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진영 밖으로 내보내되
민수기 5장
산불과 재앙
대규모 산불이 전국을 휩쓸 때마다 우리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합니다. 화염이 가옥과 임야를 집어삼키며 확산될 때, 중요한 국가 시설이 위험에 처하면 모든 역량을 그곳 보호에 집중해야 합니다. 원자력 발전소나 주요 산업 시설이 화재에 노출되면 그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 심지어 인근 국가까지 재앙이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방당국은 헬기와 모든 인력을 핵심 시설 보호에 집중 투입합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지만, 이는 누구나 인정하는 당연한 조치입니다.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할 때가 있음을 모두가 이해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나님의 말씀에서도 이와 같은 원리가 나타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진영을 지극히 소중하게 여기시며, 공동체가 거주하는 삶의 영역을 정결하게 보존하기를 원하십니다.
진영의 정결
민수기는 이동과 여정의 기록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내산에서 출발하여 광야를 가로질러 요단 동편 모압평지에 이르는 장대한 행군의 역사입니다. 이 대여정에서 그들은 뿔뿔이 흩어져 행동하지 않았습니다. 이동할 때나 정착할 때나 언제나 진영을 중심으로 각 지파가 질서 있게 모여 살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진영 안에서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이스라엘 공동체는 외부의 적과 싸워보기도 전에 전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전염병 예방을 지극히 중요하게 여기시며, 이런 재앙이 결코 일어나지 않도록 오늘 말씀을 통해 명확히 지시하고 계십니다.
"이스라엘 자손에게 명령하여 모든 나병 환자와 유출증이 있는 자와 죽음으로 부정하게 된 자를 다 진영 밖으로 내보내되" (민 5:2)
유출증이 있는 자들은 성적으로 무분별한 행동을 한 결과 그 죄값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이런 자들을 진영 안에 두지 말고 진영 밖으로 내보내라고 하나님께서 명령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엄중히 명령하신 이유는 성적인 죄가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의 도덕적 타락이 공동체 전체를 불감증에 빠뜨리고 집단적 도덕 붕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이런 자들을 진영 밖으로 격리하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나병 환자나 시체를 만져 부정하게 된 자들의 경우는 다릅니다. 이들은 자신의 죄 때문에 그런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닙니다. 분명히 억울한 면이 있을 것입니다. 조심했음에도 나병에 감염되고, 부지불식간에 시체를 만져 부정하게 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알 수 없는 전염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눈물을 머금고 이들도 진영 밖에서 살게 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런 명령에는 그 어떤 예외도 있을 수 없습니다.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설령 나의 부모형제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법 앞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남녀를 막론하고 다 진영 밖으로 내보내어 그들이 진영을 더럽히게 하지 말라 내가 그 진영 가운데에 거하느니라" (민 5:3)
여기서 "남녀"라는 표현은 남녀노소와 지위 고하를 막론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지금 이 말씀을 읽으니 쉽게 느껴지지만, 내 부모 형제나 사랑하는 가족이 진영 밖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비록 제사장의 자녀나 제사장의 부모 형제라 할지라도 이런 상황에 처하면 그가 누구든지 상관없이 모두 진영 밖으로 내보내라고 하나님께서 명령하셨습니다. 이는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어떤 감정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공동체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이들을 진영 밖으로 내보내게 하신 것입니다.
공동체 우선
현대 사회는 공동체보다 개인이 우선시되는 시대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 개인의 행동 권한이 무엇보다 먼저 고려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개인주의가 더욱 극심해졌습니다. 그 결과 하나님 나라를 우선하고 교회 공동체의 유익을 먼저 고려하는 마음이 과거보다 많이 희미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사고방식도 여전히 이와 같지 않습니까? 교회보다는 내가 우선이고, 하나님 나라와 교회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보다는 내 가족이 우선시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은 공동체가 우선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혹시 나의 행동과 말, 내가 지나치게 주장하는 자유로 인해 공동체의 질서와 안녕이 무너지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진영을 우선하시며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제한하신 것이 바로 하나님의 뜻임을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속죄제의 정신
하나님께서는 또한 속죄제의 정신을 일깨워주십니다.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르라 남자나 여자나 사람들이 범하는 죄를 범하여 여호와께 거역함으로 죄를 지으면 그 지은 죄를 자복하고 그 죄값을 온전히 갚되 오분의 일을 더하여 그가 죄를 지었던 그 사람에게 돌려줄 것이요" (민 5:6-7)
이는 속죄제의 핵심 정신입니다. 레위기에 기록된 다섯 가지 제사 중 속죄제는 성물에 손해를 끼쳤거나 이웃에게 죄를 범했을 때, 피해를 보상하고 오분의 일을 더하여 갚은 후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속죄제는 나로 인해 이웃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고 원상복구하는 정신입니다. 내가 잘못하여 공동체나 이웃이 피해를 본다면 그것은 단순히 내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고 공동체의 안녕과 질서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속죄제 정신을 철저히 지켜나가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공동체의 유익이 개인의 권리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진영의 정결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셨으니, 우리도 교회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양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나의 잘못으로 인한 피해는 반드시 보상해야 합니다. 속죄제의 정신처럼 내가 끼친 손해는 원금에 오분의 일을 더하여 온전히 갚아야 합니다.
셋째, 우리는 서로 얽혀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나 혼자만의 문제는 없으며, 모든 언행이 공동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나는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얽히고 설켜 살아가는 공동체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나의 언행을 주의 깊게 살피며, 내가 공동체에 속한 하나님의 소중한 일원임을 깨닫고 사회와 교회공동체와 가정에서 신중하게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