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세 이상으로 오십 세까지
민수기 4장
건강한 조직
건강한 조직이란 수직과 수평의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수직적 조직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으면 명령 체계가 문란해지고 기강이 해이해질 것입니다. 군대 조직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유사시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수평적 문화 또한 지극히 중요합니다. 서로 도우며 소통하고, 기쁜 일은 함께 나누며 어려운 일은 서로 세워가는 수평적 문화야말로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대이동에서 그 중심적 역할을 담당한 것은 바로 성막이었습니다. 성막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각각 세 지파씩 배치된 십이지파는 멈추어 있을 때나 이동할 때나 언제나 함께 행동해야 했습니다. 오늘 묵상하는 말씀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중심적 역할, 즉 수직과 수평의 핵심적 기능을 감당하는 레위지파와 성막을 섬기는 레위지파의 조직 체계를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제사장의 지휘
레위지파는 크게 제사장 집단과 일반적으로 성막을 봉사하는 집단으로 구분됩니다. 제사장 집단은 아론과 그의 아들들, 즉 직계 후손들이 제사장 가문의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아론의 아들들은 본래 네 명이었으나, 나답과 아비후가 다른 불로 분향하다가 여호와의 불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제 아론의 아들 중에는 이다말과 엘르아살 두 아들만이 남아 아론과 함께 제사장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레위 지파는 게르손 자손, 므라리 자손, 고핫 자손의 세 종족으로 나뉘어져, 하나님께서 각각에게 고유한 사명을 부여하셨습니다.
"진영을 떠날 때에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성소와 성소의 모든 기구 덮는 일을 마치거든 고핫 자손들이 와서 멜 것이니라 그러나 성물은 만지지 말라 그들이 죽으리라 회막 물건 중에서 이것들은 고핫 자손이 멜 것이며" (민 4:15)
이동 중에 성물을 운반하는 임무는 고핫 자손에게 맡겨졌습니다. 그러나 성물을 정리하고 포장하며 분류하는 작업은 반드시 제사장들이 담당해야 했습니다. 즉 아론과 그의 두 아들들, 그 직계 후손들만이 이 일을 수행할 수 있었으며, 만약 고핫 자손들이 성물에 손을 댄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을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하셨습니다.
"진영이 전진할 때에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들어가서 칸막는 휘장을 걷어 증거궤를 덮고" (민 4:5)
진영이 이동을 시작할 때마다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직접 성막 안으로 들어가 성막을 해체하는 모든 작업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고핫 자손들은 아론과 그의 아들들로부터 직접 지도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들이 지성물에 접근할 때에 그들의 생명을 보존하고 죽지 않게 하기 위하여 이같이 하라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들어가서 각 사람에게 그가 할 일과 그가 멜 것을 지휘하게 할지니라" (민 4:19)
아론과 그의 아들들이 고핫 자손들에게 이동 방법과 성물 운반 방식을 직접 지도하도록 하셨으며, 고핫 자손들은 반드시 제사장의 지휘를 따르도록 하나님께서 정하셨습니다.
"게르손 자손의 집안들이 회막에서 할 일은 이러하며 그들의 직무는 제사장 아론의 아들 이다말의 감독 아래에 둘지니라" (민 4:28)
게르손 자손은 아론의 아들 이다말이 직접 지휘하도록 하나님께서 지휘관을 명확히 지정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므라리 자손 역시 이다말의 지휘를 받도록 명령하셨습니다.
"이는 제사장 아론의 아들 이다말의 수하에 있을 므라리 자손의 집안들이 그 모든 직무대로 회막에서 행할 일이니라" (민 4:33)
하나님의 명령을 종합해보면, 레위지파의 세 집안인 게르손, 므라리, 고핫 자손들이 모두 아론의 아들들의 지휘 체계 안에 있도록 조직하신 것입니다.
특별히 하나님께서는 성막에 사용되는 모든 성물들을 이동할 때 일반 레위 지파는 성물에 손조차 댈 수 없도록 하셨습니다. 운반하는 일은 그들이 담당하되, 성물을 만지고 포장하며 성막을 해체하는 모든 작업은 오직 아론의 직계 후손들만이 수행하도록 엄격히 제한하셨습니다.
만약 우리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누구는 품위 있는 일을 하고 누구는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며, 누구는 고된 노동만 하고 누구는 지휘와 명령만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레위지파 사람들 중에서 하나님께 불평하거나 불만을 토로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기능적 질서
하나님께서 명령하신 수직적 질서를 따라 그들이 함께 이동할 때 성막의 중심이 흔들리지 않았고,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가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성막의 모든 업무를 지시하고 명령하신 것은 지위의 고하에 따른 것이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각자의 기능에 따라 특별히 부여하신 역할 분담입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직분을 마치 지위나 계급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고방식 자체가 이미 세속화된 교회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에서는 지위의 고하를 논할 수 있을지라도, 교회 공동체와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고 이루신 조직에는 어떤 경우에도 지위의 고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교회의 목회자나 여러 직분자들은 모두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사명을 따라 봉사할 뿐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달란트 비유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다섯 달란트든 두 달란트든 한 달란트든 각각 재능에 따라 하나님께서 필요에 의해 주신 것일 뿐입니다. 우리 눈에는 어떤 이는 많은 일을 하고 큰 재능을 가진 것처럼 보일지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 동일하게 사랑받는 자녀들일 뿐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가장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레위지파가 이런 문제로 서로 분란을 겪지 않도록 질서를 정하시고, 흔들리지 않도록 그 중심에서 함께 길을 걸어가도록 미리 말씀해두셨습니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이 일을 수행할 시기도 명확히 정해두셨습니다.
"곧 서른 세 이상으로 오십 세까지 회막의 일을 하기 위하여 그 역사에 참가할 만한 모든 자를 계수하라" (민 4:3)
레위인이라 할지라도 성막을 운반하고 맡은 바 임무를 감당할 수 있는 연령이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30세 이상 50세까지, 정확히 20년 동안만 이 일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게르손 집안, 고핫 집안, 므라리 집안 출신으로서 이다말과 엘르아살의 지휘를 받기 싫어 불쾌하고 기분이 상해서 이 일을 할 수 없다"며 고집을 부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가 버릴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레위지파 백성들에게 "너희가 이 일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정해져 있으니, 이 20년 동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머지 이스라엘 십이지파의 전쟁 가능한 인원을 계수하실 때는 20세 이상의 남자들을 대상으로 하셨습니다. 그런데 레위지파의 봉사 가능 연령은 30세에서 50세까지로 제한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일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20세보다 훨씬 성숙한 나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사명
오늘날 우리에게도 하나님께서는 직분을 주시고 사명을 맡기셨는데, 이 일에는 특별히 정해진 시기가 있습니다. 나이가 너무 많아 몸이 쇠약해지고 병들면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됩니다.
자존심을 내세워 기분이 상해서 하지 않고, 하기 싫어서 거부하며, 세상 일이 너무 바빠서 못한다고 핑계를 댄다면, 훗날 돌아보았을 때 "그때 하나님께서 나에게 사명을 주셨을 때 조금 더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가 들지 않겠습니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직분과 사명은 결코 계급이 될 수 없습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붙들고 성실하고 열심히 감당해나가시기 바랍니다.
누구에게 지휘를 받느냐, 누구의 감독을 받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세우셨다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훨씬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의 조직은 계급이 아닌 기능에 따른 질서입니다. 교회 공동체에서 직분은 지위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맡기신 고유한 사명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둘째, 주어진 시기를 놓치지 말고 최선을 다해 봉사해야 합니다. 30세부터 50세까지 20년이라는 제한된 시간처럼, 우리에게도 하나님을 섬길 수 있는 때가 정해져 있습니다.
셋째, 순종과 겸손으로 맡은 바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레위지파가 불평 없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듯이, 우리도 기쁨으로 하나님의 일에 헌신해야 합니다.
그 사명을 잘 받아 감당하며,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성실히 수행하여 하나님께 사랑받는 믿음의 백성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