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눈으로 보라
민수기 13장
선택의 기로
인생이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매 순간 우리 앞에 놓인 갈림길에서 내리는 결정들이 모여 오늘의 우리를 만들어냅니다. 긴 세월이 흐른 뒤 지나온 길을 돌아볼 때, 우리는 때로 그때의 선택이 현재의 축복이 되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리기도 하고,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의 무게를 짊어지기도 합니다. 단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의 항로를 완전히 바꾸어놓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걷는 인생길의 엄중한 진실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들에게는 일상적인 선택보다 훨씬 중요한 차원이 존재합니다. 바로 영적인 선택입니다. 영적인 선택이란 모든 결정의 순간마다 하나님의 임재를 의식하고, 그분의 뜻을 구하며 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하나님을 배제한 채, 오직 눈앞의 이익과 과거의 경험만으로 판단한다면, 그것은 결코 영적인 선택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 여정 중 가장 결정적인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애굽에서 인도하신 후 시내산으로 이끄셨고, 그곳에서 십계명과 레위기 제사법을 주시며 성막을 세우게 하셨습니다. 각 지파를 계수하시고 성막을 중심으로 질서 있게 행진하도록 조직하셨습니다.
사실 하나님의 원래 계획에는 광야 40년이라는 긴 방황의 시간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출애굽 이후 시내산을 거쳐 곧바로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하시는 것, 이것이 하나님의 본래 청사진이었습니다.
정탐의 명령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사람을 보내어 내가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는 가나안 땅을 정탐하게 하되 그들의 조상의 가문 각 지파 중에서 지휘관 된 자 한 사람씩 보내라" (민 13:1-2)
하나님께서 각 지파에서 지도자급 인물을 한 명씩 선발하여 정탐대를 구성하게 하신 것은 깊은 의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들이 직접 약속의 땅을 목격하고 돌아와 백성들에게 그 땅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증언함으로써, 온 이스라엘이 하나 되어 그 땅을 향한 비전과 소망을 품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모세가 가나안 땅을 정탐하러 그들을 보내며 이르되 너희는 네겝 길로 행하여 산지로 올라가서 그 땅이 어떠한지 정탐하라 곧 그 땅 거민이 강한지 약한지 많은지 적은지와 그들이 사는 땅이 좋은지 나쁜지와 사는 성읍이 진영인지 산성인지와 토지가 비옥한지 메마른지 나무가 있는지 없는지를 탐지하라 담대하라 또 그 땅의 실과를 가져오라 하니 그때는 포도가 처음 익을 즈음이었더라" (민 13:17-20)
모세가 특별히 그 땅의 실과를 가져오라고 명령한 것은 의미심장한 지시였습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를 통해, 하나님이 약속하신 땅이 얼마나 비옥하고 살기 좋은 곳인지를 온 백성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함이었습니다.
정반대의 보고
열두 명의 정탐꾼들은 모세의 기대대로 포도와 석류를 비롯한 각종 실과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전한 보고는 충격적이었습니다. 40일 동안 동일한 지역을 함께 둘러보고 온 열두 명이 완전히 상반된 두 가지 견해로 나뉘었습니다. 10대 2, 압도적인 비율로 부정적 견해가 우세했습니다.
"모세에게 말하여 이르되 당신이 우리를 보낸 땅에 간즉 과연 그 땅에 젖과 꿀이 흐르는데 이것은 그 땅의 과일이니이다 그러나 그 땅 거주민은 강하고 성읍은 견고하고 심히 클 뿐 아니라 거기서 아낙 자손을 보았으며 아말렉은 남방 땅에 거주하고 헷인과 여부스인과 아모리인은 산지에 거주하고 가나안인은 해변과 요단 가에 거주하더이다" (민 13:27-29)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갈렙이 급히 나서서 부정적인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했습니다.
"갈렙이 모세 앞에서 백성을 조용하게 하고 이르되 우리가 곧 올라가서 그 땅을 취하자 능히 이기리라 하나" (민 13:30)
그러나 갈렙의 용기 있는 외침은 곧바로 열 명의 정탐꾼들의 더욱 강력한 반박에 부딪혔습니다. 그들은 세 가지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가나안 정복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습니다.
"그와 함께 올라갔던 사람들은 이르되 우리는 능히 올라가서 그 백성을 치지 못하리라 그들은 우리보다 강하니라 하고 이스라엘 자손 앞에서 그 정탐한 땅을 악평하여 이르되 우리가 두루 다니며 정탐한 땅은 그 거주민을 삼키는 땅이요 거기서 본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자들이며 거기서 네피림 후손인 아낙 자손의 거인들을 보았나니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으니 그들이 보기에도 그와 같았을 것이니라" (민 13:31-33)
세 가지 불신앙
열 명의 정탐꾼들이 제시한 세 가지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영적 실패가 얼마나 처참한지 알 수 있습니다.
첫째, "그들은 우리보다 강하다"는 평가였습니다. 가나안 거민들의 장대한 체구, 산지와 평원과 해변에 거주하는 각 부족들의 강력함, 특히 거인족 네피림의 후손인 아낙 자손들을 보고 그들은 완전히 기가 죽어버렸습니다. 인간적 힘의 비교만으로 승부를 판단한 것입니다.
둘째, 하나님이 약속하신 땅을 "거주민을 삼키는 땅"이라고 악평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비교하면 나일강의 축복을 받는 이집트의 비옥한 삼각주와 달리, 가나안은 확실히 척박한 땅이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에 의존해야 하는 농업 환경은 이집트보다 열악했습니다. 그들은 현실적 조건만을 냉정하게 평가했습니다.
셋째, 자신들을 "메뚜기"에 비유하며 극도로 비하했습니다. 거인들 앞에서 자신들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 한낱 곤충에 불과하다는 자기비하에 빠졌습니다. 이는 철저한 패배주의적 사고였습니다.
언뜻 보면 그들의 보고는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분석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습니다. 바로 하나님이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함께하신 하나님, 강력한 바로의 군대를 홍해에 수장시키신 전능자, 아말렉과의 전투에서 기적적인 승리를 주신 여호와를 그들은 완전히 잊어버렸습니다.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었다면 애초에 출애굽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을 까맣게 망각한 채, 오직 인간적 계산과 현실적 판단만으로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이것은 믿음이 아니라 불신앙의 극치였습니다.
결론
오늘 이 엄중한 말씀이 우리에게 던지는 도전이 있습니다.
첫째, 모든 선택의 순간에 하나님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선택하고 판단하고 있습니까? 하나님께서 베푸신 놀라운 은혜의 역사를 망각하고, 그분의 전능하신 손과 펴신 팔을 잊은 채, 오직 눈에 보이는 현실만을 바라본다면, 우리도 그 어리석은 열 명의 정탐꾼과 다를 바 없습니다.
둘째, 과거의 은혜를 기억하는 것이 미래를 여는 열쇠입니다.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인도하셨는지, 어떤 기적으로 도우셨는지를 깊이 묵상하고 기억해야 합니다. 그 기억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믿음으로 전진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셋째, 영적인 선택만이 참된 믿음의 증거입니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인정하고, 모든 결정의 순간마다 그분의 능력을 함께 계산하는 것, 이것이 바로 살아있는 믿음입니다. 하나님의 능력을 우리의 방정식에 포함시킬 때, 불가능은 가능이 되고, 약함은 강함이 됩니다.
오늘도 우리 앞에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가 놓여 있습니다. 그 모든 순간마다 전능하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그분의 능력을 신뢰하며,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영적 선택을 하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