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계수할지니
민수기 1장
절차의 지혜
옛 조상들의 지혜로운 격언을 통해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습니다. 우물에서 숭늉을 찾거나 급한 마음에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쓰려 한다면 결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가르침입니다. 이는 모든 일에 있어 절차와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는 지혜의 말씀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종종 급한 마음에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을 추구하려는 유혹에 빠집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만 집중하며 올바른 절차를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급함은 결국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키며,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당신의 구원 계획을 이루어 가시는 과정을 살펴보면, 그분은 결코 성급하게 행하지 않으십니다. 아무리 긴급한 상황이라 할지라도 모든 순서를 지키시며 과정을 철저하게 밟아가십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행하심에는 후회나 실수가 없으며, 모든 것이 완전하고 정확합니다. 하나님께서는 항상 신중하고 세밀하게 모든 일을 검토하시며 진행하십니다. 특히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내시고 광야로 인도하시며 약속의 땅으로 정착시켜 가시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섬세하고 완벽한 손길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하나님의 우선순위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온 후 둘째 해 둘째 달 첫째 날에 여호와께서 시내 광야 회막에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민 1:1)
성경은 매우 구체적인 시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떠난 지 정확히 13개월이 지난 시점입니다. 이 1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들을 어떻게 인도하셨을까요?
먼저 하나님께서는 이집트에 열 가지 재앙을 내리셨습니다. 완고한 바로 왕이 끝내 굴복하지 않자, 마지막 장자 재앙을 통해 그를 완전히 굴복시키셨습니다. 유월절 예식을 세우시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키셨습니다. 앞을 가로막은 홍해를 갈라 마른 땅처럼 건너게 하시고, 광야에 길을 내어 주셨습니다.
그들을 시내산 아래로 인도하신 후, 그곳에서 십계명이 새겨진 두 돌판을 주셨습니다. 성막을 건축하게 하시고, 그 성막에서 하나님께 합당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레위기의 제사법을 상세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정확히 13개월이라는 시간을 요했습니다.
이제 그 13개월이 지나고 난 후에야 민수기가 시작됩니다. 민수기는 본격적인 이동과 정착에 관한 기록입니다. 시내산 기슭에서 시작하여 광야를 건너 요단강 동편 모압 평지에 이르기까지의 장대한 여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체계적인 행군이 필요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무질서한 군중으로 이동해 왔지만, 이제는 성막을 중심으로 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이 동서남북으로 세 지파씩 배치되어 질서 정연하게 진군해야 했습니다.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의 모든 회중 각 남자의 수를 그들의 종족과 조상의 가문에 따라 그 명수대로 계수할지니 이스라엘 중 이십 세 이상으로 싸움에 나갈 만한 모든 자를 너와 아론은 그 진영별로 계수하되" (민 1:2-3)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성인 남자들, 특히 20세 이상의 각 지파 남자들을 계수하라고 명령하신 목적은 분명했습니다. 바로 전쟁에 나갈 수 있는 자들을 파악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이동 과정에서 광야의 적들과 마주칠 가능성이 높았고, 전쟁을 치르기 위해서는 정확한 병력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각 지파별로 징집 가능한 자들의 명단을 작성하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모든 일들이 진행된 순서입니다. 하나님께서는 13개월 동안 먼저 출애굽을 이루시고, 십계명이 새겨진 율법을 주시고, 성막을 건축케 하시고, 예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 다음에야 비로소 전쟁 준비를 위한 인구 조사를 명령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정하신 순서였습니다.
만약 이 일을 인간의 지도자에게 맡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전혀 다른 순서로 진행되었을 것입니다. 인간적인 판단으로는 우선 전쟁에 나갈 병력부터 파악했을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군사적 준비를 우선시했을 것입니다.
인간의 계획이라면 이러했을 것입니다. 먼저 완벽한 전쟁 준비를 갖추고, 가나안 땅에 안전하게 정착한 후, 그때서야 여유가 생기면 하나님의 말씀을 받고 성막을 짓고 예배를 드리겠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은 전혀 달랐습니다. 먼저 말씀이 있고, 예배가 있고, 그 다음에야 전쟁 준비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하나님의 우선순위이며, 오늘날 광야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주신 삶의 로드맵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정하신 이 순서를 따라 살 때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고, 이 세상의 어떤 악한 세력과 싸워도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까?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쁜데 말씀이 무슨 소용이며 예배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입니다. 우선 생계부터 해결하고 나서 여유가 생기면 그때 말씀도 읽고 묵상도 하고 예배도 드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당장 끼니를 해결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기도하고 말씀을 보며 예배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고 항변합니다. 이러한 논리가 오늘날 우리의 신앙생활에도 깊숙이 스며들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전쟁이 임박한 급박한 상황에서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정착할 거처조차 없이 광야를 헤매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순서와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셨습니다. 말씀과 예배가 먼저이고, 그 다음에 전쟁 준비가 있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하신 이유는 분명합니다. 내가 바로 전쟁의 주인이니, 이 순서만 지키면 너희는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강력한 적을 만나더라도, 어떤 위험한 전쟁에 직면하더라도 반드시 승리하게 하실 것이니, 너희는 오직 이 순서에 집중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배의 보장
하나님께서는 또한 매우 의미 깊은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모든 이스라엘 지파의 성인 남자들을 계수하되, 오직 레위 지파만은 그 계수에서 제외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레위는 그들의 조상의 지파대로 그 계수에 들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너는 레위 지파만은 계수하지 말며 그들을 이스라엘 자손 계수 중에 넣지 말고 그들에게 증거의 성막과 그 모든 기구와 그 모든 부속품을 관리하게 하라 그들은 그 성막과 그 모든 기구를 운반하며 거기서 봉사하며 성막 주위에 진을 칠지며" (민 1:47-50)
이 인구 조사의 목적이 전쟁 준비를 위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레위 지파만은 그 대상에서 제외시키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그들이 성막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거룩한 사명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실로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를 보여줍니다. 아무리 큰 전쟁이 일어나고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 닥쳐도 예배만은 결코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확고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어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하나님 백성들의 삶의 중심에는 반드시 예배가 자리하고 있어야 하며, 하나님께서는 그 예배를 반드시 보장해 주실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하나님께서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예배를 보장하실 수 있는 이유는 그분이 바로 전쟁의 진정한 주관자이시기 때문입니다. 레위 지파가 칼을 들고 창을 잡고 전장에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성막의 등잔불이 꺼지지 않고 지속될 수 있을 만큼 하나님께서 친히 전쟁을 승리로 이끄실 것입니다. 그러니 너희는 세상의 염려에 얽매이지 말고 오직 나를 신뢰하며 따라오라는 것이 하나님의 계획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의 우선순위를 온전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전쟁 준비보다 말씀과 예배를 먼저 세우셨습니다. 이는 단순한 순서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근본 원리에 관한 것입니다. 말씀과 예배가 우리 삶의 견고한 기초가 될 때, 그 위에 세워지는 모든 것들이 든든하고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둘째, 어떤 상황에서도 예배는 하나님께서 보장해 주십니다. 레위 지파를 전쟁에서 제외시키심으로써 예배가 결코 중단되지 않도록 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봅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약속입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든 상황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그분께 예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실 것입니다.
셋째, 하나님의 방식을 따를 때 참된 승리가 보장됩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전쟁의 주관자가 되어 주시므로, 그분의 순서와 원리를 따르는 자들에게는 두려움이나 염려가 있을 수 없습니다. 세상의 방식이 아닌 하나님의 방식을 선택할 때,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능히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오늘 이 말씀이 우리 삶에 빛이 되고 등불이 되어, 어떤 일이 있어도 하나님의 말씀과 예배를 소홀히 하지 않는 믿음의 백성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세상이 혼돈스럽고 어려운 일들이 닥쳐와도,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이 중심과 순서를 굳게 지켜나갈 때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을 든든하고 안전하게 보호하실 것입니다. 이 확신을 품고 오늘 하루도 승리하며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