 82세가 넘은 나이에도 좀도둑질을 일삼다가 다시 체포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그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15년 동안 감옥에 있으면서 회심한 것처럼 보였고, 새 사람이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가면을 쓰고 간증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속였지만, 결국 그의 본질은 도둑이었습니다. 사람들을 감쪽같이 수십 년 동안 속였지만, 결국 그의 진정한 정체가 드러나고 말았습니다.
회심한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입술만 보고 그 사람의 말만 듣고 판단한다면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여호람이 바로 그런 인물 중 하나입니다.
왕위 계승
아합의 아들 아하시야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2년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다락 난간에서 떨어져 죽을병에 걸린 그는 간절히 살기를 원했습니다. 아버지 아합의 뒤를 이어 어렵게 왕이 된 만큼, 그 역시 아버지처럼 왕위의 위세를 떨쳐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에그론의 신 바알세붑에게 자신이 나을 수 있는지 물어보게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진노하셨습니다. 엘리야 선지자를 통해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침상에서 다시는 내려오지 못할 것이다." 결국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지 않고 삶에 그토록 집착하는 자를 하나님께서 심판하시어, 말씀하신 대로 그를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아합의 아들 아하시야가 세상을 떠났는데, 그는 아들 없이 죽었습니다. 그러자 그의 동생인 또 다른 아합의 아들 여호람이 왕위에 올랐습니다.
"유다의 여호사밧 왕 열여덟째 해에 아합의 아들 여호람이 사마리아에서 이스라엘을 열두 해 동안 다스리니라" (왕하 3:1)
아하시야가 아들 없이 죽었기 때문에 그의 동생 여호람이 왕이 된 것입니다. 그는 12년 동안 북이스라엘의 왕으로 다스렸습니다. 성경은 그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그가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였으나 그의 부모와 같이 하지는 아니하였으니 이는 그가 그의 아버지가 만든 바알의 주상을 없이하였음이라" (왕하 3:2)
악한 사람이기는 하나, 그의 부모인 아합과 이세벨처럼 악하지는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종교개혁의 가면
오늘 성경은 우리의 눈을 번쩍 뜨게 하는 흥미로운 말씀을 남깁니다. "그의 아버지가 만든 바알의 주상을 없이하였더라." 이것을 보면 그는 종교개혁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알의 주상을 파괴했다니, 북이스라엘에서는 보기 드문 훌륭한 왕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합이 바알의 우상을 얼마나 아꼈습니까? 아합의 아내 이세벨은 여전히 살아있었습니다. 아합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아내이자 지금 왕인 여호람의 어머니 이세벨은 열왕기하 9장에 가서야 세상을 떠납니다. 이세벨이 어떤 여인입니까? 시돈 땅의 공주가 아니었습니까?
바알을 섬기던 시돈의 공주가 북이스라엘에 시집올 때 마음에 큰 뜻을 품고 있었습니다. 내가 저곳에 시집가면 북이스라엘을 바알 신앙으로 철저하게 물들게 하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북이스라엘에 와서 딸을 낳았습니다. 그리고 그 딸이 자라서 자기 딸을 남유다에 다시 시집보냈습니다. 북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남유다까지 전체를 모두 바알 신앙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이세벨은 살고 또 살았습니다.
결국 갈멜산에서 850대 1의 전투에서 졌지만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바알의 선지자들이 죽임을 당했고, 아세라의 선지자들이 패배했지만, 아합도 이세벨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아합과 이세벨이 만들었던 바알의 주상을 그의 아들 여호람이 파괴한 것입니다.
어머니 이세벨이 여전히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호람은 이런 일을 행했습니다. 이쯤 되면 그는 종교개혁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의 진심이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가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이 이스라엘에게 범하게 한 그 죄를 따라 행하고 떠나지 아니하였더라" (왕하 3:3)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은 북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입니다. 여로보암이 행한 죄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가장 큰 죄가 베델과 단에 금송아지 우상을 만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일반인을 제사장으로 세운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이스라엘의 절기를 자의적으로 변경한 것입니다.
"그 죄에서 떠나지 아니하였더라." 결국 이 사람은 우상 숭배자였던 것입니다. 그가 진정한 종교개혁가였다면, 아버지가 만든 바알의 주상을 파괴하는 것과 동시에 북이스라엘의 원흉이 되었던, 북이스라엘을 우상의 나라로 만든 근본 원인이었던 베델과 단의 금송아지 우상까지 한 번에 일거에 처리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런데 베델과 단의 우상은 그대로 두고, 금송아지 우상은 그대로 두고 아버지가 만든 바알의 주상만 파괴한 것입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흔적을 지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워낙 오랫동안 북이스라엘을 통치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흔적을 지우고 내가 왕임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뜻입니다. 내가 이 나라의 왕이고 내가 이 나라를 통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지, 그가 종교개혁가였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떠나지 아니하였더라." 이것이 그의 정체를 확실하고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는 여전히 우상 숭배자였습니다.
드러나는 정체
이런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체가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교회 안에 숨어 있는 우상 숭배자들, 우리 공동체 안에 들어와 있는 이단들, 이런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기 정체를 드러낼 수밖에 없습니다.
사도행전 8장을 보면 사마리아 성에 복음이 전해지는 과정이 나옵니다. 빌립 집사가 가서 그곳에 복음을 전해 사마리아 성이 변화됩니다. 그때 한 훌륭한 성도가 있었습니다. 한때는 마술사였는데 회심하고 사마리아 교회의 훌륭한 성도가 된 것처럼 보이는 사람, 시몬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드디어 자기 정체를 드러냅니다. 예루살렘에서 베드로와 요한이 와서 성령의 세례를 베풀어 줍니다. 손을 얹으면 방언이 터지고 예언이 일어나고 아픈 사람의 병이 낫습니다. 시몬이 그들에게 말합니다. "내가 은을 드릴 테니, 돈을 드릴 테니, 당신이 가진 권능을 나에게도 돈을 받고 파십시오."
그는 여전히 우상 숭배자였던 것입니다. 여전히 마술사의 그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교회 안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베드로가 그에게 책망하지 않습니까? "네 마음이 하나님 앞에서 바르지 못하니 네 은과 네가 함께 망할지어다." 베드로가 그렇게 엄중히 책망했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하나님 앞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나님은 철저하게 양과 염소를 가려내시고 알곡과 가라지를 가려내시어 심판의 날에 모두 태워버리실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하나님 앞에 어떤 존재입니까? 혹 우리 가운데 있는 가라지, 우리 가운데 있는 쭉정이, 또 우리 공동체 가운데 있는 이런 사람들을 우리가 보고도 정리하지 못하고 처리하지 못하는 것 때문에 가슴 아파하고 힘들어하며 속상해하고 너무 그것 때문에 시험에 든다면 마음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떠나지 아니한 사람들을 분명히 가려내실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의 공평이요, 하나님의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진정한 회심과 거짓 회심을 분별해야 합니다. 사람은 속이기 쉬우나 하나님은 결단코 속일 수 없습니다. 여호람이 이스라엘을 12년 동안 통치하면서 그의 아버지가 만든 바알의 주상을 파괴했으나, 그는 사람에게는 종교개혁가처럼 보였지만 하나님은 그가 종교개혁가가 아님을 말씀하셨습니다.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이 행한 죄에서 떠나지 아니하였더라" 하신 이 말씀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둘째, 철저한 하나님 중심의 신앙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아직까지 떠나지 아니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내가 아직까지 떨쳐버리지 못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 공동체 안에도 시몬 같은 사람, 여호람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인데, 그들을 통해서 시험들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을 기대해야 합니다. 때가 되면 시간이 지나면 하나님께서 그들을 백일하에 드러내시고 양과 염소, 알곡과 가라지를 가리듯이 철저하게 가려내고 심판하실 하나님을 기대해야 합니다.
오늘 이 말씀을 잘 기억하시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시며, 떠나지 않은 사람이 내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 스스로가 하나님 앞에서 진심과 진실로 살아가는 복된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