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27장

성경
레위기

서원자의 형편대로

레위기 27장

인품의 기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인품이 뛰어난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하나 타인에 대해서는 너그럽다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해서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엄정한 잣대를 적용하지만, 타인에 대해서는 웬만한 일에는 관대히 넘어가며 풍성한 사랑을 표현하는 이들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로 인정받습니다.

그러나 정반대의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고 느슨하나 타인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하며 냉정하게 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이들을 상대하는 것은 몹시 불편하고 피곤한 일입니다.

많은 이들이 정치에 대해 염증과 혐오감을 갖는 이유도 극단적인 진영논리로 양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편 진영에 대해서는 사소한 허물이라도 찾아내어 가혹하게 물고 늘어지며 비난하지만, 자기 진영에 대해서는 아무리 심각한 잘못을 저질러도 온갖 핑계로 감싸주고 두둔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렇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피조물인 하나님의 백성들, 하나님의 자녀들을 온화한 손길로 품어주시고 깊이 이해하시며 모든 형편을 한없이 너그럽게 헤아려 주십니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죄에 대해서는 추호도 타협하지 않으시는 절대적 엄격함을 보이십니다.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을 얼마나 깊이 아끼고 사랑하시며 한없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는지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서원의 규정

오늘 읽은 본문은 서원에 관한 세밀한 규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 앞에 꼭 이루고 싶은 간절한 소원이 있을 때,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가 바로 서원의 기도입니다. 평상시에도 기도하지만, 무엇인가 절박하게 이루어져야 할 일이 있을 때 "하나님께서 이것만은 반드시 응답해 주셔야 합니다"라는 간곡한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가 서원의 기도입니다.

서원할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양한 것들을 하나님께 약속으로 바칩니다. 물질적 재산을 약속하든, 토지를 헌납하든, 가옥을 봉헌하든, 자신이 소유한 여러 가지를 드리든, 아니면 자신의 전 생애, 인생 전체를 하나님께 헌신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온 생애를 바칠 때는 이를 나실인의 서원이라고 부릅니다.

나실인의 서원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구분됩니다. 사무엘이나 삼손처럼 평생에 걸쳐 자신의 삶 전체를 하나님께 바치든지, 그렇지 않으면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하나님께서 지정하신 거룩한 장소인 성막에서 봉사하든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성막에는 이미 하나님께서 택하여 세우신 레위인들이 성막의 각종 기물들을 관리하며 성실히 섬기고 봉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앞서 서원한 이들이 정해진 기간 동안 성막에서 헌신적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실인의 서원을 한 사람들이 서원이 응답된 후 자신을 바쳐 성막에서 봉사하려 할 때 자리가 없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상당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그때 하나님께서 "그렇게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서원의 이행을 무기한 미루지 말며 헌금으로 대신하라"고 지시해 주신 것이 오늘 본문의 규정입니다.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이르라 만일 어떤 사람이 사람의 값을 여호와께 드리기로 분명히 서원하였으면 너는 그 값을 정할지니 네가 정한 값은 스무 살로부터 예순 살까지는 남자면 성소의 세겔로 은 50세겔로 하고 여자면 그 값을 30세겔로 하며" (레 27:2-4)

20세에서 60세까지 남자는 은 50세겔, 여자는 은 30세겔로 하나님께서 명확한 상한선을 설정해 두셨습니다. 여기서 남녀 간 차이가 나는 이유는 성별에 따른 노동 강도의 현실적 차이 때문입니다. 이것은 남녀를 차별하려는 하나님의 의도가 아니라, 실제 노동력에 명백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남자는 50세겔, 여자는 30세겔로 합리적으로 정하신 것입니다.

그 밖의 연령대에 속하는 서원자들에 대해서도 하나님께서는 그 값을 미리 세심하게 정해두셨습니다.

"5살로부터 20살까지는 남자면 그 값을 20세겔로 하고 여자면 10세겔로 하며 1개월로부터 5살까지는 남자면 그 값을 은 5세겔로 하고 여자는 그 값을 은 3세겔로 하며 60살 이상은 남자면 그 값을 15세겔로 하고 여자는 10세겔로 하라" (레 27:5-7)

성별과 연령에 따라 하나님께서는 모든 서원의 값에 대한 명확한 상한선을 빠짐없이 규정해 두셨습니다.

형편대로 정하라

하나님께서 이처럼 치밀하게 상한선을 설정해두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기도할 때, 특히 극도로 긴급하고 절박한 상황에서 드리는 기도는 자신의 현실적 형편과 능력을 훨씬 초과하여 하나님께 과도한 값을 약속해버릴 위험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아무리 그런 상황이라 하더라도, 평생을 바치겠다고 서원하더라도, 아무리 오랜 기간을 약속하더라도, 그런 것과는 무관하게 각 사람의 삶의 여건과 처지에 맞추어 적정한 상한선을 미리 자비롭게 정해두셨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진정되고 이성을 되찾은 후에 "내가 하나님께 어찌하여 이토록 과도한 서원을 했을까? 내 형편과 능력을 한참 벗어난 약속을 해버렸구나" 하며 후회하고 괴로워할 수밖에 없는 연약한 인간의 본성을 하나님께서 미리 아시고,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두신 것입니다. 이야말로 하나님께서 인간을 향해 베푸시는 무한한 사랑이며, 인간의 나약함과 부족함을 깊이 아시기에 미리 마련해 주신 자비로운 조치입니다.

그런데 또한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서원한 이후에 갑작스럽게 형편이 어려워져서 약속한 기간이나 금액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 혹은 자신의 현실적 여건을 지나치게 넘어서는 무리한 서원을 해버린 경우들 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율법에 다음과 같이 자상하게 규정해 두셨습니다.

"그러나 서원자가 가난하여 네가 정한 값을 감당하지 못하겠으면 그를 제사장 앞으로 데리고 갈 것이요 제사장은 그 값을 정하되 그 서원자의 형편대로 값을 정할지니라" (레 27:8)

여기서 가장 핵심적인 구절은 "서원자의 형편대로"라는 표현입니다. 제사장은 서원자의 구체적 형편과 처지를 면밀하고 정확하게 파악하여, 그가 처한 현실적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서 적절한 값을 책정하게 됩니다. 제사장이 이렇게 정해준 금액이 곧 그가 서원한 대로 하나님께 드리는 온전한 헌물이 되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소한의 금액으로 정할 수도 있고, 아예 완전히 면제해 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유연하고 자비로우신 분이십니까? 우리는 때때로 하나님을 크게 오해해 왔습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반드시 약속한 것을 모조리 받아내려는 무자비한 채권자처럼 여길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옛날 율법을 어기면 하나님께서 생명까지도 요구하셨던 엄중한 구약 시대에조차, 하나님께서는 각자의 형편과 상황과 처지를 세심하게 헤아려 유연하게 헌금하도록 배려하시고 서원의 값을 조정하게 하셨습니다. 이런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사랑하는 백성들에게 한없이 너그럽고 깊이 이해해 주시는 자애로운 아버지이십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결코 양보하거나 타협하실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죄의 문제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죄를 극도로 미워하셔서 죄를 지닌 인간이 하나님께 함부로 나아오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하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중보자를 세우셨는데, 그것이 바로 제사장 제도였습니다.

그런데 제사장 역시 사람이었기에 죄의 본성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제사장이 하나님께 예배드리러 나아가기 전에는 반드시 정결한 물로 자신을 씻어야 했고, 속죄제를 드려 자신의 죄부터 해결한 후에야 하나님 앞에 설 수 있었습니다. 그래야만 죄 많은 백성과 거룩하신 하나님 사이에서 제사장이 올바른 중보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어 주셨습니다. 죄 많은 인간들을 극진히 사랑하신 하나님께서 아들을 십자가에 내어주시고, 그 거룩한 보혈의 공로로 우리의 모든 죄를 완전히 씻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죄와는 절대로 타협할 수 없으셨기에 사랑하는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히도록 내어주실 만큼 죄를 철저히 미워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결코 죄와 타협하거나 타협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분명한 증거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자비를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이 하나님의 성품을 온전히 이해하고 올바르게 알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서원의 합리적 상한선을 설정하시고, 개인의 형편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하게 하시며, 필요에 따라서는 완전한 면제까지 허락하시는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둘째, 죄에 대한 하나님의 절대적 엄격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연약함과 부족함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자비로우시지만, 죄에 대해서만은 추호도 타협하지 않으십니다. 사랑하는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어주기까지 하시면서 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셨습니다.

셋째, 하나님을 닮아가는 성숙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의 성품과는 정반대로 행하지 않습니까? 죄와는 안일하게 타협하고 손잡으면서도, 타인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까다롭고 엄격하게 대합니다. 오늘 우리가 하나님의 마음을 진정으로 깨닫는다면,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 죄에 대해서는 철저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타인의 허물과 부족함에 대해서는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며 관대하게 품어주고, 상대방의 현실적 형편과 사정을 충분히 헤아려 따뜻하게 배려하는 사랑 넘치는 하나님의 자녀들로 성장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참으로 하나님을 닮아가며, 우리 자신의 죄에 대해서는 예리하고 엄정하게 돌아보고, 타인의 사정과 형편은 깊이 이해하며 그들을 세심하게 돌보는 넉넉한 마음과 여유로운 품성을 허락받는 축복된 하루가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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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16, 2025 → August 20,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