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30장

성경
민수기

하나님과 맺은 약속

민수기 30장

말의 무게

정치인들은 직업의 특성상 많은 말을 할 수밖에 없으며, 그 말에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중대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공언한 모든 말을 다 지키는 정치인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극히 드뭅니다. 정치의 복잡한 현실상 모든 공약을 이행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국민들과 맺은 약속들을 하나 둘씩 파기하기 시작하면 유권자들의 실망은 커질 것이고, 그 실망은 결국 선거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말로 맺은 약속, 말의 무게는 실로 막중한 의미를 지닙니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요 그 사람 자체를 대변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그 말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 그와 어떤 인간관계도 어떤 거래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말의 무게가 이토록 중요하다면, 하나님과 우리 인간의 관계에서는 말이 더욱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더욱 엄중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볼 본문은 서원의 약속, 곧 우리가 마음으로 하나님과 맺은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그 중요성에 대해 분명히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서원을 지키라는 명령

이스라엘 백성들은 아직 요단강을 건너기 전 요단 동편에 머물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이제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절기를 지킬 것인데, 그 절기는 반드시 나를 기억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명하셨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뜻은 그저 먹고 즐기라는 의미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께만 집중해 달라는 간절한 요청이었습니다.

이제 하나님께서는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기도한 모든 것, 약속한 모든 것을 나와 반드시 지키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하고 계십니다.

"사람이 여호와께 서원하였거나 결심하고 서약하였으면 깨트리지 말고 그가 입으로 말한 대로 다 이행할 것이니라" (민 30:2)

서원하고 결심한 것이 있으면 결코 깨트리지 말고, 입으로 말한 모든 서원과 약속은 빠짐없이 이행하라고 엄중히 명하셨습니다.

우리가 언제 서원을 합니까? 다급할 때 서원하지 않습니까? 극도로 절박할 때, 또 마음이 간절할 때 서원하지 않습니까? 세상의 그 누구도 내가 원하는 소원을 이루어 줄 수 없을 때, 정말 이 소원이 절실할 때 하나님께 서원합니다. 답답할 때 서원하지 않습니까? 사방이 막막하고 세상의 누구도 나를 도와줄 수 없을 때, 바로 그때 우리가 하나님께 서원합니다.

"하나님, 제가 이렇게 다급하고 간절하고 답답한데 저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이루어 주시면, 제가 어떤 일이든지 주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서원하지 않습니까?

구약시대 성도들의 서원은 주로 두 가지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몸의 봉사와 물질의 헌신이었습니다. 몸의 봉사는 나실인의 서원으로 나타났습니다. 평생 나실인의 서원을 하는 자도 있었고, 일정 기간을 정해서 성막에서 봉사하겠다고 서원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이 가진 재산 중 일정 부분을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시면 하나님께 드리겠다고 서원했습니다. 이처럼 스스로 결심하고 결단하여 하나님께 서원의 기도를 드리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 서원에 응답해 주시고 이루어 주십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세 가지가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답답함도 간절함도 다급함도 모두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기도가 응답되었기 때문입니다.

기도 응답 후 사람들의 태도가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경우 변해버립니다. 이제는 간절하지도 않고 다급하지도 않고 답답하지도 않기 때문에 서원을 깜박 잊어버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예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그토록 간절히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응답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망각해버립니다. 어떤 이들은 의도적으로 지키지 않습니다. 아깝기 때문입니다. 일정 기간 헌신하는 나실인의 서원도 이제는 거추장스럽게 느껴집니다. 재산을 드리는 헌신이 아깝고 시간의 헌신이 불편하고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지키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라고 엄중히 경고하셨습니다.

왜 서원을 지켜야 하는가

왜 하나님께서는 서원의 기도, 마음에 품었던 소원을 반드시 지키라고 말씀하시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와 맺은 약속을 반드시 지키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기독교는 말씀의 종교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무엇으로 창조하셨습니까? 말씀으로 창조하셨지 않습니까? 하나님의 말씀은 결코 땅에 떨어지지 않으며 일점일획도 폐하여지는 법이 없이 반드시 성취됩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말씀, 특별히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성도들을 향해 주신 약속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루어 가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처럼 신실하시고 성실하셔서 우리를 향한 당신의 약속을 변함없이 이루어 가십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성취하지 않고 이루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여기시겠습니까? 더 이상 하나님의 백성과 언약을 맺으려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우리와 맺은 언약을 이루라고 하시며 약속을 지키라고 명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이 말씀을 우리 삶에 적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서원뿐만 아니라 마음에 품은 소원으로도, 혹은 연초에 하는 기도로도, 순간순간 마음에 품은 결심으로도 하나님과 수많은 약속을 하며 살아갑니다.

한 해를 시작할 때 어떤 결심을 하십니까? "올 한 해는 성경을 일독은 해야겠다. 전도도 하고 기도 생활도 이렇게 하고, 가족들에게 복음도 이렇게 전해야겠다." 이런 결심을 하지 않습니까? 때로는 거창하게 결심하기도 하고 거룩하게 다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몇 개월이 지나면서 연초에 품었던 소원들은 모두 녹아내리고 사라져버립니다. 물거품이 되어버립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입니다.

말씀을 들을 때, 예배를 드릴 때,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고 묵상할 때 마음에 찔림이 있어서 또다시 결심하지 않습니까? 새롭게 다짐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자리를 떠나면 또 잊어버립니다. 하나님께 응답받았는데 이제는 마음이 간절하지도 다급하지도 답답하지도 않아서, 심지어 일부러라도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이것은 단순한 경고의 말씀인 동시에 우리를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담긴 말씀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맺은 약속을 성실하게 지켜 나가면, 하나님께서도 우리와 맺은 약속을 더욱 신실하고 성실하게 지켜 나가실 것입니다. 하나님과 우리는 말씀의 언약으로 맺어져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서원의 예외 규정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서원의 예외 규정도 자세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 여자가 만일 어려서 그 아버지 집에 있을 때 여호와께 서원한 일이나 스스로 결심하려고 한 일이 있다고 하자...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그것을 듣는 날에 허락하지 아니하면 그의 서원과 결심한 서약을 이루지 못할 것이니 그의 아버지가 허락하지 아니하였은즉 여호와께서 사하시리라" (민 30:3, 5)

미성숙한 자들의 감정적인 서원은 죄가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린 딸이 마음의 충동이나 감정으로 하나님께 서원했는데 아버지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면, 그 서원은 무효가 되고 하나님께서는 그것을 죄로 묻지 않으신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성숙한 자, 신앙적으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자의 서원을 받으시는 인격적인 하나님 아버지이십니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서원할 때 가정의 일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셨습니다.

"그러나 그의 남편이 그것을 듣는 날에 허락하지 아니하면 그 서원과 결심하려고 경솔하게 입술로 말한 서약은 무효가 될 것이니 여호와께서 그 여자를 사하시리라" (민 30:8)

어떤 여인이 남편과 상의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으로 서원을 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허락하지 않으면 그 서원은 무효가 되고 그 여인은 죄를 받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가정의 영적 일치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신다는 뜻입니다. 가정은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하며, 서원이나 기도 때문에 가정에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원치 않으십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참으로 인격적인 분이십니다.

하나님께서는 무자비한 분이 아닙니다.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자들의 서원을 무조건 지키라고 강요하지 않으시며, 가정의 일치를 깨뜨리는 서원을 무조건 이행하라고 강압하지 않으시는 참으로 인격적인 하나님이십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과 맺은 서원과 약속은 반드시 성실하게 지켜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와 맺은 약속을 한결같이 신실하게 지키시는 분이므로, 우리 역시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합니다. 기도가 응답되었다고 해서 서원을 잊어버리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 큰 죄가 됩니다.

둘째, 하나님께서는 미성숙한 자들의 감정적 서원과 가정의 일치를 깨는 서원은 인정하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성숙한 신앙인의 자발적인 서원을 받으시며, 가정의 영적 일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시는 인격적인 분이십니다.

셋째, 우리는 일상의 모든 다짐과 결심에서도 하나님과 약속을 맺고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연초의 결심, 말씀을 들을 때의 다짐, 기도 응답 후의 감사 표현 등 모든 것이 하나님과의 소중한 약속이므로 성실하게 지켜야 합니다.

오늘부터 하나님과 맺은 모든 약속을 소중히 기억하며 성실하게 지켜가는 신실한 하나님의 자녀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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