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1장

성경
신명기

원망과 낙심을 버리라

신명기 1장

진실한 기록의 가치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부터 철종까지 25대 왕들의 모든 기록을 집대성한 기록유산입니다. 유네스코가 1997년에 이를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그 탁월한 가치를 인정한 증거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이 일본이나 중국의 사서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사관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왕이라 하더라도 사관을 불러서 사초를 볼 수 없었으며, 자신의 돌아가신 선왕 아버지 때의 기록물조차 볼 수 없었습니다. 이는 법적으로 엄격히 정해진 원칙이었으므로, 왕권으로도 이를 함부로 침범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사관들은 완전한 독립성을 가지고 역사를 기록할 수 있었고, 정직한 역사는 물론 부끄러운 역사까지도 있는 그대로 기술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오늘날 범람하는 자서전들은 자기 자랑으로 가득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진정한 후회나 반성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읽는 신명기 말씀은 모세의 진실한 회고록입니다. 이는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라 출애굽 여정 전체를 관통하는 깊은 성찰의 기록이며, 하나님을 찬양하는 동시에 이스라엘 백성들과 자기 자신에 대한 솔직한 반성으로 가득한 경건한 문서입니다.

하나님의 본래 계획

출애굽의 객관적인 역사는 출애굽기와 민수기를 통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집트에서 시작하여 시내산을 거쳐 가데스바니아로, 그리고 하나님의 진노로 인한 광야 40년의 긴 여정을 거쳐 마침내 모압평지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이 그곳에 펼쳐져 있습니다.

그러나 신명기는 이 모든 과정을 모세의 개인적 시각과 체험을 통해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압평지에서 모세가 행한 고별 설교가 바로 신명기이기 때문입니다. 40년간 이스라엘 백성들을 이끌어온 지도자로서, 모세에게는 반드시 전해야 할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객관적으로 눈에 보이는 역사와 사건들 너머에 있는, 지도자로서 느꼈던 깊은 감정과 그동안 감춰둘 수밖에 없었던 마음의 이야기들을 이제 털어놓고 있습니다.

신명기 말씀이 선포되는 무대는 요단강 동편 모압평지입니다. 이제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요단강 하나만 건너면 됩니다. 그러나 모세에게는 가나안 땅이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바로 눈앞에 펼쳐진 약속의 땅을 바라보며, 출애굽 2세대들에게 마지막 설교를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신 대로 우리가 호렙산을 떠나 너희가 보았던 그 크고 두려운 광야를 지나 아모리 족속의 산지 길로 가데스바네아에 이른 때에 내가 너희에게 이르기를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주신 아모리 족속의 산지에 너희가 이르렀나니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땅을 너희 앞에 두셨은즉 너희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이르신 대로 올라가서 차지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주저하지 말라" (신 1:19-21)

하나님의 본래 계획은 결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광야에서 40년을 고생시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내산을 떠나 가데스바네아에 도착한 후, 그곳에서 곧바로 북쪽으로 올라가 가나안 땅을 정복하라는 것이 하나님께서 주신 명확하고 단순한 계획이었습니다.

정탐꾼들의 치명적 배신

그러나 각 지파에서 한 명씩 뽑힌 정탐꾼들이 40일 동안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돌아온 후, 하나님의 명령을 거절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러나 너희가 올라가기를 원하지 아니하고 너희 하나님 여호와의 명령을 거역하여" (신 1:26)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나머지 열 명의 정탐꾼들이 하나님의 명령을 정면으로 거역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들이 하나님을 거역하는 방식이 극도로 악독했다는 점입니다. 민수기에는 기록되지 않은, 모세가 지도자로서 직접 목격했던 충격적인 사실을 이제야 고백하며 기록하고 있습니다.

"장막 중에서 원망하여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우리를 미워하시므로 아모리 족속의 손에 넘겨 멸하시려고 우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내셨도다" (신 1:27)

정탐을 마치고 돌아온 그들은 즉시 공식적인 보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각자 자신의 지파 장막으로 들어가 은밀히 하나님을 모독하는 거짓 선동을 시작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우리를 인도해내신 것은 아모리 백성들의 손에 우리를 죽게 하려고 인도해내신 것이다"라고 악의적으로 왜곡했습니다.

이는 하나님의 본래 의도와 정반대되는 거짓말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결코 그런 분이 아니셨습니다. 지금까지 그들이 경험해온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시고 사랑으로 인도하시는 신실하신 분이셨습니다. 시내산에서 율법을 주시고 성막을 허락하신 하나님께서 어찌 당신의 백성들을 죽이시려고 인도해내셨겠습니까? 이들은 고의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작하여 퍼뜨렸습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랴 우리의 형제들이 우리로 낙심케 하여 말하기를 그 백성은 우리보다 장대하며 그 성읍들은 크고 성곽은 하늘에 닿았으며 우리가 또 거기서 아낙 자손을 보았노라 하는도다" (신 1:28)

이들의 두 번째 죄악은 백성들을 깊은 낙심에 빠뜨린 것이었습니다. 참된 지도자는 마땅히 백성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을 일으켜 세우며,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나님만을 바라보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그런데 각 지파에서 신중히 선택된 이 지도자들이 오히려 백성들의 마음을 꺾고 절망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모세가 전하는 가장 중요한 교훈

이 두 가지 중대한 죄악, 즉 장막에서 하나님을 원망한 것과 백성들을 낙심시킨 것이 바로 열 명의 정탐꾼들이 하나님을 거역한 핵심적인 방식이었습니다. 모세는 이 사건을 40년 출애굽 여정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뼈아픈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신명기 설교의 첫머리에 이 사건을 출애굽 2세대들에게 절절히 전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성공한 일도 많았고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들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마라의 쓴 물을 단물로 바꿔주신 기적, 아말렉과의 전쟁에서 주신 완전한 승리, 그 밖의 수많은 승리와 은혜의 역사들이 있었는데, 왜 이런 실패의 사건을 가장 먼저 떠올리며 설교하는 것일까요?

이제 출애굽 2세대가 가나안 정복이라는 거대한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모세는 더 이상 그 전쟁을 이끌 수 없습니다. 여호수아가 새로운 지도자로서 백성들을 이끌고 가야 합니다. 이런 중대한 전환점에서 모세가 간절히 당부하는 것은 백성의 지도자들이 결코 하나님을 원망하지 말고 백성들을 낙심시키지 말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찬양하고 백성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며, 하나님께서 주신 그 확실한 약속의 말씀에 따라 가나안 땅이 우리의 기업임을 확신 있게 선포하라는 것입니다. 이전 세대의 치명적인 실패를 절대로 되풀이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귀중한 교훈을 하나님 아버지께서 모세를 통해 간곡히 전달하고 계십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의 참된 의도를 올바르게 깨달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이 악한 세상을 살아갈 때 하나님의 진정한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의도를 올바르게 알면 어떤 어려움 가운데서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시키신 목적은 그들을 깊이 사랑하시어 최악의 노예 상태에서 건져내시고,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가나안 땅으로 인도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둘째, 공동체를 세우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우리는 결코 공동체를 낙심시키고 좌절하게 만드는 자들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우리와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고 격려하며 희망을 주는 긍정적인 영향력의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참된 지도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하나님만을 바라보도록 이끄는 자들입니다.

셋째, 이전 세대의 실패를 교훈삼아 하나님의 약속을 굳게 붙잡아야 합니다. 열 명의 정탐꾼들의 치명적인 실패는 하나님을 원망하고 백성들을 낙심시킨 데 있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단 한 사람도 약속의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광야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이런 뼈아픈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 하나님의 신실한 약속을 변함없이 신뢰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이 귀한 말씀이 우리 마음 깊이 새겨져서, 모세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모압평지에서 전한 간절한 호소가 우리 삶의 든든한 기초가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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