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하 8장

성경
열왕기하

악한 동역

열왕기하 8장

부부가 수십 년을 함께 살아가며 서로를 닮아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현상입니다. 하나의 공간에서 긴 세월을 공유하다 보면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언어 습관, 사고 패턴, 행동 양식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동화되어 갑니다. 이러한 상호 영향은 부부 중 한 사람이 선량하고 품격 있는 인물이라면 상대방 역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됨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이와 정반대로 한 사람에게 결함이나 부족함이 있다면, 그 부정적 기운이 상대방에게도 전이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관계가 지닌 양면적 특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탐구하게 될 열왕기하 8장의 여호람과 아달랴는 이러한 관계적 영향력의 어두운 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증거입니다. 그들은 서로를 닮아가는 과정에서 악한 기운을 증폭시켰고, 그 파급효과는 두 왕국 전체를 영적 황폐로 이끌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을 둘러싼 인적 환경의 중요성과 우리 자신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본질을 성찰하는 귀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탄의 계획

악한 세력들이 서로 공명하며 그 악의 파장이 두 인물의 내면 깊숙이 침투해 가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나라를 견고히 세우시며 그 영역을 확장해 가실 때, 악은 위축되어 움츠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가 내적으로 균열되고 쇠퇴할 때, 악은 결코 수동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세력이 미약할 때일수록 더욱 치밀하고 정교한 전략을 수립합니다.

사탄은 장기적 안목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인내심을 갖고 기회를 포착하다가, 시간이 무르익으면 하나님의 나라를 잠식하려는 정밀한 전략을 실행에 옮깁니다. 두로와 시돈의 접근 방식이 바로 그러한 사례였습니다. 이 도시국가들은 바알을 섬기는 이방 세력이었으나, 군사적으로는 상당히 취약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라는 두 강국을 직접적인 무력으로 제압하기에는 정치적 역량과 군사적 자원이 현저히 부족했습니다. 이에 두로와 시돈은 보다 교묘한 방법론을 모색했습니다. 먼저 북이스라엘과 남유다의 영적 기반을 허물어뜨린 후 궁극적으로 정복하겠다는 장기적 비전을 세웠습니다. 그 첫 번째 단계로 시돈의 공주 이세벨을 북이스라엘의 아합 왕에게 정략결혼으로 보냈습니다.

이세벨이 아합의 왕비가 된 후, 그녀는 왕을 완전히 자신의 의지에 종속시켰습니다. 이세벨이 아합에게 행사한 악한 영향력의 실상을 우리는 성경 기록을 통해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북이스라엘을 순식간에 영적 폐허로 전락시켰으며, 그 땅을 바알 숭배의 온상으로 완전히 변질시켰습니다. 하나님의 종들을 투옥하고 살해하며, 그들의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북이스라엘을 철저한 바알 왕국으로 개조해 버렸습니다.

악의 확산

그러나 이세벨의 야망은 그것만으로 만족될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내면에는 보다 원대한 사명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북이스라엘을 바aal의 속국으로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남쪽 유다 왕국까지도 철저히 바알 숭배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려는 거대한 구상을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합과 이세벨 사이에서 태어난 딸 아달랴가 바로 이 계획의 핵심 인물이었습니다. 이세벨은 이 딸을 남쪽 유다 왕실로 보내는 것이 자신의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적 과정임을 간파했습니다.

당시 남유다를 통치하던 여호사밧 왕은 나름대로 선량한 인품을 지닌 군주였으나, 결단력이 부족한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이러한 약점을 간파한 아합은 지속적이고 치밀한 접근을 통해 여호사밥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딸을 유다 왕가의 며느리로 맞아들여 줄 것을 거듭 요청했던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왕 아합의 아들 요람 제오년에 여호사밧이 유다의 왕이었을 때에 유다의 왕 여호사밧의 아들 여호람이 왕이 되니라 여호람이 왕이 될 때에 나이가 삼십이 세라 예루살렘에서 팔 년 동안 통치하니라" (왕하 8:16-17)

결국 여호사밧의 아들 여호람이 아합의 딸 아달랴를 왕비로 맞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 정략결혼이 가져온 결과는 성경에 명확하고도 심각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가 이스라엘 왕들의 길을 가서 아합의 집과 같이 하였으니 이는 아합의 딸이 그의 아내가 되었음이라 그가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였으나" (왕하 8:18)

여호람은 이제 이스라엘 왕들의 행적을 그대로 답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아합 왕가의 악습에 완전히 동화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는 엄연히 남유다의 군주이며 다윗 왕조의 후예였음에도 불구하고, 북이스라엘 왕들의 우상숭배 전통을 따르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 왕들의 길을 따랐다는 것은 곧 그가 우상숭배자로 전락했음을 의미합니다.

북이스라엘 왕국의 초대 왕 여로보암은 베델과 단에 금송아지 우상을 제작하여 백성들에게 이것이 조상들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킨 참 하나님이라고 가르쳤습니다. 더 이상 예루살렘으로 순례할 필요 없이 이 금송아지를 경배하는 것만으로도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것과 동일하다고 선전했습니다. 여로보암 이후 북이스라엘의 역대 왕들 중 단 한 사람도 베델과 단의 금송아지 우상을 제거한 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북이스라엘의 모든 왕들이 우상숭배의 길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입니다.

여호람이 바로 그 저주스러운 길을 걷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합 왕가와 동일한 길을 선택했다는 것은 아합의 딸인 아달랴의 영향력 하에서 그 길을 따라갔음을 시사합니다. 우리 삶을 둘러싼 인적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와 동행하는 사람들의 정체성이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여호람이 신앙적으로 견고하게 서지 못했기 때문에 이세벨의 딸 아달랴가 행사하는 악한 영향력에 그토록 깊이 굴복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호람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여호람과 아달랴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고, 그 아들이 세월이 흘러 남유다의 왕위를 계승하게 될 운명이었습니다. 이로써 악의 영향력이 다음 세대로까지 전이되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왕 아합의 아들 요람 제십이년에 유다 왕 여호람의 아들 아하시야가 왕이 되니 아하시야가 왕이 될 때에 나이가 이십이 세라 예루살렘에서 일 년을 통치하니라 그의 어머니의 이름은 아달랴라 이스라엘 왕 오므리의 손녀이더라" (왕하 8:25-26)

여호람과 아달랴의 소생인 아하시야가 마침내 왕위에 올랐습니다. 이 새로운 왕 역시 아합 왕가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되었습니다.

"아하시야가 아합의 집 길로 행하여 아합의 집과 같이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하였으니 그는 아합의 집의 사위가 되었음이러라" (왕하 8:27)

선택과 책임

악한 세력의 전략은 이렇듯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실행됩니다. 처음에는 시돈의 공주 이세벨 한 사람을 북이스라엘로 보낸 것에 불과했지만, 그 악한 영향력의 파급효과는 북이스라엘 전 영토는 물론 남유다 왕국까지도 완전히 변질시켜 버렸습니다. 물론 북이스라엘의 아합 왕과 남유다의 여호람 왕에게도 명백한 책임이 있었습니다. 만약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과 뜻에 따라 신앙적으로 견고히 서 있었다면, 이세벨과 아달랴가 아무리 강력한 바알 숭배 사상을 가지고 들어와도 자신들의 나라와 민족, 그리고 신앙을 충분히 수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스스로를 지켜낼 영적 역량이 부족했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주변에 신앙적으로 건전한 조언자들을 두었어야 마땅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 깊은 신앙을 소유한 이들, 하나님과 동행하는 경건한 인물들과 교제하며 상호 간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지혜로운 선택을 하지 못했습니다.

시편 1편에서 묘사하는 복된 인생의 모델을 떠올려 보십시오.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고,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한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자신에게 악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들과의 교제를 신중하게 경계해야 함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습니까? 우리 주변에는 건전한 신앙을 소유하고 함께 하나님 나라 건설에 동참할 수 있는 신앙의 동반자들이 있습니까? 그리고 이와 반대로 생각해볼 문제도 있습니다. 나는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까? 혹시 내가 이세벨이나 아달랴처럼 직접적으로 이방 종교를 전파하지는 않더라도, 부정적이고 해로운 영향력을 전염병처럼 퍼뜨리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우리는 마땅히 신앙이 견고하고 하나님을 진실되게 섬기는 사람들과 깊이 있는 교제를 나누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 자신도 그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전하는 소중한 교훈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우리를 둘러싼 인적 환경이 우리의 신앙과 삶의 궤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진리를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이세벨 한 사람으로 인해 북이스라엘 전체가 바알 숭배의 황무지가 되었고, 아달랴를 통해 남유다까지도 영적 폐허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 성숙한 신앙을 소유한 이들, 긍정적이고 건전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 하나님의 사역에 열정을 품은 동역자들과 깊이 있는 교제를 나누며 상호 간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아야 합니다.

둘째는 우리 자신이 타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로 성장해야 합니다. 나 자신이 먼저 신앙으로 견고히 서며 올바른 길을 걸어감으로써, 우리 가족과 신앙 공동체의 구성원들, 특히 아직 신앙이 연약하고 성장 과정에 있는 이들에게 건전하고 유익한 영향력을 전하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야 합니다.

셋째는 예리한 영적 분별력을 기르고 악한 영향력을 차단하는 지혜를 소유해야 합니다. 복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악인들의 궤계를 따르지 않으며, 죄인들의 길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동참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이와 같은 영적 통찰력을 갖추고 악한 영향력으로부터 우리 자신과 가정, 그리고 우리가 속한 신앙 공동체를 보호해 나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이 시대에 선한 영향력이 흘러가게 하시고, 우리의 발걸음이 닿는 모든 곳에서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어가는 복된 하나님의 백성들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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