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16장

성경
신명기

세 가지 절기를 지키라

신명기 16장

민족의 정체성과 절기

역사가 깊은 나라와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온 민족은 그 고유의 절기와 명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설날과 추석이 그러한 예입니다. 이때가 되면 멀리 떨어져 있던 친지들과 가족들이 아무리 먼 곳에 있더라도 고향으로 돌아와 함께 사랑을 나누고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농경 문화에 기반을 둔 여러 절기들의 의미를 살펴보면, 우리 민족이 과거 어떠한 삶을 영위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 역시 여러 절기들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께서는 세 가지 절기를 지키라고 명령하십니다. 특별히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이 세 절기는 모두 출애굽 사건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출애굽이 구원의 기억이라면, 이 세 절기는 모두 그들의 구원 역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출애굽 2세대들에게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 땅에 정착한 후 이 세 절기를 반드시 지키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단순히 형식적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각 절기의 깊은 의미를 기억하고 되새기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유월절, 구원의 기억

"아빕월을 지켜 네 하나님 여호와께 유월절을 행하라 이는 아빕월에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밤에 너를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셨음이니라" (신 16:1)

첫 번째 절기는 유월절로, 이는 종살이의 참혹한 기억을 되새기는 절기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에서 430년간 거주했는데, 그 대부분의 기간이 노예로서의 삶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대받는 종이 아니라 생사여탈권을 바로에게 완전히 맡긴 채 살아야 했던 비참한 존재들이었습니다. 벽돌을 굽기 위해 채찍에 맞아가며, 때로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까지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심지어 자기가 낳은 아들이 나일강에 던져져도 한마디 항의할 수 없는, 참으로 절망적인 종살이의 기억을 간직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제 그들을 구원하여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시면서, 이 구원의 날을 반드시 기억하고 지키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유교병을 그것과 함께 먹지 말고 칠 일 동안은 무교병 곧 고난의 떡을 그것과 함께 먹으라 이는 네가 애굽 땅에서 급히 나왔음이니 이같이 행하여 네 평생에 항상 네가 애굽 땅에서 나온 날을 기억할 것이니라" (신 16:3)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무교병을 먹으며 그날을 기억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유교병은 누룩이 들어간 빵이고, 무교병은 누룩을 넣지 않은 빵입니다. 누룩 없는 무교병은 맛이 전혀 없는 빵으로, 일주일 동안 유월절 기간에 이것만 먹도록 하셨습니다.

왜 이러한 명령을 주셨을까요? 그들이 430년간 이집트에서 보낸 세월이 살아도 산 것 같지 않고,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은, 아무런 즐거움도 희망도 소망도 없었던 절망적인 나날이었음을 기억하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출애굽 1세대들이 열 재앙을 경험하고 홍해를 건널 때의 환희와 감격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그런데 그들은 광야에서 40년 동안 하나님을 원망했습니다. 구원의 감격을 상실해버린 출애굽 1세대들은 하나님을 원망하며 그 놀라운 구원의 역사들을 마음에서 하나씩 지워버렸습니다.

출애굽 2세대들은 직접 고난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유월절이 낯설고 의미 없는 시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비록 직접 경험하지 못했을지라도 무교병을 먹으며 그 시절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소망 없는 시간이었는지를 기억하라고 명령하신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희망과 소망이 사라지고 감사와 기쁨이 없다면, 그것은 구원의 감격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어떠한 죄에서 건져주셨고, 어떤 비참한 상태에서 구원받은 백성으로 삼아주셨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항상 원망으로만 살아갈 것입니다.

칠칠절, 자유인의 감사

"칠칠을 셀지니 곡식에 낫을 대는 첫날부터 칠칠을 세어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 칠칠절을 지키되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복을 주신 대로 네 힘을 헤아려 자원하는 예물을 드리고" (신 16:9-10)

두 번째 절기는 칠칠절입니다. 유월절이 지난 후 칠일씩 칠주, 즉 49일이 지난 날에 지키는 절기입니다. 칠칠절 역시 이집트에서 종되었던 과거를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너는 애굽에서 종되었던 것을 기억하고 이 규례를 지켜 행할지니라" (신 16:12)

칠칠절은 초실절 또는 맥추절이라고도 불리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나안 땅에 정착하여 농업에 종사할 때 처음 익은 열매를 하나님께 드리면서 종되었던 과거를 기억하라는 명령입니다.

그런데 초실절과 종살이의 기억이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종은 자기 소유가 없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할 때는 하나님께 무엇인가 드리고 싶어도 자신의 것이 없었기에 마음껏 드릴 수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바로의 소유였기 때문입니다. 종은 주인의 것을 부여받아 사는 존재이므로 자기 마음대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시간을 드리고 싶어도, 노동력을 드리고 싶어도, 물질을 드리고 싶어도 주인에게 속박되어 있기에 주인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들은 자유인이 되었습니다. 가나안 땅에서 자유인으로 살면서 첫 열매를 하나님께 드린다는 것은 "나는 자유인입니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자유를 주시고 소유를 허락해 주셨으니, 이 소유를 하나님께서 주신 것으로 믿고 감사한 마음으로 올려드립니다"라는 선포의 의미입니다.

따라서 자유인은 하나님께 자유롭게 드릴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떠합니까? 우리가 진정한 자유인이라면 시간이든 노동이든 물질이든 하나님께 원하는 것을 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시간을 자유롭게 드릴 수 있다면 시간에 대해 자유한 사람이고, 물질을 드릴 수 없다면 여전히 물질에 얽매인 자유인이 아닌 것입니다. 하나님께 드릴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참으로 자유하다는 증거입니다.

초막절, 영원한 본향에 대한 소망

"너는 타작 마당과 포도주 틀의 소출을 거두어들인 후에 칠 일 동안 초막절을 지킬 것이요" (신 16:13)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택하신 곳에서 너는 칠 일 동안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절기를 지키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모든 소출과 네 손으로 행한 모든 일에 복 주실 것이니 너는 온전히 즐거워할지니라" (신 16:15)

세 번째 절기는 초막절입니다. 하나님께서 택하신 곳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일주일 동안 지켜야 하는 절기입니다. 이날에는 빈부귀천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스라엘 백성이라면 누구든지 일주일 동안 초막을 짓고 하나님이 정하신 곳에서 거주해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초막절을 제정하신 이유는 그들이 광야에서 40년 동안 천막 생활을 했기 때문입니다. 가나안 땅에 정착한 후 농업에 종사하여 부자가 되어 좋은 집에 살고, 어떤 이는 왕이 되어 왕궁에서 거주한다 할지라도, 현재의 풍요로운 삶이 원래부터 그랬던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과거 광야 생활 때는 장막을 치고 살았던 것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지금 거주하는 곳은 영원한 곳이 아니며, 앞으로 갈 천국을 소망하라는 뜻입니다. 현재 사는 곳이 아무리 화려하고 좋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무너지고 사라질 장막과 같은 곳이니, 이곳에 영원히 머물려고 생각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교훈입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도 초막절의 정신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현대인들은 전쟁도 없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 나머지 이 땅을 천국보다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재물이 있으면 원하는 모든 것을 구입하고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우리가 누리며 살아가는 모든 것은 반드시 무너지고 사라져버릴 장막과 같은 것입니다. 우리가 참으로 소망해야 할 것은 이 땅의 초막이 아니라 영원한 천국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귀중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유월절을 통해 구원의 감격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얼마나 절망적인 상태에서 구원받았는지, 만약 그 상태 그대로 살다 죽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기 전 소망 없던 시절을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구원의 감격을 되새기는 길입니다.

둘째, 칠칠절을 통해 참된 자유인으로 살아야 합니다. 진정한 자유인이라면 시간이든 재능이든 물질이든 하나님께 원하는 것을 기꺼이 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께 자유롭게 드릴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참으로 자유하다는 증거입니다.

셋째, 초막절을 통해 영원한 천국을 소망해야 합니다. 이 땅에서 누리는 모든 것은 언젠가 무너지고 사라질 장막과 같습니다. 우리가 참으로 소망해야 할 것은 이 땅의 일시적인 것들이 아니라 영원불변한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오늘 우리도 이 세 절기의 깊은 영적 의미를 마음에 새기고, 우리 삶에서 이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하나님의 참된 백성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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