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귀에게 책망받은 발람
민수기 22장
물질의 참된 의미
돈은 단순한 교환의 수단이 아닌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같은 액면가라 할지라도 그 돈에 나의 정직한 땀과 수고가 스며 있는지, 타인의 노력을 부당하게 가로챈 것인지, 혹은 나의 노고에 합당하지 않은 과분한 것인지에 따라 그 진정한 가치는 천양지차입니다. 액면가는 동일할 수 있으나 그 돈의 참된 가치는 하나님께서 가장 정확히 아시며, 그것을 취하는 당사자 역시 마음 깊은 곳에서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상에는 단호히 거절해야 할 돈이 있는가 하면 떳떳이 받아도 되는 것이 있으며, 깨끗하게 포기해야 할 돈이 있는가 하면 끝까지 추구해야 할 정당한 대가도 있습니다. 이러한 분별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평생토록 물질의 문제로 인해 사탄의 올무에 걸려 헤어날 수 없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오늘 말씀은 그러한 자를 짐승만도 못한 존재라고 엄중히 경고합니다.
모압의 공포와 발락의 계략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광야 40년의 긴 여정을 완주하게 하시고, 마침내 요단강 동편으로 진군하도록 인도하셨습니다. 그들은 요단 동편의 땅들을 차례로 정복하며 모압평지에 당도했습니다. 이제 모압평지에서 요단강만 건너면 약속의 땅 가나안이 바로 그들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압평지를 다스리던 모압왕 발락은 이스라엘 백성들로 인해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모압이 심히 두려워하였으니 이스라엘 백성이 많음으로 말미암아 모압이 이스라엘 자손 때문에 번민하더라 모압이 미디안 장로들에게 이르되 이제 이 무리가 소와 밭의 풀을 뜯어 먹음 같이 우리 사방에 있는 것을 다 뜯어 먹으려 하도다 하니 그 때에 십볼의 아들 발락이 모압 왕이었더라" (민 22:3-4)
수많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메뚜기 떼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자신의 왕국을 멸망시킬 것이라는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당대에 명성 높은 술객 발람에게 사신들을 보내어 이스라엘 백성들을 저주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우리보다 강하니 청하건대 와서 나를 위하여 이 백성을 저주하라 내가 혹 그들을 쳐서 이겨 이 땅에서 몰아내리라 그대가 복을 비는 자는 복을 받고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줄을 내가 아노라 모압 장로들과 미디안 장로들이 손에 복채를 가지고 떠나 발람에게 이르러 발락의 말을 그에게 전하매" (민 22:6-7)
탐욕의 술객 발람
모압과 미디안의 장로들이 손에 복채를 들고 발람을 찾아갔다는 기록을 통해 우리는 발람의 정체를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참된 선지자가 아니라 거짓 선지자였으며, 금전을 받고 저주와 복을 파는 직업적 술객이었습니다. 미래를 예언한다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그야말로 그 지역에서는 상당한 명성을 얻고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존재해온 점쟁이들 가운데 하나였던 발람에게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돈을 주고 누군가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하고 복을 빌기도 했습니다.
하나님의 엄중한 경고
발람에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저주해 달라는 발락의 요청이 전해졌을 때, 하나님께서 친히 발람에게 나타나셔서 단호한 금지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하나님이 발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그들과 함께 가지도 말고 그 백성을 저주하지도 말라 그들은 복을 받은 자들이니라" (민 22:12)
하나님께서 이 술객에게 직접 나타나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발람의 저주가 두려우셨기 때문이 아닙니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복을 주신 이스라엘 백성들의 행진은 그 누구의 저주로도 저지될 수 없으며, 아무리 강력한 군대가 나선다 해도 하나님의 백성들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행하신 참된 이유는 모압왕 발락과 당대의 저명한 술객 발람을 함께 당신의 권능으로 심판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기까지 이른 것과 앞으로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될 모든 과정이 오직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임을 온 세상에 명백히 드러내시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발람에게 친히 나타나셨습니다.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발람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발락의 사신들에게 갈 수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탐욕이 부른 파멸의 길
발락은 발람의 거절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더욱 높은 지위의 고관들을 파견하며 한층 거대한 물질적 보상을 약속했습니다.
"발락이 다시 그들보다 더 높은 고관들을 더 많이 보내매 그들이 발람에게로 나아가서 그에게 이르되 십볼의 아들 발락의 말씀에 청하건대 아무 것에도 거리끼지 말고 내게로 오라 내가 그대를 높여 크게 존귀하게 하고 그대가 내게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시행하리니 청하건대 와서 나를 위하여 이 백성을 저주하라 하시더이다" (민 22:15-17)
"아무것도 거리끼지 말라"는 말과 "그대를 크게 존귀하게 하겠다"는 약속은 발람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 주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이는 곧 막대한 물질적 이익을 보장한다는 의미였습니다. 발락은 더욱 많은 재물로써 발람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했습니다.
결국 발람은 이 거대한 물질적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나귀에 안장을 얹고 모압의 고관들과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발람이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나귀에 안장을 지우고 모압 고관들과 함께 가니" (민 22:21)
발람의 행동은 그가 철저히 물질에 예속된 자임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하나님을 핑계 삼아 자신의 몸값만 높이려던 교활하고 탐욕스러운 인물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폭로된 것입니다.
짐승이 주인을 책망하다
하나님께서는 발람의 악한 행위를 진노하셨습니다. 발람이 나귀를 타고 길을 떠나자 여호와의 사자가 손에 칼을 빼들고 그 길목을 지키며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나귀의 눈에는 여호와의 사자가 분명히 보였으나 발람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귀는 두려움에 떨며 뒤로 물러서고 길을 벗어나 밭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좁은 골목길에서도 나귀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뒤로 물러섰습니다. 발람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지팡이로 나귀를 사정없이 내려쳤습니다.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나귀와 발람 사이에 논쟁이 벌어진 것입니다.
"나귀가 여호와의 사자를 보고 발람 밑에 엎드리니 발람이 노하여 자기 지팡이로 나귀를 때리는지라 여호와께서 나귀 입을 여사 발람에게 이르되 내가 당신에게 무엇을 하였기에 나를 이같이 세 번을 때리느냐" (민 22:27-28)
짐승이 입을 열어 자신의 주인을 정면으로 책망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제야 하나님께서 발람의 눈을 열어주셔서 칼을 든 여호와의 사자의 모습이 그에게도 보이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여호와의 사자는 발람을 이렇게 엄중히 꾸짖으셨습니다.
"그때에 여호와께서 발람의 눈을 밝히심에 여호와의 사자가 손에 칼을 빼 들고 길에 선 것을 그가 보고 머리를 숙이고 엎드리니 여호와의 사자가 그에게 이르되 너는 어찌하여 네 나귀를 이같이 세 번 때렸느냐 보라 네 길이 내 앞에서 사악함으로 내가 너를 막으려고 나왔더니 나귀가 나를 보고 이같이 세 번을 돌이켜 내 앞에서 피하였느니라 나귀가 만일 돌이켜 나를 피하지 아니하였다면 내가 벌써 너를 죽이고 나귀는 살렸으리라" (민 22:31-33)
물질의 맹목이 가져온 영적 무지
이 사건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깨달을 수 있습니까? 미래를 내다본다고 자처하며 누군가에게는 복을, 누군가에게는 저주를 내린다고 호언장담하던 발람이었지만, 그는 실상 영적으로 극도로 무지한 존재였습니다.
하나님의 사자가 칼을 빼들고 그를 죽이려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바로 코앞에 죽음이 임박한 상황도 그는 전혀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짐승에게까지 책망받는 극도로 어리석은 인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찌하여 이런 비참한 일이 그에게 일어났습니까? 바로 물질에 대한 탐욕으로 눈이 어두워졌기 때문입니다. 이 돈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단호히 거절해야 하는 것인지, 하나님의 백성들을 거스르면서까지 이 재물을 취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신앙적 지조를 끝까지 지켜야 하는 것인지를 분별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처음 그에게 나타나셔서 "그들은 복을 받은 자들이니라"고 경고하셨을 때, 이 엄중한 말씀을 무시한 결과 그의 영적 안목이 완전히 어두워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어리석음이 어찌 발람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겠습니까? 우리는 발람을 보며 짐승에게 책망받은 미련한 자라고 비웃지만, 사실 우리 역시 물질에 대한 탐욕으로 눈이 어두워진다면 짐승은 아닐지라도 그 어떤 어리석은 사람들에게도 책망받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성경을 읽는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지 못할 것이며, 신앙생활을 하고 기도한다 할지라도 오늘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조차 분별하지 못하는 어리석고 미련한 존재가 되고 말 것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께서는 물질을 우리 삶의 소중한 도구로 주셨으나 결코 그것의 노예가 되기를 원치 않으십니다.물질에 대한 올바른 분별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어떤 돈은 단호히 거절해야 하고 어떤 돈은 떳떳이 받을 수 있는지를 구분할 수 있는 영적 지혜가 필요합니다.
둘째, 물질에 대한 탐욕은 우리의 영적 분별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만듭니다. 발람처럼 하나님의 엄중한 경고를 무시하고 물질의 유혹에 굴복하면 짐승만도 못한 어리석은 존재로 전락하게 됩니다.
셋째, 우리는 물질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인생의 주인으로 모셔야 합니다. 거절해야 할 재물을 당연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간다면 결국 비참한 인생의 막다른 길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오늘 하나님께서 주시는 이 귀한 말씀을 마음 깊이 새기며, 오직 물질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삶의 나침반으로 삼아 거룩하고 복된 하루를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