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제
레위기 3장
대표성의 원리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정의 어린 손주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들에게 소중한 교훈을 받습니다. 그중 하나는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먼저 어른들께 드리라는 가르침입니다.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께 정성스럽게 음식을 가져다 드리지만, 어른들은 그 음식을 모두 드시지 않으십니다. 사탕 한 봉지를 가져오면 한두 알만 드시고 나머지는 손주들에게 다시 돌려주십니다. 과자나 떡, 모든 음식이 그러합니다. 특히 손주들이 가져오는 음식은 어른들이 거의 드시지 않고 돌려 주십니다. 그 이유는 손주들이 자신들의 욕심을 억누르고 어른들을 섬기려는 그 순수한 마음 자체가 귀하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은 그 진실한 마음을 모두 아시고 소중히 여겨서 조금만 드시고 나머지는 모두 돌려주십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을 대하시는 방식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신 분이시고, 우리는 하나님께 받은 것에 깊이 감격하여 십분의 일을 드립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십분의 일에 담긴 우리의 진실한 마음을 아시고 크게 기뻐하십니다. 마치 모든 것을 받으신 것처럼 기뻐하시고 만족해 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은혜로운 대표성의 원리입니다. 우리는 작은 부분만을 드렸을 뿐인데 하나님께서는 이미 모든 것을 받으신 것처럼 기뻐하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성경에 기록된 놀라운 정신이요 흐름입니다.
화목제의 특징과 의미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레위기 다섯 가지 제사 중 화목제에 관한 부분입니다. 화목제야말로 대표성의 원리, 곧 진실한 중심을 드리는 원리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화목제의 제물은 세 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소나 양이나 염소를 하나님께 드리라고 명하셨습니다.
"사람이 만일 화목제의 제물을 예물로 들이되 소로 들이려면 수컷이나 암컷이나 흠 없는 것으로 여호와 앞에 드릴지니" (레위기 3:1)
"만일 여호와께 예물로 드리는 화목제의 제물이 양이면 수컷이나 암컷이나 흠없는 것으로 드릴지며" (레위기 3:6)
"만일 그의 예물이 염소면 그것을 여호와 앞으로 끌어다가" (레위기 3:12)
화목제의 제물로 하나님께서 정하신 것은 소나 양이나 염소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화목제에는 비둘기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번제에서는 소나 양, 염소는 물론 비둘기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었는데, 화목제에서는 비둘기가 제외되어 있습니다.
번제는 이스라엘 백성들, 특히 목축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하나님께 드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제사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형편에 따라 하나님께서는 소도 받으시고 비둘기도 받으셨습니다. 그러나 화목제는 모든 사람이 드리는 일상적인 제사가 아니라 특별한 때에 하나님께 드리는 제사입니다.
화목제의 독특한 특징은 내장과 기름은 하나님께서 받으시고 나머지 고기는 백성들이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도록 하신 것입니다. 공동체와 함께 나누어 먹는 제사가 바로 화목제인데, 만일 비둘기를 드린다면 내장을 제외하고는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을 고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이웃과 함께 풍성하게 나눌 수 있도록 소나 양이나 염소를 드리라고 지혜롭게 명하신 것입니다.
화목제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누어집니다. 감사제와 서원제와 자원제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의 여정을 마치고 가나안 땅에 정착하여 살다 보면 하나님 앞에 감사할 일들이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사랑하는 자녀들이 혼인할 때 하나님께 얼마나 깊이 감사하겠습니까? 가족 중 누군가가 중병에 걸렸는데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로 건강을 회복합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서원할 일도 생깁니다. 간곡하고 절실한 기도 제목이 있을 때, "하나님, 이 기도를 들어주시면 제가 하나님께 이러한 것들을 정성스럽게 드리겠습니다"라고 서원합니다. 그 서원은 하나님과의 거룩한 약속이자 동시에 이웃에게 알리는 공개적인 서원입니다. 자원제도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넘쳐서 성전에서 기꺼이 섬기겠다고 자원합니다. 이것 역시 하나님께만 드리는 은밀한 약속이 아니라 이웃에게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입니다.
감사한 일이나 서원할 일, 자원하는 일이 있을 때 화목제를 드리고 이웃과 함께 그 고기를 기쁘게 나누어 먹습니다. 이것이 화목제의 참된 정신입니다.
예배의 수직과 수평
화목제의 깊은 정신은 하나님께만 예물을 가져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웃과의 나눔을 통해서야 비로소 예배가 완성된다는 진리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예배라고 하면 하나님께 나와서 하나님께만 정성을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화목제의 정신은 하나님께만 드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웃과 함께 나누어야만 참된 예배가 완성된다고 분명히 가르쳐 줍니다. 진정한 예배는 수직적 관계와 수평적 관계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성전에 나와서 열정적으로 예배를 드립니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하나님 앞에 경건한 예배를 드립니다. 그런데 그 예배의 진정한 완성은 성전 밖 이웃과의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진실하고 성실하게 예배를 드렸으면서도 이웃에게는 잘못을 행하고 학대하며, 이웃과의 관계에서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러한 예배는 결코 온전한 예배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든 백성이 수직과 수평이 조화를 이루는 예배, 화목제의 고귀한 정신을 깊이 이해하고 기억하여, 오늘도 성전에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다면 이웃과의 삶의 자리에서 기쁨과 감사와 나눔을 풍성히 실천하며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신약 시대에 와서 화목제는 예수 그리스도로 완전히 대체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우리를 위한 화목제물이 되어 주셨다고 신약성경의 기자들이 거듭 증언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한 화목제물이 되어 주셨다는 깊은 의미는 두 가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죄로 인하여 하나님과 우리 사이가 완전히 불화하고 원수 관계가 되었는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고난당하시고 돌아가심으로써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막힌 담을 허물고 화목을 이루어 내셨습니다. 이는 수직적 화목입니다. 또한 수평적 화목은 구약 시대의 감사제와 서원제와 자원제가 이웃과 나누는 것으로 완성되었던 것처럼, 우리 역시 예수님을 이웃에게 기쁘게 증거해야 합니다. 우리만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과 화목한 은혜를 누리는 것으로 만족한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예배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을 우리 주변의 모든 이웃에게 열정적으로 전하고 담대하게 증거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한 화목제물이 되어 주셨다는 놀라운 의미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진정으로 예수님의 제자라면 그리스도를 전하는 거룩한 전도의 사명을 기쁘게 감당해야 합니다. 이것이 화목제의 참된 정신입니다.중심을 받으시는 하나님
화목제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또 다른 깊은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는 또 그 화목제의 제물 중에서 여호와께 화제를 드릴지니 곧 내장에 덮인 기름과 내장에 붙은 모든 기름과 두 콩팥과 그 위에 기름 곧 허리 쪽에 있는 것과 간에 덮인 꺼풀을 콩팥과 함께 떼어낼 것이요 아론의 자손은 그것을 제단 위에 불 위에 있는 나무 위에 번제물 위에서 사를지니 이는 화제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니라" (레위기 3:3-5)
화목제에서는 하나님께 그 짐승의 내장과 기름을 모두 떼어내어 드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하나님께서는 고기는 받지 않으시고 오직 내장과 기름만을 받으셨습니다.
고대 히브리인들과 고대 유대인들은 짐승의 내장이야말로 그 짐승의 가장 중요한 중심부라고 여겼습니다. 사람의 심장과 그 사람의 장기들 역시 그 사람의 생명의 중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제물의 내장이나 기름을 드린다는 것은 그 예물의 가장 소중하고 핵심적인 부분을 하나님께 바친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즉 화목제의 근본적인 의미는 겉모습이 아닌 진실한 중심을 드리는 예배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화목제로 나아온다는 것, 우리가 하나님께 참된 예배를 드린다는 것은 우리의 외적인 모습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의 깊은 중심, 생각의 중심, 사고의 중심,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부분을 하나님께 온전히 바친다는 의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영이시기 때문에 우리가 영과 진리로 예배해야 한다고 예수님께서 친히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영이시라는 말씀은 우리의 마음 깊은 중심과 모든 생각을 세밀하게 살피시고 꿰뚫어 보시며 완전히 알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모든 사람이 이 거룩한 자리에 나와서 예배를 드리지만, 정말로 진실한 중심을 드리는 사람과 단지 겉모습만으로 나와 있는 사람을 하나님께서는 모두 분별하여 알고 계십니다. 사람은 겉모습만을 볼 수 있으나 하나님께서는 영이시기 때문에 모든 것을 환히 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 앞에 나올 때 우리의 마음과 생각과 삶에서 가장 소중한 중심을 하나님께 온전히 드려야 할 거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도 예배의 자리에서 완전히 집중하시고 마음도 온전히 집중하시며, 번제의 정신처럼 우리가 이 거룩한 예배당에 나올 때 세상의 모든 걱정과 염려와 욕심은 모두 제단에서 태워버리고 하나님 앞에 진실한 중심을 가지고 나와서 은혜로운 말씀을 들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결론
오늘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에게 주시는 귀중한 교훈들이 있습니다.
첫째, 참된 예배는 수직과 수평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경건한 예배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의 풍성한 나눔을 통해서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진실하게 예배를 드렸다면, 이웃과의 삶의 자리에서도 그 놀라운 은혜를 기쁘게 나누며 살아가야 합니다.
둘째, 예수님께서 친히 우리를 위한 완전한 화목제물이 되어 주셨습니다. 죄로 인하여 하나님과 완전히 불화하고 원수 관계가 되었던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화목을 이루어 주셨고, 우리로 하여금 이웃들에게 그 놀라운 복음을 전하도록 하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열정적으로 전하고 담대하게 증거하는 거룩한 전도의 사명을 기쁘게 감당해야 합니다.
셋째,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외적 모습이 아닌 진실한 중심을 받아 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영이시기 때문에 우리의 겉모습이 아닌 마음 깊은 중심을 살피시고 받아 주십니다. 우리가 예배할 때 세상의 모든 걱정과 염려는 제단에서 태워버리고 가장 소중한 중심을 하나님께 온전히 드려야 합니다.
오늘 하루도 화목제의 고귀한 정신으로 수직과 수평의 아름다운 균형을 이루시고, 진실한 중심을 하나님께 온전히 드려서 우리가 드리는 모든 예배가 하나님께 향기로운 제사로 받아들여지는 기쁘고 복된 예배가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