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부정하다 할 것이요
레위기 13장
감염병의 현실
인류 역사상 감염병은 끊임없이 인간 사회를 위협해 왔습니다. 최근의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하여 과거의 콜레라, 페스트, 스페인 독감에 이르기까지 전염병은 시대를 초월하여 인류의 삶을 변화시켜 왔습니다. 감염병의 특성상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밀집된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방역당국에서는 항상 밀접 접촉, 밀집 공간, 밀폐 환경을 주의하라고 당부합니다.
현대의 도시 문명은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감염병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나 현재나 변함없는 인간 사회의 숙제입니다.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한 당시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전염병 가운데 하나인 나병에 대한 규례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이스라엘 백성 공동체에게 일러주고 계십니다.
그를 곧 제사장에게로
이 말씀을 받는 자리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시내산 아래였습니다. 머지않아 그들은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 공동체 생활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함께 모여 공동생활을 하며 도시를 이루고, 예배라는 공동체 행위를 통해 하나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그러한 공동체에 나병과 같은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이스라엘 백성들의 생명에 심각한 위험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나병을 어떻게 다루어야 옳은지, 어떻게 해야 지혜로운 것인지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십니다.
"만일 사람이 그의 피부에 무엇이 돋거나 뾰루지가 나거나 색점이 생겨서 그의 피부에 나병 같은 것이 생기거든 그를 곧 제사장 아론에게나 그의 아들 중 한 제사장에게로 데리고 갈 것이요" (레위기 13:2)
오늘 말씀에서는 '나병 같은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즉, 나병처럼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그런 문제가 생긴 사람을 즉시 제사장에게로 데려가라고 명하신 것입니다. 이는 공동체 전체가 나병과 같은 전염병에 대해 심각한 경각심을 가지고 깨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이 사람이 나병에 걸렸다면 공동체 전체에 전염병이 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사장은 이렇게 찾아온 그를 세심하게 진찰해야 합니다.
"제사장은 그 피부의 병을 진찰할지니 환부의 털이 희어졌고 환부가 피부보다 우묵하여졌으면 이는 나병의 환부라 제사장이 그를 진찰하여 그를 부정하다 할 것이요" (레위기 13:3)
제사장이 나병 같은 증상을 보인다고 찾아온 그를 자세히 진찰하여 나병이라고 확신하게 되는 과정입니다.
진영 밖에서 살지니라
일단 나병으로 확진되면 그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 수 없게 됩니다. 진 밖으로 나가서 살아야 합니다.
"병 있는 날 동안은 늘 부정할 것이라 그가 부정한즉 혼자 살되 진영 밖에서 살지니라" (레위기 13:46)
나병이 있는 날 동안은 공동체 안에서 함께 거할 수 없었습니다. 반드시 진 밖으로 나가 살아야 했습니다. 이는 예외가 없었습니다. 그가 누구의 부모든지, 어떤 유력한 사람의 자녀나 친족이든지 상관없었습니다.
왜냐하면 한 사람의 나병으로 인하여 공동체 전체가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공동체를 우선하여 사랑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이는 그 사람을 미워해서 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병으로 말미암아 공동체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 공동체를 보호하고 사랑하기 위해 나병의 전염성을 가진 자를 진 밖으로 격리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나병 같은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나병으로 확진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을 나병으로 확진하여 공동체에서 내보내기까지는 14일간의 신중한 경과 관찰이 필요합니다. 의심되면 일단 격리시키고 다시 살피고 또 살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피부에 색점이 희나 우묵하지 아니하고 그 털이 희지 아니하면 제사장은 그 환자를 칠 일 동안 가두어 둘 것이며 칠 일 만에 제사장이 그를 진찰할지니 그가 보기에 그 환부가 변하지 아니하고 병색이 피부에 퍼지지 아니하였으면 제사장이 그를 또 칠 일 동안 가두어 둘 것이며 칠 일 만에 제사장이 또 진찰할지니 그 환부가 옅어졌고 병색이 피부에 퍼지지 아니하였으면 이는 발진이라 제사장이 그를 정하다 할 것이요 그는 자기 옷을 빨 것이라 그리하면 정하리라" (레위기 13:4-6)
나병 같은 증상이 생겨 제사장에게 왔지만 살펴봐도 나병의 특징이 명확하지 않으면 일주일 동안 격리시켜 둡니다. 그리고 7일 후에 다시 진찰합니다. 여전히 애매하면 다시 일주일을 격리시켜 두고, 나병의 특징이 보이지 않으면 14일 후에 격리를 해제해 줍니다.
이처럼 세심하고 신중하게 한 사람을 살피는 이유는 성급하게 나병으로 확진해 버리면 그가 공동체에서 영구히 분리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한 사람의 인권을 소중하게 여기고 돌보라는 하나님의 마음이 잘 드러난 말씀입니다.
우리는 흔히 성경에서 나병을 죄와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을 봅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생각과 사고 구조 가운데는 죄를 나병과 연관시키고 나병을 또한 죄와 연관시키는 면이 있었습니다.
죄는 나병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며 은유적 관점에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병이 전염성이 강한 것처럼 죄 역시 전염성이 매우 강합니다. 한 사람의 죄는 한 사람에게만 그치지 않습니다. 가정에서 한 사람의 죄는 가정 공동체 전체를 물들게 하고, 교회 공동체에서 한 사람의 죄는 상당한 영향력을 미칩니다.
사탄이 하와를 통해 아담까지 범죄하게 만들었으며, 이스라엘 백성 공동체가 출애굽할 때 몇 사람의 불평이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를 불평으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한 사람에게 죄의 문제가 있으면 그 사람의 죄를 신중하게 살펴서 정말 이 사람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공동체에서 격리시키는 것이 옳습니다. 마음이 아프지만 한 사람으로 인하여 공동체 전체가 죄로 물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의심만 가지고 이 사람에게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지 않은데도 성급하게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정말 이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지 공동체의 지도자가 그를 신중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사람의 인권이 지극히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께서는 공동체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십니다. 우리가 정말 아끼고 사랑해야 할 가정과 교회 공동체, 이 나라와 민족 공동체를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것처럼 우리도 사랑해야 합니다.
둘째, 공동체가 아무리 중요하다 할지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 또한 지극히 소중합니다. 한 사람을 나병으로 확진하기 전에 제사장이 살피고 또 살피고 또 살피는 신중함을 보이는 것은 그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귀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죄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깊이 기억해야 합니다. 나병이 전염성을 가진 것처럼 죄 역시 강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죄를 가까이하지 않고 멀리해야 합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시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공동체가 소중함과 동시에, 우리가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들 또한 하나님 앞에서 귀중한 존재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죄의 파급력과 영향력을 늘 마음에 새기시어 죄를 멀리하는 참된 믿음의 백성으로 하루를 온전히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