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정한 때
민수기 28장
약속의 역설
요즘 젊은이들이 남녀 간 교제를 통해 사랑을 꽃피워 갈 때, 그들은 만난 지 100일, 200일, 500일, 천 일 등을 기념하며 두 사람만의 특별한 기념일들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갑니다. 서로 마음을 담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사랑의 소중한 순간들을 새겨갑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하더라도 결혼 1주년, 2주년, 10주년 등이 전부였던 기념일이, 이제는 결혼하기 전 교제하는 사람들에게까지 확장되어 두 사람만의 기념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역설적인 현실은 사람들을 위한 기념일은 이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 기억하고 지키는 반면, 하나님과 맺은 약속은 갈수록 소홀히 여겨지고 희미해진다는 점입니다. 신앙인들이 하나님과 맺은 약속 중에서 가장 마음을 다해 지켜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시간의 약속, 예배 시간의 약속입니다. 그러나 예배 시간에 늦는 것을 별다른 죄책감 없이 여기며, 기도 중에 하나님과 은밀하게 맺은 언약도 시간이 지나면 송두리째 망각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립니다.
과연 사람과의 약속은 그토록 소중히 지켜가면서도 하나님과의 약속은 이처럼 등한시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정한 시기를 지키라는 명령
오늘 하나님께서는 가나안 땅 입성을 앞둔 이스라엘 백성들을 영적으로 재무장시키시면서,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시는 것이 바로 '정한 시기', 곧 하나님께서 정하신 그 때를 반드시 지키라는 명령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지금 요단강 동쪽 모압평지에서 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광야 40년 여정이 거의 끝나가고 있으며,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아바림산 꼭대기로 불러 가나안 땅을 보여주시면서도 그가 그 땅에 들어가지 못할 것임을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이미 마음에 두셨던 후계자 여호수아를 세우시고, 그에게 안수하여 모세를 통해 역사하셨던 하나님의 영이 그를 통해서도 동일하게 역사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극도로 중요한 변혁의 시기에 놓여 있습니다. 40년간의 광야 유랑을 마감하고 요단강만 건너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되며, 동시에 이스라엘을 출애굽시키고 40년 동안 광야에서 인도했던 모세의 시대가 마감되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교체되는 역사의 분수령에 서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대변혁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영적으로도 극히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왜냐하면 사탄이 틈타기 가장 쉬운 때가 바로 이런 전환기이기 때문입니다. 영적 지도자가 교체될 때 특히 사탄은 그 틈새를 교묘하게 노립니다. 지금까지 광야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그들이 이제는 가나안에 들어가서 전쟁을 치르며 가나안 일곱 족속을 몰아내야 하는 상황 또한 사탄이 혼란을 조성하기에 절호의 기회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바로 이런 대변혁기를 앞두고 이스라엘 백성들을 영적으로 재무장시키십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영적으로 무장시키시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다름 아닌 예배입니다. 예배를 다시 한번 강력하게 강조하십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예배가 무너지지 않도록, 영적 무장의 가장 첫 번째 기초는 예배임을 분명히 하십니다.
이미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시내산 아래에서 십계명의 두 돌판과 성막 그리고 레위기 법전을 주셨습니다. 레위기 법전에는 하나님과 어떻게 교제해야 하는지, 예배의 방식과 내용이 어떠해야 하는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데, 하나님께서는 이제 그 내용을 요약하여 다시 한번 명확히 정리해서 말씀하십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그들에게 이르라 내 헌물 내 음식인 화제물 내 향기로운 것은 너희가 그 정한 시기에 삼가 내게 바칠지니라" (민 28:1-2)
이 말씀에서 가장 핵심적인 구절은 바로 "정한 시기에"라는 표현입니다. 여기서 정한 시기란 사람이 임의로 정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친히 정하셨다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레위기 법전에서 확정하신 그 시기에, 너희가 원하는 임의의 시간이 아닌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로 그때, 그 시기에, 그 시간을 엄격히 지켜서 내게 예물을 바치라는 것입니다. 예배는 너희의 편의에 따른 시기가 아닌 내가 정한 시기에 드려야 함을 하나님께서 명백하게 선언하셨습니다.
"또 그들에게 이르라 너희가 여호와께 드릴 화제는 이러하니 일 년 되고 흠 없는 숫양을 매일 두 마리씩 상번제로 드리되 어린 양 한 마리는 아침에 드리고 어린 양 한 마리는 해 질 때에 드릴 것이요" (민 28:3-4)
하나님께서는 상번제를 드리라고 명하셨습니다. 양 한 마리는 아침에, 또 다른 양 한 마리는 저녁에 매일 빠짐없이 드리라는 것입니다. 이는 레위 자손들이 성막에서 반드시 어떤 상황에서도 매일 지켜야 할 예배의 불변한 원칙입니다. 아침에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저녁에 또 예배를 드리되, 때로는 몸이 피곤할 때도 있고 마음이 내키지 않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날은 건너뛰고 싶은 유혹이 있고, 어떤 날은 하기 싫은 감정이 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정한 때, 정한 시기인 아침저녁 상번제를 철저히 기억하게 하시며 반드시 지키라고 엄중히 명하셨습니다.
"안식일에는 일 년 되고 흠 없는 숫양 두 마리와 고운 가루 십분의 이에 기름 섞은 소제와 그 전제를 드릴 것이니" (민 28:9)
하나님께서는 안식일 규정을 다시 한번 분명히 상기시키십니다. 안식일은 하나님께서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시고 안식하신 날을 기념하는 거룩한 날입니다. 이날은 하나님께서 친히 세우시고 복되게 하시며 거룩하다고 선언하신 날입니다. 안식일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시기이므로, 이 날을 정확하게 지키라고 재차 강조하십니다.
"초하루에는 수송아지 두 마리와 숫양 한 마리와 일 년 되고 흠 없는 숫양 일곱 마리로 여호와께 번제를 드리되" (민 28:11)
초하루, 즉 매월 첫날에 드리는 월삭 예배를 온전히 드리라고 명하셨습니다. 매월 첫날은 반드시 지켜야 할 월삭 예배의 날입니다. 둘째 날에 드려서도 안 되고 셋째 날에 드려서도 안 되며, 오직 매월 첫날 초하루에 하나님께서 정하신 시기를 엄격히 지키라고 말씀하십니다.
"첫째 달 열넷째 날은 여호와를 위하여 지킬 유월절이며" (민 28:16)
종교력 첫째 달 14일은 유월절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집트의 가혹한 압제에서 구원하신 구원의 절기인 유월절은, 어떤 상황이 닥쳐도 반드시 첫째 달 열넷째 날에 지켜야 합니다. 이날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시기에 철저히 지키라고 거듭 강조하셨습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예배는 인간 중심이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 중심, 하나님 주도의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예배 외의 모든 영역에서도 사람 중심, 사람 편의로 살아가는 잘못된 습관에 깊이 빠져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정하신 예배에 우리가 맞추어야 한다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둘째,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영적 언약의 기초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시기를 엄격히 지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정한 시기, 자기가 원하는 때에 하나님의 때를 맞추려고 하는 것은 철저하게 인본주의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셋째, 아무리 바쁘고 할 일이 많더라도 하나님께서 정하신 예배의 원칙과 규범을 철저하게 지켜야 합니다. 세상의 어떤 일보다도 하나님께서 정하신 예배의 규범을 우선순위에 두고 철저히 지킬 때, 그 가운데에서 참된 영적 자유와 기쁨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이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와 시기를 소중히 여기는 신실한 믿음의 삶을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