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12장

성경
신명기

우상 제거와 예배

신명기 12장

순서를 지키는 삶

어린 시절 여름방학마다 큰아버지가 계신 시골로 가서 방학을 보내곤 했습니다. 사촌들과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버스를 탈 때까지 늘 같은 당부를 하셨습니다. "시골에 도착하면 먼저 아버지 외가댁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고 나서 놀아야 한다."

철썩같이 약속했지만, 막상 도착하면 사촌들과의 재미있는 놀이에 빠져 그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맙니다. 저녁이 되어서야 문득 생각이 나서 부랴부랴 어른들께 인사를 드리곤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는 어른께 먼저 인사드리는 일이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일은 어린아이라서 귀엽게 봐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에게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태도입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하나님께 먼저 나아가야 합니다. 기쁜 일이 있으면 하나님께 나와서 함께 기뻐하며 감사를 올려드리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하나님께 나와서 간절히 기도하며 우리의 마음을 토로해야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기쁜 일이 있으면 자신의 공로로 돌리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자신의 덕으로 여기며, 힘든 일이 있으면 사람을 먼저 찾아간다면, 우리를 창조하시고 사랑하시는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얼마나 슬퍼하시겠습니까? 그분께서 얼마나 아파하시겠습니까?

정착 후 최우선 과제

"네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셔서 차지하게 하신 땅에서 너희가 평생을 지켜 행할 규례와 법도는 이러하니라 너희가 쫓아낼 민족들이 그들의 신들을 섬기는 곳은 높은 산이든지 작은 산이든지 푸른 나무 아래든지를 막론하고 그 모든 곳을 너희가 마땅히 파멸하며 그 제단을 헐며 주상을 깨뜨리며 아세라상을 불사르고 또 그 조각한 신상들을 찍어 그 이름을 그곳에서 멸하라" (신 12:1-3)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 땅에 정착한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지시하십니다. 가나안 땅 정복은 하나님께서 친히 약속하신 확실한 일이지만, 그들이 그 땅에 들어가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업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 땅에 거주했던 가나안 일곱 족속들이 섬기던 모든 우상들을 완전히 파괴하고 제거하는 일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일부터 철저히 수행하라고 엄명하셨습니다.

그 땅에는 아세라상과 바알상을 비롯하여 가나안 일곱 족속들이 섬기던 무수한 우상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높은 산 위에도, 작은 언덕 위에도, 무성한 나무 아래에도 온갖 형태의 우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 모든 것들을 먼저 정리하고 완전히 파괴해야만 당신께서 기뻐하실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거룩한 배타성의 원리

하나님께서는 악과의 타협이나 공존을 전혀 원하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우상과 나란히 서 계시기를 단호히 거부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정착하여 하나님을 모시고 하나님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그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바로 그 땅에 널려 있는 모든 우상을 완전히 척결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하나님께서 그 땅에서 그들과 함께 거하시며 풍성한 축복을 베풀어 주실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임재하실 거룩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인간의 책임이요 의무입니다. 우리는 종종 하나님께 이렇게 간절히 호소하지 않습니까? "하나님, 제 마음이 번민으로 가득합니다. 온갖 걱정과 염려와 불안이 제 마음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슴이 답답합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제 마음에 임하시어 평안을 주시옵소서." 이처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이 온갖 우상으로 가득 찬 상태라면 거룩하신 하나님께서는 결코 그런 마음에 임하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먼저 마음을 철저히 비워내야 합니다. 물질을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마음, 사람에게 더 의존하고자 하는 마음,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들을 더 숭배하고자 하는 마음—이 모든 것들을 우리 마음에서 완전히 척결하고 정결하게 비워내어 가난한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하나님께서 우리 마음 보좌에 좌정하여 주십니다.

영적 가난이 가져다주는 축복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팔복 중 첫 번째가 바로 심령이 가난한 자들이 누리는 복이 아닙니까?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심령이 가난하다는 것은 우리가 온갖 복잡한 생각과 욕망으로 살아가지 않고 마음을 완전히 비워낸 상태를 의미합니다.

마음이 철저히 비워져야 하고, 마음에 자리 잡고 있던 온갖 복잡한 우상들을 완전히 정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께서 그 마음에 거하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마음속에 임재하시면 천국이 바로 우리의 것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는 어떤 공간적 의미의 천국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좌정하시는 바로 그 마음 자체가 천국이 된다는 깊은 의미입니다.

우리는 가정에 하나님의 임재를 간구합니다. "하나님, 저희 가정에 불화가 있습니다. 온갖 걱정과 염려가 있고 가족 간에 다툼도 있습니다. 저희 가정에 하나님께서 임재해 주시옵소서." 이렇게 절실히 기도합니다.

그런데 우리 가정에 하나님보다 더 소중히 여기고 섬기는 것들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자녀가 우상의 자리에 앉아 있고, 물질이 우상의 보좌에 군림하고 있는데, 과연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함께 거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는 하나님을 모독하는 일이요, 하나님의 거룩함을 더럽히는 일입니다.

하나님을 진정으로 모시고 모셔들이기를 원한다면, 먼저 우리 가정에 설치된 우상의 제단부터 철저히 척결해야 합니다. 그 일을 감행하지 않고서 하나님을 함께 모시려 한다면 이는 어불성설이요 모순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하나님을 초대하고 모시고 더불어 살기를 갈망한다면, 우리 마음과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영적 상태를 냉철히 진단하고 단호히 정리해야 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언제든지 우리와 함께 거하시며, 영원토록 우리의 마음과 가정과 일터와 삶의 모든 현장을 친히 다스려 주실 것입니다.

감사와 영광의 예배

"오직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자기의 이름을 두시려고 너희 모든 지파 중에서 택하신 곳인 그 계실 곳으로 찾아 나아가서 너희의 번제와 너희의 제물과 너희 손에 거제와 너희의 서원제와 낙헌 제물과 너희 소와 양의 처음 난 것들을 너희는 그리로 가져다가 드리고 거기 곧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의 손으로 수고한 일에 복 주심으로 말미암아 너희와 너희의 가족이 즐거워할지니라" (신 12:5-7)

우상을 철저히 타파한 후에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거룩한 곳으로 나아가 기쁨으로 예배를 올려드리라고 명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지시하신 것은 가나안 일곱 족속을 축출하고 가나안 땅을 정복한 그 모든 영광과 찬양을 온전히 하나님께만 돌리라는 분명한 뜻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변덕스럽습니다. 간절히 부르짖을 때의 마음과 그 간절함이 해소되었을 때의 마음이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요단강을 건너기 전까지는 깊은 불안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과연 우리가 가나안 땅을 정복할 수 있을까? 저 강력한 일곱 족속들을 몰아낼 수 있을까?" 하며 두려워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크신 은혜로 하나님께서 맹렬한 불길이 되셔서 앞장서 가시며 가나안 일곱 족속들을 완전히 정리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친히 모든 일을 행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이 그 일을 해낸 것처럼 착각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런 교만한 마음을 갖지 말라고 경고하신 것입니다.

"너희가 행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오직 순종하는 것뿐이었다. 따라서 모든 영광과 찬송은 마땅히 나에게 돌려져야 한다"고 하나님께서 엄숙히 선언하셨습니다.

야곱에게서 배우는 교훈

따라서 가나안 땅에 정착한 후에는 우상을 완전히 척결하고, 그 다음에는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의 예배를 정성껏 올려드리라고 명하신 것입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중요한 원리입니다. 인간이 간절할 때와 그 간절함이 해소되었을 때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면, 이는 하나님을 배신하는 심각한 죄악이 됩니다.

야곱의 경우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아버지를 속이고 형을 기만하여 장자권을 빼앗은 후, 형의 분노를 피해 밧단아람으로 도망치던 중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에게 놀라운 역사를 베푸셨을 때, 그는 엄숙한 서원을 했습니다.

"하나님, 제가 무사히 평안하게 이곳에 다시 돌아오게 하시면 평생토록 십일조를 드리겠습니다. 이곳을 하나님의 거룩한 집으로 삼겠습니다." 이렇게 진실한 마음으로 서원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러, 빈손으로 떠났던 야곱이 두 진영을 이룰 정도로 큰 부자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수많은 자녀들을 낳아 대가족을 이루었고, 재물도 풍족하게 축적했습니다. 오랫동안 원수 관계였던 형 에서와의 갈등도 하나님의 은혜로 완전히 해소되었습니다.

그런데 야곱은 하나님과 맺었던 그 귀한 약속을 어기고 벧엘로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수곳에서 집을 짓고 세겜 땅에 정착해 버렸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를 심히 악하게 보셨습니다. 결국 그의 딸 디나가 끔찍한 수치를 당하고 온 가정이 큰 환난을 겪는 일이 벌어진 후에야, 그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부랴부랴 벧엘로 올라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야곱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계십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우리 마음과 삶에서 모든 우상을 철저히 제거해야 합니다.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고 의지하는 것들을 단호히 정리해야만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거하실 수 있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가 되어야 천국이 우리의 소유가 됩니다. 마음의 우상 제단을 무너뜨리는 것이 하나님을 모시는 첫걸음입니다.

둘째, 모든 일에서 하나님을 최우선에 두어야 합니다.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하나님께 먼저 나아가 기도하고 감사하며 간구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뒷전으로 미루고 다른 것들을 먼저 의지하는 것은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입니다. 어린 시절 어른께 먼저 인사드리지 않은 것처럼, 하나님께 먼저 나아가지 않는 것은 영적으로 미성숙한 모습입니다.

셋째, 모든 영광과 찬송을 오직 하나님께만 돌려야 합니다. 우리가 이룬 모든 성취와 받은 모든 축복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임을 깊이 인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감사의 예배를 올려드려야 합니다. 간절할 때의 마음과 형통할 때의 마음이 달라서는 안 됩니다. 야곱처럼 하나님과의 약속을 잊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우리가 하나님 앞에 엎드려 간구했던 수많은 기도들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놀라운 응답과 역사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 모든 영광을 오직 하나님께만 올려드리시기 바랍니다. 기쁜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거나, 마음에 힘든 일이 있거나 어려운 일이 있거나, 언제나 하나님께 먼저 나아가 모든 것을 아뢰고 해결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와 영원히 함께 거하시며 끝까지 동행해 주실 것입니다. 이 귀한 하나님을 깊이 기억하시며, 오늘도 복되고 승리하는 하루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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