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18장

성경
민수기

권위와 책임

민수기 18장

권력과 책임의 신성한 균형

현대사회는 권력이 어느 한 개인이나 특정 집단에게 집중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역시 삼권분립의 원칙을 토대로 입법, 사법, 행정의 권력을 분산시켜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절대왕정 시대에는 모든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그 권력자가 타락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무고한 백성들이 감당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반성을 통해 현대사회는 권력의 분산과 공유라는 지혜를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하나님께서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이러한 원칙을 시행하고 계셨습니다. 인간의 연약함과 죄성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될 때 하나님의 나라가 위태로워질 수 있음을 아셨기에, 권력을 부여하신 자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막중한 의무를 함께 부과하셨던 것입니다.

신적 권위의 확증과 거룩한 책무

고라 일당의 반역이라는 충격적인 사건 이후,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각 지파 지휘관들에게 그들의 지팡이를 가져오도록 명하셨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오직 아론의 지팡이에서만 싹이 돋고 꽃이 피어 살구 열매까지 맺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아론의 제사장직에 대한 하나님의 절대적 인정이었으며, 그 싹난 지팡이는 영원한 증거로서 언약궤 안에 보관되었습니다. 이제 그 누구도 아론과 그 후손들의 신성한 제사장 권위에 감히 도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여호와께서 아론에게 이르시되 너와 네 아들들과 네 조상의 가문은 성소에 대한 죄를 함께 담당할 것이요 너와 네 아들들은 너희의 제사장 직분에 대한 죄를 함께 담당할 것이니라" (민 18:1)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제사장의 권력이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으로 변질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이처럼 막강한 영적 권위가 확립된 바로 그 시점에,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두 가지 막중한 책임을 부여하셨습니다. 첫째는 '성소에 대한 죄'를, 둘째는 '제사장 직분에 대한 죄'를 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성소에 대한 죄'란 성막에서 일어나는 백성들의 모든 잘못을 제사장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실로 무거운 부담이었습니다. 매일같이 수많은 백성이 드나드는 성막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모든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제사장이 져야 한다는 것은, 곧 백성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의 의무를 의미했습니다. 번제, 속죄제, 속건제, 소제, 화목제를 어떻게 드려야 하는지, 성막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세심하게 가르쳐야 했습니다. 만약 제대로 교육하지 않아 백성들이 무지로 인해 저지르는 죄까지도 모두 제사장의 책임이라고 하나님께서 명확히 못 박으신 것입니다.

'제사장 직분에 대한 죄'는 더욱 엄중한 책임이었습니다. 이는 제사장 개인이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백성과 하나님 사이를 중재하는 거룩한 역할에서 범하는 모든 잘못을 책임지라는 것입니다. 제사장은 무엇보다 영적으로 성결해야 합니다. 철저히 거룩하신 하나님과 죄로 물든 인간 사이에 서서 양자를 연결하는 중보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성결하지 못하여 백성들이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을 막는 모든 죄까지도 그들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하나님의 엄중한 명령이었습니다.

화해와 연합의 리더십

"레위인은 너와 합동하여 증거의 장막의 모든 일과 회막의 직무를 다할 것이요 다만 다른 사람은 너희에게 가까이 하지 못할 것이니라" (민 18:4)

반역을 주도했던 고라가 바로 레위 지파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제사장들에게 깊은 상처와 불신을 남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놀랍게도 고라 한 사람의 반역 때문에 레위 지파 전체를 멀리하거나 미워하지 말라고 명하셨습니다. 레위인들은 게르손 자손, 므라리 자손, 고핫 자손으로 나뉘어 성막에서 각각 중요한 직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제사장은 이들과 하나가 되어 연합하고 협력하여 거룩한 예배 공동체를 세워가야 한다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었습니다. 권력과 권한을 가진 자일수록 더욱 너그러운 마음과 포용의 자세로 공동체 전체를 품어 안아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제사장에게 요구하신 진정한 리더십의 모습이었습니다.

영원한 소금 언약과 하늘의 기업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께 거제로 드리는 모든 성물은 내가 영구한 몫의 음식으로 너와 네 자녀에게 주노니 이는 여호와 앞에 너와 네 후손에게 영원한 소금 언약이니라" (민 18:19)

하나님께서는 제사장들이 세상의 염려와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하지 않도록 특별한 약속을 주셨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드리는 모든 거제와 성물을 제사장과 그 가족의 영원한 몫으로 정하신 것입니다. 이를 '소금 언약'이라 부르셨는데, 이는 소금이 썩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처럼 영원토록 변함없는 하나님의 확실한 약속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여호와께서 또 아론에게 이르시되 너는 이스라엘 자손의 땅에 기업도 없겠고 그들 중에 아무 분깃도 없을 것이나 내가 이스라엘 자손 중에 네 분깃이요 네 기업이니라" (민 18:20)

가나안 땅이 정복되고 열두 지파가 땅을 분배받을 때, 레위 자손에게는 땅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하나님께서 거제의 성물로 그들의 생계를 보장하셨기에 농사지을 땅이 필요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하나님 자신이 그들의 기업이 되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땅의 소유보다 더 귀한 것, 바로 하나님 자신을 소유하는 특권을 제사장들에게 허락하신 것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은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깊은 통찰과 도전을 줍니다.

첫째, 거룩한 권위에는 반드시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진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제사장에게 절대적인 영적 권위를 부여하시면서 동시에 백성의 모든 죄까지 담당하는 무거운 짐을 지우셨습니다. 우리가 가정의 부모로서, 교회의 중직으로서, 사회의 리더로서 받은 권한만을 추구하면서 그에 따르는 의무와 책임은 회피한다면, 이는 하나님 앞에서 명백한 죄가 될 것입니다.

둘째, 영적 균형과 겸손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합니다 아론의 싹난 지팡이가 언약궤에 보관되어 영원한 권위의 상징이 되었지만,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강력한 의무를 부과하여 교만에 빠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셨습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권위의 이면에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거룩한 사명이 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셋째, 용서와 포용의 성숙한 리더십을 실천해야 합니다 고라의 반역이라는 깊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레위인들과 함께 동역하라 명하신 하나님의 뜻은, 우리가 과거의 배신과 상처를 넘어서서 더 큰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함께 일해야 함을 가르칩니다. 진정한 영적 리더십은 품고 용서하며 함께 나아가는 데 있습니다.

오늘 하루,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부여하신 거룩한 의무가 무엇인지 깊이 묵상하며, 맡겨진 책임을 충실히 감당하는 신실한 청지기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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