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브핫의 딸들
민수기 36장
감정의 전염
우리는 일상에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는 말을 자주 듣고 또 자주 하며 살아갑니다. 왜 이러한 말이 이토록 많이 회자될까요? 그 이유는 긍정적인 마음이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마음에 불안한 감정이 생기면, 그 불안은 단독으로 머물지 않습니다. 불안이 또 다른 불안을 낳고, 그 불안들이 하나씩 쌓여 거대한 불안의 성을 쌓아올립니다. 결국 그 사람은 끝없는 불안의 터널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불안의 무게에 짓눌려 인생 전체가 흔들리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공동체에서도 동일하게 일어납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불편하고 부정적인 마음을 품고 삐딱한 시선을 보내기 시작하면, 그 마음은 그 한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마치 전염병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나갑니다.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끼리 편을 가르고 분열을 조장하며, 결국 공동체는 쉽게 갈라지고 맙니다. 사탄은 언제나 이러한 틈을 파고들어 공동체를 붕괴시킵니다.
반대로 긍정적인 마음은 개인에게나 공동체에게나 모두 유익을 가져다줍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단순히 "잘 될 것이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고 위로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백성들은 확실하고 견고한 근거가 있는 긍정적 마음을 가집니다. 바로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이 그 근거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믿기 때문에, 현재의 삶이 어떠하든, 지금 당면한 현실이 어떠하든, 그 말씀이 확실하다면 그 말씀 안에서 개인도 공동체도 진정한 긍정의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가데스 바네아 사건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간의 출애굽 여정을 겪으면서 크고 작은 많은 사건들을 경험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분기점이 되었던 사건은 바로 가데스 바네아 사건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시내 산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성막과 율법을 주신 후, 그들을 곧장 가데스 바네아로 인도하셨습니다. 그곳에서 하나님께서는 각 지파별로 정탐꾼 한 사람씩을 세우라 명하시고, 총 열두 명의 정탐꾼을 가나안 땅에 파견하여 그 땅의 실상을 살펴보고 돌아와 보고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가져온 보고는 참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열 명의 정탐꾼들은 가나안 땅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 땅은 우리를 삼키는 땅입니다. 우리는 그 땅을 정복할 수 없습니다. 그 땅의 거민들은 강대하고 우리는 그들 앞에서 메뚜기와 같으니, 결코 그 땅을 넘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절망적인 정탐 보고는 이스라엘 공동체를 완전히 뒤집어놓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밤새도록 울부짖으며 통곡했습니다. "당신들이 우리를 이집트에서 불러내어 이 광야에서 죽게 만드는구나!"라며 모세와 아론을 원망하고, 심지어 다른 지도자를 세워 이집트로 되돌아가자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이에 하나님께서 크게 진노하시어, 정탐꾼들이 가나안 땅을 정탐한 기간 40일을 40년으로 바꾸어 광야에서 유리방황하게 하는 엄중한 징벌을 내리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에도 그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열 명의 정탐꾼들이 뿌린 불신의 씨앗은 정말로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그들이 심은 불신의 가라지는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결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40년간 광야를 유리방황하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 가나안 땅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 매일은 단순히 눈을 떠서 또 하루의 광야 길을 걷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죽지 못해 사는 것이었고, 40년 동안 매일같이 길 때문에, 물 때문에, 음식 때문에 원망하고 불평하며 하나님을 대적하며 지냈습니다. 40년이 지나 출애굽 1세대는 거의 다 세상을 떠났지만, 그 부정적인 사고방식은 대를 이어 출애굽 2세대에게까지 그대로 전수되었습니다.
슬로브핫 딸들
그런데 이러한 부정적 분위기와 절망적 여론을 한순간에 뒤바꾸어버린 놀라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사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므낫세 지파 슬로브핫의 다섯 딸들이었습니다.
민수기 27장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슬로브핫의 딸들이 모세를 찾아와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우리 아버지가 광야에서 아들 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땅을 분배받을 때, 아버지에게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딸들인 우리가 아버지께서 마땅히 받으셔야 할 기업을 상속받지 못한다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입니까? 전능하시고 의로우신 하나님, 공의의 하나님께서 어찌 이런 불의를 허락하시겠습니까? 모세님, 이 문제를 다시 한번 깊이 살펴봐 주십시오."
모세가 이 문제를 하나님께 여쭈어보았고, 하나님께서는 슬로브핫의 딸들에게 기업을 주라고 명확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바로 이 사건이 모든 상황을 극적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이것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40년간 깊이 뿌리박혀 있던 부정적 사고를 단숨에 긍정적 희망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슬로브핫 딸들의 이러한 믿음의 행동이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에 스며들어 있던 부정적 여론을 가나안 땅에 대한 소망과 기대로 완전히 바꾸어놓았습니다. 그들의 영향력은 실로 놀라워서, 므낫세 지파 남성들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가 가나안 땅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하였습니다.
그 결과 므낫세 지파 남성들이 모세를 찾아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요셉 자손의 종족 중 므낫세의 손자 마길의 아들 길르앗 자손 종족들의 수령들이 나아와 모세와 이스라엘 자손의 수령된 지휘관들 앞에 말하여 이르되 여호와께서 우리 주에게 명령하사 이스라엘 자손에게 제비 뽑아 그 기업의 땅을 주게 하셨고 여호와께서 또 우리 주에게 명령하사 우리 형제 슬로브핫의 기업을 그의 딸에게 주게 하셨은즉 그들이 만일 이스라엘 자손의 다른 지파들의 남자들의 아내가 되면 그들의 기업은 우리 조상의 기업에서 떨어져 나가고 그들이 속할 그 지파의 기업에 첨가될 것이니 그러면 우리가 제비 뽑은 기업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오" (민 36:1-3)
그들이 염려하는 바는 슬로브핫의 딸들이 다른 지파 남성들과 결혼하게 되면, 므낫세 지파에 분배된 땅이 다른 지파로 소유권이 이전되어버릴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모세가 이 문제 역시 하나님께 여쭈어보았고, 하나님께서는 지혜로운 해답을 주셨습니다.
"모세가 여호와의 말씀으로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이르되 요셉 자손 지파의 말이 옳도다 슬로브핫의 딸들에 대한 여호와의 명령이 이러하니라 이르시되 슬로브핫의 딸들은 마음대로 시집가려니와 오직 그 조상 지파의 종족에게로만 시집갈지니 그리하면 이스라엘 자손의 기업이 이 지파에서 저 지파로 옮기지 않고 이스라엘 자손이 다 각기 조상 지파의 기업을 지킬 것이니라 하셨나니" (민 36:5-7)
하나님께서는 이처럼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결정 자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 요단강만 건너면 가나안 땅을 차지하게 될 시점에서 이스라엘 공동체의 관심과 논의의 초점이 완전히 가나안 땅으로 옮겨갔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역사의 결정적 전환점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슬로브핫의 다섯 딸들이었습니다.
말씀 기반 믿음
슬로브핫의 딸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확고히 뿌리내린 긍정적인 믿음의 소유자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너희에게 가나안 땅을 기업으로 주겠다"고 약속하신 그 말씀을 진심으로 믿었고, 그 약속을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비록 현재 우리가 메마른 광야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고, 아침에 눈을 떠서 사방을 둘러봐도 여전히 끝없는 사막뿐이지만, 하나님께서 저 가나안 땅을 우리에게 약속으로 주신다고 하셨으니 언젠가는 반드시 그 땅이 우리의 것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러한 말씀에 기초한 긍정적 믿음이 그들의 삶을 완전히 변화시켰고, 나아가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를 새롭게 변혁시켰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때로는 부정적인 여론과 절망적인 분위기에 휩싸일 때가 많습니다. 이 나라의 상황, 교회의 현실, 가정의 문제, 나 자신의 한계를 바라보면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무리 해도 안 될 것이다"라는 부정적 사고에 사로잡혀 주저앉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런 때일수록 하나님의 말씀을 굳건한 근거로 삼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희망을 주시는 약속의 말씀이 있다면, 그 말씀을 끝까지 붙잡고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그 말씀을 토대로 새롭게 일어설 때, 하나님의 말씀은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가정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더 나아가 나를 통해 흘러나오는 긍정의 에너지가 가족들에게, 교회공동체 성도들에게,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역자들에게 전해져 그들에게도 선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부정적 사고는 무서운 전염력을 가지고 공동체를 파괴합니다. 열 명의 정탐꾼들이 뿌린 불신과 절망의 씨앗이 무려 4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들을 지배했습니다. 우리는 부정적인 여론과 절망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합니다.
둘째,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에 기초한 긍정적 믿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슬로브핫의 딸들처럼 하나님의 확실한 약속을 붙잡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믿음이야말로 개인과 공동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능력을 지닙니다.
셋째, 한 사람의 믿음이 전체 공동체를 변혁시킬 수 있습니다. 다섯 명의 여인들이 보여준 말씀에 기초한 긍정적 믿음이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의 시각과 마음을 완전히 새롭게 했습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한 긍정의 에너지로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끼쳐야 합니다.
오늘 하루도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에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굳건히 붙잡고, 나를 통해 흘러나오는 긍정의 에너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전해주는 복된 하루가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