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21장

성경
신명기

애매한 책임을 지는 자

신명기 21장

진정한 인간다움의 기준

사람을 진정 사람답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덕목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든다면 책임감, 곧 책임 의식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동물들도 나름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들이 가지는 책임은 본능에 귀속된 것입니다. 반면에 사람이 지니는 책임감은 공동체적 영역과 사회적 영역까지 확대됩니다.

부모로서의 책임감은 자녀에 대한 무한한 책임으로 나타나야 하고, 직장인은 자신이 맡은 직책과 부서, 프로젝트에 대해 최선의 책임을 다할 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권리는 누리려 하면서 책임은 지려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공동체에서 인정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심한 경우 배척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소재가 분명한 책임에 대해서는 누구의 책임인지 명확하므로 당연히 그 책임을 져야 하지만, 애매한 것들이 항상 많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내 책임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며, 다른 사람이 해야 할 일인 것 같기도 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재빨리 발을 빼버립니다. "이것은 내가 할 일이 아닙니다. 저 사람이 할 일입니다. 이것은 당연히 저 사람이 해야 할 일인데 왜 저에게 이 일을 맡기려 합니까?" 이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하나님께서 가르치시는 공동체적 책임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어 차지하게 하신 땅에서 피살된 시체가 들에 엎드려진 것을 발견하고 그 처죽인 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거든" (신 21:1)

오늘 본문은 바로 이런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 하나님께서 공동체적 책임, 그리고 애매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를 사랑하고 계심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피살된 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과학 수사 기법이 없었던 그 시절에는 누가 그 사람을 죽인 살인자인지 찾을 길이 전혀 없습니다. 확실한 증거도 없고 확실한 증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 그냥 묻어버리고 지나갈 것입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너희의 장로들과 재판장들은 나가서 그 피살된 곳의 사방에 있는 성읍들의 원근을 잴 것이요" (신 21:2)

피살된 시체가 있는 그곳에서부터 시작하여 사람이 사는 성읍들의 원근을 재라고 하셨습니다. 그런 후에 가장 가까운 성읍에 사는 장로들을 부르라고 명령하십니다.

"그 피살된 곳에서 제일 가까운 성읍의 장로들이 그 성읍에서 아직 부리지 아니하고 멍에를 메지 아니한 암송아지를 취하여 그 성읍의 장로들이 물이 항상 흐르고 갈지도 아니하고 씨를 뿌린 일도 없는 골짜기로 그 송아지를 끌고 가서 그 골짜기에서 그 송아지의 목을 꺾을 것이요" (신 21:3-4)

사람이 죽은 피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성읍의 장로들을 부른 후, 그들에게 두 가지를 준비하게 하십니다. 하나는 아직 멍에를 메어보지 않은 암송아지 한 마리이고, 다른 하나는 그 성읍에서 아직 씨를 뿌린 일도 없으며 물이 잘 흐르고 있는 골짜기입니다. 그리고 그곳에 암송아지를 끌고 가서 그 목을 꺾어 죽이라고 명령하십니다.

이렇게 하신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피살된 곳에서 제일 가까운 성읍의 모든 장로들은 그 골짜기에서 목을 꺾은 암송아지 위에 손을 씻으며 말하기를 우리의 손이 이 피를 흘리지 아니하였고 우리의 눈이 이것을 보지도 못하였나이다" (신 21:6-7)

하나님께서 지으신 피조물인 사람에 대해 하나님은 지극한 애정과 사랑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를 죽인 자를 하나님은 알고 계시지만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합니까?

하나님께서는 그 책임을 가장 가까운 성읍에 사는 사람들, 장로들과 성읍 사람들이 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호와여 주께서 속량하신 주의 백성 이스라엘을 사하시고 무죄한 피를 주의 백성 이스라엘 중에 머물러 두지 마옵소서 하면 그 피 흘린 죄가 사함을 받으리니" (신 21:8)

누군가 죽었다면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하고, 그 책임을 이와 같이 감당하면 하나님께서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가장 가까운 성읍의 사람들은 억울할 법도 합니다. 분명 재산상 손해를 입었습니다. 값비싼 암송아지 한 마리와 아직까지 한 번도 경작하지 않은 귀한 땅에 대한 손실을 그들이 감수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런 율법을 선포하신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사람들은 자기 성읍뿐만 아니라 애매한 지역, 곧 성읍과 성읍 사이의 치안 취약 지대까지 함께 살펴볼 것입니다. 만약 그런 애매한 지역에서 사람이 죽으면 우리 성읍에서 송아지 한 마리와 밭을 손해 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하나님께서 이렇게 하신 이유는 바로 애매한 책임까지도 너희가 지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교회의 사회적 사명과 책임

오늘 이 말씀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교회는 교회 밖의 문제에 대해서 과연 어떤 책임도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교회 안에 속한 성도들에 대한 책임은 교회가 당연히 지는 것인데, 교회 울타리 밖 사회에 대한 책임은 교회가 지지 않아도 될까요?

가난한 사람들, 정말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데 그것조차 어려워서 막다른 골목에서 최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에 대해서 과연 교회는 죄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교회가 어떻게 그런 일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께서는 성읍들의 원근을 재어서 가장 가까운 성읍 장로들을 부르고 "너희가 재산상 책임을 져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죄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므로 교회는 지역사회에 대해, 가장 가까운 곳에 대해, 우리와 함께 담장을 맞대고 있는 곳에 대해 책임을 당연히 져야 하는 공동체입니다. 애매한 책임에 대해서도 "이것은 우리 책임이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가정 울타리를 넘어서 옆집에 대한 책임까지 그리스도인이 당연히 져야 합니다. 우리 주변 이웃과 동네 공동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크고 작은 악한 일들과 좋은 일들에 대한 책임도 하나님의 백성들이 지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누가 그 책임을 다하겠습니까? 하나님의 백성들이 교회 안과 내 가족, 내가 소유한 것들에 대한 책임만 강조한다면, 그것은 본능적인 영역에만 집착하는 동물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어떤 사람이 강도를 만났을 때 레위인과 제사장은 그냥 지나가 버렸지만, 사마리아인은 강도 만난 자를 데려다가 정성껏 돌보아 주었습니다. 누가 그 사람의 참된 이웃이 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당연히 그를 돌보아 준 사람이 그의 진정한 이웃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제사장과 레위인은 본능에만 충실한 자들이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좋은 옷을 입고 겉보기에는 종교적인 사람들처럼 보였지만, 그들은 종교적 본능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악한 자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 진정으로 예수를 믿는 자들은 내 책임이 아닌 영역, 내 성을 벗어난 그 자리의 애매한 책임까지도 함께 맡아서 감당하는 자들입니다. 이런 자들을 우리는 참된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부릅니다.

결론

오늘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첫째, 애매한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분명한 책임뿐만 아니라 애매한 책임까지도 하나님의 백성은 기꺼이 감당해야 합니다. "이것은 내 책임이 아닙니다"라고 재빨리 발을 빼는 것은 동물적 본능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은 애매한 영역의 책임까지도 적극적으로 떠맡습니다.

둘째, 교회는 지역사회에 대한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교회 안의 문제뿐만 아니라 교회 밖의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가장 가까운 곳, 우리와 담장을 맞대고 있는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을 당연히 져야 하는 공동체가 바로 교회입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결코 자신들만의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을 수 없습니다.

셋째, 울타리를 넘어서는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내 가정과 내 것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울타리를 넘어서 있는 환란당한 자들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에 대한 책임까지도 함께 감당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참된 이웃 사랑의 모습입니다.

오늘도 우리가 사회로 나가고 세상으로 나가며 일터로 나아갑니다. 그곳에서 내 것만 살피지 마시고, 나의 울타리를 넘어서 있는 환란당한 자들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 대한 책임을 우리에게 맡겨주셨으니, 그 거룩한 사명도 함께 다하여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참된 믿음의 백성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icon
핵심 주제
icon
제목

날짜