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직임대로
민수기 7장
공정의 문제
현대 사회는 공정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된 시대입니다. 누군가는 많이 받는데 나는 적게 받거나, 누군가는 받는데 나는 아예 받지 못할 때, 특히 분배의 문제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극단적인 분노를 표출합니다. 받는 사람들에게 분배는 지극히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인 반면, 집행하는 측에서는 가장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정부도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번갈아 시행하지만, 어떤 방식을 택해도 사람들의 불만은 여전히 남아있고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오늘 우리가 묵상하는 하나님의 말씀에서는 하나님께서 레위 지파 각 가문에게 분배를 명령하시면서 "각 맡은 직임대로 나누어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성막 봉헌식
이스라엘 백성들은 출애굽 후 시내산까지 험난한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시내산 기슭에 하나님께서 거대한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게 하시고, 그곳에서 십계명의 두 돌판을 주셨으며 성막 건축을 명령하셨습니다. 성막 건축 방법을 상세히 지시하신 후, 성막 안에서 드려질 예배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들을 주셨습니다. 이른바 레위기의 제사법을 하나님께서 낱낱이 세밀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이제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내산을 떠나 본격적인 가나안 여정을 시작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출발에 앞서 완성된 성막의 봉헌식을 거행하도록 명령하셨습니다. 성막이 봉헌되면 그 안에서 자유롭게 예배를 드릴 수 있고, 성막을 이동시키는 데도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장막 세우기를 끝내고 그것에 기름을 발라 거룩히 구별하고 또 그 모든 기구와 제단과 그 모든 기물에 기름을 발라 거룩히 구별한 날에" (민 7:1)
성막의 모든 기물에 기름을 발랐다는 것은 이제 출발해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곳에서 언제든지 예배를 드려도 된다는 뜻이며, 스타트라인에 섰다는 표현입니다.
신약시대에는 이것이 성령의 기름부음이라는 개념으로 발전됩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택하신 자에게 성령을 기름 부어주십니다. 우리 주님께서도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에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세례요한에게 세례를 받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하늘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는 음성이 들렸고, 성령이 비둘기같이 주님 위에 강림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성령의 기름부음이었으며, 그때부터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능력으로 공생애를 시작하셨습니다.
구약의 사사들도 사사의 직무를 시작할 때 하나님의 영이 임한 후에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성령께서 기름 부어주시고 함께 일하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지치거나 피곤하지 않습니다. 성령의 기름부음 없이 자신의 힘과 능력만으로 일하려 하면 극도로 힘이 듭니다.
내 안의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고 내가 가진 능력과 힘이 바닥나면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기름 부어주시고 함께 역사하시면 언제든지 기뻐하며 힘차게 일할 수 있습니다.
성막을 이동할 때 하나님께서 기름을 발라 이동하게 하신 이유는 "여기는 하나님의 영이 임한 곳이니, 너희가 피곤하고 지칠 때마다 이곳에 와서 예배하면 하나님께서 너희와 함께하시고 성령의 기름부음이 예배드리는 각 사람에게 임할 것이다"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보증하는 것입니다.
성막 봉헌식을 거행할 때 이스라엘 각 지파의 지휘관들이 나와서 예물을 드렸습니다.
"이스라엘 지휘관들 곧 그들의 조상의 가문의 우두머리들이요 그 지파의 지휘관으로서 그 계수함을 받은 자의 감독된 자들이 헌물을 드렸으니 그들이 여호와께 드린 헌물은 덮개 있는 수레 여섯 대와 소 십이 마리이니 지휘관 두 사람에 수레가 하나씩이요 지휘관 한 사람에 소가 한 마리씩이라 그것들을 장막 앞에 드리니라" (민 7:2-3)
이스라엘 각 지파의 지휘관들이 성막 봉헌식에서 하나님께 예물을 드렸는데, 그 예물은 수레 6대와 소 12마리였습니다.
각 지파를 대표하는 지휘관들이 먼저 헌물을 드린 것은 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지 지도자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도자가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백성들은 따라하지 않습니다. 신앙생활, 헌금, 봉사, 경건한 삶 등 모든 영역에서 모범을 보이지 않으면 진정한 지도력이 발휘되지 않습니다.
말로만 하려해서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지켜보고 있습니다. 세상의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언행일치를 요구하는데, 영적 지도자들이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누가 따르겠습니까?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각 지파의 지도자들과 지휘관들이 먼저 와서 성막 봉헌식의 헌물을 드리라고 명령하셨고, 그들은 그 말씀에 철저히 순종하여 먼저 모범을 보인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자녀들이 순종하고 따라올 수 있으며, 교회 공동체에서도 목회자와 중직들, 먼저 믿은 성도들이 삶으로 모범을 보여야 다른 성도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직임대로 분배
이제 하나님께서는 지휘관들이 드린 헌물을 분배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지휘관들이 드린 헌물은 레위 자손들에게 나누어주되, 하나님께서는 중요한 원칙을 제시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그것을 그들에게서 받아 레위인에게 주어 각기 직임대로 회막 봉사에 쓰게 할지니라" (민 7:4-5)
레위자손들에게 나누어주되 각기 직임대로 회막 봉사에 사용하게 하셨습니다. 레위자손들은 게르손 자손, 므라리 자손, 고핫 자손의 세 가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가문별로 균등하게 나누면 수레 2대와 소 4마리씩 분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전체 헌물이 수레 6대와 소 12마리였으니 세 가문으로 나누면 아무 문제없이 공평하게 분배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각기 맡은 직임대로 나누어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래서 모세가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각 레위 자손들을 불러 직임에 따라 분배했습니다.
"곧 게르손 자손들에게는 그들의 직임대로 수레 둘과 소 네 마리를 주었고 므라리 자손들에게는 그들의 직임대로 수레 넷과 소 여덟 마리를 주고 제사장 아론의 아들 이다말에게 감독하게 하였으나 고핫 자손에게는 주지 아니하였으니 그들의 성소의 직임은 그 어깨로 메는 일을 하는 까닭이었더라" (민 7:7-9)
게르손 자손에게는 수레 2대와 소 4마리를, 므라리 자손에게는 그 두 배인 수레 4대와 소 8마리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고핫 자손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고핫 자손은 성물을 어깨에 메는 일을 담당했기 때문입니다.
성소에서 맡은 직임을 고려해보니, 끄는 수레와 수레를 끄는 소가 필요한 것은 게르손 자손과 므라리 자손이었지 고핫 자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직임에 따라 분배한 것입니다.
놀라운 것은 고핫 자손 중에서 이 분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오늘날 우리가 이런 분배를 받았다면, 내가 고핫 자손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공동체 전체가 시끄러워지고 교회가 큰 혼란에 빠지지 않았을까요? "왜 나는 하나도 주지 않느냐", "그래도 수레 하나와 소 몇 마리 정도는 줘야 하지 않느냐"며 큰 소동이 벌어지지 않았을까요?
하나님께서는 각기 맡은 직임대로 나누어주게 하셨습니다. 이는 개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가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분배하는 것이며, 회막 봉사를 위해 사용하기 위한 것입니다. 결코 개인의 생계를 위해 나누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교회 공동체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때도 각 부서별로 맡은 일이 다릅니다. 어떤 부서는 예산이 많이 필요하고 어떤 부서는 적게 필요합니다. 그런데 각 부서 담당자들이 균등 분배를 요구한다면 교회가 어떤 상황이 되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각기 맡은 직임대로, 전체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며 분배하라는 원칙을 명확히 정립해주셨습니다.
우리의 직임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됩니다. 내가 맡은 직임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존재인지를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든 가정이든 국가든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삶의 영역에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직임을 따라 행동해야 합니다.
고핫 자손들처럼 받지 못한 것에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에 집중하는 성숙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그들이 수레와 소를 받지 못한 것은 그들의 직임과 전혀 상관없었기 때문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지도자는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각 지파의 지휘관들이 먼저 헌물을 드린 것처럼,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말보다 행동으로 앞장서야 합니다.
둘째, 분배는 직임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균등 분배가 아니라 각자가 맡은 역할과 책임에 따라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 하나님의 원칙입니다.
셋째, 받지 못한 것에 불평하지 말고 맡은 직임에 충실해야 합니다. 고핫 자손들처럼 자신의 사명에 집중하며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내가 맡은 직임을 분명히 깨닫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소명을 따라 지금 받은 것에 감사하며 기뻐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성숙한 믿음의 백성이 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